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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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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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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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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2.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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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8쪽

17화. 여난. - 1

DUMMY

“저번 밤은 너무 뜨거웠어요, 오라버니♡”

“푸흡!!!!!!!”

“??!?”


미래의 말에 나는 먹던 라면을 그대로 뱉어 버렸다. 너무도 당황스러워 절로 사래가 들었다. 대번에 희세가 도끼눈이 돼 나를 노려본다. 성빈이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으아, 으아아. 사래가 들어서 목이 매캐해서 그런가 땀이 절로 난다.

점심시간, 다섯 명의 대인원이 된 우리 밥 패밀리. 초창기엔 성빈이가 성미나 지선이랑 노느라 빠지기도 하고, 희세 역시 정희를 포함한 다른 패거리 애들과 노느라 반 정도씩밖에 안 왔지만 지금은 어째 완연하게 우리 패가 됐다. 밥은 늘상 같은 것을 먹을 수밖에 없다. 분식집, 중국집, 도시락의 환상의 로테이션. 그나마도 중국집이랑 분식집은 비싸서 도시락으로 떼우는 경우가 많다. 귀찮기도 하고. 오늘은 오래간만에 분식집에 나와 밥을 먹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미래가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나를 공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래는 밥을 먹다 말고 볼을 붉히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한다. 얼굴은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나를 쳐다보는 건 어째서일까. 그 부끄러운 동작을 하려고 안경까지 벗었다. 라면 먹는데 김 끼니까 벗은 줄 알았는데. 이런 걸 노린 거였나.


“무, 무슨 소리야 그게?!”

“아, 아니,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무슨 사정?! 저 반응 뭔데! 너도 반응 했잖아!”


희세는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닦달한다. 추상같은 그 위엄에 나는 절로 무릎을 꿇고 싶어졌다. 몰라 뭐야 얘 무서워. 사래가 들어 매캐한 목을 진정하고자 물을 마시며 나는 천천히 말하려 했다. 하지만 희세는 막무가내다. 잔뜩 흥분한 눈치이다. 또 설명하려면 한동안 진땀을 뺄 것만 같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자는 건…… 저라고 해도 좀 부끄럽다구요♡”

“뭐, 뭣……?! 가, 가, 같이 잤어?!”

“아, 아니! 넌 왜 자꾸 그딴 드립 치는 건데! 애들 오해하게!!”

“에헤헤헷.”


별다른 변명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미래가 거기에 기름을 끼얹어 버린다. 희세는 더욱 놀라 몸서리치듯 몸을 부르르 떨며 놀란다. 저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로 놀란 걸까. 성빈이 역시 더욱 경악한 표정이 돼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를 쳐다본다. 충격을 받은 표정. 어째 나의 이미지만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짜증스럽게 미래에게 말하자 미래는 ‘에헤헤’ 하고 웃는다. 딱 봐도 농담이란 표정이지만 여자애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니, 받아들일 생각이 없겠지. 꼭 이런 오해 할 때에만 전혀 농담이란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


“미, 미, 미친 거 아니야?! 두, 두, 둘이…… 그렇고 그런 거야?!”

“아, 아니야!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 했다고! 나, 난 그냥…….”


희세는 굉장히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며 말한다. 감정이 한가득 들어 있는 격앙된 말투다. 내 대답에 더욱 당황해서 이젠 얼굴까지 빨개져서 말문이 막힌다. 딱히 말하지 않아도 희세가 무슨 상상을 했는지는 대략 답이 나온다. 그럴만도 하지, 말만 들은 정황 만으로는. 그러니까 사람이 변명을 하면 좀 들으라니까.


“그, 그건 범죄야…… 미성년자가 그런 짓을 하는 건…… 아, 물론 두 사람 합의 하에 그런 거라면 상관 없겠지만…….”

“아니, 아니라고~~!! 왜 자꾸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데!”

“아아~ 너무 아팠어요. 처음이었는데. ……마음이. 케헤헤헤헤헷.”

“그만 해라, 너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성빈이조차 나긋나긋한 말투로 조곤조곤 말한다. 굉장히 진지하고 슬퍼 보이는 눈망울로. 나는 발악하듯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백을 주장하는 억울한 눈망울과 함께 행동으로 내 행동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미래의 드립은 나의 말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든다. 희세는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됐고, 성빈이 역시 약간 볼에 홍조가 돌며 더욱 서글픈 표정이 된다. 미래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흥분한 애들을 쳐다본다.


“나도, 나도 웅이랑 같이 잘래!”

“안 돼, 같이 자면!”

“히익! 화, 화냈어…….”


이 때에 가만히 있던 리유는 눈치도 없이 한 마디 했다가 돌아오는 내 짜증의 화살을 맞고 울상이 된다. 어째 난장판이 된 것 같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야지, 그냥 넘어갈 거야?!”

“아니, 그게…….”

“그래, 변명이라도 해봐.”

“에엣, 성빈이 너마저?!”


가만히 뱉어 버린 라면의 면발을 떠 다시 입에 넣으려는데 희세가 잔뜩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여전히 얼굴은 빨갛게 돼 있지만. 거기다 얌전히 있던 성빈이마저 나를 닦달한다. 희세는 그렇다고 치는데 성빈이마저 저렇게 다그치니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말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여자애들을 쳐다봤다.

내 말을 대기하고 있는, 초조해보이는 표정의 희세와 성빈이. 리유는 그저 방금 전에 내가 소리쳤다고 삐쳐서 혼자 툴툴대고 있고, 미래는 배시시 웃으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 나오면 드립 쳐서 내 반응 보려고 하는 속셈이겠지. 한숨을 푹 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있는 그대로 말하자.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그 날 있었던 그대로 말하면 되잖아. 그 때의 사정이라던가 그런 것도 전부. 그럼 오해가 풀리겠지. 늘 말하지 않는가, 소통의 부재가 문제라고.


“그러니까, 주말에 놀러 갔었는데…… 기차가 끊기는 바람에…… 미래 다리 다쳐서…… 그리고 그냥 잤어. 아무 일도 없었다고.”

“…….”


중간의 ‘……’은 여백이 모자라 줄인 것이다. 세세하게 자세하게 모든 사정을 희세와 성빈이에게 말했다. 둘은 듣는 내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내 말을 듣는다.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내 얘기가 끝이 나고, 잠시 정적이 맴돈다. 미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걸 믿으라고?”

“믿어 좀! 구구절절 다 말했잖아! 이 이상 어떻게 더 좋게 말하라는거야.”

“그, 그야~”


희세는 팔짱을 끼고선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이럴 줄 알았어. 기껏 설명한 게 한순간에 무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희세는 움찔 하며 대답한다.


“마, 말이 안 되잖아! 남자애랑 여자애랑 한 방에서 잤는데, 게다가 그 남자애가 넌데.”

“그 남자애가 나인게 무슨 상황이길래! 대체 너네는 나를 뭘로 생각하는데! 남자가 그렇게 다 변태야?!”

“응. 변태새끼.”

“……변태 씨?”


희세의 말에 나는 잔뜩 반박하며 말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변태 씨’. 아까도 말했지만 희세는 그런대로 납득 하겠는데 성빈이마저 나에게 ‘변태 씨’ 라고 하니 충격이 배로 다가온다. 아아, 성빈이 너마저!


“으에에! 막 침대에서 미리랑 부비부비하고 그런 거 아니야! 막 만지고, 냄새 맡고, 부들부들 하면서! 웅이는 변태니까!”

“야, 너, 너! 어디서 그런 몹쓸 말을 배워가지고! 누, 누가 그래?!”

“지, 진짜야?!”

“너도 그렇게 바로 믿지 마! 얘가 보기라도 했어! 아, 진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삐쳐서 혼자 툴툴대던 리유가 발악하듯 말한다. 아마 삐친 자기 달래주지 않았다고 발악하는 거겠지. 아니, 상황이 상황이잖아. 여자애 두 명이 잔뜩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 쳐다보고 있는데 그 쪽이 더 급한 불이잖아. 하지만 리유 덕분에 더욱 큰 불로 번진 것 같다. 희세는 또 어린애처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놀란다. 왜 내 구구절절한 말은 안 믿고 신빙성 제로의 리유 말은 믿는 건데?! 결국엔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거잖아!! 아니, 뭐…… 리유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닌데. 어쨌든 저건 그냥 예측샷(?)일 뿐이잖아!


“아아, 솔직히 좀 커서 놀랐어요. 그렇게까지 커지는 줄은 몰랐는데.”

“또 무슨 엄한 소리 하는 건데!! 게다가 수위 너무 쌔! 어지간히 하라고!!”

“저…… 정말 그렇게까지 커져? 놀랄만큼?”

“호기심 강하네! 왜 그 쪽에 호기심이 가는데!!”

“흥흥! 나 빼고 부비부비하고! 미리가 그렇게 좋아! 변태변태 왕변태~!”

“으아아아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다. 가뜩이나 리유 때문에 엉뚱한 쪽으로 달아오른 대화 분위기는 미래의 한 마디에 더욱 가속되어 폭주 상태에 이르렀다. 희세는 잔뜩 얼굴이 빨개져서 미래를 쳐다보며 넌지시 물어본다. 굉장히 부끄럽지만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다. 미래는 ‘그럼요~ 언니는 참, 그런 쪽은 약한가보네요~?’ 하며 깔깔대며 말한다. 엉뚱한 소리를 하지 않게 하려 애써 미래를 저지시키는데 옆에서 또 리유가 낑낑대며 말한다. 악의 섞인 미소를 보니 숫제 관심을 끄려는 수법이지만 참 난감하다. 희세는 얼굴이 빨개져서 여전히 미래와 무언가 속삭이고 있고, 리유는 계속 ‘변태’, ‘부비부비’ 등의 자극적인 말을 써서 내 관심을 돌리려 한다. 난장판 속에서 성빈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타락한 인간 군상들을(?) 보고 있다. 아, 진짜 개판이네. 뜨겁게 달아오른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한참이 걸렸다.



미래 덕분에 발생한 광란의 점심시간이 어떻게든 무사히 끝이 났다. 지금은 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 앞으로 미래와 희세가 같이 걸어가고 있고, 나는 양 옆에 리유와 성빈이와 함께 걷고 있다. 토라진 리유를 달래느라 지금도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리유는 강아지처럼 좋아 하며 내 옆으로 달라 붙는다. 성빈이는 그런 리유와 나를 힐끗 쳐다본다. 어째 성빈이의 시선이 영 좋지 않아 보이는데. 기분 탓이겠지.


“어이어이, 뭐 떠드는 거야. 근미래!”

“에에, 아무것도 아니에요~ 딱히 경험담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무슨 쓸데없는 말 하는 건데! 어이, 나희세! 너 미래 엄청 싫어하지 않았어?!”

“……넌 닥쳐, 변태새꺄! 네, 네가 신경쓸 건 아니잖아!”


앞 쪽에서 과도하게 서로 밀착한 체 속삭이며 밀담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미래와 희세다. 틀림없이 희세, 미래 엄청 싫어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저렇게 달라붙어서 얘기하고 있다. 한 쪽에서 싫어하면 받는 쪽도 그리 좋아할 리는 없을 테니, 미래 역시 희세를 그리 탐탁지 않게 봤을 텐데.

아니, 내가 볼 때엔 저건 친해진 게 아니야. 미래는 나랑 같이 잤다는 얘기로 최대한 나를 놀려 먹으려는 속셈이고, 희세는 그걸 진짜로 믿고 어떻게든 더 자극적으로 자기가 바라는 말을 들으려는 거겠지. 미래가 ‘언니 언니’ 하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지금은 곧이곧대로 듣고 있다. 아마 ‘언니’소리 듣기 싫은 것보다 더 큰 자극적인 이야기를 미래가 쥐고 있기에 그런 게 아닐까. 괜히 더 오해를 할까봐 미래를 저지하려 했지만 오히려 희세 쪽에서 쏘아 붙이곤 더욱 빠른 걸음으로 나보다 앞으로 걸어간다. 나참.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아이, 진짜, 진짜! 성빈이 너마저 그렇게 말하면 난 어떡하냐!”

“미, 미안…… 그치만, 아무래도 역시…… 이상하니까.”

“나도 후회하고 있어. 어떻게든 찜질방을 갔었어야 했는데. 하아…….”

“…….”


성빈이는 내 말에 약간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며 대답한다. 나 역시 괜히 부끄러워져서 내뱉듯이 말했다. 리유에게서 섹드립을 들으면 ‘나의 리유는 이러지 않아! 너만은 순수한 리유로 남아줘!’ 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이, 성빈이도 마찬가지이다. 성빈이만큼은 내가 뭘 해도 나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눈으로 보리라고 믿었는데. 뭐, 특별히 실망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분명 누가 듣기에도 의심할만한 얘기니까.

내 말을 끝으로 성빈이는 입을 다물었다.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괜히 창피해져서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리유는 힐끔 나와 성빈이를 쳐다보고 말한다.


“미리랑 웅이랑 같이 자면, 이상한 일 일어나?”

“……!”

“아니 아니, 이상한 일이라니! 전혀 이상하지 않았어! 그냥 잠만 잤어, 잠만 잤다고!”

“웅. 근데 왜 비니 얼굴 빨개졌어?”

“…….”

“네가 이상한 말 하니까 그러지……! 어휴.”


리유는 아이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천진난만한 반응 때문에 더욱 창피해졌다. 힐끔 성빈이를 보니 성빈이 역시 희세처럼 얼굴이 빨갛게 됐다. 나는 괜히 리유에게 신경질을 냈다. 이 여자애, 대체 얼마만큼 천연인거야? 분명 중학교 때라던가, 그 전 초등학교 때에도 기초적인 성교육은 분명 가르치는데! 완전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 같은 반응이잖아! 아니, 요즘 애들은 성숙해서 초등학생이어도 알 거 다 아는데! 도통 고등학생이라곤 믿기지 않는 리유의 정신연령이다. 리유 덕분에 나와 성빈이는 더욱 어색해졌다.


“……웅도는 미래 좋아해?”

“……! 아, 아니, 전혀! 누가 그래?! 내, 내가 누굴 좋아하다니, 가당키나 하겠어! 하하하!”

“……그렇구나.”


성빈이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본다. 질문 내용이 충격적이라 나는 펄쩍 뛰며 과민하게 반응하며 대답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내가 누굴 좋아하거나 그럴 처지가 되겠는가.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불운한 운명인데. 미래 귀엽지, 나도 좋아해. 하지만 정말, 이성적으로 ‘좋아한다’ 라고는 못 하겠다. 분명 매력적인 여자애지만, 아직 알게 된지도 얼마 안 됐고, 내 이상형하고는 거리가 멀어. ……뭐, 확실하게 내 이상형인 건…… 성빈이는 묘하게 만족한 듯한 미소를 띤다. 조금 어색하게 달뜬 분위기로, 학교까지 걸어갔다.



“야, 근미래!”

“네?”

“잠깐 나좀 보자.”

“어멋…… 오라버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개소리 집어 치우고! 자꾸 이상한 드립 쳐서 오해하게 하지 말고.”

“꺄하하하.”


학교에 도착했다. 교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나는 미래를 불러 세웠다.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미래는 또 잔뜩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해 희세를 흠칫 놀라게 만든다. 나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일갈하고 미래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계단 옆 복도로 향했다. 약간 화난 것처럼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씩씩대며 앞장섰다.


“무슨 생각으로 그걸 애들 앞에서 말해! 내가 말하지 말랬잖아!”

“흐흥. 재미있잖아요.”

“내가 놀림당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아오, 놀리는 건 괜찮은데!! 왜 사람 난처하게 애들한테까지 말해버리는데! 넌 안 창피해?”

“네? 저는 자랑스러운데요. 오빠의 처음을 가져간 여자앤데♡”

“무, 무슨 개소리를! 너 진짜! 여고생이 그런 말 하면 안 돼! 작작 좀 해!”

“에휴, 이 할아버지 같은 오빠.”


나는 정색하고 약간 훈계하듯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째 씨알도 먹히질 않는다. 도리어 미래의 장난스런 말에 내가 역으로 당황하게 됐다. 누가 들었을까 두려운 말이다. 얼른 주위를 살피니 다행이 들을만한 사정권에 누가 있진 않다. 하긴, 괜히 ‘인적이 드문 계단 옆 복도’가 아니니까.


“오빠, 바보 아니에요?”

“엉? 무슨 소리야, 또?”


미래는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이 녀석, 또 무슨 수작을 걸려고 저런 말을. 미래는 은근하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제가 왜 희세 언니랑 성빈이한테 말하면 안 돼요?”

“그야! 희세는 잔뜩 짜증낼 게 뻔하고! 성빈이도 들으면 충격 먹은 표정 지으니까!”

“왜 그런데요?”

“어?”


미래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멈칫 했다. 그러게, 왜 그런 거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 결론이 나지 않아 황급히 대답했다.


“희세는, 샘나서 그런 걸 테고, 성빈이는…… 어색하니까?”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 에요, 오빠는.”

“……무슨 말인데.”

“왜 샘나는데요? 왜 어색한데요?”

“……??”


미래는 계속해서 내 대답을 파훼하고 계속 되물어 난감하게 만든다. 그, 그러게. 굳이 희세가 나랑 미래가 같이 잔 것 가지고 샘을 낼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저번에 솔직하게, ‘너랑 미래랑 놀면 짜증나니까!’ 하고 말해서 납득은 가긴 하지만. 성빈이는, 솔직히 내 쪽에서 의식하는 게 더 크지. 나 못지않게 성빈이도 의식하는 것 같지만. 의식한다라…… 뭐를 의식해? 응?


“봐요. 오빤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바─보.”

“그러니까, 뭐가 모른다는……”

“그건 오빠가 알아서 찾으셔야죠? 바보 오빠.”

“……??”


미래는 새침하게 쏘아 붙이곤 귀여운 종종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간다. 나는 멍하니 그런 미래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뭐야, 뭐라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 왜……? 왜?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아!’ 하고 미래가 뒤돌아 선다. 그리곤 이쪽을 보고 꽤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이러는 편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히히히.”

“……아오.”


미래의 말에 나는 그 깊은 뜻을 드디어 이해했다. 결국엔 난장판을 만들어서 자기 재미 보려는 미래의 계략 아니야. 외마디 탄성을 지르고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이제 슬슬 수업 시작할 때다.


작가의말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3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0 16:25
    No. 1

    행복한 시키.... =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6:43
    No. 2

    그렇습니다. 동급생_4명이랑_교실에서.avi 같은 거겠죠. 부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20 16:40
    No. 3

    그런데 설정상 리유한테 남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알건 다 안다고 했는데 내용중에 초등학교3학년 같은 반응이란게 이상하네요. 놀릴려고 그런거라면 확실히 이해가 가지만요.
    그리고 '관심을 끄려고'에서 오타났네요. '관심을 끌려고'인것 같습니다. 웅도가 눈치를 챈건지 안챈건지 애매합니다ㅠㅠ 계략이 아니라는건지 계략이란건지 햇갈리게 서술을 해놨네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6:42
    No. 4

    엇, 남동생 있었나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네, 절대 까먹고 그런 건 아닙니다. 다 치밀하게 계산된 저의... 후후... 사실 까먹은 거에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0 16:45
    No. 5

    고자인 거야, 저게 정상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아오, 저 ㅄ.
    아니, 안 하는 거야, 솔직히 그게 자연스럽고, 오히려 성욕을 잘 다스렸으니 칭찬해 줘야 할 부분인데, 눈치가 저렇게 없나? 아니,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하하..." 도 아니고 그냥 "왜 저러지?" 는 뭐야. 하, 답답한 시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7:36
    No. 6

    ...왠지 저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아뇨, 웅도는 사려 깊으니까, 고자가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0 17:40
    No. 7

    고자인 건 상관 없는데 호구인 건 답답해서 못 봐주겠습니다. 호구도 귀여운 호구면 또 몰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8:22
    No. 8

    ...확실히 귀엽지는 않지요. 어떻게 귀엽게 쓰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20 18:53
    No. 9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9:55
    No. 1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2.20 19:21
    No. 11

    가장 고전적인 '난 아무것도 몰라요' 타입의 남주인공으로 가는 모양이네요
    전에 리유한테 찝적대던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뭐 그러려니하고 잘 읽고 갑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성빈이처럼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는 그냥 없애버려도 아무도 눈치못챌테고
    미래는 그냥 먼 미래로 보내버리면 좋겠고 리유는 철컹철컹이니
    남는 사람은 한 명...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9:56
    No. 12

    어멋... 과연 누가 정실부인(?)일까요? 누구에게 더 정통성(??)이 있을까요? 저도 고민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20 19:22
    No. 13

    쟨 인기가 없는 게 아니고 눈치가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19:56
    No. 14

    그렇지요, 눈치, 눈치가... 없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0 20:32
    No. 15

    전형적인 에로게의 남주인공...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0:41
    No. 16

    아닙니다, 여기엔 사정이... 아아... 좋은 사정이다... 응?
    여튼, 사정이 있어요! 주인공이 고자가 된 이유가! (사회주의 선동질을 많이 했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20 23:40
    No. 17

    남동생 보고싶네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0 23:51
    No. 18

    리유 남동생이면… 후후, 역시 귀엽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21 02:22
    No. 19

    못된 기집애 찌질한 색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1 07:53
    No. 20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정확한 한줄평!!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1:14
    No. 21

    그냥 미래야 너가 덥치지... 쟨 답이없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탈퇴계정]
    작성일
    19.11.18 18:16
    No. 22

    난성빈이아니면미래가맴에드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9.11.18 21:15
    No. 23

    아아니.... 이걸 지금도 보시는 분이 있다니!
    감사합니당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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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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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7화 - 2 +25 14.02.20 2,155 54 18쪽
» 17화. 여난. - 1 +23 14.02.20 2,352 44 18쪽
66 16화 - 4 +25 14.02.19 2,318 58 22쪽
65 16화 - 3 +23 14.02.19 3,070 56 19쪽
64 16화 - 2 +23 14.02.17 3,065 72 20쪽
63 16화. 놀러가요, 오빠! - 1 +21 14.02.16 2,874 63 19쪽
62 15화 - 4 +17 14.02.15 2,507 62 25쪽
61 15화 - 3 +24 14.02.14 2,310 53 24쪽
60 15화 - 2 +17 14.02.13 2,396 60 20쪽
59 15화.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 1 +23 14.02.12 2,513 64 19쪽
58 14화 - 4 +21 14.02.11 2,261 5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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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4화 - 2 +17 14.02.09 2,415 58 24쪽
55 14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 1 +21 14.02.08 2,484 51 19쪽
54 13화 - 4 +28 14.02.07 3,022 76 19쪽
53 13화 - 3 +21 14.02.06 2,450 56 22쪽
52 13화 - 2 +25 14.02.05 2,104 57 20쪽
51 13화. 전화위복 - 1 +21 14.02.04 2,698 53 17쪽
50 12화 - 4 +16 14.02.03 3,155 55 21쪽
49 12화 - 3 +24 14.02.02 2,586 73 22쪽
48 12화 - 2 +16 14.02.01 2,497 7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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