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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326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29 02:37
조회
2,759
추천
56
글자
22쪽

10화 - 3

DUMMY

“음음음─”


설거지는 거의 끝나간다. 어려울 것도 없다, 집에서 자주 했는걸. 무자비한 누나의 횡포에 의해, 엄마가 없는 날이면 내가 모든 걸 다 했었지. 지금도 아마, 내가 누나보다 살림은 더 잘할 거다.


“제법 깔끔하게 잘 했네.”

“그럼, 내가 누군데.”

“…흥, 변태새끼 주제에.”


희세는 설거지를 해 줘도 내가 못 미더운지 와서 검사해본다. 나는 피식 웃으며 희세의 말투를 따라해 대답했다. 이에 기분이 나쁜지 희세는 한 마디 내뱉곤 거실로 돌아간다. 나도 또한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왔다.


다시금 한가로이 TV를 보는 시간이 됐다. 살짝 지루할 법도 하지만 나는 케이나인을 품에 안고는 그 따뜻함을 느끼며 먹은 걸 소화시키고 있다. 너무 배불러서 아직도 속이 거북하다. 희세와 희나는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희나가 흘리니 희세가 ‘여자애가 이렇게 흘리면 안 되지, 하나도 안 예쁘잖아.’ 하면서 닦아준다. 음, 참 훈훈한 자매네. 희나가 성장해서 고등학생이 되는 것도 나름대로 신선한 재미일 것 같다. 우선 훌륭한 표본(?)인 희세가 여기 있으니. 게다가 희나는 희세처럼 난폭하고 괴팍한 성격도 아닌 것 같으니, 더욱 착하고 좋은 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몸매도… 아이고, 10살 짜리 꼬마애를 두고 생각할 건 아니구나. 잊자.


“아!! 맞다.”

“응?”


희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박수를 짝 치며 말한다. 깨달음을 얻은 표정. 무의 경지로 돌아가는 것인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데 쇼파에서 일어난 희세는 케이나인과 한데 엉겨 누워 있는 내 쪽으로 온다. 그러더니 발로 내 옆구리를 냅다 찬다.


“일어나, 변태새끼.”

“어이어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차는 건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지.”

“그… 그렇다면 미안.”


정색하며 느긋하게 말하니 흠칫 놀라며 미안한 표정이 되는 희세. 어… 이런 반응을 유도한 건 아닌데. 당연히, ‘흥, 넌 개만도 못한 존재잖아?’ 하면서 깔보는 듯 시크하게 날 무시하는 태도를 예상했는데. 아니, 그런 걸 바란 건 아니고. 그치만 저렇게 미안한 표정으로 빠른 사과를 하니까 기분이 이상한데. 전혀 희세 같지가 않잖아.


“기, 기분 나빴어?”

“아, 아니, 괜찮아. 장난이야.”

“…….”


희세는 여전히 어색한 태도로 말한다. 눈을 마주치니 살짝 얼굴까지 붉힌다. 음… 아무래도, 그거겠지.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으니까 그러나보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친한 친구일수록 서로 지켜야 하는 게 있는데, 지금은 내가 막 희세랑 서로 악담을 나누며 은근히 미운 정이 쌓이며 친해지고 있었잖아. 발로 찬 것도, 딱히 악의를 가지고 찬 건 아닌데 내가 정색하고 말하니까 이렇게 반응하는 거겠지. 난 딱히 그렇게 화난 게 아닌데. 희세가 어색해하니까 나까지 괜히 어색하다.


“그, 부탁할 게 있는데.”

“부탁? 뭐?”


희세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하는 걸 망설인다. 아, 답답해. 아무래도 말해야 겠다.


“발로 찬 거, 화 안 났어. 너무 안 미안해해도 되. 정색하고 장난 친 건데.”

“누, 누가 미안해 한다고!! 나, 난 그냥! ……응. 미안하니까.”

“괜찮아 괜찮아, 난 네가 짜증낼 줄 알고 그렇게 반응한 거였는데.”

“왜, 왜 내가 짜증내는데, 거기서?! 나는 무조건 짜증만 내야 되?!”

“아아니, 아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 이래야 희세답지. 적절한 곡해와 오해 뒤의 짜증. 리유를 다루는 데에 삐침 → 귀여워 해줌 → 풀림 이런 공식이 있듯, 희세의 패턴도 정형화된 무언가가 있다. 희세는 잔뜩 짜증을 부리며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어 어쨌든!! 도와줘.”

“알았어. 뭔데?”


아니, 무슨 일인지는 알려주고 도와달라고 해야 할 게 아닌가. 뭐, 먹을 것도 밥도 배 터지게 얻어먹었으니 무슨 일인들 못할까. 아마 틀림없이 남자애가 필요한 힘세고 강한 일이겠지. 뭐든 잘 하는 희세니, 희세가 나한테 부탁할 만한 건 그런 것밖에 없겠지. 적어도 힘만큼은 희세가 그렇게도 무시하고 싫어하는 남자가 강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아니면 뭐, 망치질 같은 일? 그런 거 있잖아, 집안에서도 남자만 해야 될 것 같은 일들. 사다리 타고, 망치 가지고, 드릴 가지고, 그런 거. 뭐, 우리 집은 아빠가 하지만 아빠가 출장 가신 뒤로는 내가 줄곧 하게 됐지만. 엄마도, 누나도 가련한 여성분들이시니 어쩔 수 없지만.


“샤워 시켜 줘.”

“……엣?!”


희세는 아무렇지도 않게, 케이나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케이나인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나는 3초 정도 정적을 지킨 후 깜짝 놀라 희세의 쇄골 쪽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왜 그 쪽을 쳐다보면서 대답하는데!! 그, 그치만 말하는 게!!

‘샤워 시켜 줘’ 라니!! 이 무슨 변태 플레이인가!!

그, 그런 건가. 희세는 그런 취향… 바깥에서는 누구보다 완벽하고 뛰어난 여성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남자에게 보살핌 받고 싶은, 극도로 수동적인 여자애… 그러니까, 심지어 씻는 것조차 자기가 아닌 다른 이에게 받고 싶은, 그런 M!!! 끄아아 그게 뭐야!! 진짜 변태 같잖아!! 이런 여자애가 왜 나한테 변태라고 하는 거야?! 누가 누구더러!!


“…그 눈 뭐야. 너 설마… 서, 설마 그런 엄청 기분 나쁜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어… 그, 샤워 시켜 달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이, 이… 이 변태야!!!!!!”

‘퍽!!!!’

“끄아아아아아!!!!!”


희세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살짝 얼굴이 상기되 있는 걸 보니 무언가 짐작한 모양이다. 나는 잔뜩 긴장해서 희세의 가슴 쪽을 힐끔힐끔 보며 말했다. 희세는 잠시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온다. 그러더니 양 손을 내 양 어깨에 올려 놓는다. 그러더니 매우 빠르고 강한 니킥을 가했다. 그런데 거기가! 때린 거기가!

아, 하필이면 니킥이 영 좋지 않은 곳을 지났어요. 잘 알아두세요. 선생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아, 앙대!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이 은은한 고통은. 고간에서부터 시작돼 1초에 한 텀씩 전신으로 물감 번지듯, 하지만 매우 천천히, 그러나 끈끈하게, 전신을 잠식하듯 퍼지는 이 격을 달리하는 고통은. 그 고통은 점차 배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며 내 모든 신경을 옥죄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흑화한다!!!! 크하아아아악!!!!!!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서쪽의 웨스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윈드를…… 크큭, 하찮은 닝겐들 주제에…… 끄아아아아!!!!!!


는 상상일 뿐이고, 나는 영 좋지 않은 곳을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져 새우 같은 모양새로 몸을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다. 희세는 잔뜩 당황해서 ‘어어, 어!! 어어, 괜찮아? 어, 어떡해, 1, 119! 119 불러?!’ 하고 정말 당황한 목소리로 거의 울먹이며 말한다. 아니, 제발 119는 부르지 말아줄래. 어디 가서 여자애한테 X알 맞아서 119 타고 병원 갔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끄아, 그보다 진짜 아프네… 정말 기절할 것만 같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고통이 이런 걸까.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상남자인지라 이런 고통으로 무릎 꿇거나 하지 않는다. …무릎 꿇진 않고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버르적거리고 있는 건 안자랑이지만… 혹시 몰라 슬쩍 손으로 만져보니 다행이 멀쩡한(?) 것 같다. 다만 고통이 영 가시질 않아 계속 벌레처럼 바닥에서 버르적거리고 있을 뿐.

그래도 같은 수컷(?)이라고, 내 고통을 이해하는지 케이나인은 ‘낑낑’ 하는 녀석 답지 않은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핥아주고 있다. 희나는 ‘오빠 왜 저래?’ 하며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하고, 희세는 너무 당황해서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아? 으으, 미안! 미안해! 난 배 때리려고 한 건데!! 미안해!!’ 하며 말한다. 그렇게 한다고 때린 게 어디 가는 건 아니잖아. 한동안 영원히 고통 받는 순간처럼 굳어 있었다.




─“그, 니, 니가 이상한 눈으로 보니까!”

“그렇다고 여길 때리는 건 좀 아니지.”

“으으우… 미안.”


희세의 우기는 듯한 말투에 나는 심드렁하게 한 마디 했다. 이에 희세는 눈을 흘기며 나지막이 말한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눈빛에 나는 ‘이제 됐어, 괜찮아.’ 하고 말했다. 사실 안 괜찮은 것 같지만. 희세 말로는, 배를 때리려고 했다는데. 어이어이, 그 정도 파워라도 배를 때렸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위험했다고. 뭐, 영 좋지 못한 곳이 맞아 더욱 위험했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피워 보지도(?) 못하고 절명할 뻔 했어.

나와 희세는 목욕탕에 있다. 그건, 희세가 부탁한 것 때문에. ‘씻겨줘…♡’ 라는 희세의 부탁.

…아니, ♡은 언제 붙은 건데?!! 희세가 언제 그렇게 에로하게 말했다고! 상상도 안 간다야!!

희세가 씻겨 달라는 건, 케이나인을 말하는 거다.


그, 그렇지?! 다행이지!! 하긴, 희세가 무슨 초초초난감변태도 아니고! 자기 몸을 씻겨달라고 할 리가 없잖아! 말만한 처녀가! …근데 이 묘하게 아쉬운 마음은 무엇일까. 그건, 내 마음 안의 음란마귀가 아쉬워하는 걸까. …진짜 씻겨달라고 하면 씻겨주게?! 아악!!


“우리 나인이, 엄청엄청 순하고 착한데, 딱 하나 안 좋은 게 샤워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에에, 그래. 보통 그건 고양이들이 그러지 않나. 개들은 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샤워를 안 좋아한다기보다는.”


희세는 샤워기를 틀며 물 온도를 손으로 만져보며 말을 잇는다.


“샤워 자체는 그냥저냥 하는데, 문제는 물 묻은 체로 나한테 잔뜩 달려들고 엉겨 붙고, ‘같이 놀자아~’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막상 제대로 씻기지도 못하고. 너무 힘들어, 씻기고 나면 녹초야.”

“아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제대로 못 씻기겠다는 말이지, 케이나인이 자꾸 발버둥 치니까. 알지, 평소에도 계속 희세나 희나한테 달려들어서 핥고 요망한 허리놀림을 보여주는 녀석인데, 물까지 젖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면, 어휴… 가뜩이나 덩치도 크고 털도 많아 샤워시키기 힘들 것 같은 녀석인데.


“그럼 난 뭐 도와주면 돼? 다리 붙잡고 있기?”

“무, 무슨 소리야! 하여튼, 무식하기만 엄청 무식해서. 다리 붙잡고 씻기다니, 무슨 물고문이야?!”


희세는 깔보는 말투로 나를 무시하며 말한다. …거 참, 애지중지 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그럴 수도 있지! 발버둥치는 게 싫다니까, 붙잡고 씻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어휴, 말을 말지 내가.


“너는, 나인이 안고 같이 놀아주면 돼.”

“아~ 그럼 네가 씻기고?”

“응. 거기다 물 뿌리고, 씻기면 돼.”

“자, 잠깐?! 그럼 나도 같이 젖는 거 아냐!”

“그건 네 사정이구. 알아서 잘 피하던가.”

“……좀 봐달라구, 너무 무책임 한 거 아냐.”

“어쨌든, 그렇게만 해 주면 돼.”


희세는 굉장히 무책임하게 말하며 툴툴댄다. ‘됐다’ 하곤 세숫대야에 물을 받는다. 내 말에도 굉장히 무성의하게 말한다. 어휴. 옷 나름대로 챙겨 입고 온 건데. 젖으면 안 되니까, 벗어야지.


“무… 무슨 짓이야?! 뭘 멋대로 벗는 건데!!”

“아니, 젖을 수도 있다며. 그래서 벗어두려고.”

“아, 아, 아, 그, 그거였어?! 어, 잠깐만. 뒤, 뒤돌아 있을 테니까!”

“에엑.”


남방의 단추를 푸는데 희세는 갑자기 눈이 커지며 얼굴이 순식간에 왈칵 붉어지며 말한다. 내 무덤덤한 대답에 희세는 굉장히 당황해하면서 손으로 눈을 가리며 홱 몸을 돌린다. 의외로 이런 면은 또 부끄럼이 많은 타입인가. 애초에 내가 아예 웃통을 벗고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안에 반팔 티 입고 있는데. 참, 이해할 수가 없네. 하긴, 한창 때의 소녀심이니, 부끄러울 만도 하지. 남방은 벗어서 밖에다 놓고, 바지는 차마 벗을 순 없기에 최대한 끌어 올려 반바지처럼 만들었다. ‘다 했어’ 하고 말하자 희세는 주볏거리며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몸을 돌린다. 눈까지 질끈 감고 있네, 귀엽게. 살며시 눈을 떠보곤 반팔을 입고 있는 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다행이네.’ 뭐가 다행인데?! 내 웃통 보면 무슨 최후의 심판 같은 게 떨어지냐!!


“자, 케이나인. 이리 와.”

“끼잉, 끼잉!”

“얼른 씻어야지! 씻는 거 싫어? 일루 와.”

“월!”


케이나인은 큰 덩치에 맞지 않는 귀여운 신음소리를 내다 희세가 한 번 더 부탁하니 한 마디 짖곤 그 거대한 덩치를 끌고 목욕탕으로 들어온다. 이야, 참 똑똑한 강아지네. 막 희세 눈치 보고 못 이기는 척 들어오는 걸 보니 개가 아닌 사람 같은 느낌이다. 씻기 싫어하는 것도 애기들하고 일맥상통 하는 것 같고. ‘희나는?’ 하고 물으니 ‘희나 낮잠. 희나는 나인이 씻기는 거 싫어하거든. 물 튄다고.’ 하고 냉정하게 말한다. 약간 화난 것 같은 목소리. 아아, 그러니까 나인이 샤워는 희세가 전담하는구나. 하긴, 10살짜리 꼬마애가 도와준다고 한들 뭘 도울 수나 있을까.

목욕탕이 그리 큰 사이즈가 아닌지라, 케이나인이 들어오니 꽉꽉 들어차는 느낌이다. 변기에, 세면대에, 욕조에, 그렇게 이것저것 빼고 남은 공간에 남자애 한 명, 여자애 한 명, 개 한 마리 들어가 있으니 공간이 좁을 수밖에. 욕조에서 씻기면 그나마 공간 좁은 게 해소되겠지만, 욕조에 세 명이 들어가 있는 것도 참 진풍경이거든. 그냥 이게 낫지. 그리고 욕조엔, 희세가 세숫대야를 놓고 물을 받아놔서. 케이나인은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낑낑대며 나와 희세를 번갈아 쳐다본다.

여기저기 축축한 기운, ‘쏴아─’ 하고 소리가 나는 물줄기. 주인과 함께 동행하는 수상한 남자. 케이나인 입장에서 여기는, 공포스러운 공간이겠구나.


“자, 케이나인─ 이 쪽 봐.”

“월!”

“후후후. 아익! 으핳, 넘어져 넘어져! 아유, 이놈 힘도 장사네.”

“끼잉.”


케이나인은 다정한 내 목소리에 내 쪽을 보곤 앞다리를 척 내 어깨에 올린다. 쭈그리고 앉아 있던 나이기에 키 높이가 딱 맞는다. 매우 큰 크기의 녀석인만큼 힘도 매우 강해 쭈그리고 앉은 나를 쓰러뜨릴 기세로 좋아서 핵핵거리며 달라붙는다. 거기다 할짝할짝 얼굴을 핥는데 침이, 우와─ 대량의 침으로 얼굴에 세수를 하는 기분이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희세를 쳐다봤다. 희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샤워기를 든다.


‘쏴아─’

“월월! 워워월! 끼잉끼잉!”

“아앙, 아악! 나인 가만히 있어! 잠깐이면 돼!”


샤워기로 물을 뿌리니 케이나인은 금세 불안한 표정이 돼선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 나랑 재밌게 잘 놀고 있었는데! 녀석은 최대한 물을 피하며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물이 튀기 시작하고, 케이나인은 짖기까지 한다. 뭔가 애처로운 듯 애타는 울음소리다. 희세의 진정시키는 말에도, 녀석은 별다른 진정 없이 계속 울부짖으며 발버둥 친다. 물은 튀고, 케이나인은 울부짖고, 희세는 이제 짜증에 가깝게 소리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악! 나한테 물을 뿌리면 어떡해!!”

“아, 미안.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러고 있으니까 훨씬 괜찮다.”

“옷 다 젖었는데… 에이, 모르겠다.”


나는 발버둥치는 케이나인을 끌어 안았다. 아무리 케이나인이 힘세고 강한 강아지여도 기본 착한 녀석이고, 지금은 불안해서 발악하는 거니 충분히 내 힘으로 안아서 제압할 수 있다. 물론 케이나인이 전력을 다한다면 내가 지겠지만. 그 정도로 케이나인의 힘은 강하다. 희세는 이 때를 노렸어! 하는 눈빛으로 샤워기로 케이나인에게 물을 쭉 뿌린다. 문제는 껴안고 있는 나까지 물을 한됫박 맞았다는 거지만. 잔뜩 짜증을 부리며 항의하는 말을 하자, 희세는 혀를 쭉 내밀며 말한다. 어휴, 내가 말을 말지. 옷을 벗은 수고도 별 소용없이 이미 옷이 여기저기 다 젖었다. 머리카락은 이미 물에 흠뻑 젖어 있다.


“자, 이제 비누칠하자─ 음, 우리 나인이 착하니까!”

“음…”


희세는 애견 전용 샴푸라고 적혀 있는 통을 쭉 짜며 말한다. 케이나인의 풍성한 털은 물 때문에 축 늘어져 굉장히 기괴하게 됐다. 삽살개? 아니면, 그거 있잖아, 군인들이 위장하는데 축 늘어진 축축한 풀 같은 거 둘러쓰고 있는 거. 케이나인은 이젠 모든 걸 포기한 눈으로 애처롭게 날 보고 있다. 포기했구나, 발악하는 거. 나는 슬슬 힘도 들고 해서 슬쩍 케이나인을 놓았다. 얌전히 앉아 있는 케이나인. 휴우, 다행이다.

희세는 케이나인 몸 구석구석을 씻겨준다. 거품이 몽실몽실 일어 순식간에 양처럼 보글보글해진 케이나인. 오, 귀엽네. 덩치 엄청 큰 양 같아. 희세는 케이나인의 다리를 들어 은밀한 곳까지 닦아준다. 이거… 괜히 쑥스러워 지는데. 희세랑 눈 마주치면 또 이상한 생각 했다고 짜증부릴까 두려워 얼른 케이나인의 얼굴을 보며 ‘귀엽네, 귀여워’ 하고 딴청을 피운다.


“으아아앗!”

“와우. 이게 뭐야.”


케이나인은 얌전하게 희세의 손길을 느끼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더니 얼굴부터 시작해서 팍팍팍 몸을 턴다. 순식간에 화장실 전체에 거품이 촤좌작 퍼졌다. 그리고 거기 있던 우리들도 전신에 다 거품이 묻었고. 허공에는 케이나인이 뿌린 거품들이 둥둥 떠다닌다. 희세는 얼굴을 찡그리며 케이나인를 흘겨본다. ‘이럼 어떡해! 화장실 청소해야 되잖아!’ 하곤 케이나인을 혼낸다. 어이어이, 혼내는 게 그 쪽 때문인가. 케이나인은 주인의 성에 풀죽은 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인다. 아아, 진짜 영특한 개네. 거품칠도 다 했고, 이제 물로 씻기기만 하면 된다.


‘쏴아아─’

“월월!”

“어멋! 미안, 뜨거워? 어어, 으아아!”


샤워기로 물을 틀어 거품을 씻겨 내는데, 그 때까지 가만히 있던 케이나인은 갑자기 또 날뛰기 시작한다. 희세는 당황해서 물을 만져보며 말한다. 하지만 케이나인은 더욱 거세게 날뛰며 희세의 다리 쪽으로 달려든다. 그리곤 척 척 발로 희세의 몸을 더듬으며 어깨까지 올라가 희세의 어깨에 양 발을 올린다. 거기에 꾸욱. 남자애인 나도 버티기 힘든 녀석의 힘인데, 가련한 여자애인 희세가 버틸 재간은 없다. 거기다 바닥도 목욕탕 타일인데다 물에, 비누 거품에, 미끄러움 투성이다. 희세는 샤워기를 놓치며 쭈욱 미끄러질 뻔 했지만 신기에 가깝게 균형을 잡으며 간신히 일어선다. 하지만 다시금 다리 쪽을 노려 힘을 가하는 케이나인의 재간에 희세는 결국 케이나인의 위로 쓰러진다.


‘와장창!’

“꺄아아앗!”

“우와아아앗!”


그 좁은 목욕탕에서, 그러고 넘어지는데 나라고 영향이 없을까. 쭈그리고 앉아 있다 봉변을 당하는 나. 케이나인과 희세와 한데 엉겨 붙어 바닥에 나뒹군다. 샤워기는 뒤집어져서 허공에 물을 쭉쭉 뿌린다. 아아, 하늘에서 따뜻한 비가 내리네─ 거기다 등짝하고 엉덩이는 축축해. 옆에는 케이나인이 헥헥대며 내 몸에 거품을 묻히고 있어. 그 옆으론 희세가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며 ‘에구구’ 하고 있고. …이게 뭐야! 개판이구만!!


“아우… 완전 개판이네.”

“으응… 케이나인! 왜 그랬어!”

“월!”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희세 역시 약한 신음을 내며 일어나 케이나인을 꾸짖는다. 케이나인은 외마디 짖곤 얌전하게 앉아 있는다. 희세는 얼른 샤워기를 끈다. 우와, 진짜 개판이네. 나나 희세나 할 것 없이 전부 흠뻑 젖었다.

……뭐야, 이거! 어, 엄청 야하잖아!! 희세 옷이 전부 젖어서,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래서 비교적 펑퍼짐해 보이던 니트였는데 완전 야하게 몸매를 다 드러내고 있다. 은은한 색의 브라 끈까지 다 보여! 우왓! 아니, 아니! 보면 안 돼, 또 뭐라 한다니까! 그, 그치만 자동으로 시선이… 게다가 묘한 부분에 왜 거품이 있는 건지!!


“뭐, 뭘 보는 건데 변태새꺄!!”

“아, 미, 미안합니다. 크흠흠. 잘못 했으니까 거기는 차지 말아주세요.”

“아, 안 차! 그럴 생각도 없었어!!”


희세는 문득 내 시선을 느끼고 왈칵 얼굴이 붉어지며 팔로 가슴을 가리며 말한다. 나는 뜨끔 해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번 건 변명하기엔 너무 적나라하게 빤히 쳐다봤기에, 조용하게 범행을 자백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희세는 더욱 소리치며 말한다. 약간 미안한 말투인 느낌이 드는 게 아직도 내 영 좋지 않은 곳을 차 버린 걸 미안해하는 모양이다. 오옷, 이건 좋은데? 이런 식으로 어물적 넘어갈 수 있다면야.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도 힐끔 희세를 본다. 가슴은 희세가 팔로 가려 못 보지만, 은은한 곡선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허리라던가, 그 골반으로 이어지는 선이라던가, 엉덩이 라인이라던가, 허벅지라던가! 볼 거리는 풍성하다. 저 애가 누군데. 그 나희세가 아닌가! 우리 반 최강몸매! 끄하하하! 이런 걸 아이쇼핑(?)이라고 하는 건가!

내 뜨거운 시선을 의식하다 못해 희세는 샤워기의 물을 틀고 그 샤워기로 나를 퍽퍽 때린다. 어이어이, 물고문이잖아 이거!! 태형과 물고문을 동시에 가하다니! 게다가 아퍼!! 아무리 연약한 여자애라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구로 때리면 충분히 타격이 있다구!! 희세는 ‘죽어, 죽어 죽어 이 변태변태 왕변태새끼야아아!!’ 하며 때린다. 아악, 아아악! 아퍼!!


작가의말

어허허... 춥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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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1.29 02:49
    No. 1

    나, 나이스. 아 햄보카다. 내가 이래서 이걸보려고 잠을 안자는겁니다.

    그나저나 날 잡아서 신사력 넘치는 뎃글들은 지워야겠어요. 뭔가 민망스럽...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9 02:52
    No. 2

    아뇨, 그러면 전 이 글 자체를 다 지워야 하는 걸요... 아뇨! 딱히 웅도는 웅도일 뿐이고 저는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1.29 03:03
    No. 3

    샤워신 후엔 침대씬이..................자매 덮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9 03:09
    No. 4

    !!!! 거유에 로리까지 한 번에... 으앜ㅋㅋ 감사합니다 아 댓글 달아주신 게 감사하다는 겁니다. 제 상상력을 증진시켜드린 것이 감사하다는 게 아니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광인입니다
    작성일
    14.01.29 03:04
    No. 5

    반성하세요 7세미만 관람가라니.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소한 19금까진 올라가야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9 03:10
    No. 6

    흑... 죄송합니다, 더욱 올려야지요. 하지만 외설적인 19세는 안 된다고 들어서, 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서완
    작성일
    14.01.29 14:07
    No. 7

    웅~ 변태 맞네요 ㅎㅎ 일반적인 반응은 개를 씻겨달라는 걸로 들었을텐데...
    웅~변태 확정!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9 17:13
    No. 8

    하핫, 네, 그렇지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20:01
    No. 9

    으음란마귀!! 씌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13 11:56
    No. 10

    주인공은 음란마귀 변태새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7 00:50
    No. 11

    "어푸프극그거으으..그으 그거거거구ㄱ"
    "죽어!!주거!!!주거!!!!죽으라구!!이변...어?"
    "......"
    "ㅇ..어어?"
    ".............."
    "어..이..이거.."
    ...힐끔
    ".......죽어버려----!!!!!!!!이개자식!!!!!!!"
    "낑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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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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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7화 - 3 +18 14.02.21 2,108 54 20쪽
68 17화 - 2 +25 14.02.20 2,155 54 18쪽
67 17화. 여난. - 1 +23 14.02.20 2,352 44 18쪽
66 16화 - 4 +25 14.02.19 2,318 58 22쪽
65 16화 - 3 +23 14.02.19 3,071 56 19쪽
64 16화 - 2 +23 14.02.17 3,065 72 20쪽
63 16화. 놀러가요, 오빠! - 1 +21 14.02.16 2,874 63 19쪽
62 15화 - 4 +17 14.02.15 2,507 62 25쪽
61 15화 - 3 +24 14.02.14 2,311 53 24쪽
60 15화 - 2 +17 14.02.13 2,396 60 20쪽
59 15화.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 1 +23 14.02.12 2,513 64 19쪽
58 14화 - 4 +21 14.02.11 2,261 59 19쪽
57 14화 - 3 +18 14.02.10 3,803 139 21쪽
56 14화 - 2 +17 14.02.09 2,416 58 24쪽
55 14화. 나는 변태가 아니야! - 1 +21 14.02.08 2,484 51 19쪽
54 13화 - 4 +28 14.02.07 3,022 76 19쪽
53 13화 - 3 +21 14.02.06 2,450 56 22쪽
52 13화 - 2 +25 14.02.05 2,104 57 20쪽
51 13화. 전화위복 - 1 +21 14.02.04 2,698 53 17쪽
50 12화 - 4 +16 14.02.03 3,155 55 21쪽
49 12화 - 3 +24 14.02.02 2,586 73 22쪽
48 12화 - 2 +16 14.02.01 2,497 76 17쪽
47 12화. 데이트? 소풍? - 1 +23 14.02.01 3,041 65 18쪽
46 11화 - 4 +11 14.01.31 2,606 57 19쪽
45 11화 - 3 +21 14.01.31 2,711 69 17쪽
44 11화 - 2 +9 14.01.30 2,538 56 17쪽
43 11화. 시험 - 1 +7 14.01.30 3,003 106 19쪽
42 10화 - 4 +11 14.01.29 2,901 70 23쪽
» 10화 - 3 +11 14.01.29 2,760 56 22쪽
40 10화 - 2 +7 14.01.28 3,739 8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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