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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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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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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2.0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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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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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8쪽

12화. 데이트? 소풍? - 1

DUMMY

“음…”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늦네.


평화로운 주말, 할 일 없는 잉여 인간인 나에게, 할 일이 생겼다. 지금, 리유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 오다 넘어졌나. 하긴, 그럴 리가…”


할 짓이 없으니 실없는 혼잣말이나 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리유를 기다리는 건, 어딘가 놀러가기 위함이다.

시험 끝나고, 리유와 놀러가기로 약속 했었다. 리유는 놀러 가고 싶은 데가 있다고, 꼭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말했다. 나야 뭐, 거절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주말엔 하는 것도 없으니까. 희세와 성빈이와 다 같이 우르르 가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뭐랄까, 이번엔 그냥 리유랑 단 둘이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니, 뭐 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러니까…


“우앙, 미안미안미안! 늦잠 자버렸어!”

“아아, 괜찮아. 기차 시간 어차피 넉넉하니까.”

“으흥! 그래두! 많이 기다렸어?”

“많이 안 기다렸어요. 갈까?”

“헤헤헷. 웅!”


혼자 리유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잔뜩 달뜬 투의 리유 목소리가 들린다. 높은 톤의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에 귀가 절로 열린다. 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온 리유. 나는 그런 리유를 보고 절로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오늘 리유 옷은, 뭐라고 표현 해야 할까, 꼬마 공주님? 핑크색 산뜻한 원피스. 아니, 원피스라고 해야 하나, 드레스라고 해야 하나. 여자애 옷은 잘 모르니까. 어째 치렁치렁하게 레이스나 장식 같은 것도 많이 달린 것 같고, 굉장히 화려하게 예쁜 옷이다. 희세가 입으면 굉장히 야하고 도발적(?)일 것 같은 옷이지만 리유 사이즈에 딱 맞는 옷이니 너무너무 귀여울 따름이다. 뭔가 서양 꼬마 숙녀님(??) 같은 느낌. 정말정말 귀여운 여동생 한 명 온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리유는 기분 좋은지 내 손을 느끼며 방긋방긋 웃는다. 이렇게 쓰다듬어 줄 때마다 리유는 정말 기분 좋은 표정 지어서 나까지 기분 좋아진다니까. 리유도 왔으니 슬슬 기차역으로 걸어간다.


“오늘 옷 예쁘네?”

“응! 이거 엄청 아끼는 옷이거든! 헤헷.”

“아낄만 하네. 근데 좀. 무슨 파티 가는 옷 같기도 하고.”

“으흥… 좀 활동적이지 않긴 하지. 그래두 귀엽잖아! 아하하하─”

“그래, 귀엽다, 귀여워.”


옷에 대한 칭찬을 하니 리유는 잔뜩 기분이 좋아져 내 앞으로 가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까르르 웃는다. 다른 여자애들이 했다면 왠 미친년이 미쳐 돌아가네 하고 생각했겠지만 리유가 하니 마냥 귀여울 따름이다. 재미나게 떠들며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우와! 히히히히히.”

“그렇게 좋아?”

“웅웅!”


기차를 타서도, 뭔가 소란스럽고 들떠 있는 리유. 신이 나서 연신 창 밖의 풍경을 보고 까르르 웃는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단순히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좋을까. 그래도 기뻐하는 리유가 귀여워 나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리유는 신이 나선 말한다.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친구랑 둘이서만 기차 타는 건 처음이라! 히히힛!”

“그렇네.”


리유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그렇네. 나만 해도 늘 어디 놀러갈 때엔 버스 타거나 했으니까. 여자애랑 단 둘이 기차 타고 놀러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데이트라고 해야 하나? 아아아이, 아니지. 그냥 놀러 가는 거지.


“우왕! 도착!”

“흐흣.”


리유는 건물 입구에서 손을 쭉 펴고 만세를 하며 말한다. 귀엽네. 나와 리유가 서 있는 곳은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움하고 동물원하고 같이 있는 곳이다. 리유가 가고 싶다고 성화를 부려서 오게 됐다. 아쿠아리움이라. 동물원 정도야 초등학교 때 소풍으로 왔었는데 아쿠아리움은 처음 와 보네. 나름대로 기대가 되긴 한다.


“우와아아아! 우와, 물고기! 우와! 전기뱀장어! 우와! 초롱아귀!”

“하하.”


리유는 잔뜩 들떠선 여기저기 물고기들을 보며 환장을 한다. 과연 아쿠아리움은 여러 물고기들로 가득하다. 심해어나 열대어 같은 잘 못 보던 물고기들이 가득가득 있다. 벽면이 모두 물이 가득 찬 수족관이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신기하다. 심해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리유는 꺄아꺄아 거리며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좋아한다. 나는 그런 리유를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문득 까르르 웃으며 돌아다니는 리유를 보니 저번에 주말에 공부할 때, 리유가 볼에 뽀뽀한 게 생각난다. 아, 왜 여기서 그런 게 생각나는 거야… 괜히 나도 모르게 볼 쪽이 간질간질 해서 얼굴을 긁적였다.


리유는 정말,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뽀뽀를 한 걸까. 아무리 친밀하다고 해도, 여자애와 남자애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내가 관찰한 결과대로라면,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의 스킨십에 굉장히 관대하다. 과연 이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겐 그렇게 철벽수비를 하는 여자애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손잡는 건 기본이고 팔짱 끼는 것에, 포옹에, 심하면 자기들끼리 뽀뽀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 그런 것들을 본 나는 굉장한 문화 충격을 느꼈지. 암, 생각해봐! 남자 고등학생들끼리 팔짱 끼고 격한 포옹을 하더니 뽀뽀까지 한다고! 으악! 내 눈! 뭔가 미국 게이 포르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래, 리유는 그런 느낌으로 나에게 뽀뽀를 했겠지. 정말 별다른 감정 없이, 친구로서 좋으니까.

……정말 그런 거야? 나만 이렇게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거야? 아아, 나는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는 건장한 열 일곱 살 남자애고, 한창 여자애에 관심이 많을 나이다. 리유… 생긴 건 저래도, 나랑 동갑이잖아.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애라고. 그런 여자애가 뽀뽀했는데… 평정심을 가지고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겠냐!!


“리유야.”

“응?”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리유를 부르니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본다. 키가 한참 작아 내가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는데. 괜히 또 그렇게 궁금한 표정 짓고 나를 쳐다보면 부끄러워지잖아. 에이, 그래. 뭘 물어보냐. 그냥 ‘아쿠아리움 오길 잘했네’ 같은 영업 상의 멘트나 날려야지.


“그 때 뽀뽀 왜 한 거야.”

“뽀뽀……? 아, 그 시험기간 때?”


으아악, 누구 마음대로 말하는 건데! 난 분명 안 물어보려 했는데! 괜히 말해서 더 부끄럽잖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리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에헤헤. 왜, 신경 쓰여?”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좋아서! 고마워서. 왜, 너도 뽀뽀 하고 싶어서 그래?”

“미쳤냐, 내가?!”

“에헤헤. 자, 여기~ 뽀뽀 해도 좋아.”

“아이, 저리 치워.”


리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보며 말한다. 평소의 어린아이답지 않은, 약간, 정말 극소량 뇌쇄적인 느낌이 함유된 그런 눈흘김이다. 나는 순간 얼굴이 왈칵 달아올라서 고개를 돌리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리유는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잔뜩 웃으며 자기 볼을 내민다. 얼굴이 작아 리유의 흰 볼은 너무 작고 앙증맞다. 힐끔 보곤 리유를 밀쳤다. 리유는 꺄하하 하고 웃는다. 사감 선생님에, 희세에, 이젠 리유한테까지 농락당하다니. 어디까지 떨어지는 거냐, 정웅도! 으아아!


그러고보니까 한 번도 리유를 이성으로 인식한 적이 없었구나. 적어도 지금까진. 성빈이나 희세라면, 확실히 이성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둘 다 너무 예쁘고, 모범적인 여자애들이니까. 게다가 걔네도 확실히 나한테 이성으로써 대하고 있고. 희세의 변태 발언이라던가, 성빈이가 나한테 친한 듯 하면서 조금 거리를 두는 건 다 그것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희세나 성빈이한텐 정말 친구들에게 하듯이 편하게는 못 하니까.

하지만 리유한테는 안 그랬다. 리유한테는 기분 나쁘면 나쁜 대로 그대로 표현하고, 좋을 땐 좋다고 그대로 표현했다. 어떨 땐 살갑게도 대하고, 어떨 땐 굉장히 무심하게 해서 리유가 생떼를 부리기도 하지. 그건 리유도 나한테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허물 없이 대하니까. 소꿉친구라면 이런 느낌일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소꿉친구 정도의 유대감이 쌓이다니. 확실히 상성이 좋긴 하구나. 서로.

확실히 리유는 이성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성으로 인식되질 않는다. 애 자체도 너무 어린 티가 팍팍 나는 행동을 많이 하고, 귀여움 받고 싶어 하고, 하는 행동들도 그러니까. 그리고 그런 것보다는 뭐랄까,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고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하긴 힘든데, 어쨌든 그런 비슷한 느낌. 오빠로, 아빠로 지켜주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얼마 전까진 그랬는데, 요즘은 좀 다르다. 그 때 뽀뽀가 유난히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아오, 이 변태새끼. 그런 것만 상상하고. 자괴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경멸하며 잊으려고 해도, 아직도 작은 입술이 닿았을 때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가 과민반응 하는 게 맞겠지. 아유, 모르겠다. 리유는 천진난만하게 물고기를 보며 좋아라 한다. 이런 아이 같은 애를 보고 그런 생각이나 하다니, 난 쓰레기다. 그래, 그냥 즐기자.


“우와! 쩔어! 완전 쩔어! 물 안에 들어온 것 같아!”

“그러게.”


리유는 날아가기라도 할 기세로 엄청 기뻐하며 말한다. 그와는 상반되는, 심드렁한 나의 반응. 내가 어떻게 반응하던 대답하던 리유는 자기 혼자 좋아서 깡충깡충 뛰어 다니며 좋아한다. 여긴 그러니까, 터널 같은 곳인데 전체가 다 수족관인 곳. 그러니까, 유리로 된 해저터널을 뚫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늘 저 너머까지 물고기들로 가득 차 있다. 꼭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은 느낌이다. 우주를 유영하는 듯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 이야, 이거 분위기 엄청 좋네.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잔잔한 느낌이 든다.

……어째 아까부터 리유가 의식된다. 이러고 있으니까 뭔가, 굉장히 데이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애초에 고등학생이나 돼서 이런 수족관을, 친구들끼리 올 리가 없잖아. 연인이라면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일 테니 올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랑 리유는 그런 관계도 아닌데?! 그럼 무슨 관계인데! 뽀…… 뽀뽀까지 한 사이다! 아,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머릿속이 혼돈이다.

아니! 나는! 리유를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니깐! 저 작은 아이에게서 뭘 느끼려고! 아동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근데 리유 나랑 동갑이잖아. 아니, 난 가슴이 큰 게……! 아니, 딱히 가슴제일주의자는 아닌데……! 리유는 너무 작잖아! 저건 빈유랄 것도 없고 그냥 가슴이 없어! 갸아악, 왜 이딴 생각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 건데~!! 아아, 경멸감. 자책감. 한 가득 채우네, 내 마음속을.


“하하. 하하하.”

“응? 왜 그래?”

“아니, 너무 쓰레기 같아서.”

“에엣! 여, 여기? 괜히 오자고 했나……?”

“아아, 여기 말하는 건 아니고─ 누구 있어.”

“……누구?”


나는 자괴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공허한 시선으로 허공을 보며 말했다. 리유는 궁금해하며 고개를 갸웃 거리지만, 내가 말해주겠는가. 고민의 중심이 바로 리유 넌데.

해저 터널 같은 곳을 지나 또 이어지는 수족관들을 걷고 있다. 나보다 조금 앞서 가는 리유, 리유의 작고 흰 손이 보인다. 문득 저 손을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잡는다. 여자애 손을 잡는다… 라.


아니, 내가 변태인 게 아니라! 아니 왜 변명부터 하려고 하는 건데!


나는 잠시 생각했다. 연인도 아닌데, 왜 손을 잡고 싶지. 리유는 나한테 있어서 어떤 존재지. 나 다운 게 뭔데! 으아아아!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아니 왜 손 하나 가지고 이렇게 고민하는 거지.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왜 리유를 의식해야 하지. 저 쬐끄만 꼬맹이를. 작고 귀여운 여자애를 보고 왜 이성으로 인식하는지 어쩐지 고민하고 있는 건데. 이건 상남자의 길을 가려는 사나이 정웅도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너무 졸렬하잖아! 찌질해! 남자라면 그래, 행동하는 거지! 한 번 해 봐서, 이상하면 한 톨만큼은 리유를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이겠고! 안 이상하면 그냥 안 이상한거고! 좋아!


“엇.”

“…….”


나는 슬쩍 빠르게 걸어 리유와의 거리를 맞춘 뒤 덥썩 리유의 손을 잡았다. 재미있게 수족관을 구경하던 리유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올려다본다. 어리둥절해하는 표정.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반응으로 애써 침착하게 물고기를 관람하며 ‘이야 갈치네.’ 하고 말했다. 리유는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는다. 뭐야, 비웃는 것 같잖아.

그보다…… 이거…… 좋은데. 작고 흰 리유의 손은 내 손보다 따듯하다. 게다가 아기 피부처럼 너무너무 맨들맨들하고 말랑말랑하다. 손에 뼈가 없는건가?! 어떻게 손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지! 연체동물?! 오징어!! 뭐야, 너무 좋아…… 게다가 약간 촉촉한 것 같은 느낌도 나서…… 으앗, 엄청 변태같아. 손으로 느끼다니!! 무엄하고 부끄러워 손을 놓자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손의 감촉이 너무 좋아 감히 놓을 수가 없다.


“손은 갑자기 왜 잡은 거야?”

“어어! 어! 그… 사람들 많아서 너 부딪힐까봐!”

“에에. 사람 별로 없는데.”

“그… 그렇다면 그런 거야!”

“에헤헤헤.”


리유의 말에 나는 궁색한 변명을 지껄였다. 아무리 리유가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아도, 주위에 별로 사람도 없고 공간도 좁지 않은 아쿠라리움 내부를 보곤 보채듯 한 마디 한다. 나는 억지주장으로 우겨 넘겼다. 이거 꼭 희세가 나한테 대충 넘기는 거랑 비슷한데. 리유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잡고 있는 내 손을 자기도 꼭 쥐곤 흔든다.


“웅이 손 딱딱해서 이상해.”

“아… 이상해? 놓을까.”

“으응, 괜찮아! 딱딱해서 기분 좋아!”

“어… 그래.”


딱딱해서… 기분 좋다니… 으악! 불건전하다! 무슨 상상을! 아, 방금 전 리유가 한 그 말 녹음해둘걸. 녹음해서 어따 쓰게!! 앜!!


어쨌든 혼자 실험해본 결과는 이거네.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 리유를. 이성으로.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자신에 대한 배신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나는 대체, 이 작은 여자애를…… 정녕 ‘여자’로 인식하고 있단 말인가! 크윽.

그보다, 이러고 다니니까… 진짜 데이트 같잖아. 게다가… 그리 나쁘지도 않고. 선남 선녀 두 명이, 주말에 만나서, 깔깔 까르르 웃으며 기차 타고 도착. 그리고 어색해하면서 손을 처음 잡고, 그렇게 두근두근 데이트… 아니, 근데 나랑 리유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쓰레기 같다. 그러니까 나는, 충분히 이성으로 여기고 있는 애를, 데이트한다고 내가 정식으로 제안한 것도 아닌데 데리고 와서, 손 잡고 연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건가. 리유가 착하고 순수한 애라 그냥 넘어갔지, 안 그랬으면 이거… 성추행이야. 몰려드는 자괴감에 얼른 손을 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그게! 리유 손 너무 좋단 말야! 작고 부드러워! 손 꼬옥 잡고 있어서 살짝 땀 나는 것 같은데 그것도 좋아! 그게 내 땀인지 리유 땀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 한 번도 여자애 손 못 잡아 봤다고!!


“히잉, 손 땀. 반대손 잡자.”

“아아, 됐어.”

“에에! 왜!!”

“아니, 이제 됐어.”

“에… 나 이제 질린 거야?! 나 따윈 이제… 필요 없는 거야?!”

“이상한 말 하지 마!! 오해의 소지가 가득하잖아!!”


리유는 얼굴을 찡그리며 살짝 손을 놓는다. 나는 리유가 손을 놔도 잠시 붙잡고 있다 화들짝 놀라 손을 땠지만. 리유는 종종걸음으로 반대편에 쪼르르 오더니 손을 잡으려 한다. 나는 손을 탁 들어 리유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 이에 리유는 굉장히 충격 받은 표정으로, 마치 내연녀의 존재를 알아 버린 조강지처(?)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무, 무슨 소리야~!! 당황해서 말하니 리유는 재미 들렸는지 더욱 ‘나는 먹고 버리는 거야! 단물만 쪽 빨고!’ 하는 더욱 막나가는 드립을 친다. 장난이란 건 알겠지만 너무 큰 소리로 말하는 게 창피한 거다. 주위 사람들이 힐끔 쳐다본다. 리유 표정이 연기 치곤 진짜 같아서 괜히 내가 다 쓰레기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안 그래도 내면 속에서 내가 쓰레기네, 아니네 이거 가지고 엄청 갈등하고 있는데!


“에이, 알았어. 잡으면 되잖아.”

“헤헤헤헤.”


나는 짜증을 내며 팍 리유의 손을 잡았다. 리유는 그제야 방긋방긋 웃으며 앞서 걷는다. 어째 나는 리유에게 끌려다니듯 같이 걷고 있다.


“이렇게 손 잡고 걸으니까 꼭 데이트 하는 것 같아!”

“아, 아니지! 이건 그냥, 아빠하고 딸이지!!”

“…….”


리유의 말에 나는 잔뜩 당황해서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리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럼 둘 다 의식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째선지, 리유는 내가 무심결에 한 마디 던진 그 말을 듣곤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쳐다보니 리유는 삐친 것처럼 더 이상 기뻐하지도 밝고 천진난만하게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걷는다. 헉, 화났나. 아니 뭐 때문에 화가 나. 아빠하고 딸이라고 해서…? 하지만 또 그렇다고 화난 것 같진 않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걸을 뿐인 리유다. 함부로 ‘화 났어?’ 하고 물어보기도 좀 그렇다. 그래서 애매한 그 기분 그대로 계속 걷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네요. 원래 오늘부터 1일 1연재 체제로 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글을 올립니다.


뭐랄까, 갑자기 기운이 빠지네요. 연참대전동안 너무 달리기만 해서 그럴까, 잡생각만 자꾸 들고 글도 전혀 써지질 않네요.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떻게 해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것.

선호작 수가 100명을 넘었습니다. 100명을 넘은 건 진짜 오래간만이기에, (4년 전 첫작을 올렸을 때 100명을 넘었죠) 굉장히 기쁩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왠지 모르게 그 100이라는 숫자가 한심해 보입니다.

선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글인 건 아닙니다. 추천수가 많다고 무조건 재미있는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만든 이상, 대부분의 취향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조회수, 선작수, 추천수. 이만큼 수치로 잘 나타내주는 게 또 어디 있을까요.


저는 제가 글을 쓴 이래 가장 많은 추천과 댓글을 받았습니다. 연참을 하는 내내 즐거워서 늘 댓글을 확인하고 또 새로고침을 눌렀습니다. 그러다 글 옆에 초록색으로 +1이라고 떠 있을 때의 쾌감이란. 칭찬도, 지적도, 어떤 댓글도 모두 좋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단 며칠만에 선작을 몇백을 찍기도 하고, 아직 여섯, 일곱편 밖에 연재하지 않았는데도 몇백명의 선작을 받습니다. 그런 걸 보면, 허탈감을 느낍니다. 이런 것이랑 비슷할까요. 갤럭시 s4를 100만원에 좋다고 사서 쓰는데 여섯 달만에 12만원으로 내려간 그 느낌. 아, 딱히 제 얘기는 아닙니다. 딱히 36개월 약정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 ㅠㅠ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운다고 하지만, 사실 이런 자괴감과 자책감은 느껴서 하등 좋을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찌질하게 자기 힘든 거 다 말해봤자, 결국 사람들의 반응은 '그래서 뭐. 얼른 재밌는 거 내 놓으라고. 누가 네 사연 듣고 싶댔어?' 하는 반응이기 때문에. 아뇨, 그걸 탓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그러기 때문에. 그래서 감동 싹 빼고 재미만 추구하는 라디오 스타를 좋아하죠. 


그냥... 가끔은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나도 저 구름위에 노니는 천상계 사람들처럼 될 줄 알았는데... 처녀작 올리자마자 조회수 3000은 그냥 찍고, 출판하라고 전화하고,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그렇게 상상했던 게 언제일까요. 그 포부와 헛된 꿈은 어디로 버리고 이러고 있을까요. 하하...



될 새끼는 뭘 해도 되고, 안 될 새끼는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그래도,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제일 좋습니다. 제일 진솔하게 댓글 달아주시고, 지적도 많이 해주시니까요. 제 미천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째 사망플래그 같네요. 이 글 올리고 꼭 자살하러 갈 것만 같네요. 아하하, 그럴 리가. 한 번도 안 해보고(?) 죽을 순 없죠. 이 긴 잡담을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 참, 감사합니다. 그냥 넋두리 한 번 들었다고 생각해주세요. 

글 쓰는 이이기 전에, 평범한 사람이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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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3

  • 작성자
    Lv.99 광인입니다
    작성일
    14.02.01 04:24
    No. 1

    주인공은... 등신이군요... 너무했네요작가님
    이건 주인공 학대.능멸을 넘어선.... 그런.. 고문? 고문보다 심하네..
    여튼 이번화는 수정이 필요할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04:39
    No. 2

    흐흐... 앞서서 무리수가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봐 주세요. 스타크래프트도 밸런스 맞추는 데 5년 걸렸잖아요. 1화부터 탈고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니까... 지적해주시면 그 쪽 방면은 꼭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2.01 08:28
    No. 3

    주인공은 등신대? 응?? 글구 고1이면 알거다아는 나이인데 아무리 애같다지만 ㅋㅋ 주인공좀더 분발해서 여고애들 싹다....모조리.....카사....밤마다 날마다 바꿔가며......고스톱을 칠수있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08:39
    No. 4

    리유는 그런 앱니다(?). 하지만 또한 웅도도 등신이긴 하지요... 상남자의 길은 얼어죽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me*****
    작성일
    14.02.01 10:11
    No. 5

    보고 있습니다
    라노벨은 원래 잘 안 읽는데 우학변은 매일매일 확인하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글을 읽는 동안 즐거움을 주고 계속 찾게 만든다면 분명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화이팅하십시요!! ^^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0:29
    No. 6

    오옷, 감사합니다! 헤헷. 읽어주신다면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me*****
    작성일
    14.02.01 10:13
    No. 7


    ㅎㅎㅎ 처음 잘이 빠졌네요
    ㅎㅎㅎ
    잘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0:30
    No. 8

    네? 잘이요? 어떤거요?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2.01 10:26
    No. 9

    문피아에서 인기있는 소제는 따로 있으니까 그런거죠. 이 글은 조아라나 노블엔진 같은 싸이트에 올리시면 인기가 훨씬 많을겁니다.
    저는 재밌으니까 기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0:28
    No. 10

    감사합니다. 사실 아침 먹고 나니까 이미 회복됐어요! 어제분 글은 못 썼지만...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01 12:43
    No. 11

    저럴 때 화났어? 하고 물어보는 순간 그날 데이트는 쫑! 가만히 있다가 화 풀어주는 게 제일 좋은데... 저 웅도가 알리가 없죠.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9:07
    No. 12

    여자애 마음은 참 헤아리기 힘드네요… 그래서 없는 것인지도… 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01 13:00
    No. 13

    모태쏠로 웅도... ㅋㅋㅋㅋ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9:09
    No. 14

    그렇습니다, 웅도는 모태쏠로지요.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깨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희망의검
    작성일
    14.02.01 13:33
    No. 15

    잘보고잇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1 19:09
    No. 16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디플럭스
    작성일
    14.02.02 04:57
    No. 17

    저도 작가님 옆동네 가시면 더욱 큰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재밌게 보고있으신 분도 많은것 같으니 기운 내셔서 이제 제취미도 연재하세요. 흥.(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2 05:51
    No. 18

    제취미는... 하아, 쓰긴 써야 하는데...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휴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J제이
    작성일
    14.02.02 09:58
    No. 19

    오늘도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
    아침먹고 회복하셨다니깐다행이네요 ^^;;
    위에서처럼 문피아에서 라노벨 찾아보는사람은 드문듯..
    그래서일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02 10:11
    No. 20

    헤헷, 감사합니다. 기운이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21:43
    No. 21

    보는 사람은 있습이다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13 14:29
    No. 22

    에헤~ 글쓰는 사람은 1000명이 좋아하던 100명이 좋아하던 열심히 그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글 쓰면 되는겁니다~
    단 1명이 좋아하더라도 그 사람만을 위해서라도~
    10만명이 좋아하던 단 1명이 좋아하던 그 글은 좋은글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7 01:23
    No. 23

    사실 리유도 알고있지만 모른척 고등학생의 포커페이스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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