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주의
학창시절 공부를 못 했다
남들이 그리 말하던 지잡대에 갔다
남들 하는 것처럼 놀면서 지냈다
이제 나는
괴로움에
두려움에
불확정성에 따른 어떠한 심리로
남들 사는만큼 살고 싶은데
점점 벽은 크게만 느껴지고
실제로 벽은 크고
어린 날의 나는 왜 그 벽을 깔봤는지
냉혹한 세상이 차갑다는 걸 진즉 알았어야 하는데
더는 돌이킬 수 없다
더는 어린시절처럼 깔깔대며 놀 듯이 글만 쓸 수는 없다──
누군가는 영어 토익 만점을 맞고
누군가는 JLPT 1급을 땄고
누군가는 해외도 많이 다녀오고 경험도 많은데
넌 무얼 했니, 물으면
나는 학교도 지잡대고
아무 쓸모도 없는 인문학도이고
자격증 하나 없는 잉여인간이요
16살, 글을 쓰겠다는 뜻을 세우고
글이라는 나부랭이를 쓴 지 10년
아니 제대로 뜻을 세우고 쓴 건 6년
나에게 남은 것은
701만 3504자 글 뭉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700만자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컴플렉스 덩어리 700만자
자랑할 건 그 양뿐인 700만자
책으론 58권인데 단 하나 책으로 찍히지 못한
비운의
쓸모없는
자위하는
배설한
그런 글뭉치
그것 뿐이오.
나는 무얼 해먹고 살아야 하냐
쓰던 글이 돈이 되는 일은 없을까
아서라, 그럴 일이 있겠냐
너는 너의 글을 돈 주고 읽겠느냐
인기라도 있느냐
내는 공모전은 족족 떨어지고
나의 유일한 존재가치인 이 글뭉치는
실제 사회에선 아무 쓸모도 인정도 받지 못하고
실제로 아무 쓸모도 없고
프로의식이 있냐 너는
엄청 노력해서 글 쓴 적 있냐
결국 내 재미를 위해서 쓴 거 아니냐
독자를 위해 글 쓴 적이 있느냐
그냥 나 편하려고 쓰는 글 아니냐
너는 무쓸모
너의 글도 마찬가지
너의 모든 행적은 잉여의 산물
그렇게 자학하고, 비하하고, 깎아 내리고
북돋아도 모자랄 판에
이러고 있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모자라다
나는 미숙하다
내 글도 마찬가지
그걸 인정하고, 내일로 나아가야지
아서라, 사람 어떻게든 풀칠은 하고 살더라
부모님께 입신양명 못 하고 부끄러운 아들인 게,
형에게 자랑스런 것이 아닌 말썽쟁이 동생이라도
친구들의 수준도 못 쫓아가는 천덕꾸러기가 돼도
남들 사는만큼 못 살고 못 누리고 못 먹어도
그게 내 행동의 당위라면
달게 받아야지, 어쩌겠어
처음 연필을 들었을 때, 50살까지 써보고
안 되면 그 때 접기로 했는데
아직 30도 안 됐는걸
학부 시절, 교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쓰는 글은 쓰기 힘들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냥 글을 못 쓰는 것 같다
하긴, 한낱 라노베 쓰는 놈이 무슨 놈의 글솜씨냐
오늘의 부끄러움은 오늘로 끝내고, 내일로 나아가야지.
오늘도 나는 글을 올린다.
001. Lv.1 cc******..
17.07.30 14:30
ㅡㅡ찡....
002. Lv.1 [탈퇴계정]
17.10.06 21:05
음... 나랑 친구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