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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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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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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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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17화 - 4

DUMMY

고등학교 수업 중에 별로 도움 안 된다 싶은 수업들이 몇 개 있다. 입시 위주의 경직된 이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국어·영어·수학 뿐. 그 외에는, 과에 따라 주어지는 사회 계열이나 과학 계열. 요약해서 말하자면 국·영·수는 필수, 사회·과학은 선택. 그럼, 나머지 과목들은?

음악·미술·체육 등의 예·체능은 그나마, 그쪽으로 특화된 특기생들에겐 매우 중요한 수업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고. 우리 학교에도 미술 특기생, 음악 특기생 한두명 쯤은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과목은 이 과목이다. 기술·가정.


“자, 만들어 봅시다!”

“네─”


가정 선생님은 정말 가정 선생님처럼 생겼다. 50대 중반의 수더분하게 생긴 아주머니.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인 선생님이다. 미소가 아름다운만큼 성격도 고우신 선생님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기술·가정 과목의 위치는 굉장히 낮은 편이다. 대학 입시에는 전혀 반영되는 게 없는 수업이니까. 그나마도 1학년 지나면 없어지는 과목이다. 그래서 기술·가정 시간은 전혀 어떤 부담도 없는 편한 수업 시간이다. 오히려 애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가정 시간은.

의외로 기술·가정실은 충실한 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환경임에도, 벽면에는 개수대 여러 개에 도마도 있고, 웬만한 과학 실험실보다 잘 꾸며져 있는 것 같다. 정작 과학 실험실은 없는데. 여고라 그런가. 선생님 말로도 여고라 훨씬 가정 수업하는 맛이 있다고 하신다. 남고라면 다 쳐 자서 짜증난다고, 왠지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졸 수도 없잖아. 뭐,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하다.


오늘은 특별하고 재미있게 요리를 만드는 시간이다. 가정 시간은 오후 두 시간이 이어져 있는 시간이기에 만드는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요리를 위해 재료도 각자 사 왔다. 나 역시 간단한 재료들을 준비해왔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같이 할 꺼야!”

“나, 나도 할래!”

“웅이는 내 꺼야!”

“오라버니, 절 버리지 마시와요!”

“……어이어이, 다들 왜 이러는 건데.”


요리는 2인 1조로 만들게 됐다. 재료도 모자라고 시간도 모자라기에. 팀의 구성은 딱히 제한을 두지 않으셨다. 냉정한 선생님이라면 일절 말도 없이 번호 순으로 딱딱 끊으셨을 텐데. 역시 마음 착하신 가정 선생님이다. 근데 거기까진 좋은데, 우리 밥 패밀리 여자애 네 명이 전부 나와 같이 만들겠다고 성화다. 이런 의외의 상황에 오히려 내가 다 당황스럽다. 허허, 누가 보면 내가 정말 마성의 남자라 여자애들이 나한테 다 뿅 가서 이러는 줄 알겠네그려.


“내가 뭐 대단한 인물이나 된다고 이런데. 난 그저 일개 변태에 불과합니다.”

“알고 있으면 닥쳐, 변태새꺄. 넌 가만히 있어, 이건 우리끼리 문제니까!”

“넵.”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정치인이 시민들 앞에 나와 말하는 것처럼 양 손을 천천히 내리 흔들며 말했다. 곧 신랄한 희세의 말이 내 면전으로 작렬하고, 나는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돼 깨갱하곤 도로 자리에 앉았다. 아니, 내가 주인공인데! 나랑 같이 요리 하기 위한 경쟁인데 왜 내가 빠져야 하는 건데?! 나 때문 아니었어?!


“이런 건 당연히 내가!”

“나, 난 웅도랑 같이 기숙사 살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웅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전 이미 오라버니랑 몸을 섞은 사이에요~ 요리 정돈 당연하게~”

“어이어이, 거기 이상한 드립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네 명은 전혀 화합되지 않은 체로 맹렬하게 서로의 주장을 고수한다. 미래가 밑도 끝도 없는 섹드립을 쳐 제재하는 말을 했지만 전혀 듣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평소엔 서로 사이가 좋은 네 명의 여자애들이 잔뜩 저기압이 돼 서로를 노려보며 눈치를 보고 있는 장면을 보노라니 참 독특한 기분이다. 당당하게 여기서 ‘나 때문에 싸우지 마! 다들 나 때문에 사이 안 좋아지는 건 싫어…….’ 하고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마냥 개드립을 치고 싶지만 그랬다간…… 아마 희세는 물론이고 성빈이까지 정색하고 그냥 나를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잠깐만요! 이렇게 하다가는 끝이 없겠어요. 내가 좋은 제안을 해 볼게. 응?”

“……뭐.”


나는 완연한 방관자의 자세로 내 앞에서 떠들고 있는 여자애들을 쳐다본다. 그러라는데 내가 뭘 어찌하겠어. 미래는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애매한 말투로 큰 소리로 말해 분위기를 자기에게 주목시킨다. 존댓말을 쓰는 희세와 반말을 쓰는 리유와 성빈이에게 함께 말하느라 저런 괴상한 말투가 탄생한 건가. 희세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미래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미래는 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왜?


“면접 같은 형식으로, 자기 매력을 어필하는 거에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애초에 오빠랑 같이 요리하려는 거니까, 그게 가장 현명하고 옳지 않아요?”

“무, 무슨! 그, 그러면 꼭 저 변태새끼가 고르는 것처럼 되잖아?! 쟤가 뭐라도 돼?!”

“…….”


미래의 제안에 희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잔뜩 새초롬하게 말한다. 그리곤 나를 잠시 쳐다보다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아까 삐쳤던 거, 아직도 안 풀렸나보다. 뭐야, 혼자 삐쳐놓곤. 리유랑 성빈이는 대답 없이 가만히 눈치를 본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수긍하는 분위기다. 미래는 ‘어떻게 생각해? 둘은?’ 하고 물었다.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대답한다. 희세의 얼굴이 굳는다. 미래가 리유에게 고개를 돌리니 리유는 ‘응, 나도 찬성! 어차피 웅이는 날 고르게 돼 있어!’ 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어디서 나오는 건데,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희세는 억울한 표정이 됐다. 4명 중 3명이 좋다고 한다면 자기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 않겠나.


“……? 나?”

“승인해주시와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좀 아니지 않냐. 맘대로 하세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응응! 꼭 나로 뽑아야 되!”

“……그럼, 어떻게?”

“우으으…….”


갑자기 네 명의 여자애 모두 나를 힐끔 쳐다본다. 동의를 구하는 것일까. 내가 무슨 강제력이 있을까.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유는 마치 자기가 당선이라도 된 것처럼 팔짝 뛰며 좋아하고, 성빈이는 찬찬히 미래에게 물어본다. 희세는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문다.


“별 것 없어. 그냥 자기 매력 어필하면 되. 누가 먼저…….”

“내, 내가 먼저 할게!”

“오, 언니가? 그래요, 언니 먼저 하세요.”

“언니라고 하지 말라니까!”


가장 툴툴대고 반대하던 희세가 가장 먼저 나선다. 아마 그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겠지. 미래의 말에 잔뜩 짜증을 내며 미래를 물리치곤 내 앞으로 선다.


“나, 나는! 알잖아, 요리 잘 하는 거. 나랑 같이 하면 요리 같은 것도 다 알려주고 할 테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어!”

“오, 그건 확실히 엄청 메리트인데. 정석이잖아, 요리시간에 요리 배우는 거.”

“응응, 그치! 그러니까…….”

“자, 끝! 다음 타자!”

“누, 누구 맘대로 끊는 건데!”


희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째 심사위원 같은 느낌이 됐는데. 그럼 애들은 오디션 참가자인가. 내 호의적인 말투에 희세는 표정이 밝아졌다. 이어 말하려는데 미래가 잔뜩 웃는 표정으로 크게 말해 도중에 말을 끊어버린다. 희세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미래에게 항의하지만 미래가 억지로 끌어내고 바로 리유가 나온다.


“나는! 사실 요리는 하나도 할 줄 몰라! 하지만 난 알아, 웅이는 날 뽑을 거란 걸!”

“……어째서 그렇게나 자신감이 넘치는 건데. 아무 도움도 안 돼고 짐만 되는 거잖아.”

“에에! 나 짐짝처럼 생각했어! 늘, 그래왔던 거야?!”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끝! 다음, 성빈이 차례!”

“어이어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그렇게 길게길게 뽑으면 가정 시간 다 끝나요! 지금도 다른 애들은 요리 하고 있다구요!”


리유는 내 시큰둥한 대답에 배신 당한 여자애의 표정을 지으며 덜컥 놀란 표정이 된다. 죽은 눈 같은 어두운 표정에 깜짝 놀란 나는 변명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미래가 말을 도중에 끊어버린다. 리유는 순식간에 뾰로통해져서 옆으로 빠졌고, 성빈이가 나온다. 이거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솔직히 희세만큼 자신 있게는 말 못하겠어. 그, 그치만 나도 어느 정도 요리는 잘 하고…… 무엇보다 가르쳐 주는 건 자신 있으니까. 웅도 너한테 요리 가르쳐 주고 싶어.”

“오…… 괜찮다.”

“뭐, 뭐야! 어디가 괜찮다는 건데?!”

“자자, 마지막 제 차례!”


별다른 매력 표현은 없지만 수수하게 솔직담백한 감정 표현에 마음이 절로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내 긍정적 표현에 옆에 있던 희세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뭐라고 한다. 성빈이는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미래가 앞에 선다.


“우훗♡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저는 오라버니한테 모든 걸 다 바친 여자인데. 이제 오라버니는 제 꺼 랍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지요♡ 한 뚝배기 하실래요? 사실 요리는 라면 말고는 하나도 못 하지만~ 오라버니를 향한 제 사랑의 하트♡를 담는다면♡”

“자, 잠깐! 너무 길잖아, 너만! 게다가 너무…… 역겹잖아!”

“에헤헤, 역겹다뇨! 너무해요 언니!!”


미래는 콧소리와 애교를 잔뜩 넣어서, 정말 하트가 공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끈적끈적한 말투로 말한다. 물론 그건 사감 선생님 같은 끈적한 성인 여성의 그것이 아닌, 발랄한 여고생의 이상한 섹시함이라 위화감이 더욱 크다. 드립이 점점 과해져서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난감해지려는 찰나 적절하게 희세가 신경질을 내며 끊었다.


“자, 얼른 고르세요! 호화판이네요!”

“……몰라, 맘대로 해.”

“웅도 선택은 나라니까! 히힛.”

“나 골라줬으면 좋겠어…….”

“오라버니 명을 따르겠사와요♡”

“음…….”


여자애 네 명이 나란히 내 앞에 서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무슨 호강인지 모르겠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아니, 지금은 앞에 생긴 일만 생각하자.


희세……를 고르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 같다. 잘 하면 정말 구경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으니까. 희세 자체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굳이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딱히 뭐라 하진 않을 테지. 결과물도 가장 좋을 테고. 하지만 희세를 고른다면 성빈이의 엄청 풀 죽은 표정과, 퉁퉁 불어 터질만큼 삐쳐 버리는 리유를 봐야만 한다. 리유는 그렇다 쳐도, 성빈이가 풀 죽은 건 보기 싫은데. 그냥, 보기 싫잖아. 그런 건.

성빈이 역시 무난하다. 요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야 잘 하겠지. 알콩달콩 둘이 같이 만드는 것도 굉장히 괜찮을 것 같다. 그게 가장 가정 시간의 의도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성빈이를 고른다면 희세가…… 정말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겠지. 삐치고 자시고를 떠나서, 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 저 정도 기세라면. 대체 왜 나 같은 녀석이랑 같이 요리를 하겠다는 건지.

미래는, 솔직히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나나 미래나, 둘 다 요리에는 소질이 없어 보여서. 거기다 이건 희세를 고를 때의 단점과 성빈이를 고를 때의 단점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최악의 수이다. 요리 결과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밖에 없나. 리유. 요리 결과로는 가장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게 뻔하지만…… 관계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이 가장 최상의 선택일 것 같다. 일단 리유의 왕삐침을 막을 수 있고, 희세의 히스테리는 피할 수 없겠지만 리유라면 그렇게까지 신경질을 내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희세도 나처럼 리유를 ‘귀여운 사촌 여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많이 챙겨주니까. 그건 성빈이도 마찬가지. 미래는 솔직히 아까부터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원체 성격이 좋으니까, 쿨하니까 누굴 고른다고 삐치거나 풀죽은 표정을 할 만한 여자애가 아니니까. 뭐랄까, 소련도 미국도 믿을 수 없는 상태에서 고르는 스위스 같은 느낌이랄까. 마침 어느 부위의 크기도(?) 딱 그런 것 같다. 그럼 희세가 미국? 성빈이는 소련? 훗. 그래, 정리유, 너로 정했다.


“리유로 할게.”

“에엣?!”

“아…….”

“우왕! 봐, 역시 나 고른다고 했잖아?! 히히, 웅이가 최고야! 실은 안 고를 줄 알았는데!”

“아아, 오라버니…….”


짧은 시간 생각을 마치고 당당하게 말했다. 희세는 충격 받은 표정, 성빈이는 살짝 아쉬운 듯 탄식하고 미래는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내젓는다. 승리의 리유는 팔을 내저으며 굉장히 기뻐한다. 나에게 와 품에 안긴다. 나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이제 요리를 시작해야지.



“아오! 뭐 이렇게 안 돼!”

“아하하하하! 바보같아.”

“너도 좀 도와! 둘이 같이 만드는 건데!”

“에에~ 나 할 줄 모르는데~”

“아오!!! 빡쳐!”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하지만 내 촉은 말을 듣지 않았어. 분명 예상은 했건만, 이러고 있다. 리유는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귀여우니까 봐주는데, 이젠 귀여운 걸로 봐 주기에도 무리가 있다. 혼자 쩔쩔매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온다.

요리를 시작하기 앞서, 나는 리유에게 ‘너 뭐 할 줄 알아?’ 하고 물었다. 리유는 당당하게 ‘아니’ 하고 대답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 나 역시 제대로 요리를 해 본 적은 없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자애들과의 관계는 지켰지만 요리는 지키지 못하겠구나.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옆 테이블에 지원군으로 희세와 미래가 있다는 점이다. 미래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희세는 확실한 지원군이지. 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가련한 세 명의 여자애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희세는 미래하고, 성빈이는 다른 여자애하고. 그래봤자 둘 다 내 옆 테이블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그럼 선택에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이것 이렇게 썰고, 이건 이렇게 해서 먼저 볶고. 그다음 다 섞어서 한 번 볶고. 아, 고기는 미리 볶아야 해. 알겠어?”

“어어…… 대충은? 한 번 해 볼게.”


희세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자기가 전부 해 주면 의미가 없다며 방법만 알려준다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나. 어차피 리유의 도움 따위 기대하지도 않았다. 대강의 설명을 듣고 의욕적으로 칼을 들었다.


“히익!”

“야, 야! 위험하잖아! 뭐하는 거야!”

“나, 난 도와주려고…… 으앙!”

“아유…… 미안미안, 위험했지. 위험하니까 여기 앉아서 구경만 해요, 알았지?”

“……웅!”


막 칼을 들고 썰으려 하는데 위험천만하게 리유가 소리 소문 없이 옆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리유를 썰어버릴 뻔(!) 했다. 리유는 울먹이는 표정이 돼서 나를 올려다본다. 이걸 어떻게 혼낼 수도 없고. 괜히 큰 소리 한 번 쳤다고 이런데. 나는 화를 눌러 참고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리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앉아 있는다.


리유보고 아무것도 안 한다고 잔뜩 뭐라 하는 나지만, 사실 나도 평소 굉장히 게으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다. 요리 쪽에서는 말이다. 축구라던지, 게임이라던지, 그런 거라면 발을 벗고 나서겠지만 이 쪽은 영……. 게다가 기본 실력도 젬병인 것 같다. 힐끔 옆의 희세를 보니 요리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가느라닿고 일정하게 채썰은 야채들이 보인다. 채칼로 썰었나. 반대쪽 옆을 보니 희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예쁘고 정갈하게 썰려 있는 성빈이의 채소들이 보인다. 나는…… 뭐야 이거. 별 모양으로 잘랐나? 이건 @모양? 추상화 같은 건가? 미술 시간은 아닌데. 이건 화자의 초자아적인 면에 담겨 있는 아스트랄하면서도 내면의 섬세한 감성과 필을 가득 담아…… 뭐라는 거야, 병신이. 대략 내 요리가 진행되는 상태가 그런 느낌이다. 혼돈의 카오스랄까.


“저…… 한 번만 더 봐 줬으면 하는데.”

“뭐야! 이러면 그냥 내가 만들어 주는 거랑 뭐가 다른데!”

“……미안합니다, 요리를 잘 못 해서…….”

“그러니까! 아까 나 고르랄 때 나 고르라니까! 어휴, 멍청이. 변태새끼가 하는 게 그렇지. 만날 머릿속에 야한 생각만 가득해서~”


희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한다. 뭔가 굴욕적이다. 내 선택이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하지만 난 모두를 위해, 평화를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거라고. 이건……! 그래, 가정시간이 나쁜 거야! 인문계 고등학교면 잠자코 국·영·수나 할 것이지! 이런 수업시간은 왜 만들었어! 교육부는 기술·가정 수업을 폐지하라! 아니, 농담이다. 재미있는데 왜. 그냥 화풀이지.


“뭐야 이거……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되는데?!”

“아…… 볶으라고 해서 볶았는데.”

“이, 이거 오이야?! 미친놈아! 와, 어떻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지? 여기서 무슨 13중 추돌사고라도 났어? 이건 또 뭐야. 버섯?”

“아니, 양판데. 하하하.”


희세는 프라이팬 안 변사체(?)들을 보고 말한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 나는 혀를 쭉 내밀며 나름대로 귀엽게 보이게 하며 말했다. 희세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지만. ‘재료가 아까워 재료가! 이게 무슨 짓거리야.’ 하며 혀를 끌끌 찬다. 이러니까 또 세련된 도시 여성이 아닌 한 명의 아줌마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희세다. 하긴, 요리도 내가 바라던 소녀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한정식으로 아줌마 같은 스타일인 희세였으니까. 희세 말에 뭔가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니 리유는 가만히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기대도 안 했다,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는. 그래도 졸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머…… 웅도 누구랑 만들었지?”

“네, 리유라고 있어요, 그런 애.”

“어어…… 너 혼자 만든 거지?”

“네.”


2시간에 걸친 가정 시간은 모두 끝이 나고, 이제 선생님이 시식하는 시간. 선생님이 한 젓가락씩 맛을 보신 뒤 점수에 반영하신다고 하신다. 정말 무슨 오디션 프로처럼 요리의 맛 같은 것보다는 만든 이의 정성을 보신다고 한다. 그리고 차례가 돌고 돌아 내 차례. 나는 잔뜩 의기소침해져서 요리를 가지고 갔다. 잔뜩 익어 풀이 완전히 죽은 채소. 고기 특유의 질감이 전혀 살아 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덩어리. MSG의 순수 자연스런 맛 그대로를 내는 자극적인 맛. 거기에 느끼한 볶음할 때 남은 기름이 모든 재료에 스며들어 극강의 비주얼과 맛을 내고 있다. 어느 나라 요리 부럽지 않다.

이건 뭐랄까, 이승에서 음식을 계속 남겨 지옥에 떨어져 내가 남겼던 음식 다 비벼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한다고 열심히 한 건데 이런 걸 어떡해. 웬만한 음식에도 끄떡하지 않고 후한 평을 주시던 가정 선생님의 표정마저 굳어 버리셨다. 답이 없다. 말 다했다. 리유는 부끄러운 듯 ‘데헷’ 하며 뒷머리를 긁는다. 어이어이, 넌 아무것도 안 했잖아.

결국엔 아주 안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만든 정성을 봐서 기본 점수는 주겠다’ 고 하시는 가정 선생님. 네, 그것이라도 감지덕지 하지요. 정말 엄청 후한 평이네요.



“아아, 이게 뭔 난리인지.”

“오빠가 인기 많아서 그런 거죠.”

“에? 그럴 리가.”


가정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 쉬며 말하니 옆에 미래가 따라 붙으며 말한다. 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대답했다.


“무슨 요리 하나 만드는데 그렇게…… 넌 왜 나랑 만든다고 그렇게 대결 구도를 만든거야?”

“그 편이 재미있잖아요? 그냥 관전하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뭘 관전해? 무슨 말이야.”

“흐흥, 진짜 바보멍청이 오빠니까, 가만히 내버려 둘래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네. 무슨 소린데, 그건.”

“됐네요~ 흥흥흥.”


미래는 알 수 없는 소리만 말하고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계속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지만 미래는 ‘혼자 골방에 처박혀서 잘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반성해야 해요, 오빤!’ 하고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앞서 나간다. 아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도통 알 수가 없다. 힐끔 옆을 보니 희세가 흠칫 놀라며 얼른 시선을 거둔다. 나 보고 있었나. 희세 역시 빠른 걸음으로 나보다 앞서 나간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성빈이 역시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성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성미와 얘기하는 척 한다. 아니, 왜 나에게서 다 시선을 돌리고 떠나가는 건데. 무슨 작당이라도 했나.


“갈까.”

“웅!”


믿을 건 리유밖에 없구나. 리유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실방실 웃는다. 귀여워. 그래도 우리 리유는 귀여우니까, 괜찮다. 아무것도 못 해도. 그냥 옆에만 있어라, 옆에만 있고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응?


뭔가 굉장히 피곤한 하루였네…….


작가의말

어찌 이렇게 게으를까요! 기세대로 썼다면 1~2편 정도 비축분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어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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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9

  • 작성자
    Lv.24 주문피아
    작성일
    14.02.21 23:42
    No. 1

    아제발 똥멍청이 리유좀 치워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16
    No. 2

    으앙 리유가 왜요 ㅠ 아니, 처음엔 좀 부끄럼도 있고 괜찮은 애였는데 쓰다보니까 자꾸 똥멍청이가 돼 가는 느낌이 선해서... 이 자식 안 되겠는데 어떻게든 해야겠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1 23:56
    No. 3

    리유는 히로인으로는 안 맞는 것 같으니 따로 때어 주세요. 아니면 얀 각성을 시키던가. 그러면 미친듯이 밀어줄 텐데.
    얀데레 만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17
    No. 4

    얀데레... 가능성 있는 건 성빈이 아니면 리유... 과연 둘 중에 누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2.22 00:45
    No. 5

    일 2연재로 가시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네요. 잘 읽고 갑니다
    요즘 전개를 보면 살짝 단조롭다는 생각도 들어요
    삼국지 게임에 비유하자면, 지금까진 조그만 땅 하나에서 관우 장비 조운을 하나씩 얻는 재미였지만, 이제 최강장수들을 다 가지게 되어 싸우기만하면 승리하니까 정복에 흥미가 안 생기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는 조금 미묘한 예시네요!
    하렘의 연속이란 느낌이에요. 이런 반복을 보통은 핵심 설정에 기반한 여러 에피소드들로 해결하고는 하는데(뻔한 예를 들자면, 무슨무슨부를 만들고 그 부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채우는 소설들처럼), 우학변은 그 핵심 설정이 왕따문제였던데다, 그 왕따라는 소재의 특성상 아무리 재밌게 풀어쓰려고해도 심각해질수밖에 없으니 여러 문제가 많을 것 같아요. 글쓴이분은 그런 심각한 이야기는 회피하시려고 하는데, 이제와서 새로운 핵심설정들을 만들어내기도 미묘하니 여러 걱정이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는 쓸데없는 오지랖 댓글이었네요! 거듭 잘 읽고 갑니다
    되 -> 돼, 문장 마지막에 들어가는 되는 아마 거의 다 돼일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19
    No. 6

    와, 어떻게 관통하는 핵심을 한순간에 꿰 버리셨네요... 밑천이 다 털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왕따가 이 작품을 관통하는 대주제인데! 일상에서 왕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는 없잖아요! 거기다 저 자체도, 왕따 쪽 얘기만 하면 어둠에 다크에서 죽음에 데쓰를 느끼며 서쪽의 웨스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윈드를 느껴버려 글이 흑화하게 돼서... 1,2권 이후로 왕따 이야기를 웬만하면 안 넣는 것은 바로 그 이유입니다. 현실 도피겠지요.
    그래도 아주 까먹은 건 아닌지라, 5권 정도부터 슬슬 부활시키려 했지만... 그 사이의 일상물들이 문제네요. 계속 이대로라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는데 ㅠㅠ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런 평가 너무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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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2 01:01
    No. 7

    쉬어가는 회 같군요. 가면 갈수록 에로게스러워지네요 (...); 이번 회가 마무리 되면 또 심각한 주제로 뭔가가 나오겠죠. 아직 던진 떡밥 회수를 안하셨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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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20
    No. 8

    어멋, 다들 변태적인 드립만 치셔서 신사분인줄만 알았는데 기억하고 계셨군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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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22 01:02
    No. 9

    애초에 리유가 따니까 버릴수 없죠. 그러니까 오디션은 눈요기거리에 지나지 않았어요. 사실 오디션에서 희세가 단추하나 풀줄 알았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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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20
    No. 10

    다, 단추...! 이 얼마나 획기적인 생각인가...! 지금 상태의 희세는 부끄럼이 너무 많아서 못하지만, 이야기가 막장으로 치닫으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아아, 여자애가 스스로 단추를 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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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22 01:11
    No. 11

    기술은 굉장히 중요한 과목인데 건축 관련과는 인문계에서 관련된 과정이 기술 밖에 없는데 작도나 도면 보는 과목이 또 있나? 가정도 식품영양학과나 디자인 관련과에도 적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텐데 인문계 애들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특정한 기술을 배우지 않아서 특히 필요한 과목일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21
    No. 12

    제가 학교 다닐 적에, 기술 선생님이 그러셨죠. 자기는 인문계에선 거의 아무것도 안 가르치지만 실업계로 전근가면 핵심인물이 된다고. 가정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 말씀을 하셨죠.
    ...하지만 내신에도, 수능에도 반영 안 되는 마이너 과목은 그저 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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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22 01:20
    No. 13

    하핳 위에분 사상이 불손하군요 단추라뇨.... 전 쥔공 머리를 가슴에 파묻게 할줄알았습니다.풋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8:22
    No. 14

    !!! 그건 그것대로...! 역시 메모 해 놓는 게 좋겠어요. 아마 그렇게 하면 웅도는 코피를 쏟으며 기절해버릴지도 몰라요. 희세도 희세대로 엄청나게... 후후후, 아주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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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2 09:46
    No. 15

    피에 젖어서 훤히 비치는 교복셔츠라... 뭐야, 몰라 그거 무서워. 안 모에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09:55
    No. 16

    으앙 죽음. 그보다 그럼 장르가 호러가 되잖아요! 으아아앙!
    ...누구도 날 방해할 순 없어. 가슴 큰 년이던, 로리년이건! 웅도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성처럼
    작성일
    14.02.22 13:18
    No. 17

    위엣분들은 리유가 멍청이라고 생각하시는것같은데 제가 볼때는 리유는 굉장히 머리회전이 잘돌아간다고 할까요..아니 영악하다고 봅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2 13:23
    No. 18

    !!! 호오... 또 다른 예상을 하시는 분께서... 등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1:42
    No.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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