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맛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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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 상륙 작전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날카로운 산호가 깔린 해변 여기저기 허옇게 뼈가 드러난 동물 사체들, 전차의 상륙을 방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철근 구조물은 도저히 엄폐를 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군 전함의 함포가 계속해서 거대한 불을 뿜었지만 일본군은 곳곳에서 기관총, 박격포 등으로 프랑스군의 상륙을 방해하고 있었다.
펑!! 퍼엉!! 펑!!
쉿!! 쉬잇!!
퍼버벙!!!
샤를은 잽싸게 철근 콘크리트 쪽에 약간 파인 부분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엄폐했다.
쉿!! 쉬잇!! 쉿!!
펑!! 퍼엉!!!
일본군이 발사한 박격포탄과 총탄이 비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샤를은 엎드린 채로 일본군이 발사한 예광탄의 탄도를 확인했다. 저 벙커를 처리하려면 화염방사조가 필요할 것 이다.
'화염방사조는?'
샤를이 뒤를 돌아보니, 화염방사조 녀석들은 해안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거대한 산호 바위 틈 뒤에 숨어 있었다. 아직 2파 녀석들이 탄 상륙정은 해안에 접근하지 않았다. 어떻게던 2파 녀석들이 오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전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머리를 들었다간 수박이나 참외 깨지듯 총알에 박살이 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화염방사조 녀석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런 시발!!!'
다른 중대 소속 화염방사조가 용감하게 해안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던 녀석들이 일본군 벙커에 접근해야 했다. 그 때 일본군 기관총이 집중적으로 화염방사조를 노렸다.
쉿!! 쉬잇!! 쉿!!
화염방사기가 총알을 맞고는 폭발하며 불을 뿜기 시작했다.
쿠과광!! 콰광!!!
'!!!'
샤를은 해안가에 일본 글씨가 적혀있는 여러 개의 커다란 깃발을 발견했다. 일본군은 해안가에 미리 깃발을 세워두고, 포탄을 한두발씩 쏴두면서 좌표를 모조리 정확하게 재둔 것 이었다. 그래서 일본군 박격포는 상당히 정확하게 발사되고 있었다.
펑!! 퍼엉!!
쿠과광!!!
샤를의 머저리 같은 소대원 알세스트, 조프루아, 아냥, 뤼피스, 외드가 산개하지 않고 다섯명씩 뭉쳐서 일본군 깃발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샤를이 외쳤다.
"산개해!!!"
순간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일본군의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박격포탄은 쑤욱 모래사장에 박혔다. 불발탄이었던 것이다!! 알세스트 일행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샤를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엎드렸다.
'으아아!!!'
샤를이 수신호를 보내며 외쳤다.
"신호하면 산개하며 달린다!!!"
쉬잇! 쉿!!
퍼엉!!! 퍼버벙!!!!
하지만 다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샤를이 소대원들의 대가리를 한대씩 쳤다.
퍽! 퍽! 퍽! 퍽! 퍽!
샤를이 다시 수신호를 보내며 외쳤다.
"신호하면 산개하며 달린다!!!"
잠시 뒤, 일본군의 기관총 총격이 멈췄고 샤를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돌격!!!"
피웅!! 피웅!!
쉿!! 쉿!!!
어느덧 2파 상륙 부대가 오고 있었다. 상륙정에 타고 있던 2파 상륙 부대는 핏빛으로 변한 바닷물에 첨벙거리며 뛰어내렸다. 해안가에는 수 많은 부상병들이 신음하고 있었고, 위생병들은 능숙하게 이들을 처치했다.
"뭐야!! 이미 끝난거야?"
한편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과 함께 바위 뒤에서 일본군의 벙커를 주시했다. 높이가 고작 120cm 정도인 저 벙커에 잽들이 아직 살아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놈들도 숨을 죽이고 이 쪽을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샤를의 소대원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일본 놈들은 죽은척하다가 수류탄을 던지며 자폭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쨋거나 벙커를 헤치워야 했다. 샤를이 수신호를 보내며 명령했다.
"화염방사조! 엄호해주겠다!!"
잠시 뒤, 알세스트, 조프루아가 벙커가 있는 쪽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탕!!!
그 틈을 타서 샤를은 아냥과 함께 잽싸게 벙커로 달려간 다음 위로 올라갔다. 벙커 위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환기구가 있었다. 샤를은 잽싸게 수류탄을 깐 다음 환기구 안으로 집어넣었다.
쿠과광!!
그 틈을 타서 화염방사조가 무거운 화염방사기를 들고 달려와서는 벙커 안으로 화염방사기를 뿜었다.
화르르륵!!!
엄청난 화염의 열기가 샤를이 있는 곳까지 느껴졌다. 잠시 뒤, 샤를과 소대원들은 철문을 열고는 무릎을 꿇고 일본군의 벙커 안으로 들어가서 수색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수북히 쌓인 탄피들 뿐이었다. 일본군은 중화기를 챙기고 미리 도망간 것 이었다.
일본군에 벙커에는 방마다 격벽이 있었다. 그래서 벙커 위에 환기구에 수류탄을 까집어넣더라도, 다른 방은 안전한 구조였다. 샤를은 천장에 환기구와 통하는 구멍에 일본군이 철망이 깔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기껏 접근하여 환기구로 수류탄을 까넣어도 살상력이 줄어들 것 이다.
한 소대원이 말했다.
"이거...화염방사기 없으면 무리겠네요."
소대원들은 수색을 마치고는 벙커 밖으로 나와서는 털썩 주저앉았다.
벙커 인근에 포탄을 맞고 죽은 일본군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그 시체 중에는 장교로 보이는 시체도 있었고 샤를은 잽싸게 달려가서 시체를 뒤적였다. 하지만 서류, 군사 수첩, 권총 등 챙길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장교라면 갖고 있을 쌍안경, 연필 같은 물품도 없었다. 2소대장이자 샤를의 군사 학교 동기인 프랑크가 말했다.
"서류나 중화기는 모조리 챙겨서 퇴각했네!"
3소대장인 니꼴라가 말했다.
"애초에 해안선 쪽에 집중해서 방어하는거 아니었어? 잽들이 이렇게 빨리 퇴각했다고?"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1소대원 알세스트가 외쳤다.
"하하하!! 원숭이들은 우리가 무서워서 도망간겁니다!! 이제 놈들은 다 할복해야할 겁니다!!!"
샤를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다...이건 미리 퇴각을 염두에 둔거다...단순히 상대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주기 위한 지연전...'
하지만 굳이 이 말을 해서 소대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이유는 없을 것 이다. 2파로 온 녀석들은 일본군의 시체로부터 노획을 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고 조프루아가 수근거렸다.
"왜 우리가 싸웠는데 저 새끼들이 챙기냐?"
"우리도 챙기자!!!"
샤를의 소대원들도 잽싸게 달려나가서는 일본군의 시체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드봉은 일본군의 철모를 벗겨보았다. 철모 안에는 일장기가 있었다. 드봉은 뿌듯한 표정으로 일장기를 바라보았다.
"좋았어!! 악!!!"
주임원사가 드봉의 대가리를 때렸다.
"물부터 찾아라!!"
그 때, 조아생이 외쳤다.
"물 찾았습니다!!"
조아생은 일본군이 쓰던 나무 통에 담긴 물을 발견했다. 조아생이 허겁지겁 수통을 나무 통에 넣으려는 사이, 샤를이 조아생의 대가리를 쳤다.
퍽!!
"악!!"
"독이 들어있을 수 있다!! 이건 먹지마!!!"
조아생을 포함한 샤를의 소대원들은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았다. 상륙 작전 전에는 오줌을 쌀까봐 물을 별로 먹지 못했던 것 이다. 결국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과 조를 짜서 근처에 물을 마실 수 있는 하천을 찾기로 했다. 샤를이 소대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잽 저격수를 조심해라!"
그렇게 샤를과 소대원들은 제각기 지정된 방향을 예의 주시하며 물을 찾으러 갔다. 샤를은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물을 찾을거라는건 놈들도 예상하고 있을터...'
태평양 산호섬에는 엄청나게 키가 큰 야자수들과 덤불이 빽빽했다. 워낙 덤불이 빽빽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시야가 상당히 제한되었다. 그 때, 선두에서 가던 알세스트가 하천을 발견했다.
"저기 있습니다!"
잠시 경계하다가 잽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들 가서 신나게 수통에 물을 담았다.
"벌컥벌컥!"
다들 수통을 두 개씩 갖고 있었고 수통을 완전히 채운 다음에 돌아온 다음 오늘 머물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이 섬에는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벌레들이 득실거렸다. 뿐만 아니라 손톱만큼 굵은 파리떼도 들러붙었다. 레이션을 먹는데 이 시발놈의 벌레들이 잉잉거리며 달라붙었다. 다들 손을 뻗어서 이 벌레들을 쫓아내느라 난리였다.
샤를과 소대원들은 안쪽 양말까지 흠뻑 젖어버린 군화때문에 불편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언제 잽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군화를 계속 신고 있어야 했다.
"이렇게 양말이 중요할 줄이야..."
잠시 뒤, 샤를과 소대원들은 대충 진지를 만들고 위장한 다음, 일본군이 침투할 수 있는 접근로까지 거리를 모조리 측정해두었다. 그리고 탄을 한두발씩 쏴두면서 미리 정확히 조준을 해두었다. 몸의 근육이 완전히 탈진하도록 죽어라 일을 하고 나니 이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2인 1조로 조를 짜게 한 다음, 길게 끈을 연결해두고 이 끈을 당겨서 연락을 하도록 했다.
"한 번 당기면 이상 없음! 두 번 당기면 적 발견! 세 번 짧게 당기면 발사!! 서로 번갈아서 휴식한다! 내가 근무하는 타임에는 절대 졸지 않도록 유의한다! 잠시 졸았다가 소대 전체가 몰살당할 수 있다!!"
그 때, 알세스트가 손을 들고 물었다.
"소대장님! 질문해도 될지 여쭤도 될지 허락받아도 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뭔가?"
"똥 마려우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빨리 싸고 와!!"
그 때, 클로테르가 손을 들었다.
"또 뭔가?"
"배탈이 나서 갑자기 똥이 마려우면 어떻게 합니까?"
"동료가 근무할때 싸고 온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근무가 시작되었다. 샤를도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라 잠시 눈을 붙이는데,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탕!! 타당!! 탕!!
드륵 드르륵
펑! 펑!! 퍼엉!!
하늘 위로 조명탄이 높이 솟구쳤고, 넓은 야자수 나뭇잎 사이로 조명탄 불빛이 태양처럼 번쩍거렸다. 여기저기서 기관총 예광탄의 탄도가 보였다. 그런데 예광탄의 색을 보아하니 아군 쪽에서만 발사하고 있었다. 잠시 뒤, 샤를은 조지, 맥상을 데리고 일본군의 시체를 찾으러 어둠 속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일본군의 시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샤를, 프랑스, 니꼴라, 에릭이 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얼간이 새끼가 허깨비 사격했나보군...'
어둠 속에서는 적이 있다고 착각해서 허깨비 사격하는 일이 흔하다고 들었는데 첫날부터 이럴줄은 몰랐다. 안 그래도 탄약을 아껴써야 했는데 부이용 중대장님이 이번 사건에 격노했다.
"%$@&!!!!!!"
한편, 조선인 출신 관동군 영식이네 소대는 동굴 속에 머물고 있었다. 영식이네 소대에는 조선인 영길이와 소우스케가 신병으로 있었으며 히로토 준위가 소대 내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대소변을 누러 동굴 밖으로 자주 나갔다 오면 적에게 진지를 들킬 위험이 있어서 위험했기에, 나무 통 두개를 요강으로 쓰고 있었다.
그 때, 고참병이 와서는 영길이와 소우스케에게 말했다.
"일어나!"
영길이와 소우스케가 일어났고, 고참병은 영길이와 소우스케에게 싸대기를 날렸다.
짝! 짜악! 짝!! 짜악!!!
싸대기를 쳐맞고 영길이와 소우스케 둘 다 뒤로 자빠졌다가 잽싸게 일어났다. 고참병이 요강을 가리켰다.
"제 때 안 버리나!!!"
결국 영길이와 소우스케는 요강을 하나씩 들고는 이를 버리러 나갔다.
'이런 시발!!!'
'좆 같은 내 인생!!!'
영길이와 소우스케는 10분 정도 어둠 속을 따라 달려간 다음 요강을 버리고 서둘러 돌아갔다.
'시발...'
그렇게 돌아가서 쉬려고 하는데 정찰병들이 돌아와서 프랑스군 진지의 위치를 영식이 소대장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잠시 뒤, 중대장 명령에 의해 영길, 소우스케는 히로토 준위와 함께 프랑스군 진지로 잠입해서 프랑스군의 목을 따고 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영길은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이건 자살 돌격이나 마찬가지다!!!'
소리가 들리면 안되기 때문에 소총을 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영식이는 검은 안료를 칠한 30센치 정도 길이의 검을 이들에게 빌려주었다.
"이걸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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