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작전
한스 파이퍼의 4군은 세르푸코프, 칼루가, 튤라와 같은 주요 지점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었고, 현재 독일군 전선은 세르푸코프 쪽이 돌출되어 있었다. 소련 예비방면군의 49군과 브리얀스크 방면군의 50군이 세르푸코프에 돌출된 독일군을 양쪽으로 절단하여 포위할 것 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상황이었다. (하단 지도 참조) 소련군은 어떻게던 이번 겨울 공세에서 세르푸코프와 튤라를 탈환하기로 작전 목표를 세웠을 것 이다.
현재 세르푸코프쪽 돌출부에는 한스 파이퍼의 4군 일부 병력뿐 아니라 회프너의 4기갑군의 57 기갑군단 또한 같이 있었다. 만약 세르푸코프쪽에서 퇴각을 할 경우, 57 기갑군단이 퇴각할때 4군의 차량화 보병이 측면을 엄호해줘야 할 것 이다.
그리고 오토 파이퍼와 동료들이 소속된 형벌 부대 또한 세르푸코프 쪽 돌출부에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던 세르푸코프쪽에 있는 부대에 계속해서 보급이 될 수 있도록 철도를 지키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 파이퍼는 회프너로부터 받은 전보를 해독했다. 현재 회프너 4기갑군의 57 기갑군단은 탄약과 연료가 대단히 부족한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세르푸코프라는 주요한 거점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스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망할 놈의 보급같으니...'
현재 최전선에 있는 한스 파이퍼의 4군과 회프너의 4기갑군 모두 농가에서 손수레를 돈 주고 구입해서 이용하고 있었다. 그만큼 보급이 힘든 상황이었던 것 이다. 어쨋거나 지금 한스는 늑대굴로 갈 준비를 마쳤다. 취사병이 한스 파이퍼를 위한 식사를 가져왔다.
'...'
식사에는 빵 한 덩어리와 잼 한 병이 있었다. 한스 같은 사령관도 빵 한 덩어리에 잼 한 병을 먹어야 할 정도면 일선 병사들의 식량은 짐작할만 했다. 병사들은 빵 한 조각에 잼만 잔뜩 발라 먹어야 할 것 이다.
한스 파이퍼는 대충 식사를 하고 출발하기 전 최근에 들어온 장갑차와 전차들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만들어내느라 동계 위장용 흰 페인트가 제대로 칠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한스 파이퍼는 칼루가 쪽에 임시로 마련된 늑대굴로 향했다.
늑대굴에 도착해보니 공군 최고 사령관이자 한스 파이퍼의 친구인 붉은 남작이 있었다. 그 옆에는 공군 참모총장 겸 상급대장인 괴링 또한 있었다.
한스가 붉은 남작에게 말했다.
"세르푸코프 쪽 연료 보급은 여전히 어렵겠는가?"
붉은 남작이 말했다.
"현재 항공기가 뜰 연료도 부족하고 연료가 보급된다한들 기온 때문에 수송기가 뜨는 것이 무리일세."
잠시 뒤,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히틀러는 소련군의 반격이 끝난 이후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내년 봄 라스푸티차가 끝난 이후, 남부집단군은 캅카스를 공격할 것 이오."
'???'
한스를 포함한 모든 장성들의 안색이 변했다.
'남부로 간다고?'
'모스크바를 먼저 점령하는 것이 아니었나?'
'석유를 얻기 위해서인가?'
'터키와 동맹을 맺는다면 가능할지도?'
한스는 세계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건 군사적으로 불가능하다...현재 러시아 해방군, 우크라이나군, 벨라루스군까지 합치고 내년에 캅카스 쪽으로 가용 가능한 병력은 대충 &%@ 캅카스로 가는 것은 올해 안에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 보다 더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히틀러는 이미 구체적인 작전의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질문있나?"
한스가 이에 대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냥 이따가 따로 말할까?'
하지만 한스를 포함한 대다수의 장성들이 히틀러 앞에서는 심리적으로 밀려서 제대로 할 말을 못하게 된다. 히틀러와 전화 통화를 할 때는 그래도 덜하지만 단둘이 있을때 히틀러는 도대체 무슨 힘이 있는건지 대화가 끝나면 저절로 설득당하고는 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작전이 실패하면 전쟁의 우선권은 소련에게 넘어가게 된다...이건 용납할 수 없다!'
결국 한스는 이 자리에서 이를 반박하기로 결심했다.
"내년 여름에는 중부집단군 주력으로 캅카스가 아닌 모스크바로 공세를 해야 합니다."
히틀러는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군사적인 시각으로만 현 상황을 분석하면 모스크바를 최우선 목표로 볼 수 있을 것 이오. 만약 캅카스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얻을 것 이고, 소련군은 더 이상 연료를 얻지 못할 것 이오."
한스는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이 작전이 진행된다면 본관을 해임시켜 주십시오."
순간 회의실에 정적이 돌았다. 붉은 남작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정신나간 새끼!!'
히틀러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나가시오."
한스와 히틀러를 제외하고 모두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장성들 모두 회의실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심지어 늑대굴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다가와서 무슨 일인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히틀러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이보게 한스! 만약 자네 부하가 군 회의때 이렇게 나오면 자네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걸세."
한스가 말했다.
"무슨 이유로 캅카스로 진격하려고 하는건지는 나도 잘 알고 있네. 당연히 현재 독일 제국이 전쟁을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료이고 소련의 공업생산량이 만만찮은 만큼 놈들에게 타격을 주려면 캅카스를 탈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세. 뿐만 아니라 놈들은 당연히 내년에 중부집단군이 모스크바를 계속 공격할 것 이라고 예상하고 대비를 해놓겠지. 그렇게 되면 전쟁이 예상 외로 장기화될 수 있고 연료가 필요하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혹시 서부전선이 생기게 되면...하지만"
한스는 지도에서 캅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까지는 절대 도달할 수 없네. 그리고 제아무리 소련군이 초반에는 모스크바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놈들은 결국에는 우리 의도를 눈치챌걸세.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여기서 포위당할 수 있네. 내 생각에는 한 여기쯤?"
한스는 지도에서 스탈린그라드를 가리켰다.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남부집단군 절반이 붕괴될걸세! 나는 이 작전만은 자네 의견을 따를 수 없네!"
히틀러가 말했다.
"현재 터키와 비밀리의 협상을 타진하고 있네. 터키와 동맹을 맺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캅카스를 점령할 수 있을 걸세."
한스는 어떻게던 히틀러를 설득하기로 했다.
"만약 동맹을 맺는 것에 실패한다면? 소련군 쪽에서 우리가 내년에 모스크바 쪽을 공세할거라고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없네. 그리고 소련군의 첩보망이 복원되었고 놈들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아군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네. 이 작전도 세어나갈 가능성이 크고 놈들은 남부집단군을 포위할 대비를 할 가능성이 높네. 그리고 아돌프 내가 자네를 비록 존경하지만 군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번만큼은 내 말을 맏어주게. 물론 연쇄적으로 운이 따라줘서 캅카스를 점령할 수도 있을걸세. 하지만 적은 확률을 위하여 남부집단군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네. 전쟁터에서 천재적인 전술로 대승리를 거둘 수는 있지만 기적은 없네. 지정학적 요건, 물자, 병력 등등의 요소들로 이미 전쟁의 승패는 결정되어 있네. 이 청색 작전도 그러하네."
히틀러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한스는 얼마 전 스탈린의 아들을 포로로 잡은 것을 떠올렸다.
"어제 전보로 보낸 것 처럼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주가슈빌리를 포로로 잡는데 성공했네! 모든 신원 확인이 끝났네! 제대로 된 심문 전문가가 그 놈을 심문하면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을..."
히틀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내가 뭘 잘못했나?'
"파이퍼, 왜 자네에게 장관직을 주지 않았는지 알고있나?"
히틀러는 한쪽 눈썹마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실컷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설치던 한스는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한스는 4군 사령관으로 부임하기 전, 마르틴 히틀러가 부상을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차차!! 내 실수!!'
히틀러가 분노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키예프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순전히 전술적 승리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땅과 자유를 되찾고 싶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네. 물론 전술적 승리도 있겠지만 이건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이 일구어낸 기적일세. 군중은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지만 많은 독재자가 결국 민중들의 분노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지. 만약 앞으로도 계속해서 러시아인들을 분노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간 그들의 분노가 %$@#."
한스는 얼마전 톨스토이 무덤과 투르게네프 무덤 사건을 떠올렸다.
'그...사건을 말하는건가?'
한스는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말단 부대에서 실수한게 내 잘못인가!!'
한스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자 히틀러는 더욱 더 분노했다.
"이 전쟁은 독일 제국의 안보와 동유럽인들의 자유를 위한 전쟁일세! 자네에게는 이 전쟁이 그저 체스게임일 뿐이만 말일세!!"
히틀러의 말에 한스는 뜨끔했다.
'어...어떻게 알았지?'
"야코프 주가슈빌리는 안전하게 후방으로 이송하게. 그리고 당장 나가!!"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회의실 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붉은 남작, 괴링, 보크, 기타 장성들이 모두 모여서 말을 엿듣고 있었다. 그렇게 한스는 굴욕을 당하고는 늑대굴을 나와서 호위를 받으며 자신의 사령부로 돌아왔다.
'내가 여태까지 충성을 바쳤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색 작전만은 막아야했다. 구데리안은 비록 한스와 같은 라인은 아니었지만 아마 구데리안도 이를 알면 반대할 것이었다. 현재 히틀러는 군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장성들과 함께 반대하면 청색 작전은 막을 수 있을 터였다.
'키예프 포위전하고 청색 작전은 상황이 다르다.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한스는 호위를 받으며 사령부로 돌아가는데, 어딘가에서 모신나강 총성이 들렸다.
탕!!
"매복이다!!!"
친소련계 파르티잔들이 길 가장자리 쪽에서 사격을 가한 것 이었다. 호위하던 병력들이 파르티잔에게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트등 틍 트드등
원래 이런 상황에 장성들은 차 안에 안전히 있어야 했지만 가만히 있을 한스가 아니었다. 한스는 오른쪽 발로 퀴벨바겐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린 다음, 퀴벨바겐 차체와 오른쪽 문 사이에 빈 틈을 통해 권총으로 조준 사격을 했다.
탕! 타앙! 탕!
파르티잔 한 명이 등에 총을 맞고는 쓰러졌다.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파르티잔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선 그냥 빨리 가는게 맞지만, 한스가 외쳤다.
"잡아!! 빨리!!!"
한스는 퀴벨바겐 뒷좌석에서 수류탄을 꺼낸 다음 파르티잔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향해 냅다 던졌다.
쿠광!! 콰과광!!!
한스는 뒷좌석에서 PPSh-40을 꺼냈다. 소련군의 PPSh-40이 MP40보다 추위에 잘 견뎠기에 한스는 일부러 이걸 준비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한스는 호위 병력과 함께 파르티잔들이 도망갔던 방향으로 달려가며 따발총을 긁었다.
따닥 따다닥 따다닥
도망가던 파르티잔들이 한스의 총알을 맞고는 쓰러졌다. 한스 파이퍼는 방금 전 자신의 수류탄에 쓰러진 파르티잔들의 시체를 확인하고는 발터 권총을 이용하여 한 발씩 확인 사살을 했다.
탕! 타앙! 탕!!
수류탄에 부상을 당한 파르티잔들 중에는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한스가 점점 걸어오자 그 파르티잔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고는 벌벌 떨었다.
"으...으아아..."
한스는 그 파르티잔 앞에서 발터 권총을 장전하였다. 그 파르티잔은 한스가 장전하는 시간 동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릉거리며 신음을 냈다.
"으...으으으..."
그리고 마침내 장전이 끝났고, 한스는 그 파르티잔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권총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한스가 호위 병력에게 말했다.
"돌아가지."
새하얀 눈 여기저기에 독일군의 군화 자국이 깊숙히 파였다. 그리고 파르티잔들은 눈 밭 위에 영원히 묻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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