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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4.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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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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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왕따 한스 1차 대전에 참전하다

DUMMY

1914년 독일, 김나지움을 다니는 학생 한스 파이퍼는 오늘도 학교 구석에서 반 친구들한테 얻어맞고 있었다. 비열한 막스가 한스의 양팔을 뒤에서 잡고 있었고, 루카스는 주먹으로 한스의 얼굴을 후려쳤다. 한스는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고 싶어서 늘 무표정을 유지했는데, 이럴수록 루카스, 막스, 율리안과 같은 반 학생들은 한스를 더욱더 괴롭혔다.


“야! 선생님 온다!”


복도에 있던 핀이 외쳤고, 한스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한스도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자리에 앉았다. 학급의 담임인 슈미트 선생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슈미트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다가, 문득 한스의 얼굴에 오늘도 상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일부러 모른 척 하였다.


지루한 수학 수업이 진행되던 순간,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한스를 제외한 반 학생들은 모두 창문에 바짝 달라붙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시작되었어!”


밖에서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신문을 돌리면서 환호하고 있었다.


“우와 전쟁이 시작되었어!”


루카스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자 학생들, 조용히 하세요.”


슈미트 선생이 말했지만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막스는 책상 위에 올라가서 환호성을 지르며 책을 찢었다.


“와오! 전쟁하니까 시험도 안 볼 거야!”


“너네 모두 전쟁 나갈 거지?”


율리안이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한스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멍청하기는···다들 나가서 뒤져라...’


결국 슈미트 선생은 한숨을 쉬며 난장판이 된 교실에서 나갔고, 한스도 가방을 챙기고 학교를 나왔다. 길거리에는 성인 남성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 여자들도 전쟁 소식에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다들 전쟁 나가면 나 혼자 편하게 수업 들을 수 있겠네···’


한스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했기 때문에 반 아이들이 아무리 괴롭혀도 수업을 빼먹거나 같이 싸울 수가 없었다. 괜히 맞서 싸우다가 정학을 받고, 대학 진학의 기회를 잃을 수는 없었던 것 이다. 어느덧 집에 도착한 한스는 대문을 열었다.


‘젠장···’


재수없게도 거실에는 술 취한 한스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한스의 어머니는 부엌에서 고개를 숙인 채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한스가 집 안으로 들어가서 대문을 닫으니, 아버지가 한스를 불렀다.


“오, 이제 왔구나.”


평소라면 술 병을 던지거나 심부름을 시키고는 했는데 왠일로 아버지는 친절하게 한스를 맞이하였다.


“여기 와서 너도 한 잔 해라.”


한스는 불편하지만 아버지가 주는 술잔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술 한 병 때문에 사람도 두들겨 패는 아버지였기에 한스는 지금 상황이 매우 의아했다.


“너도 이제 남자가 될 때가 되었구나. 가서 짐이 되지는 않도록 해라.”


“네?”


한스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 보았다. 부엌에서는 쨍그랑하고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한스는···아직 어려요···”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엠마, 이건 여자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가문을 자랑스럽게 해다오.”


순간 한스의 어머니가 거실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한스를 껴안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입대 하지 않아도 된단다. 넌 몸이 약하잖니. 꺄악!”


순간, 아버지가 어머니의 뺨을 때렸고, 어머니는 거실 바닥에 쓰러졌다.


“엄마!”


“나는 괜찮다···”


어머니가 하는 말에 한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폭력보다 힘든 것은 이러한 어머니의 태도였다. 한스는 속에서 증오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보다도, 늘 자기 자신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어머니가 증오스러웠다. 순간 한스는 더 이상 어머니에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다시 손을 올리려 하고 있었고, 한스는 그 순간 집에서 나와 입대 신청서를 내기 위하여 달려갔다.


일주일 뒤, 한스는 군대에서 신병들과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사격 연습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 이러다가 전쟁 영웅 되는 것 아냐?’


한스는 자신을 괴롭혔던 막스, 루카스의 대갈통을 날려버리는 상상을 하면서 목표물을 겨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종이에 구멍이 뚫렸다. 훈련소에서는 제각기 친해진 무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한스를 괴롭히지 않았다. 친구를 못 사귀기는 했지만, 늘 괴롭힘을 다니던 지긋지긋한 학교 생활에 비해서는 훨씬 좋았다. 그렇게 한 달 간 훈련을 받고, 한스는 전선에 투입되었다.


‘이게 무슨 고약한 냄새야?’


생전 처음 참호에 가보는 한스는 똥, 오줌, 각종 분비물들이 뒤섞인 냄새에 경악하였다. 한스 뿐만 아니라 신병들 모두 숨을 참을 수 밖에 없을 수준에 냄새였다.


“여기서 계속 머무는 건 아니겠지?”


신병 니클라스가 작게 속삭였다.


“이럴 수가···”


또 다른 신병 안톤은 참호 안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한 병사의 발을 바라보며 경악하였다. 진흙탕 속에서 계속 지내다가 발이 시뻘겋게 부어 있었던 것 이었다. 그대로 방치되면 썩어서 절단해야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 신병들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나? 냄새가 고약한가?”


콧수염을 기른 게르슈타인 하사가 신병들을 맞이하며 말했다.


“이 쪽은 후방이라 시체 냄새가 안 섞인 것을 다행이라 여기라고. 앞으로 여기서 머물면서 유산탄과 포탄 소리를 잘 배우도록 하게. 뮐러 병장, 신병들을 안내해 주게.”


중간 정도 키의 갈색 머리의 사람 좋아 보이는 뮐러 병장이 신병들을 데리고 참호 곳곳을 소개해주었다.


“이 쪽에 의무병이 있으니 부상을 입으면 여기 와서 치료를 받으면 되네.”


그 곳에는 손가락 두 개를 잃고 의무병에게 소독을 받고 있는 병사가 있었다. 의무병은 병사의 손에 약을 발라주며 이야기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총을 장전하는데 문제 없을 걸세.”


구석에는 피가 묻어 있는 붕대가 늘어져 있었고, 커다랗게 살찐 쥐 한 마리가 붕대에 묻은 피를 핥고 있었다.


“으허헉···”


한스는 생쥐를 보고 기겁을 했다. 뮐러 병장은 한스를 한 번 보더니, 대피호로 일병들을 이끌었다.


“여기가 대피호일세. 포격이 시작되면 여기서 대피하고 있어야 하네. 보초를 서지 않을 때는 여기서 잠을 자면 된다네. 그러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바로 뛰어나가서 각자 위치에 서서, 이 쪽으로 오는 적을 막아야 한다네. 재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그게 참호전 방어의 핵심이네. 절대 허공으로 총알을 낭비하지 말고 겨냥해서 쏘게나.”


커다란 방 안에는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세 명의 선임이 바닥에서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스는 눈치를 보다가 재빨리 가장 편해 보이는 구석 자리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앉았다. 다른 일병들도 주섬주섬 자기의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모리츠 상병이 신병들을 보며 낄낄거렸다.


“거 편하게 앉으라고. 잘 때 쥐 조심하고.”


안톤은 모리츠 상병의 말에 흠칫하며 근처에 쥐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절망적인 얼굴로 신병들이 앉아 있는데, 뮐러 병장이 들어와서 이야기했다.


“철조망 보수할 인원 없나? 당분간은 포격이 없을 것 같으니 안전할 걸세.”


아무도 손을 드는 신병은 없었다. 한스는 구석에 앉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뮐러 병장의 눈을 피했다. 그 때 안톤, 니클라스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멍청하기는···’


한스는 속으로 안톤과 니클라스를 비웃으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뮐러 병장이 안으로 들어와서 한스와 요나스 신병을 지목했다.


“자네들도 따라오게.”


‘젠장···’


한스는 속으로 재수가 없다고 욕을 하며 따라 나섰다. 독일군의 참호와 적군의 참호 사이에는 적군의 기습적인 공격을 서로 막기 위하여 많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곳은 ‘무인지대’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곳에는 살아 있는 사람은 전혀 없고, 무수한 시체들과 그 시체를 파먹는 쥐들만이 이 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가 벌어진 직후에는 부상을 입은 채로 동료들을 부르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에 퍼졌으나, 다행히 지금 이 곳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 동료들을 부르다가 저주하는 비명소리가 들릴 때면, 병사들은 제발 그가 빨리 죽어주기만을 기다렸다.


비명소리가 한 동안 들리지 않아, 편히 목숨을 거두었으리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보초를 설 때쯤이면, 피가 목에서 끓는듯한 앓는 소리가 무인지대에서 다시 들려오고는 했다. 무인지대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지옥이었다.


이 곳에는 작살 같이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통나무들 사이로 가시가 달린 철조망이 그물처럼 온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독일군도, 적군도 오랜 기간에 걸쳐 꽤나 공을 들여서 철조망을 설치하고 보수해왔던 것 이다. 이 곳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동물은 쥐 뿐이었다.


통나무들이 엇갈려 있는 모습이 어찌나 흉물스러웠던지, 양팔을 벌리고 죽어있는 시체 같기도 했다. 철조망을 보수하는 일은 2인 1조로 진행되었고, 한스는 요나스와 함께 일을 시작하였다.


“파상풍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한스는 장갑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그 빌어먹을 병장은 장갑을 가져오라고 말이라도 할 것 이지···.’


“아악!”


한스의 손가락이 살짝 긁혔다.


“이봐 괜찮아?”


요나스가 한스에게 물었다. 살짝 긁힌 것에 불과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니 피가 한 방울 맺혔다.


“으아악! 너무 아파! 파상풍에 걸릴 것 같아.”


한스의 엄살에 요나스는 기가 막혔다.


“이따가 의무병한테 가서 소독 받아.”


“아이고···아아···.”


“넌 그냥 잡고 있어. 내가 설치할 테니까.”


한스가 계속 아픈 시늉을 하자 요나스가 철조망을 설치하는 일을 했다. 요나스도 조만간 손에 긁힌 자국이 생겼다. 대충 철조망을 다 설치하고 한스, 요나스는 참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뒤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콰광!”


한스, 요나스로부터 20m정도 앞 쪽에 포탄이 떨어지고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으악! 포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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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아돌프 갈란트의 의견 +2 24.04.10 58 2 15쪽
1003 모스크바 시가전 +66 24.04.09 94 2 17쪽
1002 잔해 더미 +10 24.04.08 77 3 14쪽
1001 1941년 5월 3일 새벽 03:00 +68 24.04.07 10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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