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미국-아프간 전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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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핌이 미군 측에 상황을 진술했다. 성호는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손발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 미군은 세라핌의 말을 듣고는 차량 안에 있는 급조 폭발물을 확인했다. 한 미군이 차량 안에 시체들을 확인하고는 외쳤다.
"워후...끔찍하군!!!"
폭발물 처리반 EOD가 폭발물 보호복을 입고 와서는 주의깊게 급조 폭발물을 수거하는 작업을 마치고는 말했다.
"폭발물 양이 적은데?"
세라핌과 파비오 또한 태연한척 했지만 미군이 하는 말에 하나하나 귀를 기울였다. 조사하러 온 미군이 챠량에 선명하게 남은 탄착군을 관찰하고는 외쳤다.
"와우 멋진 솜씨로 쐈구만! 이보슈! 자네가 쐈나?"
성호가 얼버무렸다.
"나...나는..."
세라핌이 외쳤다.
"이 친구는 동양에서 와서 영어를 잘 못하오! 급조 폭발물을 설치한 차량이 정지하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달려서 사격할 수 밖에 없었소!"
잠시 뒤, 성호는 파비오와 함께 용병들이 머무는 돔형 텐트로 돌아왔다. 성호는 자신의 AK-47을 텐트에 기울여서 거치시켜놓고는 고래를 숙였다. 손발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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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손이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언제라도 미군 헌병들이 들어와서 자신을 잡아갈 것 같았다. 팔뚝에 근육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참고로 성호는 어린 시절 수학 문제집의 어려운 문제를 답을 보고 베낀 적이 있었고 어머니가 눈치챘을 때도 쫄고는 했다.. 콜린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파비오가 외쳤다.
"그...그게 Han 이 친구가 급조폭발물을 운반하던 차량을 저지했네! 근데 차에 어린 아이도 타고 있어서 놀란 모양이군!"
파비오의 말을 듣고는 콜린이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었던거네.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맞아! 어차피 폭발물이 터졌다면 다 죽었을걸세!"
"어린 아이까지 폭탄 테러에 이용한 탈레반 놈들 잘못이지!"
파비오는 태연한척 담배를 피우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잠시 뒤 세라핌이 들어와서는 성호에게 말했다.
"따라오게."
파비오 녀석은 '좆된건가!!!'라는 표정을 지었고, 성호는 세라핌을 따라 돔형 텐트 밖으로 나왔다. 성호는 여전히 자신의 허리춤에 권총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잡혀가기 전에 권총을 입 안에 넣고 자살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세라핌은 구석으로 성호를 데리고 가서는 얼굴을 자세히 살피고 말했다.
"해결됐네."
'!!!'
세라핌이 성호에게 얼굴을 들이대고는 차분히 말했다.
"탈레반이 자신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폭발물이 설치된 차량을 운전하여 기지를 테러하러 하였으나 자네가 AK-47를 발사하여 차량 폭탄 테러를 막은 것으로 기록되었네. 추가 수당이 나갈걸세."
하지만 여전히 성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라핌이 외쳤다.
"이보게!!"
성호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Sir!"
세라핌이 성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정신 바짝 차리게."
성호는 돔형 텐트로 돌아가서 얼빠진 상태로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팔뚝과 뒷목이 굳고 떨리는 듯한 근육 경련 증상이 있었는데 그런 경련 증세가 싹 사라졌다.
'무슨 수사가 저렇게 허술하지? 아니 일부러 허술하게 하는건가? 하긴 용병이라는거 자체가 이런 지저분한 일 하라고 부른거겠지...'
성호는 자신의 AK-47을 바라보았다. 방아쇠울 속에 손가락을 넣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 행동은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나온거나 다름없었다.
'어...어째서 내가...도대체 왜 그 자는 차를 안 멈춘거지?'
어린 시절 친구들이 마트에서 과자를 훔칠때도 성호는 쫄려서 자신은 안 훔치고 보고만 있었다.
'내가 일가족을 몰살시켰다!!!!'
성호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이 정도의 악의를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를 죽였다는 것에 마치 게임에서 이긴 것 마냥 스멀스멀 쾌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상훈이 걸어와서는 영어로 물었다.
"자네 괜찮나?"
덩치 큰 구스타프가 눈치없이 말했다.
"죄책감 때문에 힘들겠...악!!"
파비오가 구스타프의 옆구리를 찔렀다. 성호가 영어로 중얼거렸다.
"내 조상은...일제에 부역했네..."
상훈이 말했다.
"뭐 그 시대에는 다 그러지 않았나? 내 조상도 관동군에서 복무했어.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성호가 말했다.
"나도 그럴거라 믿고 싶었지...그런데..."
성호는 다음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전쟁을 즐긴거다...'
성호는 자신의 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한병태 또한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부조리에도 딱히 저항하지 않아서 진급에도 무리없었으리라. 민간인 학살이나 기타 전쟁 범죄에 죄책감은 느꼈지만 아마도 방조했으리라. 다른 무엇보다도 그 또한 싸움을 즐겼을 것 이다.
에른스트 파이퍼(한스의 후손)이 이 광경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루한 임무가 이어지다가 인근 시가지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아프간 꼬맹이들이 용병들한테 손을 내밀며 외쳤다.
"초콜렛! 초콜렛! 초콜렛!!"
성호는 어린 아이들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 결국 아이들은 다니엘에게 가서 초콜릿을 달라고 했다. 다니엘은 아이들 앞에서 초콜릿을 꺼낸 다음 혼자서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그로부터 며칠 뒤, 성호는 정신이 돌아왔고, 동료들과 함께 치안 관리 임무를 하고 되었다. 미군 사령부 측에서는 이 시가지를 확실히 안전한 구역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세라핌이 용병들에게 임무를 설명했다.
"수상쩍어 보이는 자가 있으면 바로 무전으로 보고한다!"
그리고 성호는 에른스트 파이퍼(독일 출신으로 한스 파이퍼의 후손)와 함께 옥상 위에 올라가서 쌍안경으로 주위를 정찰했다. 에른스트가 성호에게 물었다.
"괜찮다면 뭐 하나 물어도 되냐?"
"안 괜찮지만 뭔데."
"네 조상 중에 일본에 부역한 사람 있었다며. 군인이었나?"
"그렇네."
"혹시 높은 자리였나?"
"Yeah. 근데 왜?"
그 때, 무전이 왔다.
"타이거 1-2 지직 여기는 타이거 1-3 지직"
에른스트 파이퍼가 말했다.
"잘 안 들린다. 귀소 감명도 불량."
"타이거 1-2, 여기는 타이거 1-3 잘 들리나?"
"잘 들린다. 오버."
"37번 건물과 38번 건물 사이 검은 옷 입은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찍고 있다. 보이나?"
에른스트와 성호는 잽싸게 옥상에서 반대편으로 달려가서 그 쪽을 관찰했다.
'젠장 37번 건물이 어디...찾았다!'
"찾았다. 무장했는지 계속 주시하겠음. 오버."
성호는 쌍안경으로 그 검은 옷 입은 자를 주시했다. 그는 확실히 수상해보이기는 했다.
"37번 건물로 들어갔어."
"37번 건물로 들어갔다. 오버."
하지만 그 자는 37번 건물로 들어간 다음, 2층 창문을 통해서 옆에 있는 36번 건물로 진입했다. 에른스트가 무선으로 이를 보고했다.
"창문을 통해 36번 건물로 들어갔다. 오버!"
세라핌, 다니엘이 36번 건물의 계단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여기서도 보였다. 그 아프간 남자는 눈치를 챈건지 36번 건물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다음 골목으로 질주했다. 에른스트가 외쳤다.
"36번 46번 건물 사이 골목으로 달려간다!! 오버!!"
용병들은 그 자를 포위하는 것에 성공했다. 세라핌이 총을 겨누고는 아프간어로 외쳤다.
"손 들어!! 손 들라고 이 새끼야!!"
그 아프간인은 자긴 아무 잘못도 안했다며 뭐라뭐라 소리쳤다. 잠시 뒤 그 아프간인은 미군 사령부 쪽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수색 이후에도 아무 특이점이 없어서 그냥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세라핌이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젠장맏을!!!"
콜린이 외쳤다.
"분명 인근에 급조 폭발물이나 무기를 숨겨두었을 겁니다!!"
"지금 풀어주면 놈들은 분명 폭탄테러로 20명 넘게 사살할겁니다!"
미군 측에서는 그 아프간인을 풀어주면서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다. 그 서류란 절대 자신은 폭탄 테러 등 위험 행위를 하지 않을 것 이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서류였다. 다니엘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런...시발..."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세라핌이 용병들을 불러 모으고는 수군거렸다.
"날 따라오게!"
결국 세라핌은 용병들과 함께 아까 전 아프간인이 돌아다녔던 인근 건물들을 은밀하게 수색했다. 세라핌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놈들은 헤로인을 판매해서 수익을 얻지. 헤로인의 냄새를 식별해야 하네."
다들 세라핌을 따라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킁킁 킁킁"
그리고 세라핌과 용병들은 미군이라고 하면서 집집마다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성과는 전혀 없었다.
'그냥 허탕인데?'
세라핌은 성호, 다니엘, 파비오와 함께 한 집에 들어갔다. 터번을 두르고 있는 남자가 집을 소개했다.
"이 곳이 손님을 모시는 방 입니다."
성호, 다니엘, 파비오 다들 슬슬 이 수색 임무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뭐 나오지도 않는구만...'
하지만 세라핌은 차분하게 손님 방을 수색했다. 그리고 성호는 이 집 주인 남자의 표정을 관찰했다. 보통 용병이나 미군들이 집에 들이닥치면 전혀 찔리는게 없는 사람들도 긴장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긴장을 하지 않는 듯 했다.
"천천히 수색하십시오!"
그 아프간 남자는 일부러 세라핌과 용병들을 안심이라도 시키려는 듯이 뒷짐을 쥐고는 서 있었다. 성호가 말했다.
"잠깐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성호가 나가려고 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
그 아프간 남자의 뒷짐을 쥔 손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성호는 얼마 전에 자신이 근육경련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렸다. 그 아프간 남자는 뒷짐을 쥔 상태로 왼손으로 오른손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세라핌이 손님방에 있는 책상 밑에 파란 전선줄을 발견했다.
"이게 어디로 연결되는 것이..."
그 때 아프간 남자가 창문을 통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잡아!!"
성호가 재빨리 대문 밖으로 튀쳐나가서 골목으로 달려갔다. 그 자는 성호를 보고는 반대편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성호는 무거운 군장을 매고 있었기에 몸이 훨씬 굼뜬 상황이었다.
결국 성호는 재빨리 권총을 꺼내어 허공으로 위협사격을 했다.
탕! 탕!
아프간인이 바닥에 엎드렸고, 이 틈을 타서 세라핌이 창문으로 뛰쳐나와서 재빨리 케이블 타이로 이 자를 포박했다. 세라핌은 현 상황을 무전으로 보고하고 집의 마루를 모조리 뜯어보았다.
"이런 시발!"
마루 밑에는 마대 자루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파비오가 물었다.
"이게 뭡니까?"
세라핌이 말했다.
"IED(사제 폭탄)을 만드는 원료일세."
마루 밑에는 뿐만 아니라 전선줄, 약품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통 들도 있었다. 세라핌은 작은 비닐 봉지에 쌓여있는 물질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헤로인이군..."
세라핌과 용병들은 이번 공을 인정 받아서 특별 수당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세라핌과 용병들은 미군 험비를 타고는 시가지 외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상훈이 잔뜩 기대되는 표정으로 험비를 관찰했다.
"이...이게 바로 험비구나!!"
구스타프가 외쳤다.
"험비를 타다니 이게 왠일입니까!"
파비오가 말했다.
"우리 용병 회사는 돈 없어서 맨날 무기도 싸구려만 써서 이런건 상상도 못했는데...악!"
세라핌이 파비오의 머리를 때렸다.
"이건 회사 소유가 아니라 미군 측에서 이번 임무를 위해서 빌려준거다!"
상훈은 험비에 달린 M240 기관총을 바라보았다.
'어...엄청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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