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데리안 해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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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가 있는 전차 부대는 며칠간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하고 세르푸코프 철도역으로 가는 영토를 일부 확보하였다. 그렇게 승리를 거머쥔 표도르와 전차병들은 IS-2 전차에서 내린 다음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보드카를 나누어 마셨다.
"헉...허억..."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들 완전히 녹초가 된 얼굴로 오두막에 주저앉았다. 글리에르, 드미트리, 파벨 셋 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애국심이라곤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국의 운명이 목전에 다다른 순간 이들은 탈영하지 않았고 아무 생각없이 계속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소련군이 독일군을 격퇴시키고 있다는 소식은 전선 신문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표도르는 마호르카 담배를 꺼낸 다음 전선 신문을 뜯어서 말아피우기 시작했다.
"자네들도 할텐가?"
글리에르, 드미트리, 파벨이 고개를 끄덕였고 표도르는 마호르카 담배를 나눠주었다. 다들 전선 신문을 찢어서 담배를 말아 피웠다.
"후..."
전차 부대에 신병으로 들어온 한 녀석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표도르가 담배를 권했으나 그 녀석이 거절했다.
"다...담배 못 피웁니다."
파벨이 말했다.
"이제 배우면 되겠네."
드미트리가 말했다.
"전투 끝나고 피우는 담배는 맛이 기막히지."
결국 그 어린 신병도 마호르카 담배를 피웠다.
"켁...켁...내일도 싸우겠죠?"
한편, 한스 파이퍼는 자신의 사령부에서 파르티잔을 직접 심문하고 있었다. 현재 민간인들의 사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심문은 중요했다.
한스가 말했다.
"편하게 있으시오! 독일 제국군은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오. 붉은 군대하고는 달리 포로를 잘 보호하지."
한스는 속마음 같아선 그 포로의 대가리를 후려갈기고 싶었다.
'이런 병신같은 자식...독일 제국이 승리하는게 네 놈들한테도 좋을텐데 역시나 민중은 우매하고 자신에게 뭐가 이득이 되는지도 모르는군...'
그 포로는 한스가 권한 커피와 빵을 입도 대지 않았고 동료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지 않았다. 한스가 말했다.
"집단 농장 정책으로 수백만명이 아사했는데 왜 스탈린을 지지하는지 모르겠군. 스탈린이 말하는 평등은 모스크바 인근의 시민들만을 위한 평등이오? 진정 러시아를 위하여 싸우고 있는 것은 러시아 해방군이오. 그들이 더 나은 러시아의 미래를 그리고 있소."
여전히 그 파르티잔 포로는 지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지금 독일 제국군과 러시아 해방군, 우크라이나 군, 벨라루스 군은 인류를 볼쉐비즘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하여 싸우고 있소. 볼쉐비즘의 심장이 이제 곧 정지할거요. 볼쉐비즘은 번영과 단결을 약속하지만 볼쉐비즘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독재 권력일 뿐이오."
포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글을 모르오. 레닌인지 마르크스인지 그딴게 뭔지 관심도 없소."
통역병이 포로의 말을 독일어로 통역해주었다. 포로가 고개를 들고는 울분에 찬 얼굴로 내뱉었다.
"쳐들어올거면 10년 전에 쳐들어오던지 왜 지금 쳐들어왔소? 작년까지 나와 내 동료들 모두 당신들보다 스탈린을 증오했소. 하지만 당신들이 허튼 전쟁만 안 벌였다면 올해 농사 수확하고 난로 피우고 보드카나 먹고 있었을거요. 우린 이제 막 먹고 살만해졌단 말이오! 근데 네 놈들 때문에 농가들은 다 파괴되었고 마을 젊은이들이 전부 징병되어서 아작이 났단 말이다!! 니 놈들이 감제한답시고 농가들 다 불태웠잖아!!!"
통역병은 이 말도 정확히 모조리 통여해주었다. 한스는 이 포로에게서 얻어낼 정보가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한 번 더 찔러볼까?'
"전쟁이 끝나면 트랙터를 지원해줄 것 이오."
포로가 울부짖었다.
"전쟁에 그 많은 돈을 썼는데 무슨 트랙터를 지원해준단 말이오! 내가 글은 모르지만 멍청이는 아니오. 집도 다 무너지고 젊은이들도 다 죽었는데 예전처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통역병이 당황해하며 이 말들 또한 통역해주었다. 한스가 고갯짓을 하자 병사들이 그 포로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포로가 울부짖었다.
"한스 파이퍼 이 시발놈 네 놈이 전쟁 부추겼지!! 네 놈 때문에 우리 터젼이 날아갔어!!!"
통역병은 이 말들도 정확히 통역해주었다.
"한스 파이퍼 이 시발놈..."
한스가 손짓했다.
"됐네."
그 때, 한스 파이퍼의 사령부에 7군단 258보병사단 소속 여단으로부터 퇴각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더 이상은 버티고 있을 수 없고, 퇴각이 늦어질 경우 중장비 손실이 클 것 같다고 보고가 들어온 것 이다.
결국 한스 파이퍼는 퇴각을 허가하고는 이를 중부집단군 사령관 보크에게 전보로 보고했다. 한스는 보크의 라인이 아니었으나, 중부집단군 사령관 보크는 이전 4군 사령관이었던 클루게보다 한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기열 찐빠같은 클루게는 불리한 상황에서는 공세를 미루는 경향이 있었고, 한스 파이퍼의 기갑 정신이 4군에는 더 도움이 될거라고 여겼던 것 이다. 덕분에 보크는 한스 파이퍼가 결제한 서류들을 어지간해서는 승인해주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범주다...이번 동계 작전 때는 최대한 전력을 잃지 않고 놈들에게 타격을 입히면서 주요 거점만 방어하면 된다. 그래야 내년에 모스크바를 다시 점령할 수 있다.'
지금 한스가 신경쓰는 것은 히틀러가 캅카스 쪽으로 진군하는 청색 작전을 취소하느냐 마느냐였다. 구데리안이 청색 작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 위하여 직접 베를린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구데리안은 현재 한스와 같은 라인은 아니었지만 군부에서 상당한 힘이 있는 만큼, 이번 만큼은 히틀러에게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좋을 것 이었다.
히틀러는 군 장성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하는 편이었으나 청색 작전에 있어서는 희한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 때, 베를린으로부터 전보가 왔고 한스는 이를 재빨리 해독했다.
[하인츠 구데리안 2기갑군 사령관 심장병 치료를 위하여 요양.]
'구데리안이 해임되었다고?'
심장병 치료를 위하여 요양되었다는 것은 체면 살려주기일 뿐이고, 사실상 구데리안이 해임되었고 지휘관 예비로 대기 발령났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한스는 비록 구데리안과 같은 라인이 아니었지만 이는 말도 안되는 처사였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한스가 프란츠에게 말했다.
"들려오는 소문 있으면 나한테 모두 보고하게. 총리 각하는 원래 군 장성들의 의견을 존중했는데 아들이 부상당한 이후 좀 이상해졌네. 상병 출신이라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군."
이 패드립에 프란츠가 기겁을 했다.
'히익!!'
한편, 키릴 대공이 직접 히틀러에게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독일 제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전쟁이 끝난 이후 독립을 보장했기 때문에 러시아 해방군이 이에 대해 반발을 표한 것 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한스는 이것이 우크라이나 독립이 아닌, 청색 작전에 대한 반대 의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작전이란 말인가!! 청색 작전이 성공하기만 하면 유전을 얻는것 뿐만 아니라 볼가강쪽에서 선박 보급도 차단 가능하지. 스탈린그라드에도 현재 놈들의 산업시설이 있으니...호...혹시 스탈린의 이름을 붙여진 상징적인 도시를 점령해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이는 군사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멍청한 작전이다!!'
한편, 오토와 동료들이 머물고 있는 오두막에 슈바이거 소대장이 들어와서 외쳤다.
"주목!! 차렷!!"
다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슈바이거 소대장이 외쳤다.
"제군들 모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는가?"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슈바이거 소대장이 지도를 보여주었다. 인근 37구역에 작은 시가지가 있었다.
"이 시가지에서 현재 파르티잔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높은 건물을 놈들이 목표물 관측 용도로 쓰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놈들 포병대가 이 정보를 이용하여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공세가 시작되기 전 37구역에 침투해서 파르티잔들 섬멸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시가전이군...'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질문있나?"
오토와 동료들은 슈바이거 소대장이 준 지도를 이용하여 침투로를 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두 팀으로 나뉘어서 1팀은 여기 있고, 2팀이 침투하면..."
헤어만은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계급이 높았으니 작전은 내가 짜야 한다!!'
헤어만이 끼어들려는 순간, 헬무트가 말했다.
"총기 분배는 어떻게 할까?"
헤어만은 잽싸게 PPSh-40을 쥐었다. 참고로 지금 날씨가 추워서 MP40는 기능 고장이 흔했고, 소련군의 총기가 추위에서도 작동은 잘 되었다.
"내가 이걸 다루겠네."
그렇게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설상복을 입고는 인근 시가지로 진입했다. 시가지는 잦은 포격 등으로 완전히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민간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너무나도 조용했다. 오토와 동료들은 시가지 내부 담벼락 안에서 잠시 모여서 정지했고, 게오르크가 빠르게 인원을 체크하고 수신호를 보냈다.
'인원 체크 완료!'
시가지 먼 곳에서 모신나강 총성이 들렸다.
탕!
'저격수다!'
총성은 상당히 멀리서 들렸지만 이 인근 어딘가에도 저격수가 있을 것 이었다. 오토가 수신호를 보냈다.
'일단 담벼락 따라서 빠르게 전진!'
오토를 선두로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건물과 담벼락 사이로 빠르게 전진했다. 동료들의 발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렸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얼어붙을 겨울 바람 속에서 오토는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휘이잉 휘이이잉
"하아 하아"
소리가 날만한 장비는 가능하면 두고 왔고, 물통에도 물을 가득 채웠는데도 불구하고 군장이 흔들리는 소리와 두꺼운 설상복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방팔방에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져있었기에 달릴때마다 잔해 더미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자그락 자그락 자그락
오토는 그 와중에도 빠른 속도로 인근을 눈으로 스캔했다. 다행히 한쪽이 담벼락으로 막힌 이 길에 생긴지 얼마 안된 발자국은 없었다.
그 때 어디선가 천둥이 치는듯한 포성이 들렸다.
우르릉
"허억 허억"
이제 담벼락이 끝나고 있었다. 오토가 왼팔을 올렸다가 내렸다.
'정지!!!'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모두 건물과 담벼락 사이에서 정지했다. 오토는 바닥에 엎드린 다음 머리를 빼꼼 내밀어보았다. 2시 방향에 상당히 큰 고층 건물이 있었고 수도 없이 많은 창문이 있었다.
'나라면 저 건물에는 무조건 저격수 배치한다...'
저 커다란 건물로 가는 길에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바퀴 자국이 길게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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