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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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가 수신호를 보냈다.
'병기 사용.'
이 말은, 아군으로 확실히 식별되지 않는 적에게도 병기를 사용하자는 것 이었다. 교전 명령이 없으면 교전하지 않는 '병기 대기' 모드, 표적이 분명히 적으로 식별되었을 경우 교전하는 '병기 준비' 모드보다 훨씬 빡센 상태로 전투에 임하자는 것 이었다. 참고로 병기 사용 모드로 전투할 때는 민간인 오사 위험이 크다. 하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할 것 이었다.
헤어만이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소련군 점령 구역이니 민간인 오사 해도 문제될 일은 크게 없겠지?'
헤어만은 이번 작전에서 주도권을 잡기로 했다.
"1팀이 엄호할테니 2팀이 건물로 접근하면 어떠한가?"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소련군이라면 저 고층 건물에 저격수는 물론이고 기관총도 배치해두었을 것 이다...그리고 이쪽 코너를 기관총으로 조준해두고 주시하고 있겠지...그렇게 하면 한 팀 전부 전멸이다.'
스테판이 헤어만의 전술에 반대했다.
"안됩니다. 기관총에 다 뒤집니다."
그 때, 어딘가에서 포격 소리가 들렸다.
펑! 쉬잇!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 모두 본능적으로 자리에 엎드렸다.
쿠궁!!!
따닥 따닥
헤어만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시발!'
이 도심지에는 창문과 전해 더미가 너무 많았고 도대체 어디 소련군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토는 가옥들의 울타리를 잘라내서 은밀하게 고층 건물로 접근하기로 했다. 에밀 녀석이 톱을 이용해서 울타리 가장자리를 1m 정도 잘라냈다.
슥슥슥
울타리는 금방 절단되었고, 에밀이 잘라낸 울타리 부분을 밀어 넘어뜨려서 은밀하게 이동했다. 아까 전에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있던 코너 쪽에는 지크프리트 4인조가 남아서 DP-28 경기관총으로 엄호해주기로 했다.
스테판이 맨 뒤에서 후방 경계를 하며 따라오면서 잘라냈던 울타리 부분을 다시 세워두었다. 이렇게 하면 소련군이 인근을 정찰하더라도 울타리가 절단된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 이다. 일종의 개구멍을 만들어둔 셈이었다.
그렇게 세 집을 넘어갔는데 다음 집은 울타리가 워낙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도저히 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스테판이 수신호를 보냈다.
'넘어가야한다.'
원래는 울타리 넘어가기 전에는 수류탄을 까고 넘어가야 하지만, 지금은 작전 때문에 수류탄을 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토가 제일 먼저 울타리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오토는 울타리 위에 양 손을 올려놓은 다음 울타리를 넘었다.
'윽!!!'
울타리를 넘는 찰나의 순간, 오토는 마당 곳곳을 살폈다. 다행히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전 쯤 사람이 지나갔던 발자국이 있었다.
'!!!'
오토는 마당 곳곳에 모퉁이와 바로 옆 건물 창문과 지붕까지 잽싸게 총으로 스캔했다. 족적을 자세히 살펴보니 지나간지 하루 정도 되는거 같았다. 뒤이어 스테판이 마당을 넘어왔다.
"읏!"
오토가 수신호를 보냈다.
'빨리 이동합시다!'
참고로 스테판은 플리거파우스트(판처파우스트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대공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독일군이 개발한 것. 하지만 기능이 안 좋아서 항공기 격추는 거의 불가능함.)를 들고 있었다. 헬무트가 플리거파우스트를 보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그 쓸데없는건 왜 가져오냐?'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녀석은 반대편 코너에서 엄호해주기로 했고, 오토와 동료들은 잽싸게 고층 건물 바로 옆에 있는 3층짜리 집 옆에서 대기했다. 이 3층짜리 집은 한 쪽 외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상태였다.
오토는 이 3층짜리 집 주위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최근에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 없었다.
'여기로 진입할까?'
그 때, 오토 일행이 목표로 하는 5층짜리 고층집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
역시나 그 고층집에 소련군이 있었던 것 이다.
한편, 지크프리트 4인조는 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진 골목에서 DP-28 경기관총으로 엄호를 해주고 있었다. 추워서 뒤질 것 같아서 아직 장갑을 벗지는 못한 상태였다. 지금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모두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군화를 신고 있어서 발자국이 소련군과 같은 발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그래도 영 찝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크프리트 4인조가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그 때, 어디선가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와 함께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발소리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 4인조가 머리를 굴렸다.
'이...이걸 알려야 하나!!'
'일단 숨어야 한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근처 건물에 창문으로 잽싸게 들어가서 숨었다. 그리고 소련군 세 명은 주변을 정찰하며 걸어갔다.
"오늘 밥 뭐 나올까?"
"담배 더 있냐?"
그 때, 한 소련군은 유난히 발자국이 많은 곳을 발견했다.
'뭐지?'
그 발자국은 어디로 이어지지도 않았고 끊겨있었다.
'!!!'
그 눈치빠른 소련군은 이 발자국이 왜 갑자기 사라진건지 알 수 있었다. 앞서가던 동료들이 그 소련군에게 물었다.
"이봐! 거기서 뭐하..."
'쉬잇!'
그 소련군은 옆에 있는 건물의 창문을 가리켰다.
'!!!'
'아군이면 굳이 창문으로 넘어갈리 없다!! 여기 파시스트가!!'
그 때, 창문에서 수류탄이 던져졌다.
쿠과광!!!
건물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크리스티안은 소련군의 발자국 소리가 근처에서 멈추자 소련군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것 이었다. 수류탄이 폭발하자마자 호르스트가 창가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련군을 향해 DP-28 기관총을 긁었다.
투투퉁 투투퉁 투투투퉁
DP-28 기관총 총성은 시가지 전체에서 울려퍼졌다. 고층 건물에 기관총 사수와 저격수들이 즉각 사격을 준비했다.
"파시스트다!!!"
고층 건물에서 맥심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수류탄 준비해!!!"
오토는 이 때를 틈타서 헬무트, 볼프강과 함께 건물 옆으로 슬라이딩했다. 그 다음 건물 1층 창문 안쪽으로 수류탄을 집어던지고 귀를 막고 허리를 숙였다.
쿠과광!!!
수류탄이 폭발하자마자 오토는 창문을 넘어 1층 안으로 진입한 다음 MP40를 좌측에서 우측으로 긁었다.
탕! 탕! 탕! 탕!
헬무트, 볼프강 또한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진입한 다음 볼프강이 잽싸게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쿠과광!!!
5층에 자리를 잡고 있던 소련군 기관총 사수가 무전으로 외쳤다.
"놈들이 진입했다!!!"
그 때,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스테판이 소련군이 점거한 고층 건물 5층을 향해 플리거파우스트를 발사했다. 플리거파우스트의 4개의 배럴에서 가늘고 길다란 탄두들이 길쭉한 불꽃을 남기며 날아갔다.
쉿! 쉿! 쉿! 쉿!
퍼어엉!!!
고층 건물의 5층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오토, 헬무트, 볼프강에 이어 게오르크, 요하네스, 비르타넨, 데니스, 바실리도 고층 건물에 진입해서 소련군을 섬멸하고 있었다. 그 때, 스테판은 반대편 코너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가 팔을 허우적대며 수신호를 보내는 것을 발견했다.
'!!!'
그 수신호는 전차가 오고 있다는 수신호였다.
'이런 시발!!!'
만약 BT 경전차나 T-26 전차면 플리거파우스트로 근거리에서 어떻게 상대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테판은 플리거파우스트에 다시 로켓을 장전하고는 옥상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제발 T-34나 스탈린만 아니어라!!!'
그리고 스테판은 반대방향에서 이 쪽으로 오고 있는 T-26 전차를 발견했다.
'좋았어!!'
플리거파우스트의 위력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T-26의 상부장갑 정도는 관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테판은 옥상 위에서 무릎을 꿇은 다음, T-26를 향해 플리거파우스트를 발사할 준비를 했다. T-26 상부에 엔진이 있는 쪽을 향해 쏘면 격파 가능할 것 이다. 그 때, 엄청난 포성이 들렸다.
쿠궁!!
스테판은 포성에 놀라서 실수로 플리거파우스트를 발사했다.
'악!!'
쉿! 쉿! 쉬잇! 쉿!!
제대로 조준을 못하고 실수로 발사하는 바람에 플리거파우스트 4발이 모두 빗나갔다.
'이런 시발!!!'
스테판은 참고로 아까 전 다른 녀석들에게 수류탄을 모조리 내어준 상황이었고 지금 스테판에겐 잘 나가지도 않는 Kar98k 한 정이 전부였다. T-26의 포탑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스테판은 계단을 따라 빠르게 내려갔다.
'빨리 알려야 해!!'
그 때, T-26의 포탑 화염방사기에서 스테판이 있는 건물에 2층 창문을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륵!!!
이 T-26는 일반 T-26가 아니라 화염방사 전차였던 것 이다. 스테판은 엄청난 화염을 느끼며 2층 반대편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렸다.
"으아악!!!!"
2층에 남아있던 일부 가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스테판은 2층 창문으로 잽싸게 뛰어내렸다.
쿵!!
스테판은 장전된 Kar98k를 든 채로 잽싸게 달려갔다. 그 때 반대편 길목에서 소련군이 튀어나왔다. 소련군이 발사하기 전, 스테판이 먼저 총을 발사했다.
트킁!!!
오토 일행도 모두 건물 소탕을 마치고 잽싸게 달려가는 중 이었다. 에밀은 코너 옆에 무릎을 꿇고 소련군이 있는 방향을 향해 PPSh-40을 긁었고, 마티아스 또한 에밀 뒤에 서서 Kar98k로 조준 사격을 하며 이들이 퇴각할때까지 엄호해주고 있었다.
트킁!!
탕! 탕! 탕! 탕!
헤어만은 제일 뒤에서 당장에라도 똥을 쌀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빨리!! 빨리!!!"
지크프리트 4인조 또한 약속했던 지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다시 담장을 넘을 준비를 했다. 아까 전에 울타리를 잘라서 만들어둔 개구멍으로 탈출하면 될 것 이다. 그 때, T-26 전차 궤도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트트트트 트트트트 트트트
T-26 전차는 수상해보이는 가옥을 향해 기관총을 쓰고 화염 방사기를 발사하고 있었다.
'조용히 튀어!!!'
그렇게 오토 일행이 차례로 담장을 넘은 다음 담벼락과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따라 튀는데, T-26 전차가 그 건물을 향해 화염 방사기를 발사했다.
화르륵!!
오토 일행이 있는 골목까지 열기가 느껴졌고 모두 본능적으로 엎드렸다.
'으아악!!!'
이윽고 건물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오토 일행은 모조리 달려갔다. 오토는 아까 전에 잘라두었던 울타리를 발로 밀어 넘어뜨리고 계속 질주했다. 시가지 가장자리에 도착했는데, 오토가 팔을 위로 올렸다 내리며 수신호를 보냈다.
'정지!!!'
오토 일행은 담벼락과 건물 사이에서 정지했다. 지금 소련군의 차량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놈들은 오토 일행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샅샅이 수색할 것 이었다. 지금 차량의 이동 소리로 들어봤을때 오토 일행은 모조리 포위당한 상황이었다. 오토 일행은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간 다음 잽싸게 마루 속으로 들어갔다.
'으갸갸갸!!!'
가을 즈음에 건물을 점령할때마다 오토와 친구들은 마루부터 뜯어보는 것이 습관이었다. 왜냐하면 소련인들은 이 마루에 야채나 감자 등을 보관해두었기 때문이다. 이 마루 속에는 썩어가는 감자 몇 알과 채소가 있었다. 그리고 오토 일행은 모조리 이 마루 안에 숨어 있었다. 누울 공간도 없었기에 다들 쭈구려 앉아 있어야 했다.
'으아아아아!!!'
계속해서 포격 소리와 총성이 들렸다.
쿠궁!! 쿵!!
탕!
한 10분 정도 있으면 또 다시 총성이 들린다.
탕!
게오르크가 수군거렸다.
"지금은 수색하고 있을걸세."
"이따 어두워지면 그 때 튀자."
"쉿! 일단 조용해!'
쿠궁! 쿵!
탕!
부르르릉!
엄청난 방구 소리가 들렸다.
'어떤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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