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21세기 루카 파이퍼의 좀비 생존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2022년 9월 8일 독일, 엘리자베스 2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좀비 사태가 벌어진 와중에도 아일랜드의 유투버들은 이 소식에 탭댄스를 추었다. 엠마가 유투브에서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해 찾아보니 [역사 속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이라는 제목의 유투브가 나왔다.
클릭해보니 엘레자베스 2세와 필립의 사랑 이야기가 첫번째로 흘러나왔다. 두번째 스토리는 마르틴 히틀러와 율리아의 이야기였다. 엠마가 탄성을 질렀다.
"너무 낭만적이야!"
그 때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이건 뭐야? 보급 식량에 대한 진실?"
클릭해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으로 보급 식량을 만들고 있다는 유투브 영상이 나왔다. 엠마가 말했다.
"설마...아니겠지?"
다음 영상을 클릭해보니 보급 식량에 특별한 약물이 첨가되어 있어서 이 약물을 이용하여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흘러나왔다.
"이거 말고 현재 전황이나 보자."
최근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소식이 유투브로 계속 전달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이거 올해 안에 안 끝날 것 같은데..."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올해는 전쟁도 벌어지고 진짜 난리가 아니네..."
엠마가 말했다.
"전기 다 떨어져가네...컴퓨터 꺼야겠다."
전세계적으로 좀비 사태 뿐만 아니라 전쟁까지 발발했기에 독일에 석유 공급이 끊긴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식량난까지 발생하여 배급되는 식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지금 루카의 집에는 아나스타샤, 엠마, 아나스타샤의 동생 블라디미르, 그리고 엠마 뱃속에 있는 루카의 아기까지 총 다섯이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이건 큰 일이었다.
참고로 엠마는 내년 1월에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엠마가 루카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루카 나 초콜릿 먹고 싶어."
지금 초콜릿을 구하려면 암시장에서 구하거나 물물교환을 해야 했다. 루카가 말했다.
"일주일 뒤에 암시장 열릴때 사다줄게."
"그 때까지 기다려야해? 물물교환으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새는 물물교환을 하러 나갔다가 강도를 당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기에 루카는 가급적 물물교환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엠마에게 말했다간 엠마가 걱정할거 같아서 굳이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알아볼게."
엠마가 말을 이었다.
"근데 겨울 오면 날씨 추워지지 않아? 석유 떨어져서 전기 안 들어오면 나랑 우리 아기 어떡해?"
참고로 연료 부족 사태가 올 것에 대비하여 독일의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둔 상태였다. 루카, 아나스타샤, 블라디미르는 심심할 때마다 집에 설치된 자전거 발전기를 열심히 돌렸다. 이렇게 해야 가끔이라도 유투브를 볼 수 있다.
독일의 녹색당 당대표는 원전을 폐기한 덕분에 이렇게 자전거 발전기를 이용하여 전국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망언을 했고 녹색당 당대표는 온갖 욕을 먹어야 했다. 루카는 이번 겨울을 보내고 나면 녹색당이 선거에서 얼마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결국 루카는 아나스타샤와 함께 뗄감을 때러 뒷산으로 가고 블라디미르가 엠마를 지켜주기로 했다. 루카가 생각했다.
'맥스 녀석도 데려가는게 좋겠지?'
그렇게 루카는 아나스타샤와 함께 트럭을 타고는 맥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 때, 앞에서 다른 트럭이 오는 것을 발견했다.
끼이익!!
루카가 트럭을 세우자 그 트럭에 있던 녀석이 창문을 열고는 외쳤다.
"17번 길가에 좀비 한 마리 있으니 조심하게!"
"어?"
루카는 그가 누군지 기억해냈다.
"밀리터리 동호회에서 서바이벌 게임에서 우승하지 않았소?"
그는 예전에 밀리터리 동호회 서바이벌 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러시아 출신의 다닐라였던 것 이다.
"아! 그랬었군! 누군지 모르지만 반갑소!"
그 때 루카 옆자리에 있던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다닐라? 야! 오랜만이다!"
다닐라 또한 아나스타샤를 알아보았다.
"아! 아나스타샤!!"
루카가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요?"
다닐라가 외쳤다.
"내 사촌이오! 어릴때 서바이벌 게임하다가 내가 맨날 후드려 맞았지! 난 이만 가보겠소! 몸 조심하시오!"
다닐라가 떠났고, 루카가 아나스타샤에게 물었다.
"너가 저 친구를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겼다고?"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코 찔찔이 시절 할아버지랑 같이 몇 번 놀았어. 할아버지가 사격이랑 이것저것 가르쳐주셨거든."
"할아버지가?"
"응."
아나스타샤는 핸드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세라핌과 어린 시절 같이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아프간 참전 용사야. 나중에 미군 아프간 전쟁 터졌을땐 용병으로 참전하셨지. 온갖 실전 전술을 다 배웠어."
루카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도 용병으로 아프간 전쟁 참전하셨는데..."
"진짜?"
루카의 아버지, 에른스트 파이퍼 또한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던 것 이다. 그렇게 맥스의 집에 도착해서 맥스 녀석도 함께 뒷산으로 갔다. 그런데 상당 수의 나무들이 이미 베여져 있었다. 맥스가 말했다.
"늦게 왔으면 우리 몫이 없을뻔했는걸!"
루카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겨울 버티려면 미리 뗄감을 모아둬야겠군...'
그렇게 루카 일행은 벌목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좀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루카는 뗄감을 창고에 보관하는 동안, 아나스타샤는 마당에서 키우는 순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순무는 잘 자라고 있네! 다음 달이면 순무로 요리해먹을 수 있을 거야!"
아나스타샤는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따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지난 주에도 상추를 수확해서 먹을 수 있었다. 맨날 배급해주는 냉동 음식만 먹다보니 이런 야채도 정말 구했다. 냉동 음식, 다이제 3개, 그리고 방울 토마토 3개가 식사의 전부였다.
엠마는 몇 입 먹지 않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냉동 음식만 계속 먹어야 한다니..."
엠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 얼굴 좀 봐...피부가 얼마나 고왔는데..."
그 때, 블라디미르가 엠마의 방문을 두드리고 말했다.
"엠마 누나! 남은 미트볼 안 먹어?"
"안 먹어. 냉동 미트볼은 지겨워."
"다이제는? 다이제도 안 먹어?"
"피부에 안 좋아."
"그럼 내가 먹을게!!"
블라디미르가 달려가서 엠마가 남긴 미트볼과 다이제를 모조리 먹어치웠다. 아나스타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식량 배급이 점점 힘들어질지 몰라. 우리가 경작하는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라도 찾아봐야겠어."
아나스타샤가 컴퓨터를 켜서 유투브로 레시피를 검색해서 클릭을 했는데 유투브 광고가 흘러나왔다.
[좀비 사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강의 생존 키트! 단돈 80유로에 순무 씨앗까지!]
광고가 끝나고 두 번째 광고가 흘러나왔다.
[그 어떤 부상이던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마법의 응급 키트!]
두 번째 광고가 끝나고 요리 영상이 시작되었다.
"배급 식량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식사 레시피! 준비물은"
순간 전기가 나가서 컴퓨터가 꺼졌다. 아나스타샤가 짜증을 냈다.
"뭐야!! 왜 지금 꺼져!"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내일 해 뜨면 태양광 발전기로 충전되겠지. 근데 누나! 왜 누나만 일하고 엠마 누나는 일 안해?"
아나스타샤는 솔직히 엠마한테 빡쳤지만 지금 엠마가 임신 중이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엠마는 지금 임신했잖아."
다음 날, 구름이 끼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전기가 다 끊겨버렸고 루카는 아나스타샤, 블라디미르와 함께 열나게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야했다. 아나스타샤가 2층에서 열심히 전기 자전거를 돌리고 1층 거실로 내려왔는데 엠마가 텔레비젼으로 영화를 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애써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
"엠마, 레시피 유투브로 검색해야 해. 텔레비젼 꺼도 괜찮겠지?"
"방금 켰는데..."
엠마가 투덜대면서 텔레비젼을 껐다. 아나스타샤는 컴퓨터를 켜고는 세계대전 취사병 출신의 기록을 토대로 순무를 이용하여 요리를 하는 법을 공부했다.
"순무 커틀릿을 만드는 법..."
한편 루카는 지붕 위에서 인근을 쌍안경으로 정찰하고 있었다.
'무장 남성 5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강도단이 근처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다...좀비들은 트랩으로 헤치울 수 있지만 무장 강도단은 트랩이 소용이 없다..'
루카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어떻게던 자신의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그 때, 멀리서 낯익은 차량이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저 녀석은? 다닐라?'
아나스타샤의 사촌 다닐라가 방문한 것 이었다. 이미 블라디미르 녀석이 대문 밖으로 나가서 다닐라를 맞이했다.
"다닐라 형! 오랜만이야!!"
다닐라의 차량에는 손도끼와 야구방망이가 비치되어 있었다. 루카가 다닐라를 보고 말했다.
"무슨 일인가?"
다닐라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외쳤다.
"이봐! 자네들 인원이 총 몇인가?"
루카는 다닐라에게 총 몇 명인지 말해주었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나?"
다닐라가 말했다.
"이봐! 그걸론 부족하네! 이 인근에 무장한 전문 강도단이 출몰하고 있네! 최소한 성인 남자 셋이 필요해! 아나스타샤는 1.5인 몫은 하겠지만...혹시 주변에 믿을만한 아는 친구 또 없나?"
루카가 속으로 생각했다.
'맥스가 있긴한데...한 명 더 고르자면...'
루카는 다미앵이 떠올랐다.(다미앵은 1부에 나왔던 프랑스인 엘랑 예거, 2부에 나왔던 샤를 예거의 후손으로 루카, 아나스타샤, 엠마, 맥스와 같은 반 이었다.)
'그 새낀 띠꺼운데...'
루카가 다닐라에게 말했다.
"우리 집은 방비를 충분히 해뒀네."
다닐라가 루카의 집에 만들어진 트랩들을 보고는 말했다.
"전혀 상황을 모르는군! 이건 지능이 없는 좀비는 상대할 수 있지만 전문 강도단은 이거보다 훨씬 방범이 잘된 집도 털어가네! 차라리 아무것도 털어갈게 없는 것 처럼 위장하는게 좋을걸세! 이런 마당이 있는 2층 집은 방어가 쉽지 않네. 어디 식료품점이나 상가를 장악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주변에 아는 사람 더 없나?"
집에 있던 엠마가 걸어나와서 루카를 보며 말했다.
"우...우리 이 집 떠나야 하는거야?"
다닐라가 루카에게 말했다.
"손도끼는 몇 개나 있나? 기왕이면 큰걸로 말일세!"
결국 루카, 아나스타샤, 엠마, 맥스, 블라디미르, 그리고 아나스타샤의 사촌인 다닐라, 예전에 알게 된 젤렌스키씨, 그리고 프랑스 출신의 다미앵이 루카의 집에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다미앵이 말했다.
"나도 인근에 출몰한 강도단에 대한 소식을 들었네. 놈들은 물물 교환을 한다고 하고 접선 장소에 나오라고 한 다음에 물건을 훔쳤다더군!"
젤렌스키씨가 말했다.
"아무래도 물물교환은 당분간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군."
루카가 속으로 인원을 계산해보았다.
'젤렌스키씨의 딸과 다미앵 녀석의 여자친구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이다...그리고 조만간 아이가 태어나는데...이렇게 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다미앵이 말했다.
"제 여자친구가 간호사 출신입니다. 간단한 의료 행위는 할 수 있습니다."
'다...다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루카가 말했다.
"11명이 안전하게 숨고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각종 뗼감과 식량을 보관해 둘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그 때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이따가 식량 받으러 가야하지 않나요?
잠시 뒤 루카가 다미앵, 다닐라와 함께 트럭을 타고는 식량을 받으러 갔다. 이미 사람들은 식량을 배급받기 위하여 빠루, 손도끼 등 온갖 무기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루카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좀비보다 더 위험하겠는데...'
잠시 뒤, 군용 헬기들이 하늘에서 MRE가 들어있는 자루를 떨어트려주기 시작했다.
"잡아!! 잡아!!!"
루카는 사람들을 비집고 가서 MRE가 들어있는 자루 두 개를 양 손에 쥐었다. 누군가 외쳤다.
"이봐!! 왜 두 개나 받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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