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그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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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뒤, 안경을 낀 소련 수학자는 독일군의 암호전문에 697469라는 숫자 뒤에 붙은 880을 확인했다.
'697469라는 숫자는 여태까지 5번 반복 되었다..세번은 그 뒤에 467이 붙었고 두번은 그 뒤에 769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자꾸 뒤에 뭔가가 덧붙여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럴때는 머리를 싸매고 있을 수록 안 떠오른다. 수학자는 커피를 들고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때, 다른 수학자들이 스탈린의 뒷담을 까는 소리가 들렸다.
"망할 스탈린 녀석...그 새끼때문에 내 연구가 일주일은 늦어지겠군."
"순수 수학은 투자도 안하던 그 스탈린 새끼가 이제 와서 사람 붙들어놓고 괴롭히고 있어."
"스탈린 시발놈이 전쟁 끝나면 순수 수학도 투자하지 않을까?이제는 암호학에 순수 수학이 이용되잖아."
"집단 농장처럼 운용되는거 아냐?"
"쉿! 굴라크 끌려가고 싶냐?"
"굴라크 끌려가도 펜과 종이만 주면 되네."
"스탈린 새끼 도시에 지 이름이나 쳐붙여놓고..."
"근데 우리 이거 의미있는 일 하는거냐? 독일놈들이 난수표 보낸거일수도 있어!"
안경 쓴 수학자의 머리 속에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스탈린 새끼...스탈린 녀석...스탈린 시발놈...'
지리는 전혀 모르던 안경 쓴 수학자는 옆에 있는 커다란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스탈린그라드]
안경 쓴 수학자는 독일군이 쓰는 은어가 빼곡하게 적혀있는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야보(전투폭격기), 미키마우스(T-34), 도어 노커(3.7cm 대전차포), 청진기(3.7cm 대전차포)...'
그 때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
[스탈린거시기]
'스...스탈린오르간?'
안경 쓴 수학자는 697469,467에 스탈린 오르간과 스탈린 거시기를 대입해보았다. 하지만 암호는 풀리지 않았다.
'스탈린...그라드...'
그는 떨리는 손으로 697469,467에 스탈린그라드를 대입해보았다. 여태까지 도저히 찾아지지않던 커다란 숫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47268.....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이 찾아낸 암호키를 확인했다.
"찾았습니다!"
모든 수학자들이 이 암호키를 이용하여 월요일부터 현재까지 독일군이 주고받은 무선을 해독해보았다.
[83451816구역 감자(아마 포탄으로 추정) 부족]
[75468312 지점 적이 퇴각로 차단 중. 빠른 지원 필요]
[좌표 45864372 스탈린 거시기(스탈린 오르간)이 오줌싸는 중(스탈린 오르간이 불을 뿜고 있다는 뜻으로 추정)]
[14:00 좌표 34876451 연막 투사기(네벨베르퍼)지원 예정. 야보(전투폭격기)로부터 엄호 필요]
아무 의미없는 난수 같던 수많은 숫자들이 독일군의 정보를 가리키고 있었다. 최근 교전에 대한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 정보는 모두 정확했다.
그리고 소련군은 최근에 캅카스에 대한 거짓정보를 흘려보낸 직후, 독일군이 보낸 무선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 내용은 직통으로 스탈린에게 보고되었다. 스탈린의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스탈린에게 보고된 내용을 해독하여 즉시 스탈린에게 문서로 제출했다. 스탈린은 두 개의 단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탈린그라드, 청색 작전]
'파시스트의 내년 공세 목표는 캅카스다! 놈들은 이 전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군 장성들이 스탈린에게 말했다.
"이 암호키는 일요일까지 유지될 것 입니다! 어떻게 할지..."
고생해서 암호를 해독하기는 했지만 암호키가 바뀌면 다시 암호를 해독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스탈린이 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전문을 해독해서 공쇄를 지속하되 암호키를 알아낸 것을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시오!"
모든 장성들이 이 결정에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었다.
'스탈린 동지의 이름을 딴 지역을 점령하여 소련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꺾으려는 것인가?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내년에 모스크바 대신 남부로 주공을 돌린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 때, 한 장성이 말했다.
"전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 이 외에는 이 결정을 군사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주코프가 말했다.
"놈들은 서방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소련의 레드 오케스트라는 현재 소련 내부에서 활동하는 영국 MI6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MI6측에 슬쩍 이 정보를 흘렸다.
영국은 안 그래도 독일의 제트기 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 제국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1941년 여름 캅카스를 주공으로 공세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그리고 MI6 측에서는 라마누잔을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
1941년 12월 베를린, 라마누잔은 경호를 받으며 연구소로 가고 있었다. 라마누잔이 탑승한 폭스바겐 차량에는 운전사와 MP40로 무장한 경호원이 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라마누잔의 경호차량 앞에서 먼저 가고 있는 다른 백업용 폭스바겐에도 MP40로 무장한 경호원이 타고 있었다.
라마누잔의 차량은 연구소로 가는 경로를 불규칙적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고층 건물 옥상에 누군가는 라마누잔이 탑승한 퀴벨바겐이 향하는 경로를 감제하고 무전을 보내고 있었다.
"타겟 27번 길로 이동 중"
잠시 뒤, 라마누잔의 차량보다 먼저 가고 있는 백업용 차량 운전수는, 수상한 차량이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호 차량에 무전을 보냈다.
"앞에 검정색 퀴벨바겐 저거 수상한데 따돌려야겠다."
"알았다."
백업용 운전수는 천천히 가다가 갑자기 속도를 올리고 앞에 보이는 검정색 퀴벨바겐 차량 우측 모서리에 충돌했다.
쾅!!!
천둥이 치는 듯한 엄청난 소리에 베를린 시민들이 기겁했다.
끼이이이익!
검정색 퀴벨바겐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좌측 건물로 미끄러지는 사이, 백업용 차량과 경호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 역시나 검정색 퀴벨바겐이 속도를 높여서 따라오기 시작했다.
"저 새끼가!"
그 검정색 퀴벨바겐의 뒷좌석 좌측에서 양복입은 남자가 어깨와 고개를 내밀고는, 경호차량에 총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탕! 타앙! 탕!
경호차량 트렁크쪽에 여기저기 구멍이 났고, 라마누잔은 자신의 논문이 들어있는 서류가방을 껴안고는 식은 땀을 흘리고 완전히 굳어 버렸다.
"으...으아...으아아..."
경호원이 속으로 생각했다.
'타겟이 죽어도 된다는건가!'
"좌회전!!!"
백업 차량이 오른쪽으로 비켰고, 경호차량이 속도를 높여, 백업 차량 좌측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백업 차량이 경호 차량을 우측에서 엄호해주며 좌측 코너를 동시에 돌았다.
끼이이이이익!
라마누잔은 원심력에 의해 우측으로 몸이 휩쓸렸다. 어찌나 급하게 코너를 선회했는지 볼살까지 우측으로 쏠렸다.
'으아아아악!!!!'
라마누잔을 암살하려고 했던 검정색 퀴벨바겐은 결국 라마누잔을 놓치고 말았다. 게슈타포는 이 검정색 퀴벨바겐을 뒤늦게 추적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한스는 이 소식을 전문으로 받았다. 부관 프란츠가 속으로 생각했다.
'레드 오케스트라인가?'
하지만 한스 파이퍼는 이것이 소련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련의 소행이라면 라마누잔을 납치하려고 했을 것이다! 납치하지 못하면 사살하려고 한 것은 MI6의 소행이다!'
영국에서는 라마누잔을 배신자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정보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으나 아직 영국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는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스는 독일 정보부를 그닥 신뢰하지 않았다.
'소련 공군을 23항공사단이라고 예측한 머저리 새끼들이 뭘 알아내겠냐...(참고로 소련 공군은 총 79항공사단이었다.)근데 토미놈들은 지금 라마누잔을 암살하려는 무리수를 둔 것인가...'
한스의 머리 속에는 서부전선이 추가되는 불길한 상황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지금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니 한스는 4군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스는 현재 4군을 포위하려고 하는 소련군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서를 면밀하게 읽어보았다. 오늘 소련군은 4군의 움직임을 상당히 정확히 알고 그에 따라 예측하고 있었다. 물론 전쟁이라는 것이, 운이 따라줘서 상대방의 전투 의도를 알아맞추어 뽀록이 터질 수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많은 지휘의 경험이 한스에게 축척되어 있었고, 이런 연속된 움직임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한스는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우리의 움직임을 며칠 전부터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이걸 다 맞출 확률은 0,1프로도 안될텐데...'
한스가 프란츠에게 말했다.
"9군단 292 보병사단에 다음과 같은 명령을 하달한다. 19:30 기준으로..."
한스의 명령은 바로 암호화되어 마르틴 데멜 중장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한스는 한참 집무를 하다가 18:50 돌연 프란츠에게 명령을 내렸다.
"9군단 292 보병사단에 내린 작전 취소한다고 하달하라."
이는 급하게 암호화되어 292 보병사단에 전달되었다. 마르틴 데멜 중장이 이 소식을 듣고는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는 작전 취소를 명령했다.
'기껏 다 준비해뒀는데 지금 취소라니 파이퍼 이 인간이 돌았구먼...'
"당장 작전 취소한다!!!"
그렇게 292 보병사단에 내린 명령은 즉각 취소되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한스 파이퍼는 소련군 포병대의 포격 소식과 좌표를 전달받았다.
"큭...푸하하하!!!"
프란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스를 쳐다보았다. 한스가 프란츠에게 물었다.
"지금이 무슨 요일인가?"
"토...토요일입니다!"
"최소 금요일, 아니 목요일부터 놈들이 우리 무선을 모두 해독하고 있었어."
한스는 4군 사령부에서 늑대굴로 직통으로 연결되는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Alarmstufe Rot. Alarmstufe Rot.(적색 경보) 옐레나가 까샤를 엎질렀다.(암호키가 들통났으니 당장 새로운 암호키를 쓰라는 의미) 옐레나가 까샤를 엎질렀다."
그렇게 바로 독일군은 새로운 암호키를 만들었다. 한스 파이퍼는 주먹을 꽉 쥐고는 이를 갈았다.
'머저리 같은 정보부 새끼들...'
한편, 오토 파이퍼의 집행유예 부대는 파르티잔과 함께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파르티잔 부대는 독일군의 퇴각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치열한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흰 눈밭 위에 능선 쪽에서 파르티잔들의 총이 낮은 고도에서 불을 뿜는 것이 보였다.
탕! 탕! 탕! 탕!
따다닥 따닥 따다닥
그 때, 오토가 있는 집행유예 부대의 좌익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놈들이 좌측을 공격 중이다!!"
집행유예 부대는 현재 갖고 있는 기관총, 기관단총 등 화력을 좌측에 집중시켰다.
탕! 탕! 탕! 탕!
드득 드득 드드득
양쪽에서 포복한 독일군와 파르티잔 부대가 서로에게 사격을 하고 있었다. 흰 눈밭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높이에서 양쪽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탕! 탕! 따다닥! 드드득 드득
슈바이거 집행유예 소대는 이대로 가만히 방어만 하는 것 보다 적극적으로 우회해서 파르티잔을 타격하기했다. 기관총 사격을 하는 틈을 타서 오토와 동료들은 좌측 관목림을 끼고 우회했다. 그렇게 신속하게 우회한 다음, 파르티잔들을 향해 수류탄을 까던지고 총을 쏘다가 결국 양측 다 총알이 떨어져서 치열한 육박전이 벌어졌다. 오토는 탄이 다 떨어진 PPSh-40의 개머리판을 이용하여 파르티잔의 머리를 박살냈다.
퍼억!!
그 때, 뒤에서 한 파르티잔이 자신의 총에 달린 끈으로 오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끄윽...끄으으윽...."
오토의 얼굴에 시뻘겋게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오토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단도를 꺼낸 다음 자신의 뒤에 있는 파르티잔에 옆구리에 찔러넣었다.
푹!!!
목을 조르고 있던 끈의 탄력이 없어졌다. 오토는 파르티잔의 내장과 지방 속으로 들어간 단도를 힘주어 돌렸다. 뭔가 뜨끈한 것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파르티잔은 쓰러졌다. 오토는 그제서야 숨을 내뱉고 들이마쉬었다.
"끄으으윽!!!!!"
지금 현재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있는 호는 대충 정리되었지만, 아직 파르티잔들은 참호 속에서 M1910 맥심 기관총으로 독일군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드득 드드득 드득
지크프리트 4인조가 수류탄을 이용하여 파르티잔의 기관총 호를 작살냈다.
쿠광!! 쿠구궁!! 쿠과광!!
오토는 수류탄 파편을 맞고 쓰러진 파르티잔으로부터 아직 탄이 남은 모신나강을 노획했다. 모신나강에는 조준경까지 달려있었다.
"저격수다!!"
오토는 모신나강의 개머리판으로 파르티잔의 머리를 세게 쳐서 박살냈다.
퍽!! 퍼억!!
팔근육이 후들거렸고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하여 심장이 거세게 요동첬다.
쿵 쿵 쿵
"헉...헉..."
그 때, 파르티잔 몇 명이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그 중 한 명은 등에 커다란 통신 장비를 매고 있었다. 오토는 모신나강을 장전했다.
측!
그리고 오토는 스코프에 집중했다. 커다란 통신 장비를 매고 있는 파르티잔의 대가리에 십자선이 보였다.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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