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미국-아프간 전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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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와 동료들이 계곡에 설치된 해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세라핌이 말했다.
"일어나. 출발한다."
세라핌은 자신의 위성전화를 확인했다.
"여기는 타이거 2-1, 통신 체크"
지직 지직 지직 지직
하지만 위성전화에서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한들 역시나 이런 지형에서는 위성전화로 통신이 안된다.
'더 올라가면 통신이 될 수도...'
성호는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시발...통신 차단된건가? 탈레반에게 포위당하면 지원 요청도 못하겠네?'
상훈이 한국어로 수군거렸다.
"그...그러면 혹시 여기서 포위 당해도 미군에게 구조 요청도 못 하는건가?"
그 때 뒤에 있던 다니엘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니들끼리만 뭔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냐?"
성호는 다니엘 새끼를 보고 식은 땀이 흘렀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통신 안 터져서 혹시 위험하면 곤란할 것 같다고."
지난 번에 마을에서 탄창과 수류탄을 챙긴 이후 다니엘 녀석은 묘하게 성호를 주시하는 듯 했다. 성호는 안 그래도 임무 때문에 신경쓸게 많은데 저 또라이 새끼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고, 영화 플래툰이 생각났다.
'저 새끼랑 둘만 있지 말아야겠다...'
세라핌이 시간과 지도를 체크했다.
"현재 지상점 2에 있다. 예상 시간 내에 지상점 3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됨."
미군과 약속한 시간까지 도달해서 기관총을 파괴하고 무전을 보내야 했고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그렇게 세라핌과 일행은 이제부터는 은밀하게 등산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점 4에 도착했다. 세라핌은 수신호를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자네들은 측면 우회하고 자네들은 나랑 같이 포복으로 전진하여 놈들을 기습한다!"
세라핌, 성호, 상훈, 에른스트 파이퍼, 다니엘은 엉금엉금 기어서 천천히 알카에다의 기관총이 설치된 곳으로 포복 전진했다. 만약 여기서 총 맞거나 포로로 잡히면 시체도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것 이다. 어찌나 더웠던지 머리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나는 것 같았다. 새 소리와 벌레 소리에도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다.
Bz...Bz....
그 때, 이 아프간의 산에서 위화감을 주는 인조적인 색상의 무언가가 보였다.
'저...저거!!'
파란색 비닐로 뭔가가 덮여있었다. 세라핌과 성호 일행은 알카에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서히 앞으로 기어갔다. 성호는 알카에다 녀석들이 쓰는 듯한 작은 녹색 텐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알카에다 녀석이 아편을 피우고 있었다.
'!!!'
아편을 피우는 알카에다 녀석은 AK-47 소총을 옆에 바위에다가 기울여서 거치시켜둔 상태였다. RPG와 수류탄도 몇 개 있었고, 그 옆에는 무전기 또한 있었다. 알카에다 놈들은 DShK 기관총을 대공용으로 쓰기 위하여 하늘로 조준해둔 상태였다. 헬기가 만약 저 협곡을 따라 비행한다면 완벽하게 격추될 것 이다.
'이 인근에 놈들이!'
세라핌은 오른손에 단도를 들고는 아편을 피우는 알카에다 녀석에게 은밀하게 접근했다. 그리고 왼손으로 입을 막고는 오른손으로 알카에다 녀석의 목에 나이프를 찔러넣었다.
'!!!'
세라핌은 숨이 끊어진 알카에다 녀석을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성호는 식은 땀을 흘리며, 알카에다가 나올 수도 있는 길목을 AK-47로 조준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훈이 잽싸게 텐트를 열어재끼고 옆으로 물러났다. 텐트 속에 있던 알카에다 두 명이 깜짝 놀란 눈으로 세라핌을 바라보았다.
"적이다!!!"
알카에다가 총을 짚기 전, 세라핌이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으로 좌측에 있던 알카에다의 가슴팍에 두 발, 다른 알카에다의 가슴팍에 세 발을 쏘고, 다시 좌측에 있던 알카에다 녀석의 대가리에 한 발을 쏘았다.
탁! 탁! 탁! 탁! 탁! 탁!
이렇게 완벽하게 알카에다 세 명이 처치되었다. 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포...포로로 잡아서 정보를 캐낼 수도 있는거 아닌가? 아니다. 알카에다라면 수류탄으로 자폭했을거다...'
세라펨 일행은 아까 전에 다른 곳으로 갔던 일행과도 다시 합류했다. 세라핌이 미군에게 연락을 하기 위하여 위성 전화를 켰다.
"여기는 타이거 1-2, 타이거 1-2. 임무 완료. 알았나?"
"알았다."
"주의하며 복귀하겠다. 이상"
세라핌이 용병들에게 말했다.
"기관총 분해하고 챙겨. 신속히 하산한다."
용병들은 서둘러 DShK 기관총을 분해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무기를 챙겼다. 만약 알카에다 녀석들이 지금 상황을 눈치챈다면 세라핌과 용병들은 순식간에 알카에다 녀석들에게 포위될 것 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특수 부대라도 살아남기 힘들다. 빠른 속도로 하산하다가 성호는 용병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것을 발견했다.
'시...시발!!'
미군이 제공한 이 등산화의 족적은 딱봐도 눈에 띄었다. 알카에다 녀석들이 이 발자국을 발견한다면 금방 용병들을 추적해서 따라올 것이 분명했다. 놈들은 지형에도 더 밝고 등산도 훨씬 잘 하니 순식간에 따라올 것 이다. 세라핌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둘러!"
그 때,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트트트 트트트 트트트트트
시이이이 시이이이이
에른스트 파이퍼가 세라핌에게 물었다.
"버...벌써 작전 시작합니까?"
세라핌이 말했다.
"Yeah!"
그 때, RPG를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푸슝!!
쿠우우우우
성호가 외쳤다.
"아...아까 우리가 헤치우고 온거 아니었습니까?"
세라핌이 말했다.
"이 산에 알카에다 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이 인근을 감제하고 있다! 재수없으면 우리가 헬파이어 맞으니까 빨리 튄다!"
'으아아아!!!'
헬기가 헬파이어를 쏘는 소리가 들렸다.
쿠오오오
헬파이어에서 비스듬하게 발사된 미사일은 알카에다 놈들의 진지로 정확히 떨어졌다.
쿠과광!! 콰과광!! 쿠구궁!!!
M230E1 30미리 체인건 또한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드륵 드르륵 드르르륵
여기저기서 알카에다의 총격과 RPG 소리, 그리고 헬기의 체인건 소리가 뒤섞였다. 덩치 큰 구스타프가 내려가며 울부짖었다.
"으아악!! 저 똥 쌌습니다!! 저 똥 쌌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가 외쳤다.
"나도 쌌어!!"
미국의 마약 팔이 출신 콜린이 울부짖었다.
"좆 같은 내 인생!!!"
무사히 하산한 다음,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세라핌이 말했다.
"오늘 임무에 대한 추가 수당은 귀국할때 모두 입금될 것 이다!! 그리고!! 조만간 시가지로 갈 것 이다! 거기 가면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을 것 이다! 다들 수고했다!!"
세라핌 용병 대장의 말에 다들 기운을 냈다. 유리가 물었다.
"추가 수당은 얼마 입니까?"
세라핌이 대략적인 추가 수당을 말했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다.
'!!!'
그렇게 세라핌의 용병들은 미군과 함께 차량을 타고는 시가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다시는 그런 위험한 임무는 안한다고 하니까...그냥 더 버티는게 좋을 수도 있겠다...어차피 이제 전쟁도 끝나갈텐데 그냥 대충 시간 때우다가 가도...'
다들 언제까지 버티다가 집에 돌아가는게 좋을지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만은 지금 상황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새끼 저러다가 민간인한테 총기난사하지...한 달 정도만 더 버티고 돌아가야겠다!'
이번 용병일을 해서 모은 돈이면 등록금도 해결하고 최신형 컴퓨터에 게임도 살 수 있을 것 이다. 성호가 상훈에게 말했다.
"너 스타 잘하냐?"
"별로."
"돌아가면 같이 하자."
그 때 담배를 피우던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가 말했다.
"야 근데 존나 재밌지 않냐?"
덩치 큰 구스타프가 말했다.
"난 재미없는데..."
파비오가 말했다.
"난 몇 번 더 싸워보고 싶네. 그 영화보면 전쟁에 중독된다는게 뭔 소린지 알거 같아. 어차피 살면서 이럴 기회도 없는데 좀만 더 버텨볼까."
소련에서 온 스페츠나츠 출신의 유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프간은 전사의 천국이자 무덤이지."
다니엘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죽인 새끼들도 애미랑 부인이 있겠지? 그 히잡 두른 여자들이 지 애새끼랑 남편 죽었다며 질질 짜고 있을 생각하면 What the fuckin"
성호는 갑자기 자신이 사살한 탈레반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성호는 계속된 교전에 그 탈레반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탈레반도 가족이 있을 것 이라는 고약한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목격했던 알카에다는 그냥 수염을 길렀을뿐이지 평범한 사람이었다. 통역을 해주고 일을 도와주는 아프간 노동자들하고 별반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어쩌면 나랑 비슷한 나이일지도 모른다.
성호는 군대 가기 전 헬스하는 지인 소개로 테스토스테론을 딱 한 번 꼽았던 것을 떠올렸다. 머리가 윙윙거리고 목소리가 굵어져서 말을 할 때마다 두개골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고약한 것은 포신이 시도 때도 없이 우렁차게 솟아오른다는 것 이었다. 진짜 잠을 잘 때에도 무의식 속에서 계속 그것이 솟아올랐다.
이러다가 건강 좆될까 싶어서 그 이후로 테스토스테론을 맞지는 않았지만, 성호는 잠시 동안 엄청난 무기력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성호는 테스토스테론을 맞았다가 끊었을때의 그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개활지에서 들리는 따닥따닥 총알 소리,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RPG가 발사되면서 주변에서 "RPG!!!!"라고 고함을 치는 소리가 제발 다시 들리기를 바랬다.
교전을 하지 않을 때는 그냥 식욕에 의해 기계적으로 밥을 먹고 올챙이를 내뿜을 뿐이었다. 오로지 전투를 할 때만 제대로 살아있는 것 같았다. 전투에서 분비되는 이 엄청난 호르몬은 인위적으로 주사한 테스토스테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자극이었다. 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딱 한번만!! 전투 더 참전하고 집으로 돌아가자...집으로 돌아가면 게임도 끊고 공부만!! 진짜 공부만 하는거야!!!'
상훈이 동료 용병들에게 영어로 물었다.
"너네도 스타크래프트 하냐?"
잠시 정차하고 미군들과 용병들은 다 같이 한국산 컵라면을 먹었다. 한식의 세계화로 인하여 한국의 컵라면은 군대 식량으로 아주 유행하고 있었다.
"크으...이 맛이지!"
그리고 다음 날 세라핌과 용병들은 시가지에 도착했다. 세라핌이 말했다.
"시가전은 여태까지 겪었던 전투와는 다른 위험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옷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자,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자들을 주의한다! 그리고 차량 폭탄 테러가 많기 때문에 절대로 차량이 진지 쪽으로 진입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잠시 뒤, 성호는 상훈, 에른스트 파이퍼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차량들이 미군 사령부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무거운 방탄판을 장착한 상태로 무더위 속에서 계속 서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때, 한 차량이 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성호는 긴장한 상태로 차량을 세웠다.
"정지!! 정지하십시오!!"
차량을 타고 있던 아프간인이 뭔가를 꺼내는 듯 보였다. 성호는 긴장해서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은 상태로 이를 주시했다. 다행히 아프간인이 꺼낸 것은 인증서였다. 성호는 인증서를 확인한 다음, 영어로 외쳤다.
"차량을 수색하겠습니다!"
아무리 인증서가 있다고 한들 차량에 폭탄이 설치되어있을 수 있으니 샅샅이 수색해야 했다. 지난 번에 미군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로 하고 사령부 쪽으로 들어온 차량에 폭탄이 설치되어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호가 수색을 마친 다음 차량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지루한 임무가 끝나고 돌아왔는데 상훈, 에른스트와 함께 돌아왔는데 세라핌이 황급히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네들도 따라와!!!"
성호, 상훈, 에른스트는 세라핌을 따라서 골목으로 달려갔다. 이미 미군들이 바리케이트를 쳐둔 상태였고, 골목길에는 아프간인 한 명이 수류탄을 맞고는 사방 팔방에 뇌가 튀겨 죽어있었다. 상훈이 한국말로 말했다.
"뭐...뭐야?"
다니엘이 세라핌과 미군 장교에게 보고했다.
"수류탄을 쥔 아프간인이 미군 기지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멈추라고 경고하고 사격을 했더니 놈이 다리를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러자 놈은 수류탄의 핀을 뽑고는 알라흐 아크바(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자폭했습니다!"
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저 새끼가!!'
성훈은 다니엘 새끼가 아프간 마을에서 수류탄을 몇 개 챙긴것을 기억했다.
'저 새끼 지가 죽여놓고 그 때 그 수류탄으로 조작한게 틀림없다!! 저 시발 새끼가!!!'
다니엘이 상황 설명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성호를 발견하고는 눈이 마주쳤다. 다니엘이 성호를 2초 정도 쳐다보았다. 한 미군이 중얼거렸다.
"알카에다가 테러를 시도했군! 근데 고작 수류탄 하나만 가지고 왔다니 이상한데..."
그 날, 세라핌과 용병들은 미군 사령부 옆에 있는 건물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다들 나자빠져서 완전히 골아떨어졌는데 성호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시...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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