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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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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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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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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풍전등화 2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날씨가 좋지 못해 고니시부대가 쓰시마에서 출발하지 못하여 다른 부대들도 이키섬과 나고야성에서 계속 대기했다.


거의 한 달을 지체한 고니시군이 4월 13일이 되어서야 부산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가토 기요마사의 2군 2만여 명과 구로다 나가마사의 3군 1만여 명도 뒤 이어 명나라 정벌을 위해 부산으로 출정했다.


나머지 병력은 쓰시마섬과 이끼섬에서 출전 명령을 기다렸다.


무려 20만이 넘은 대군이 조선을 짓밟아버릴 기세로 바다를 건너거나 출정을 대기했다.


칸베에 부관의 배려로 사이가 요난지에몬과 그 일행들은 제2군인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로 편입이 되었다.


멀어져 가는 사이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이가의 온화하고 따뜻한 마음과 배려에 매료되어 자주 찾아가곤 했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도요토미 히데츠구를 대리하여 전쟁에 참여한 다카도라는 태합 히데요시를 맞이하기 위해 나고야성에 남았다.


일반 수부들이 전투병을 실어 나르는 동안 수군 소속 병사들은 히데요시의 궁전 공사에 투입이 되었다.


히데요시가 얼마 후면 이곳 나고야성의 궁전으로 온다는 기별이 도착하여, 서둘러서 공사를 마무리를 짓기 위해 일반 백성들과 병사들이 동원되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횃불과 화톳불을 밝히며, 공사를 진행했다.


구모베에를 비롯하여 료우타와 타이요우, 그리고 게닌들은 조선에 대한 정보와 해안가의 지리를 익히는 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쥰세이를 비롯한 게닌들은 조선인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길렀다.


조선말을 배우며, 낯설지 않고 금방 익히게 되자, 아니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료우타는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료들에게는 겨우 조선 말을 익히는 시늉하며, 기억의 파편들을 짜내려 노력했다.


수많은 기억이 얽히고설키어 더 혼란스러웠다.


홀로 있는 시간이나 잠자리에 누웠을 때마다 혼란스러운 자신으로 인하여 번뇌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본 머리를 반달 모양으로 깎지 않고 그냥 뒤로 묶고 있었기에 특별히 변장을 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타이요우가 반달 모양의 촌마게(상투)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사를 동경하기 시작하면서 머리 모양에 신경을 썼다.


타이요우 홀로 촌마게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짜 머리로 조선의 상투를 쓰기로 했다.


조선 침투를 위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나고야성 서북쪽의 언덕에 올라 먼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고니시 부대가 조선 땅에 도착했겠지. 부디 조선에서 잘 대비하여 물리치기를 바랄뿐···.’



시퍼런 바다에 물들었는지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쏟아질 듯 파란 하늘에 멀리 한 점 먹장구름이 빠르게 북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구름을 따라 한없이 달려가던 눈길이 허공을 갈랐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은 마음보다 전쟁의 참상을 겪어야 할 조선 백성의 안타까움에 가슴이 떨려 왔다.


제1군과 제2군, 그리고 제3군이 동래성 함락 후 별다른 저항 없이 정해진 진격로를 따라 각각 세 방향으로 한양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철포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일본군 앞에 조선군은 작은 돌부리조차 되지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조선 수군이 일본군을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제대로 저항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군함 수백 척을 불태우고 도망을 갔다는 사실이다.


이 소식을 접하자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노랬다.


‘어떻게 싸우지도 않고 도망을, 그것도 모든 군함을 불태우고 도망을 갈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제대로 된 나라라 할 수 있나?’


답답한 가슴에 막사에서 나와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바위산으로 올라갔다.


철쭉이 바위틈과 관목들 사이에 붉게 스며들어 있었다.


멀리 조선의 육지에도 철쭉이 산과 들에 피어날 것이다.


다만, 철쭉처럼 조선의 땅에 붉은 피가 덥힐 것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답답한 심정으로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갈매기 떼가 멀리 바다 위로 날아다녔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바닷바람이 옷소매를 스쳤고, 하얗게 부시는 햇살이 료우타의 얼굴에 내렸다.


북쪽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이 시리도록 맑았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이라 생각하니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일었지만, 철포와 창으로 무장한 일본 병사들이 조선을 유린하는 모습이 아른거리며 하늘을 흐렸다.


하늘을 비행하며, 햇살을 즐기고 있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조선 백성들의 울음소리로 들렸다.


조선을 걱정하면서도 그 조선을 치기 위해 무장을 한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비록 자신의 과거를 알고자 칼을 들었지만, 이 길이 바른길인지 혹 잘못된 판단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칼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흔들렸다.


얼마 후면 조선의 참혹상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하늘이 미웠다.


기억을 잃어버린 자신, 방황하는 자신, 료우타의 삶, 멀기만 한 무솔의 삶, 그 허울뿐인 삶 속에서 찾아온 라나도 구름과 같은 존재,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급류처럼 흘러가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붙잡을 수 없어 무서운 번뇌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려 작은 바위에 앉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가로저어 보지만, 혼돈의 망상들이 그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바다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에, 아니 그 너머인가?


투구를 쓴 사내가 말을 타고 서 있었다.


이끼섬 너머, 아니 조선 땅 어느 곳에 서 있는 사내가 뚜렷하게 눈앞에 보였다.


꿈 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 사내를 보며 묻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있는 그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붉게 타오르는 눈빛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기운이 가슴을 데웠다.


가슴에 불이 난 것 같아 내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을 꾼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조선의 땅, 료우타는, 아니 무솔은 조선이 자신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육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꿈에서 깬 줄 알았는데, 조선 땅이 보인다는 생각에 아직도 자신이 꿈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말을 탄 사내를 찾았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걱정하느냐?”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았다.


말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멀리 섬 너머로 사라지는 구름 한 조각이 보였다.


‘정말, 조선 땅으로 오라는 것일까?’




멀리 갈매기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살며시 눈을 떠니 봄 햇살이 뺨을 간질였다.


꿈인지 생시인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쪽의 먼 섬들을 보았다.


스러져 가는 노을에 붉게 물들어 가는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한참을 서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이 꿈을 꾸었는지 실제로 말을 탄 사내를 보았는지 헷갈렸다.


부산포에 있던 수군 사령부에서 급히 다카도라에게 연락이 왔다.


육군이 승승장구하여 한성으로 올라가자 마음이 급하여 졌다.


모든 전공을 육군이 다 가져갈까 봐 급해진 수군 대장이 도움을 요청해 왔다.


*


죠유지가 구모베를 비롯한 정찰대를 이끌고 부산 다대포로 출발했다.


죠유지가 다가도라가 건네준 사천성의 축성 설계도를 가슴에 품고 휘하 부대를 이끌고 군함에 올라 쓰시마섬으로 향했다.


수군의 후속 부대들이 속속 바다를 건너 조선의 부산포와 다대포에 진을 쳤다.


료우타도 군함에 몸을 실었다.


험난한 바닷길을 지나 겨우 쓰시마섬에 다다랐다.


조선으로 건너가는 배들이 쓰시마 앞바다를 잿빛 구름처럼 물들였다.


료우타가 탄 군함이 쓰시마섬을 떠나 거친 바닷길을 헤쳐 나갔다.


급류와 바람에 군함이 심하게 요동을 쳤지만, 무사히 조선의 다대포 앞 바다로 들어갔다.


쓰시마섬을 지나 조선으로 가는 길은 낯설지 않았다.


병사들이 거친 파도와 바람에 힘겹게 버티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불안함과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드디어 조선으로 간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


바다를 바라보는 눈에 아른한 기억의 파편들이 스쳐 지나갔다.


임진왜란 1년 전,


통신사 행렬이 일본으로 가기 위해 동래성을 떠나 부산포로 들어왔다.


정사를 비롯한 통신사의 인원이 삼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을 태우기 위해 부산포 앞바다에 배가 파도에 일렁이고 있었고 대마도에서 조선통신사 배를 인도하기 위해 십여 척의 왜선이 멀리 절영도 앞바다에 떠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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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 풍전등화 2 22.06.16 56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7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2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8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5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7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8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6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60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2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6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2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4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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