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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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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9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8

작성
22.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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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고가 닌자 마리지천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오마찌의 사람들이 아침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사카야마와 토우시를 찾아다녔다.


상인으로, 곡예사로, 낭인으로 변복하여 시내와 고마쓰 골짜기를 뒤졌다.


마루타마을에서 다리를 절며 뛰어가는 자를 본 목격자를 만나 마을을 샅샅이 뒤졌다.


또 근처 사카이거리와 로쿠하라마을, 시모교다리 아래부터 가모강 주변도 샅샅이 훑었지만, 사카야마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몇몇은 혹시나 해서 지난 밤 죽은 자가 있는지 행정청에 넌지시 알아보았다.


서쪽의 은빛 구름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사카야마를 찾을 수 없었다.


오마찌 별채로 돌아온 사람들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혹 입을 연 순간 인정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이토가 성질을 못 이기고 먼저 입을 열었다.


“오마찌님, 어떻게 된 것일까요?”


카이토가 다시 한번 사카야마을 찾아다니다 들어와 탁자에 앉아 침묵하고 있다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오마찌를 쳐다봤다.


“으음.”


별채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거실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어딘가에서 죽었거나 붙잡혔을 것으로 추측하며 걱정했다.


섬의 우두머리가 될 사카야마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앞날이 암담해졌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점점 어둠이 짙어 같지만 아무도 불을 켜려 하지 않았다.


화롯불마저 꺼져 방안이 얼음장 같았다.


점점 어둠이 짙어 가는 방안에 한숨 소리가 커질 때,


“끼이익”


문을 열고 사카야마가 빙긋 웃으며 들어섰다.


모두 놀라 달려 나가 맞이했지만, 반가이 맞을 수가 없었다.


그가 심하게 다리를 절며 들어 왔기 때문이다.


팔은 다행히 응급조치해서 독이 많이 퍼지지 않아 조금은 부자연스러웠지만 다른 이상은 없었다.



고마쓰 마을의 집 헛간에서 치료하고 난 다음 혹 닌자들이 찾아낼까 봐 간신히 몸을 헛간 깊숙이 은폐 후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잠들었던 헛간이 아니라 방이었다.


숨어들어 간 헛간의 주인이 이른 아침에 일하러 나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와 농기구를 정리하다가 헛간 구석에 쓰러져 잠 던 사카야마를 발견한 것이다.


열이 나고 끙끙 앓고 있는 그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주어 간신히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섬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농부가 말리는 것을 뒤로하고 간신히 별채로 돌아온 것이다.


동료들은 고마쓰 골짜기 싸움을 들으며, 사카야마의 한쪽 다리를 한동안 못쓰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그들의 적개심은 어디로 향할지 몰라 허둥대기만 했다.


“이가 닌자들이 아닐지도 몰라. 게닌들이 이가의 기술을 사용했지만 뭔가 어설펐어. 그들의 우두머리도 그렇고. 그들이 얼핏 전개하는 수법이 고가가 아닐까 생각되어져.”


“고, 고가라고요?”


“응,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고가의 마리지천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쇼타! 쇠줄이 달린 표창을 사용하는 죠닌이 있는지 알아봐. 조심해야 해.”


사카야마가 남기고 간 불안이 오마찌의 사람들에게 퍼졌다.


주조만으로도 벅찬데, 고가의 마리지천까지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현재의 임무는 고사하고 섬의 앞날까지 걱정스러웠다.


사카야마가 부상당하고 돌아온 이후, 그의 칼에 찔려 부상당했는지, 한동안 교토에 닌자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가을이 가모강까지 내려왔지만, 한여름처럼 잔뜩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끈적끈적하게 불어왔으며 자주 비가 내렸다.


비를 뚫고 오와리에서 관백이 다이묘들과 화려한 행렬로 교토로 돌아오고 있었다.


관백의 교토 복귀로 물밑에서 기회를 엿보던 무리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한 무리, 무엇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무리 사이로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어갔다.


관백이 교토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무렵, 쇼타가 아이루가 훤히 보이는 강변 근처의 여각 2층 방에서 세이키와 돌아가며 감시했다.


신조와 그 동료들이 피살당한 지 벌써 반년도 더 넘었다.


복수하기 위해 세이키와 함께 계속 추적하였지만, 결론은 아이루와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신념으로 아이루에 대한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이루 감시 중 수상한 자가 나타나 미행했지만, 토우시는 죽었는지 잠적했는지 소식이 없고, 사카야마는 공격당해 부상까지 입고 섬으로 돌아갔다.


쇼타가 사카야마의 명에 쇠줄 표창을 찾아 암암리에 정보를 수집했지만, 그런 죠닌을 보거나 들었다는 자가 없었다.


교토로 이가로, 그리고 고가로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드러내 놓고 물어볼 수 없어서일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 토우시를 대신하여 세이키와 함께 아이루를 감시하게 되었다.


여러 사건으로 인해 섬사람들은 더더욱 예민해져 갔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도 후덥지근한 날이 계속되었다.


여름처럼 잔뜩 습기를 머금은 끈적끈적한 바람이 사람들을 짜증 나고 지치게 만들었다.


두 사람도 방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무더위에 버텨 보지만 점점 지루하고 답답해져 갔다.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감시의 고삐를 바짝 조여 보았지만, 아니 사카야마 사건 이후 예민해져서일까?


복수의 칼날을 갈며 기다렸지만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조용하고 한가로운, 아니 따분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었지만, 긴 여름의 끝자락에서 무더위로 싸움하다 지쳤다.


부채를 연신 흔들며 아이루를 감시하던 세이키가 더는 못 버티고 방 한구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쳐 쓰러져 자고 있던 쇼타를 깨웠다.


“아니, 왜 이렇게 빨리 깨우고 난리야!”


“빨리라니,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다고.”


“벌써? 제기랄! 잠깐 누운 거 같은데.”


쇼타가 투덜거리며 세이키가 있던 자리로 왔다.


“아이고 힘들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덥고 짜증이 나지? 나 둥지에 좀 갔다 올게.”


세이키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고는 둥지에 일이 있다며 교대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만 있어 답답하니까 이유 아닌 이유를 대고 후다닥 나가버렸다.


같은 심정이었기에 그런 세이키를 가만히 두었다.


창 너머로 시선을 두자 세이키가 남쪽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눈을 돌려 저 멀리 초저녁부터 사람들로 복작이는 아이루를 보며 연신 부채를 흔들었다.


“젠장, 팔자 좋은 놈들이군. 쩝.”


한가하게 야나치고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과 시기심으로 짜증이 확 밀려 올라왔다.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투덜거렸다.


해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즈음 사람 속에 얼핏 낯설지 않은 얼굴이 스쳤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하려는데, 문지기가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아이루로 들어갔다.


"저, 저자는···, 쳇! 부교란 놈이 일은 안 하고 기생집이나 들락거리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꽁지를 감추듯 아이루 안으로 사라지는 미츠나리를 보고 혀를 찼다.


근래에 보이지 않아 관백이 오와리로 가 교토에 없기에 행정 업무로 바쁜가 보다 했었다.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지고 어둠이 야나기초에 찾아왔지만 붉은 사방 등이 하나둘 켜지면서 야나기초의 거리는 밝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오랜만에 아이루를 찾은 미츠나리를 빼고는 오늘도 다른 날과 같이 야나기초의 거리는 흥청망청이다.


무료하게 아이루를 지켜보았다.


부엉이 소리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다 아이루 문턱을 드나드는 사람 중에 상인 복장의 누군가를 보았다.


“주조!”


밤하늘을 보니 술시(오후8시)였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네.”


관백이 오와리로 떠나고 난 뒤 잠적했던 주조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오늘 두 사람이 아이루에······. 설마?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아니겠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두 사람 다 오랜만에 아이루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라,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에이, 몰라!”


단순한 쇼타가 생각을 미루고는 눈을 허공에 두고 더위를 날리려 부채를 연신 흔들었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들어올 때처럼 삿갓을 쓴 사내가 황급히 아이루를 빠져나갔다.


“벌써?”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고 시간을 확인하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올 때마다 밤이 늦도록 있거나 그다음 날 새벽에 나가던 미츠나리가 오늘은 해시(오후10시)도 되지 않아 아이루에서 나온 것이다.


근래에 오슈의 반란군 문제와 관백이 오와리 매사냥으로 교토의 치안과 행정 업무로 바빠 아이루를 자주 오지 못했다.


별생각 없이 오늘 잠시 오미츠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밤하늘의 별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해시가 되자 주조가 담을 넘어 나갔다.


항상 주조는 들어올 때는 상인 복장으로 정문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는 복면을 하고 담을 넘어 나갔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똑같네. 항상 같은 시간에 방문하고 같은 시간에 담을 넘고 있어. 주인 없는 주라쿠성을 가려나! 레이야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특히 미츠나리나 주조가 방문한 날이면, 더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으니 접근을 할 수가 없어. 뭔가 수상하긴 한데···.”


사카야마가 직접 숨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둔술과 잠행을 잘하는 사카야마에 비해 조금 자신감이 떨어졌다.


몇 번을 근처 처마 아래까지 갔다가 더 이상 접근을 못 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세이키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피했기에 매번 자신이 잠행했었다.


한 번은 레이야의 침실이 있는 건물의 처마 아래까지 숨어들었다가 레이야를 그림자처럼 지키는 자가 고양이 소리에 주변을 수색하는 바람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었다.


얼마나 긴장하고 졸였는지 그 이후 잠행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사카야마가 곧 교토로 다시 오면 직접 숨어들기로 해서 오늘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주조의 담 넘는 모습을 보며 긴장이 풀렸는지 하품이 나왔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한 잔 마셨다.


물마저 미지근해 인상을 찌푸렸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창문이 달그락거렸다.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바람이라 더 짜증이 났다.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고정하려는데 검은 그림자가 아이루의 담을 스쳤다.


두 눈동자가 커지며, 검은 그림자를 쫓았다.


‘내가 잘못 봤나?’


움직임이 없자 고양이나 다른 동물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아이루의 담 주위를 훑었다.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닌자다! 오늘따라 세이키가 없다니······.”


낮은 외침과 함께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반응하며 창문으로 튀어 올라 밖으로 나갔다.


여각의 지붕을 따라 아이루를 향해 달려가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저 부엉이는 레이야나 포주를 만나러 왔을까? 참! 주조와 미츠나리가 방문한 날이다. 그 둘이 먼저 다녀가고 그렇다면···, 저자가 넘은 담으로 가야 하는데, 아니다. 반대로 돌아가자!’


마음이 급해졌다.


몇 개의 건물을 넘고는 아래로 내려와 아이루 담 그림자를 따라 달렸다.


사카야마를 생각했지만 섬에 있는 사카야마, 그것도 부상 치료 중인 사카야마를 불러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불길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냥 자신의 느낌으로 부엉이를 쫓아갔다.


아이루 담을 오른쪽으로 돌아 담 끝 처마 아래서 주변을 살폈다.


달빛 아래 정적이 감돌았다.


주변을 살피고는 재빠르게 담을 뛰어넘었다.


아이루의 건물과 지리는 손바닥 보듯 훤했다.


담 옆에 있는 광의 처마 아래로 숨어들어 잠시 호흡을 골랐다.


평소에 경계를 어디에 서고 있는지 다 알고 있기에 쉽게 포주의 침실이 있는 건물 아래로 접근했다.


포주의 침실은 본 건물 뒤 격자 구조의 작은 건물이었다.


복도로 살며시 들어가 방들을 살폈지만, 불이 켜진 방이 없었다.


한 칸 한 칸을 점검하며 앞으로 나갔다.


가운데 있는 방 앞에 다다랐을 때 안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아니다.’


다시 뒷걸음질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포주가 아니라면 레이야 일까, 아니면 오미츠?’


레이야의 침실은 별채 끝에 있는 방으로 본 건물 왼쪽에 있었다.


짙은 어둠 속, 정적이 아이루를 감싸고 있었다.


오늘따라 밤늦게까지 남아 술을 마시는 손님이 없는지 고요함이 어색했다.


지붕 위를 살폈다.


달빛이 비스듬히 내려 동쪽이 어둠 속에 갇혀있었다.


별채 옆의 나무를 이용해 지붕 위로 올라가 어둠 속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레이야의 방 위 지붕에서 아래를 살폈다.


복도 입구에 항상 그림자 경호원이 있었기에 조심에 조심을 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텅 빈 느낌이었다.


처마 아래로 내려와 복도로 들어섰다.


‘혹, 그림자가 숨어 있지 않을까?’


소심하게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민한 청각을 이용해 숨소리를 찾았다.


‘좋아, 아무도 없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반대편에도 항상 경호원이 있었다.


지난 고양이 건이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쫙 올라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조심스럽게 뱉고 난 뒤 다시 한번 경호원이 몸을 숨기고 있을까? 살폈지만,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의문이 들었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어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끝 방까지 다다른 쇼타가 숨소리를 죽였다.


여인 하나, 둘······. 레이야의 옆방에서 잠을 곤히 자고 있던 시녀들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 하나가 부족하다.’


예상한 곳에 그 어떤 움직임이나 느낌이 없어 당황했다.


혹시나 해서 장지문을 열었다.


그 손길이 몹시 조심스럽다.


다다미 다섯 장 크기의 방으로 들어가 건너편의 방 미닫이에 귀를 대었다.


여인의 분내가 코를 자극했다.


‘젠장!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어. 어디로 갔을까?’


코를 씰룩 이고는 다시 뒷걸음으로 빠져나와 어둠 속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경호원들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게걸음으로 가면서 머리로는 아이루의 전체 건물들을 떠 올렸다.


‘경호원이 없다는 것은 오미츠가 아니라 레이야가 확실하다. 혹시···, 작은 사당?’


복도 끝으로 나와 덧문을 살며시 닫고는 별채 뒤 담장 근처에 있는 사당을 바라보았다.


별빛에 사당의 지붕이 하얗게 보였다.


정보에 의하면, 아주 가끔 레이야가 사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 곳이다.


별채 처마 아래에 그림자를 숨기고 사당 주위를 살폈다.


관목과 소나무가 즐비하여 상당히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오늘따라 아이루의 어둠이 사당에 몰려든 것처럼 더 어두침침했다.


처마에서 내려와 거의 바닥에 기는 자세로 사당 근처로 나아갔다.


노송 뒤에 다다르자 살며시 고개를 들고 다시 사당 주변을 살피느라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사당 입구 문 쪽에 긴장감이 돌았다.


머리가 주뼛거렸다.


입구 쪽으로 눈빛을 발하자 온몸에 소름이 쫘악 끼쳐 올라왔다.


‘여, 여기다.’


사당 앞 우물 위 건물에 누군가가 숨어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물 뒤 사당 안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지만 삼엄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경계를 서고 있는 자의 감시망을 뚫을 자신이 없었다.


사당이라고 확신이 들었지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젠장! 미쳤구나, 미쳤어!’


괜히 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멀리 별채 뒤로 돌아 담장을 따라 사당 뒤로 접근을 시도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벽을 따라 움직였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결코 그림자를 뚫지 못 하리라 생각하던 쇼타가 어느새 사당 뒤, 벽까지 와 있었다.


긴장된 얼굴로 몸을 다시 추슬렀다.


계속 되돌아 가자를 대뇌었으나, 몸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조용히 땅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어둠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경계를 서고 있기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조금씩 앞을 나아갔다.


대부분 닌자나 자객들은 지붕이나 나무, 또는 그림자를 이용한다.


그러기에 경호원이나 그림자들도 대부분 그러한 점을 이용해 경호를 선다.


그런 점을 이용했다.


자신감 없는 쇼타였지만, 이렇게 된 거 어쩔 수가 없었다.


자기의 기술을 믿고, 땅바닥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쇼타, 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구!’


조금 전 그림자를 두려워해 떨던 쇼타가 아닌가?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기필코 해 내리라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주변을 의식하며 앞으로 나가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뒤를 보니 자신의 키만큼도 전진을 못 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기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땅을 기었다.


겨우 사당 건물 마루 근처로 접근했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주위를 살폈다.


한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수가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장지문 앞 처마 아래에서 경계의 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경계를 많이 서 봐라!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 잠행술을 어찌 너희들이 따라오리오.”


언제부터인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시퍼런 눈을 피해 복도 아래로 꿈틀꿈틀 기어들어 갔다.


어느 정도 들어 왔다고 생각되어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위로 향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 소리 같기도 했다.


‘젠장.’


바짝 엎드려 다시 기기 시작했다.


복도 바깥 덧문 소리가 바람에 들썩거렸다.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다.


입이 바짝 말랐다.


처마 아래 그림자가 복도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침을 삼키지 못하자 더 목이 타올랐다.


‘설마?’


쇼타는 숨을 죽이고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조금 전의 자신감은 어디 가고 바짝 긴장하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젠장!'


완전하게 팔을 접지도 못하고 있자니 팔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땀이 콧잔등에 모였다가 떨어졌다.


눈만 깜박거리며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수리검을 뽑을까 말까 고민하며 벌을 서듯 했다.


억지 참음에 목 안이 아파졌다.


한계가 오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하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머리를 팔뚝으로 가져가 겨우 입을 가리고는 침을 삼켰다.


한 번으로 되지 않아 세 번이나 삼키면서 너무 큰 울림에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긴장감으로 다시 침이 메말라 갔다.


머리 위와 복도로 귀를 세우며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복도와 처마 주변을 신경 쓰느라 머리 위에서 나직이 들리는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복도를 내려온 그림자가 멀리 정원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사라졌다.


'괜히 졸았잖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른 눈두덩에서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다시 머리 위로 귀를 기울였다.


“관백이 돌아오는 길을 알아냈겠지?”


“그럼요. 제가 누굽니까? 호호호, 물론 오미츠의 도움이 있었지만.”


“후후, 언제, 어디로 온다든가?”


조금 전 그림자로 추정되는 자가 살금살금 걸어와 복도로 가볍게 오르더니 처마 아래로 몸을 숨겼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림자의 동선을 알아서인지 긴장감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조금 전 괜히 겁쟁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달 열다섯째 날에 고가를 넘어 다라오로 들어온다고 했어요.”


“며칠 남지 않았군. 물론 길목마다 병력을 배치했을 거야.”


‘분명 사람 소리다.’


마루 밑 바람 소리에 작은 사람의 소리가 실려 왔다.


바닥에 내려앉은 무거운 공기 속에 사람의 소리가 가늘게 내려앉았다.


살며시 등을 바닥에 대고 품에서 꺼낸 대나무를 조심스럽게 위로 갔다 대었다.


움직임에 처마 아래에 있는 자의 움직임을 살피며 귀를 기울였다.


‘젠장, 뭐라고 하는 거야.’


어떻게 할까?


갈등 속에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대화 소리가 잘 들리겠지만 잘못하다간 그림자에 발각될 가능성 또한 높아 망설였다.


담을 넘어 들어 온 자의 실력도 알 수가 없기에 더더구나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고민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잠입한 이상 무언가를 알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잠입한 의미가 없다.


한 간(약1.8미터)을 나아가는 데 반 각이 걸리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주조는 언제쯤 움직일까?”


“아직 알 수가 없어요. 오늘도 그냥 자금만 챙겨서 갔어요. 우선 관백이 교토로 무사히 돌아오면 움직이겠지요.”


대나무를 통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작지만 분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쯤 절 데려가실 거예요?”


사내가 생각을 하는지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아직······. 우선 세상을 바꿔야지.”


“세상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포주의 눈도 매서워지고 있어요.”


“무슨 소리! 옛 주군의 시대를 부활해야지. 히데요시 아래에서는 살 수가 없어.”


“히데요시가 죽는다고 해도 옛날처럼 되지 않는다는 거 아시잖아요. 이젠 권력이 누구에게 가건 관심 없어요.”


“레이야, 지금까지 잘 버텨 왔는데 인제 와서 약해지면 안 돼.”


“이번에 관백을 죽이지 못하면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여자의 목소리에 짜증이 살짝 묻어났다.


“주조가 있지. 그자의 실력이면 충분히 히데요시를 암살할 수 있어. 우리는 가만히 살피면서 도움만 주면 되는 거야. 그도 아니면 명나라와의 전쟁으로 스스로 무너지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멀어.”


“그게 언제 가능할까요? 전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요.”


“조금만 참아줘.”


“아이, 몰라요. 누가 천하인이 된들 저와 무슨 상관이람. 저에겐 단지 마리지천님만 있으면 돼요.”


‘헉!’


두 사람의 대화에 히데요시의 암살 이야기가 나오자 극도의 긴장감 속에 온몸이 굳어 가고 있었다.


귀를 의심했다.


‘마, 마, 마리지천?’


하마터면 신음을 뱉어낼 뻔했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커지는 심장 소리에 당황하여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애를 먹었다.


‘마, 마리지천! 마리지천이라면, 젠장! 사카야마님의 추측이 맞았어.’


마리지천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호흡이 진정되지 않았다.


작은 소리가 다시 들리자 거친 호흡 속에서도 다시 귀를 쫑긋 세웠다.


“요즘 미츠나리가 이상해요. 우리가 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의심하고 역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요. 주조도 무엇인가 망설이는 눈치고요. 어떻게 하죠.”


“걱정하지 마. 충분히 계산에 넣고 있으니까.”


“아, 참, 지난번 유즈루와 코헤이가 도망간 것은 어떻게 되었어요? 포주는 아직 못 찾은 것 같은데.”


“후후후, 이미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그쪽도 충분히 이용하고 지난번처럼 알려 줘야지. 서로 피 터지게 싸우도록 말이야.”


자기 귀를 의심했다.


분명 신조에 관한 이야기다.


빼돌린 기녀 두 명이 있는 곳을 안다면, 섬이 노출된 것이다.


너무 놀라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상대가 마리지천이라 공포와 죽음이 도사렸으나 아랫배 저 아래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방으로 뛰어 들어가 신조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눈물이 찔끔 흘러내렸다.


분노로 두 주먹을 불끈 쥔 몸이 경기가 나듯 떨리고 분했지만, 상대는 마리지천이었다.


‘신조도 단 한 칼에 죽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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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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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조선의 바다 3 22.06.19 64 0 9쪽
81 조선의 바다 2 22.06.18 52 0 9쪽
80 조선의 바다 1 22.06.18 48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1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4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4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5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6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8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8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3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3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1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3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3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4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7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4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1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5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2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6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0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6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1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2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1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69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4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7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6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69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69 0 22쪽
36 순정 2 22.05.20 72 0 22쪽
35 순정 1 22.05.19 77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2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2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5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0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6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4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2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2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09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0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19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5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5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3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197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3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3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1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26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47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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