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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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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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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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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올빼미섬 4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원로들이 옥신각신하며 며칠째 의논했다.


“저들은 무엇인가 흑심이 있는 거요. 우리가 해적질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력 시위만 하고 또 성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오. 알 수는 없지만, 성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오.”


후지마로 원로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닌자요. 뭐가 목숨이 아까워 숙이고 들어간단 말이오. 자유롭게 살다 죽는 게 닌자지요. 그냥 여기서 싸우다 죽거나 다시 이가나 고가로 들어가 삽시다.”


“아니, 이가나 고가라니요. 그곳에서 지금까지 당하고도 그곳을 들먹이는 거요? 뭘 해 먹고 살겠다는 것이오? 여기 섬에 사는 대부분이 유가족과 부상자들인데······. 상단은 또 어떻게 할 거요? 풀 뜯어 먹고 살 수 없어서 여기로 모여들었는데, 다시 그곳으로 가자는 말은 당치 않소!”


이가출신 스오 원로가 후지마로 원로를 강하게 질타했다.


“아니 지금 나하고 한판 하자는 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한 번 닌자면 죽어도 닌자지, 어떻게 저런 권력자들에게 빌 붙어산다는 말이오.”


“권력자들이라 했소? 고가가 권력자에게 붙어서 간장 노릇으로 이가가 망한 걸 몰라서 하는 소리요.”


‘저 호랑말코 같은 놈이···, 말을 해도 꼭···.’


후지마로 원로가 뭔가 찔리는지 스오 원로의 말에 씰룩거리며 노려보았다.

스오 원로도 자기의 말에 흠칫 놀라며 후지마로 원로의 눈치를 살폈다.


오다 노부나가가 이가를 정벌할 때 이가와 고가는 합심하여 전쟁을 치렀다.


1차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뒤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대부대로 정벌을 시작하자 고가의 일부가 노부나가에게 항복하고는 이가의 본고장인 이세의 길로 들어오는 지름길을 안내함으로 인해 쉽게 이가가 무너져 내렸다.


지난날의 아픔으로 두 원로는 서로 먼 곳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스오 원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우리는 상인이오. 뭐가 두려워 저들을 피한단 말이오. 닌자의 삶보다 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허허. 참. 상인이 없어서 저들이 우리를 찾아왔겠소. 오사카나 사카이에 가면 상인들 천진데,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게요.”


“꿍꿍이라···, 그럼 후지마로 원로께서 저들의 저의를 말해 보시오. 방안도 말씀하시고······.”


어색했던 분위기가 원로들의 말다툼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원로들은 서로의 의견을 듣다가도 합당치 않다며 무시하기도 하고 또 싸울 기세로, 티격태격했다.


닌자로 살아 온 오랜 세월의 습성이 그들의 내면에서부터 쏟아져 나왔다.


어찌 고향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본성은 영원한 닌자들이 아닌가?


본래 이들은 한 집단이 아니라 여러 집단의 잔당들이 모여들다 보니 규율이나 법도가 서로 다르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차이가 컸다.


잠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원로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촌장을 향해 두 사람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쳐다보았다.


“아니, 촌장은 왜 말이 없소?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혹 짚이는 게 있소?”


후지마로 원로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답답한 심정으로 촌장이 그들을 둘러보았다.


촌장의 눈길에 멋쩍은 표정의 원로들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여 촌장의 입만 바라보았다.


“저들의 저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촌장이 말을 하다 멈추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아니, 왜 말씀하시다가 멈춥니까? 얼른, 얼른 이야기해 보소.”


성미 급한 후지마로 원로가 재촉했다.


“우리가 저들의 계책에 당한 것 같습니다.”


“아니 촌장! 그게 무슨 말이오?”


“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보소.”


두 명의 원로는 답답한 마음에 촌장을 몰아붙였다.


“남만인 배에서 황금 칼을 훔쳐 오도록 의뢰를 한 것은 이미 저들이 우리의 정체를 알고 시험을 한 것 같습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의 복종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오만.”



“아니, 복종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좀 가만히 계시오.”


후지마로 원로가 스오 원로의 제지에 얼굴이 벌게져서는 고개를 휙 돌렸다.


촌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저들은 섬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군사들의 무장으로 봐서는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요. 무사의 대결이나, 성으로 들어오라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를 원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우, 우리를 원한다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


촌장이 입을 다물고 뜸을 들이자 두 사람은 숨을 죽이며 촌장의 입만 바라봤다.


후지마로 원로가 침을 꼴깍 삼켰다.


“단순한 복종이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객주와 여각, 그리고 상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간혹 청부도 받지만, 그들은 이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들 아니 성주인 도도 다카도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품으려 하는 것은 뭔가 큰 뜻이 있을 것인데, 저의 머리로서는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촌장이 목이 마르는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두 원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촌장을 따라 차를 입에 대고는 눈만 껌뻑 껌뻑이며 촌장만 쳐다보았다.


“······.”


두 원로는 촌장의 말에 더 궁금증이 일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만 삼켰다.


“두 원로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관백 히데요시가 조선을 앞세워 명나라로 쳐들어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조선에서 통신사가 들어 온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자기 동생인 히데나가가 강력하게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사카이나 오사카의 상인들과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전쟁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지요. 물론 관백이라는 자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자가 아닙니까?”


촌장이 목이 마르는지 다시 차를 한 잔 마셨다.


차를 그윽하게 마신 촌장이 두 원로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때 교토나 오사카 등지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소문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소문이라면 상관없으나, 관백의 치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소문의 배후와 치안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뭐 그렇기야 하지만 그것하고 우리하고는 상관이 없지 않소! 굳이 우리를···.”


“후지마로 원로! 중간에 끼어들지 좀 마세요. 촌장, 뜸 들일 생각 말고 빨리 이야기하세요.”


하얀 눈이 내린 듯 백발의 스오 원로가 후지마로 원로의 말을 제지하고는 촌장을 재촉했다.


자꾸만 자기 말에 토를 달자 후지마로 원로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말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힘을 모아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에 옥신각신하는 두 원로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두 원로를 한심한 듯 쳐다보며 촌장이 말을 이었다.


“도도 다카도라가 누구입니까? 바로 관백의 아우 히데나가를 섬기는 자입니다. 관백이 전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명나라 정벌도 히데나가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생각에는 아직 관백의 권력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요. 이 평화가 오래 가기를 바랄 것입니다. 일본 전국이 통일되면서 닌자들은 별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수상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지요. 이러한 평화로운 시대에 전쟁에 대한 소문과 관백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자들에 의해 몰래 괴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히데나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들이 정권에 치명타가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에는 이, 귀에는 귀. 즉 닌자에게는 닌자로서 대항한다는 것이오?”


스오 원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지마루 원로가 말을 이었다.


“아니, 닌자 대 닌자라니요? 그리고 우리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왜 하필 우리요?”


스오 원로도 후지마로 원로와 같은 생각에 의아한 눈으로 촌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관백의 가장 강력한 맞수며, 경쟁 상대이고, 또 위험한 인물이 누구입니까?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알잖소!”


“그렇지요. 하하하. 그런 도쿠가와 이에야스 밑에 누가 있습니까?”


“아휴 답답하네. 그냥 촌장께서 속 시원히 다 이야기하소. 우리의 의견이나 참견받지 말고 좀.”


역시 성미가 급한 후지마로 원로였다.


스오 원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두 원로는 목이 마르는지 연거푸 차를 들이마셨다.


“음, 두 원로분도 아시다시피 간토의 너구리인 이에야스 밑에 한조가 있습니다. 한때는 이가의 우두머리 중 하나였지요. 혼노지변으로 궁지에 몰려 미카와로 도망갈 때 한조가 힘을 써서 이가닌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서 나갔습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도쿠가와는 닌자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한조를 대장으로 하는 닌자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대했습니다. 덕분에 살아남은 많은 이가의 닌자들이 미카와로 달려갔습니다. 시대가 평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관백과 도쿠가와는 물밑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한조의 닌자들을 이용하여 전국의 정보와 특히 교토와 오사카 등지의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있을 것입니다. 히데요시 입장에서 보면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에야스입니다. 히데요시야 워낙 낙천적이라 여동생과 어머니를 인질로 해서 이에야스의 오사카 상경을 이끌어 내어 인척으로서 이에야스가 신하로 부복했다고 믿지만, 동생인 히데나가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


"······."


두 원로는 마모루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고 듣고 있었다.


"첩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잘 알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히데나가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일 것입니다.”


촌장의 말에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잠시 고요가 찾아왔다.


가끔 화롯불에 불티는 소리가 났을 뿐, 거실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성질 급한 후지마로 원로가 아니라 스오 원로가 침묵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촌장의 말은 한조를 상대할 닌자 조직이 필요하단 말이오?”

“고가가 있지 않소?”


스오 원로가 후지마로 원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다 노부나가로 부터 히데요시까지 이가의 난 이후 고가를 활용하여 한조나 다른 닌자 조직들을 견제하고 있을 것입니다. 암암리에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찾았습니다. 물론 우리는 닌자 조직이 아닙니다. 단순히 닌자 조직이 필요했다면, 고가나 다른 닌자 조직을 활용하면 됩니다만, 닌자가 아니면서 닌자인, 즉 그들 입장에서 전국에 깔린 객주 조직과 상단, 그것을 통한 정보와 닌자들로 구성된 경호 능력, 이것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저의 얇은 생각입니다.”


촌장의 긴 설명에 두 원로는 찻잔을 잡고서 마시지도 못하고 긴장한 채 듣기만 했다.


더군다나 촌장의 정보 분석이 놀랍다 못해 오히려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두 원로의 입에서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특히 후지마로 원로가 촌장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어둠과 같은 침묵이 흘렀다.


‘뒤로는 고가가 아닌 우릴 선택하여 숨기고자 함이리라.’


촌장은 후지마로 원로를 슬쩍 보고는 속으로 고뇌의 말을 되뇌었다.


“그러면 내일 들어가시면 어떻게 할 것이오? 도도를 따를 것이오?”


“아니, 우린 닌자요. 그 누구에게도 소속되기 싫어서 닌자가 되고 또 이렇게 모여 사는데, 어떻게 그들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이요. 난 반대요. 정치하는 놈들은 믿을 수도 없고, 또 그들 싸움에 우리가 끼어들어 봐야 결국 우리만 죽어나게 될 거요. 어디 한두 번 당했소.”


“그러면 모두 죽자는 것입니까? 저들의 화력과 병력에 이 섬은 싸울 곳이 못 되오. 그 천혜의 이가와 고가 요새도 지키지 못하고 대부분 죽임을 당했는데 어떻게 여기서 싸울 수가 있소이까? 후지마로 원로는 지금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자는 거요. 도망을 가자는 거요?”


“아, 아, 그만 싸우시지요. 각자 원로들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또한 논의해도 합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의견을 우선 내보겠습니다.”


두 원가 씰룩거리다 촌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촌장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말을 했다.


“우선 여기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이 인원이 어디로 도망가서 생활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맞선다고 해서 이길 수도 없는 싸움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선 협조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동의를 못 하시는 분들은 떠나도 좋습니다. 어차피 자의에 의해 여기 모여 사는 우리가 아닙니까? 떠난다 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닌자의 생리지요.”


“좋소! 난 촌장의 의견에 동의하오.”


스오 원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러면서 후지마로 원로를 쳐다보았지만 후지마로 원로는 무엇이 불만인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내일까지 들어오라고 했지만, 와카야마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입니다. 우리가 쉽게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니까요. 또한 예상하지 못한 요구가 있을 경우가 문제인데, 그것은 상황을 봐서 제가 판단을 해도 되겠습니까?”


“음, 어쩔 수 없지요. 지금까지 촌장의 정보 분석이 제일인데, 그 문제도 잘 생각해서 대처하시오.”


스오 원로와 달리 후지마로 원로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왜 함께 들어오라고 한 것 같소?”


“그러게 말이오. 우리도 그 아이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게 없잖소. 혹, 촌장은 뭐 알고 있는 게 있소?”


“저도 마찬가지로 그날 배에 있었다는 것만, ······아마도 그날 검술 대결 때문이 아닐까요?”


원로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늦도록 생각에 잠겼다.


마모루는 열린 창문 넘어 메마른 오동나무 가지를 바라보았다.


키노 강변의 찬바람이 뼈마디를 쑤셨다.


‘모든 조직을 동원해 활동하게 되면 섬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상단 활동도 위축이 될 테고. ···몸이 불편한 자들과 남편이 없는 여인네들, 그리고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저들과 섬의 관계를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데. 좋은 방안이 떠오르질 않으니···’


“촌장님, 무엇을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신경 쓰지 말게나.”


두 사람은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처럼 생각의 늪에 각자 빠져들어 갔다.


료우타는 추위로 몸을 잔뜩 웅크리며 화롯불 가까이 다가갔다.


시선이 창밖을 응시하는 촌장에게로 향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모루님, 목욕물 준비되었습니다.”


“자네 먼저 따라가게나.”


료우타를 먼저 들여보냈다.


그리고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을 보며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밤하늘이 섬사람들의 운명처럼 느껴져 가슴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아릿한 아픔을 느꼈다.


마모루도 다른 목욕실로 안내되어 어린 여자 시종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마쳤다.


목욕을 마치자 저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각종 생선과 나물들이 상 가득 놓여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섬에 비하면 진수성찬이었다.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어느덧 밤하늘의 달빛이 정원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마모루가 정원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오롯이 맞고 있었다.


료우타가 그런 모습을 방안에서 화롯불을 옆에 끼고 조용히 바라봤다.


‘꽤 심각한 얼굴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나는 왜 불렀을까?’


주위의 건물들에서 불빛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마모루가 정원으로 나가, 거니는 것을 본 료우타가 잠자리에 들려 하자 가냘프고 앳되게 생긴 소녀가 주변을 정리하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하품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자 앳된 소녀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지, 지금, 무엇 하는 짓이오.”


“저는, 손님을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필요 없으니 나가 보시오.”


당황한 료우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오, 오늘 밤손님을 모시지 못하면···, 저는 내일 어디론가 끌려가 죽거나 노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어린 소녀는 료우타의 언성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화를 냈으나 그녀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촌장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한참을 생각한 료우타가 한숨을 내 쉬고는 그 아이를 이불 한옆에 눕게 했다.


“그럼 저쪽 끝에서 자도록 하시오.”


정원 가득 스며드는 찬바람에 촌장이 툇마루로 올라와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오니 목욕 시중을 든 아이가 이불을 곱게 펴 놓은 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가 마모루가 들어오자 일어나 맞이했다.


“이제 누울 테니 그만 나가 보게.”


“아닙니다. 오늘 밤손님을 잘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아니···, 필요 없으니 이만 불을 끄고 나가거라.”


촌장은 엄한 말로 꾸짖었다.


어린 시종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닿도록 숙이며 애원했다.


“오늘 밤 귀빈님을 모시지 못하면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제발 저를 품어 주세요. 제발요?”


난처했다. 어린 시종의 간절한 눈동자가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이것이 귀빈에 대한 최대의 접대요. 당연한 법도이다.


물론 두 사람이 귀빈이라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언제 여인을 품어 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때 이후 다시는 여자를 품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어쩔 수가 없구나!’


“좋다. 내 너를 품어 주마! 이리로 들어오너라!”


눈을 감고 잠시 옛일을 떠올렸다.



오다 노부나가의 수만의 군대가 이가를 사방에서 몰아붙이고 있었다.


적의 숫자는 아군보다 스무 배는 더 많았다.


험한 이가 골짜기였지만 대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세의 험난한 산줄기를 대군들이 물밀듯이 넘어왔다.


또 어떻게 알았는지 이세로 들어오는 샛길로도 오다의 군사들이 흘러 들어와 기습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가의 군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산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전세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밀리면서도 이가의 무장들과 닌자들은 극렬하게 저항했다.


온몸으로 맞서 싸웠지만 조금씩 밀려 산허리 위로 계속 밀려갔다.


후방의 적군들이 이가의 모든 집을 불태웠으며, 눈앞의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도 칼로 난도질했다.


마모루의 가족들도 불 속에서 죽어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마모루, 아니 모모치 산다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밀려드는 적들의 기세에 산 위로 몰려 자신 또한 목숨이 경각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울분을, 원수를 갚을 기회도 없이 산기슭 한 모퉁이에서 동료들이 적들의 철포에 맞아 쓰러졌다.


베고 베도 밀려오는 적들로 지쳐 갈 즈음 자신도 칼싸움 중에 철포에 맞아 사경을 헤맸다.


몇 년 전의 전쟁 때 히데요시를 죽이지 못한 것이 분통하고 억울했다.


눈앞에서 그를 놓쳤으니 두고두고 화근이 된 것이다.


죽음의 목전에서 지난날을 떠올리며 숨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눈조차 뜨고 있을 힘이 없어 겨우 버티고 있는데 눈앞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네, 네 놈은···.”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떴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어여쁜 딸을 겁탈하고 임신하게 한 야마시타 간스케가 손녀를 안고 나타나 부상 당한 자신을 한참을 쳐다보더니 둘러업고 산속 깊이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닌가?


눈으로는 여기서 죽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를 거부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눈에서 분노가 치밀었지만 간스케의 힘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난날, 딸의 임신 소식에 간스케를 잡아 와 죽이려 했지만, 딸의 간곡한 부탁에 칼을 내려치지 못했었다.


그날 이후 간스케는 자신과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지난 1차 이가의 난 때 간스케가 오다군을 상대로 교란작전이나 정보활동을 누구보다 잘해 승리에 기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도 닌자로서 활동하고 공적을 쌓아 갔지만,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미천한 출신으로 닌자의 잠행술을 이용하여 수많은 여자를 겁탈하고 다닌 그를 어떻게 애지중지 키운 딸의 배필로 맞아들일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겁탈하여 임신까지 시킨 부덕한 놈을, 하지만 결국 그가 자신의 목숨과 딸아이가 낳은 손녀를 구해 냈다.


그렇게 생명을 부지한 산다유는 손녀딸을 데리고 살아남은 닌자들과 함께 섬으로 들어와 고기를 잡는 어부로 변신했다.


그 이후 이름을 시오노미 마모루로 바꾸었으며, 죽어가던 아내와 딸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두 번 다시는 여자를 품지 않기로 명세를 했다.



***



산 너머 해가 산줄기를 타고 올라오고 있을 때, 마모루의 이불 속에서 잠들었던 아이가 깨어났다.


그 아이가 흠칫 놀랐다.


마모루가 방 한쪽 구석진 곳에서 부처님처럼 눈을 감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밤 이불 속에 누워 마모루가 들어와 자신을 품을 때까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귀빈은 앉아서 자고, 자기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이 사실이 알려 지면 죽은 목숨이었다.


아이는 방구석에서 입을 막고 소리 없이 울었다.


새벽닭 우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후 밖에서 비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은 채 밖에서 들려오는 이른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앉아 있던 마모루가 창가가 환해져 오자 눈을 떴다.


“인제 그만 나가 보거라.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꾸나.”

“네?”


무슨 말인지 몰라 마모루를 쳐다보던 아이가 겨우 말뜻을 이해했는지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마모루의 눈치를 살폈다.


마모루가 인자한 눈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안심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밖으로 나갔다.


마모루가 시종의 안내로 성주를 만나러 갔다.



밤새 잠을 설친 료우타는 아침을 먹은 뒤 촌장이 성주를 만나러 가자 홀로 정원을 산책했다.


‘왜 나를 함께 오라고 했을까? 젠장, 어젯밤 여쭤볼걸.’


생각이 깊이 미치지 못했다.


지난밤에도 검붉은 말을 타고 이상한 탈을 쓴 무사가 엄청나게 큰 창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꿈속에 나타났는데,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


그 꿈을 꿀 때마다 료우타는 잠을 설쳤다.


‘오늘도 그렇고, 왜 비슷한 꿈을 자꾸만 꿀까? 탈을 쓴 자는 또 누구고···?’


잠을 설친 료우타는 더 이상 생각의 끈을 붙잡지 않기로 하고 사철나무가 곱게 심겨 있는 정원을 따라 길을 걸었다.


겨울이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고 차가웠지만, 답답한 속을 달래듯 상쾌했다.


작은 연못에 얼음이 살짝 얼려져 있었다.


겨울의 쌀쌀함에 연못은 을씨년스러웠지만, 연못 가운데를 지나가는 나무다리는 아름다웠다.


연못 안 섬에는 아기자기하게 놓인 바위들과 조각들, 소나무와 사철나무 분재들은 한 편의 산수화 같았다.


나무다리에 올라, 한참을 얼음 사이에 메말라 비틀어진 연꽃 줄기와 주변을 멍하니 바라보며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옆으로 돌렸다.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눈앞에 아름다운 처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서 있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는데도 더 가까이 다가와 눈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얼굴은 예쁜데 당돌하군!’


자신 때문에 지나가기가 거북해서 그런가 싶어 난간으로 몸을 바싹 붙였다.


하지만 웃으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처자와 눈길이 마주치자 발갛게 물든 얼굴로 뒷걸음을 하려 했으나 나무 난간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너무도 골똘히 연못의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어서 그 처자는 료우타에게 비켜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훤칠하게 잘 생겼는데. 분명 우리 집 무사는 아닌 듯하고, 옷차림도 평범하고···. 오늘 심심했는데 잘 됐다.’


무엇인가 골몰하고 있는 료우타의 모습에 그 처자는 빠져 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참을 그렇게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가는 길을 막고 있었군요.”


얼굴이 벌게진 료우타가 얼른 옆으로 비키며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었다.


“누구세요? 못 보던 분이네요.”


그 처자는 당돌하게도 료우타가 물러난 것보다 더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걸었다.


오히려 료우타가 당황하여 뒤로 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가까이 오자 포기하고 말았다.


어린 처자에게서 꽃향기가 났다.


료우타의 귀뿐만 아니라 얼굴이 차가운 바람에 벌게졌다.


료우타가 주뼛주뼛하자, 그 처가가 웃었다.


“호호호, 어쩜 좋아! 잘생긴 분께서 부끄러워하시네. 난 유키히메라고 해요. 도도 유키히메. 만나서 반가워요.”


그 처자는 이곳 성주의 딸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리를 숙였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료우타라고 합니다. 유키히메님.”


“어디서 오셨나요?”


“네, 저는 시오노미섬에서 촌장님과 함께 성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런 섬도 있었나. 어디에 있죠? 작은 섬인가 봐요. 호호호.”


“네?”


“아니에요. 언제 돌아가세요?”


명랑한 웃음으로 료우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바짝 다가와 료우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질문을 퍼붓자 쩔쩔맸다.


이제 겨우 열서너 살 정도 되었을 여자아이가 생전 처음 보는 남자에게 부끄러움도 없이 다가와 료우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료우타님, 성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료우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다행이다 싶어 얼른 대답하고 뒤 돌아섰다.


“네, 그럼 유키히메님 물러가겠습니다.”


조금씩 다가온 유키의 얼굴이 료우타 얼굴 바로 앞에서 웃고 있어서 곤란한 입장이었다.


마침 시종이 자신을 불렀다.


얼른 목례하고는 돌아서서 그를 따라갔다.


‘얼굴은 선녀인데 성격은 왈가닥이군!’


료우타는 숨을 한 번 크게 내 쉬고는 뒤가 따가워 힐긋 돌아보았다.


유키가 료우타를 향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네. 귀엽네. 호호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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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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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5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6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5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3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1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1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5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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