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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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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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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9

작성
22.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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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암살자를 막아라 1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 여러 명이 문을 열고 마루로 달려왔다.


“어? 자네들 이제야 오는가?”


바로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마루로 들어오는 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들어가시죠? 여기 중요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혹, 들어오면서 수상한 자나 어떤 낌새가 없었나?”


방에서 마루로 나온 자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말씀인지? 지금 밖에서 병사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겨우 진정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어이, 경비병!”


경비병 두 명이 대답하며 달려와 마루 앞에 섰다.


“누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철저히 서도록, 혹 모르니 마루 아래를 살펴보도록 해.”


상관이 경비병들에게 명령하고는 다른 무사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경비병들이 횃불을 찾아 들고 와 마룻바닥 아래 여기저기를 비췄다.


횃불에 어둠이 다 밀려나지 못하고 나무 기둥 그림자가 바닥 아래에서 버티고 있었다.


기둥에 최대한 몸을 누인 료우타, 조마조마한 마음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경비병들이 마루 아래를 대충 훑어본 뒤 횃불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는 건물 밖을 향하여 경계를 섰다.


‘휴!’


나무 기둥에 부딪힌 머리를 만지며 긴장을 풀었다.


“여기 호조 우지마사 밑에 있던 호조 가쓰나루란 낭인입니다.”


“반갑습니다. 호조 우지마사와 어떤 관계요?”


상급무사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먼 친척으로 오다와라 싸움에서 코타로의 도움으로 겨우 성을 빠져나와 절치부심 히데요시를 죽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번 카사이님의 청부 의뢰에 의해 제가 특별히 부탁하여 코타로가 닌자들을 이끌고 오와리의 코자루를 잡으러 갔습니다.”


“고맙소. 가쓰나루!”


“아닙니다. 제가 더 고맙지요. 원수를 갚을 기회를 주신 거니까요.”


“그런데 카사이님! 코자루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버린 독안룡을 놔두고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젊은 부관이 무엇이 억울한지 울분을 토해냈다. 다른 무사들도 같은 마음인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그러잖아도 반 시진 전에 여기 남아 있던 살수들이 출발을 했습니다.”


가쓰나루가 카사이와 젊은 무사를 둘러보았다.


“잘했네. 그런데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 성 밖으로 나간 닌자는 몇 명인가?”


“여기 남아 있던 인원 여덟 명이 두 개 조로, 한조는 히데츠구를, 다른 한조는 독안룡을 암살할 것입니다. 시간은 인시로 성공하게 되면 그들 막사에 불을 지르기로 했습니다.”


가쓰나루가 설명하면서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말을 이어 갔다.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안룡을 꼭 죽여야 해. 그놈은 자신의 옛 영지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들을 부추겨 놓고는 상황이 불리하게 되자 목숨이 아까워 배신한 놈이야. 죽을 때 죽더라도 배신자를 꼭 처단하고 죽어야 해. 히데츠구까지 죽이면 더 좋고.”


카사이는 부관과 가쓰나루를 보며 눈에 불을 켰다.


‘히, 히데츠구를.’


희미하게 들려 온 히데츠구라는 말에 료우타는 긴박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숨을 잘게 내쉬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습한 기운이 코안을 괴롭혔다.


팔에 입을 가져가 숨을 뱉었다가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괜한 걱정에 심장을 졸였다가 그들의 대화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청부가 성공하면, 약속한 금화 50장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하하하, 당연하지. 만약 후마 코타로가 코자루의 암살에 성공하면, 코자루의 금화가 다 자네 것이라네.”


“하하하, 군침이 확 도는군요.”


“부관, 저들 숙영지에서 불꽃이 올라오게 되면, 모든 성문에서 문을 열고 적을 공격하게. 당황한 저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지.”


“알겠습니다. 곧 준비시키겠습니다.”


부관과 가쓰나루라는 사내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마룻바닥을 울렸다.


‘음, 새벽 인시라. 지금이 축시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빨리 알려야 한다. 히데츠구공이 위험하다.’


료우타가 움직이려 하자 장지문이 열리면서 무사들이 마루로 나왔다.


다섯 명의 발소리가 흩어져 여러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마룻바닥을 조심스럽게 기어 나왔다.


언제 비바람이 쏟아졌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 위 중천에 구름이 걷히며, 달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료우타, 여기.”


쥰세이가 천수각 잿더미 속에서 어둠을 가르며 료우타를 반겼다.


“좋은 소식이 있나?”


“우선 상황이 급박해. 고수의 닌자가 히데츠구공을 암살하러 반 시진 전에 떠났어. 난 바로 돌아 갈 테니까 다른 동료들과 작전을 수행해 줘. 참 구모베에님은?”


“취약한 곳이라 경계가 삼엄해서 잠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데. 이미 모두 적들 속에 침투했어. 시간만 지나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거야. 조심해서 돌아가. 혹 마지막이 될 수도···.”


마지막이라는 말에 울컥했다.


“너와의 추억 잊지 않겠다.”


“쥰세이, 넌 내 친구야.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쥰세이가 자신의 두 손을 꼭 잡은 료우타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었다.


쥰세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돌아섰다.


화톳불 연기로 인해 그런지 눈이 매웠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료우타를 한참이나 쳐다본 쥰세이가 눈길을 거두고는 천수각의 쓰러진 그림자를 뒤로 하고 정원수 사이로 사라졌다.


혼마루를 나와 병사들이 없는 어두컴컴한 곳을 따라 성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병사가 있었다.


뒤에 순찰하고 있던 순찰병들이 급히 성벽으로 가는 병사를 불렀다.


“어이, 앞에 누구냐?”


‘어떻게 하지?’


주위의 적막감과 억새가 많아 몸을 숨기기에 적당했지만, 그렇게 되면 성내가 발칵 뒤집어 질 것이었다.


성에 남아 있는 동료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날 불렀나?”


“어느 부대 소속인가? 말투가 여기 사람이 아닌데······.”


두 병사가 횃불로 료우타의 얼굴 가까이 대자마자 허리에 차고 있던 닌자검이 빠져나와 두 병사의 목을 스쳤다.


한 명은 언덕 아래로 굴렀으며, 다른 한 명은 료우타 앞에 고꾸라졌다.


잽싸게 병사를 잡아당겨 언덕 아래 억새밭으로 굴렸다.


처음으로 사람의 목숨을 거두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땅에 떨어져 타고 있던 횃불을 흙에 문질러 끄고는 신속히 잠입한 장소로 이동했다.


숲으로 들어가 흙 속에 묻어 두었던 활과 화살 그리고 줄사다리를 찾아 성루를 살피고는 사다리를 내리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경비병들이 졸고 있는지 머리 위의 성루는 조용했다.


한밤의 바람이 무성한 수풀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바람을 따라 숙영지까지 최단 거리로 달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인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걸음이 급했다.


억새와 나뭇가지, 작은 바위들을 뛰어넘었다.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쓰러진 억새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잡으며 내달렸다.


‘독안룡은 누구인지 몰라 어쩔 수 없지만, 히데츠구공을 보호해야 한다.’


히데츠구의 막사까지 일백 간 정도 거리가 남았다.


막사 앞 화톳불 앞에 경비 병사 두 명이 서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침 묘시가 되면 성에 침투한 닌자들이 성에 불을 지르고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성문을 열면 공격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병사들이 숙영지 앞 넓은 들판에 모여들고 있었다.


막사까지 오십 간 정도 남았을 때 화톳불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경비 병사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자객이다.”


다급해진 마음에 달려가며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화톳불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쏜살같이 억새를 가르며 날아갔다.


화살이 그림자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다시 화살을 날렸다.


막사 안으로 두 명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환하게 밝은 불에 자신들의 그림자를 노출했다.


료우타가 쏜 두 번째 화살로 화톳불이 쓰러지며 막사 입구에 불길이 붙으며 순식간에 타올랐다.


자객들이 입구로 들어가려다 불길에 당황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막사 옆을 칼로 찢으려 했다.


막사에 가까워지자 달려가며 칼을 뽑아 들었다.


료우타의 존재를 알아차린 자객들이 료우타를 막기 위해 달려왔다.


‘저놈들과 싸울 시간이 없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는 놈들을 막아야 해.’


막사 바로 앞까지 달려 온 료우타는 두 명의 자객 앞에서 눈앞 목책을 딛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 머리 위를 지나 막사 위 천장으로 내려앉았다.


막사의 천장을 칼로 가르며, 안으로 떨어졌다.


땅에 발을 디디며 한 바퀴 굴렀다. 히데츠구와 자객 사이였다.


갑자기 천장에서 나타난 료우타를 보며, 순간 당황한 자객들은 곧 료우타를 향해 공격해 왔다.


갑작스런 난리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히데츠구를 등 뒤에 보호하며, 그들의 칼을 받아 냈다.


막사 입구에 붙은 불은 이제 천장까지 올라붙고 있었다.


히데츠구와 함께 있던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침상 밑으로 숨었다.


밖에 있던 두 명의 자객도 막사로 들어왔다.


네 명의 자객이 히데츠구를 등 뒤에 두고 칼을 들고 버티고 있는 료우타를 압박했다.


또한 점점 막사와 내부로 옮겨붙은 불은 강렬한 기세로 타들어 오고 있었다.


천장을 받치고 있던 나무 기둥이 검은 그림자들 가운데로 넘어지자 그들이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그 순간 등 뒤의 막사를 칼로 찢고는 히데츠구와 함께 밖으로 나와 왼쪽 풀숲으로 숨어들었다.


침상 밑에 숨은 여인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료우타를 쫓아 막사를 빠져나온 무리가 두리번거리며, 료우타와 히데츠구를 찾았지만, 어둠과 억새로 인해 두 사람의 형체를 찾을 수 없었다.


막사에 불이 붙은 것을 본 아군 병사들이 몰려오자 자객들은 어둠 속으로 황급히 숨어들었다.


억새 깊숙한 곳에서 아군 병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히데츠구를 관목 나무 뒤에 두고 자객들을 뒤쫓았다.


불에 타고 있던 막사가 절정의 불꽃을 하늘로 올려보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불꽃 그림자 사이로 바람도 불지 않는데 작은 나무와 억새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자객들이 사라진 억새밭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저들의 발을 묶어야 하는데···.’


손에 수리검을 들고 주변을 살폈지만, 달빛만이 억새밭에 머물고 있을 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수리검을 든 손을 내리며 다시 주변을 살폈다.


얼마를 옆걸음으로 가니 작은 늪지대가 보였다.


바닥에서 작은 돌을 몇 개 집어 늪 건너편으로 던졌다.


돌 서너 개가 억새밭에 떨어지며 억새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칼을 앞세우고 돌을 던지자마자 늪 앞으로 달렸지만, 어둠 속에 억새만이 바람에 나부꼈다.


자신의 추측이 빗나가자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 숨을 가늘게 몰아쉰 다음, 자객들이 기습 공격해 올 수 있어서 최대한 소리 없는 게걸음으로 억새 사이로 파고들었다.


비에 젖은 억새가 소리 없이 발아래 쓰러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달리 억새 밟는 소리가 왼쪽 앞 십여 보 거리에서 찰나에 들려왔다.


손에 쥐고 있던 돌 하나를 소리가 나는 방향의 왼쪽 다섯 간 거리로 던졌다.


“삭사삭! 투다닥!”


두 명의 발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수리검을 날렸다.


수리검 세 개 중 하나가 “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무엇엔가 맞은 소리인데.'


수리검을 던지고 반대로 스며든 료우타는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를 느꼈다.


아직 닌자로서의 움직임이 서툴러서일까?


적들에게 위치가 노출된 것이다.


몇 보 옆으로 수리검 하나를 던지고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작은 바위 뒤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귀를 바위 건너편으로 집중하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바위 위로 날아들며, 칼을 내려쳤다. 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자객을 품으로 안는 자세로 뒤로 넘어졌다.


늦었지만 손에 쥔 칼을 위로 올렸다.


바위로 넘어온 자객이 몸을 덮쳤다.


얼마 후 바위 뒤에서 몰려온 자객들이 억새 위에 한 몸이 되어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확인하고는 위에 있는 동료를 옆으로 밀쳤다.


“악!”


“악, 내 다리.”


료우타 위에 쓰러진 동료의 시체를 옆으로 굴리던 자객들은 시체가 옆으로 떨어지자 갑자기 자신들의 다리로 지나간 따끔함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바위로 넘어온 자의 칼이 료우타를 베었지만, 쇠비늘 속옷에 의해 칼이 튕겨 나갔고, 순간적으로 위를 향해 뻗은 칼에 적은 목이 간통 되었다.


죽음의 그림자 앞까지 갔던 료우타가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숨을 내쉬는데 스멀스멀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에 죽은 척 가만히 있었다.


한 명이 료우타 몸 위 시체를 굴려 내리자, 허리에 차고 있던 닌자검으로 두 명의 그림자의 발목을 벴다.


자신의 동료 목에 칼이 꽂힌 상태로 두 몸이 하나 되어 죽었다고 생각한 자객들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발목이 베인 것이다.


다리를 베인 두 사내가 억새 속에서 아픔을 참으려 헤매다 료우타가 휘두른 칼에 쓰러졌다.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덩치가 아주 작은 닌자가 세 간 거리에 나타났다.


상대와 달리 달빛을 바라보고 있어서 불리했다.


상대를 경계하며 빈틈을 찾으려 조심스럽게 살폈다.


유리한 위치의 상대도 료우타를 경계하며 쉽사리 공격을 못 하고 있었다.


얼핏 쓰러진 동료들을 본 암살자,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인제 그만, 목숨을 부지하는 게 어떤가?”


“훗, 닌자에게 목숨 따위가 무슨 소용이람. 그냥 달빛처럼 왔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그만인 것을···.”


“닌자도 사람이 아닌가. 왜 쓸데없이 개죽음을 자초하는가? 그대가 성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면, 모두를 놓아주겠네.”


“지금 날 동정하는 건가? 닌자에게 동정은 더 비참하다는 것을 모르나? ···자, 잠깐, 금방 모두라고 했나? 저들은 이미···?”


“다리는 불편하겠지만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거네. 잠시 기절한 것뿐.”


비록 닌자이지만, 살생에 대한 거부감이 몸속에 있었다.


숙명처럼 다가온 닌자의 삶이지만, 완전한 닌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의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상대를 죽이기 위해 뻗은 칼은 언제나 피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관용이었다.


오늘도 이들의 목을 향해 칼이 날아갔지만, 칼의 날이 아닌 칼등이 목에 닿은 것이다.


“어떤가? 저들을 데리고 갈 텐가? 아니면, 저들과 함께 개죽음당할 텐가?”


“왜, 살려 주려고 하나? 무슨 꿍꿍이냐?”


“나도 모른다. 다만 내 몸이 시키는 대로 할 뿐.”


여인의 눈썹처럼 생긴 달이 이제 중천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 달빛 아래 멀리 억새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료우타가 바라보았다.


마주했던 사내는 동료 두 명을 부축하며, 억새밭을 지나 성을 등지고 멀리 사라져 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크게 숨을 내쉬고는 급히 숙영지로 되돌아왔다.


숙영지로 돌아온 료우타는 칸베에를 찾았다.


조금 전의 혼란은 수습이 되어 가고 있었으며, 묘시(오전6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정말 큰 공을 세웠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히데츠구공 막사 말고 다른 곳에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다른 곳이라니. 히데츠구공 막사에만 살수가 들이닥친 게 아닌가?”


“예, 분명 두 개 조로 나눠서 침투한 것으로 압니다. 분명 누구라고 했는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보아 자네가 잘못 알았거나, 그들이 포기 한 것이겠지.”


“그게 분명 들었는데,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했습니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깊게 생각하자 다시 머리가 지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사람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별명 같았는데···. 저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했습니다.”


“뭐라? 배신자라고, 혹···, 자네가 들은 말이 독안룡 아닌가?”


부관이 작은 소리로 몸을 료우타에게 기울이며 말했다.


“오! 맞습니다. 분명 독안룡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칸베에 부관님은 어떻게 아시는지요?”


부관을 따라 작은 소리로 답을 했다.


료우타의 입에서 독안룡이란 말이 나오자 칸베에 부관의 표정이 묘했다.


‘역시, 그런 것이었군!’


“다테 마사무네의 별명이지. 이 지역은 마사무네의 옛 영지지 오슈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었는데 관백 전하의 오다와라 정벌 때 병력을 데리고 오지 않아 괘씸죄로 영지 일부를 내놓아야 했어. 그리고 지금 봉기를 한 두 사람은 예전 다테씨의 가신이었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 보니 관백 전하께서는 자기는 이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마사무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 지금도 믿어 달라며 반란군들을 앞장서서 토벌하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 역시 마사무네였어.”


“이상하네요. 분명 독안룡과 히데츠구공을 암살한다고 했는데···.”


분명히 독안룡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한 그자가 그들의 배신자라고 했다.


히데츠구공 이외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독안룡 마사무네는 현재 아군의 최대 군사를 이끌고 반란군을 진압하고 있었다.


그자가 반란군의 배신자라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독안룡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아직 여기에 도착하지 못했다네. 저 언덕 너머에 있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나 할까.”


“아! 그렇게 되었군요. 그런데, 성에서 이곳에 불기둥이 일어나면 성문을 열고 공격한다고 했습니다.”


“그래? 음,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니 자객이 실패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인데.”


“저······, 혹 독안룡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분명 자객이 독안룡도 노렸다고 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우리 내부에 적과 내통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어. ······하여튼 다행이야. 자네가 정말 큰 공을 세웠네.”


부관의 칭찬에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다.


“내, 내통하는 자가 있다고요? 설마?”


“후후후,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네?”


부관의 말뜻을 못 알아들어 멍하니 부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 그건 우리 안에 적이 있고, 적 안에 우리 편이 있을 수 있는 게 전쟁터지.”


“아!”


부관의 말을 알아듣고는, 우리 안에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평온한 얼굴의 부관을 보며 의아해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병사들이 공격 준비를 하는 곳으로 갔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오와리의 코자루가 누구입니까? 후마 뭐라는 자가 그자를 암살하기 위해 암살자들이 오와리로 갔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스쳐 가듯 물었다.


“자, 잠깐, 지금 뭐라 했나?”


“아! 네, 후마라는 자가 코자루란 자를 암살하기 위해 갔다고 했습니다.”


되물은 칸베에가 멈춰 서며 료우타를 쳐다보았다.


경악한 표정이었다.


“혹시 후, 후마 코타로라고 했나?”


칸베에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예, 후마 코타로! 그들이 분명 후마 코타로란 자가 오와리로 숨어들어 코자루를 암살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암살이 성공하더라도 군량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성공하더라도 버티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큰일 났네.”


칸베에가 급하게 료우타를 데리고 가던 길을 되돌아 다카도라의 막사로 갔다.


“아니,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코자루는 관백 전하를 뜻하는 것이라네.”


“예?”


“코라루란 원숭이 세끼, 즉 관백 전하를 비하하는 말이지.”


“관백 전하가 지금 오와리에 있습니까?”


“그렇다네. 우리가 코카와성을 떠나고 난 뒤 여러 고관과 귀족들, 그리고 유력 다이묘들을 이끌고 오와리에 사냥하러 가셨네.”


아찔했다.


주라쿠성에 관백이 있다면, 쉽게 암살 계획을 진행하지 못하고 주변 상황이나 건물 구조 등을 파악하여 침입해야 하였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후마 코타로는 더 넓은 들판에서 병사나 경호병들이 사냥으로 혼란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곧 조선 정벌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냥을 나가다니. 정말 자식이 죽고 나서 미친것인가?’


관백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칸베에가 그런 료우타의 심정을 아는 듯,


“얼마 전, 츠루마츠님이 돌아가시고 정신을 못 차리던 관백 전하가 대내외적으로 위세를 보이고 사냥을 통해 전쟁에 임하는 다이묘들의 의견을 한곳으로 모으려 하는 것이라네.”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츠루마츠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히데츠구가 요도성을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사람들은 뒤에서 관백 전하의 업보라고 하면서 쑥덕거렸다.


히데나가가 죽고 리큐 마저 할복하면서 히데요시의 운이 내리막길이라며, 앞으로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 수군거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히데요시가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는 재앙의 전조라면서 두려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한 때 조선을 정벌하기 위해 동원령이 떨어지자 일본 전국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을 인식한 료우타도 심각한 얼굴로 칸베에 뒤를 급히 따라갔다.


군사들을 챙기던 우에쓰키가 전갈을 받고 급히 달려왔다.


“관백 전하가 위험합니다. 후마닌자 중 최고라는 후마 코타로가 직접 관백 전하를 암살하기 위해 떠났다고 합니다. 대략 열흘 전에 떠난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지금 달려가도 따라붙을 수 없지만, 정보를 알고도 그냥 있을 수 없으니, 누군가를 급히 보내야 합니다. 전력으로 질주하여, 중간에 역관에서 말을 갈아타면 닷새 사이로 따라붙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오다와라 정벌 때도 코타로란 자가 관백 전하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전력이 있습니다.”


칸베에가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급박하네. 우선 히데츠구공에게 전하여 역에서 말을 갈아탈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 줄 테니 길을 잘 아는 죠유지가 료우타와 함께 관백 전하를 구하게. 자네의 어깨가 무거워. 혹 잘못되면 전국이 어지럽게 되고 얼마 동안 이어온 평화가 전화로 뒤덮이게 될 게야. 군사는 히데츠구공을 만나고 오시게.”


다카도라가 사람들을 재촉했다.


우에스키가 막사를 나가자 정적이 흘렀다.


얼마 후, 무장한 죠유지가 막사로 들어왔다.


그동안의 상황을 들은 죠유지가 료우타와 함께 가는 것에 대해 불쾌한 기분이 들었는지, 난색을 보였지만, 다카도라의 명령으로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지도를 펼쳤다.


한때 간토지방에서 어릴 적을 보낸 죠유지가 지리를 잘 아는지 지도에 손가락을 짚어 나갔다.


“저희가 배로 올 때 역풍으로 나흘 이상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순풍을 타고 가면 며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센다이로 가서 배를 이용해 에도로 들어가 교토와 에도 간 도로를 달리면, 이삼일은 더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우에쓰키로 부터 역의 말을 교환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받은 죠유지는 료우타와 함께 오와리로 떠났다.


에도까지 배로 가기로 하고 센다이로 말을 몰았다.


두 사람이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어스름이 가시기도 전에 수많은 병력이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참, 죠유지도 닌자 출신이라네. 열 몇 살 때 내 밑으로 왔지만, 제법 닌자의 숨결을 가지고 있어.”


길을 떠나기 전 칸베에가 료우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부관이 왜 죠유지의 출신에 대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엄밀하게 이야기하는지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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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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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6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7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2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8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5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7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8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6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60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2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6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6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2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4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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