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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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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5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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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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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오마찌 칸의 죽음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해가 머리 위를 지나가서야 교토 오마찌에 도착한 사카야마.


잿더미로 변한 별채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카야마님.”


고로오가 사카야마를 불렀다.


“오! 고로오.”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고로오에게 다가갔다.


“오! 그래, 어떤가? 살아남은 동료는, 칸님은, 주검은 살펴보았나?”


고로오를 보자 질문을 쏟아냈다.


“아이구, 사카야마님! 하나씩 물어 주십시오.”


“이, 이런 내가 너무 급했나 보군.”


우가이를 통해 살아남은 동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고로오에게 간절한 눈길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아니, 자네가 죄송할 게 뭐람. 죽은 동료들은.”


“네. 대부분 동료가 죽임을 당했고 칸님은 행방불명입니다. 그리고 행정청에서 조사를 나왔는데 가족이라 알리고 사체들을 보존했습니다.”


밀려오는 분노를 진정하며 고로오를 따라갔다.


동료들의 주검이 나뭇가지와 풀들로 덮여 있었다.


“음.”


낮고 슬픈 신음을 뱉어냈다.


칼에 당한 모습들 속에 한 명의 주검은 불에 까맣게 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야. 누가 무슨 이유로 기습을 한 걸까?”


“예? 단순한 사건, 아니 기습당하다니요?”


“여기 얼굴을 보게 편안하지 않은가? 불에 타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얼굴에 표정이 없어. 싸우다 죽으면 이런 얼굴이 될 수가 없지.”


“그렇군요. 그런데 누굴까요? 두 사람이 없어서 주변을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 임무 수행 중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직···.”


고로오가 사카야마의 눈치를 보며 여러 죽은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칸님뿐만 아니라 쇼타도 안 보이는군.”


“어젯밤에 쇼타가 허겁지겁 달려와 오마찌로 오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급하다며, 얼른 우가이를 데리고 함께 오라는 말을 던지고는 둥지로 달려갔습니다.”



고로오가 한창 설명하고 있을 때 스스무와 우가이가 도착했다.


시체 더미를 본 스스무가 눈물을 흘리면서 죽은 동료들을 들추며 얼굴을 확인했다.


무엇인가 찾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칸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딘가 싸우다 숨지셨거나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스스무의 행동을 지켜보던 사카야마가의 얼굴이 애처로웠다.


“그럼 빨리 주변을 찾아봐야지.”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이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소리, 어딘가에서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수 있잖은가?”


“스스무님, 이해는 하겠지만···, 좋습니다. 놈들이 어디선가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주변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아버지의 생사에 민감한 스스무를 쳐다보다 사카야마가 결심했다.


어디를 찾아볼 것인지를 논의했다.


모두 비통한 마음에 끼니도 잊었다.


“우선 죽은 동료들이 대부분 건물 뒤편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니 소나무 숲과 도사 방향을 찾아보죠. 저와 고로오와 소나무 숲으로 갈 테니 스스무님과 우가이는 도사 방향에서 올라오며 찾아보십시오.”


스스무와 우가이가 도사 방향으로 가자 사카야마가 고로와 함께 소나무 숲을 향해 올라갔다.


숲 위로 파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몇 점 흐르고 있었다.


“아, 참. 자네가 찾아봤다고 했지. 어디를 주로 살펴보았나?”


“네, 소나무 숲과 언덕 주위를 따라가며 살폈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숲이 워낙 넓어 모든 곳을 훑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을 더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걸로 보아 당했을 가능성이 크겠지. 칸님의 주검이라도 찾아야 해······. 좋아, 여기 이 돈으로 시모교 다리 아래 거지들을 불러 모으게. 그들이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주변을 수소문할 자도 찾고.”


고로오가 사카야마에게서 돈을 받아 들고 숲을 내려가 시모교 강변으로 달렸다.


“자. 사카야마. 생각을 해봐. 생각을. 너라면 어디로 피했을까?”


주위의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 하며, 앞을 살폈다.


“이미 적들이 기습했다. 몇 명은 당하고 몇 명은 건물 뒤에서 죽었다. 많은 적의 기습이기에 멀리 피하지 못했을 거고······. 만약 죽임을 당했거나 부상을 당했다면······.”


소나무 숲 중간쯤 올라와 뒤 돌아 아래를 살펴보았다.


푸른 잎이 가득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들, 관목들이 빼곡하니 들어차 있었다.


낙엽 더미에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낮에도 숨으면 찾기가 힘든 장소다. 싸움이 밤에 일어났으니 분명히 여기에···. 움직일수록 적에게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은둔하는 것이 최고의 도피. 그렇다면 어디에······. 이미 늦은 것일까? 제발, 목숨만이라도 붙어 있어야 하는데.”


다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듯 말을 했다.


“완벽히 은둔했다면, 지금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목숨이 없다. ······칸님! 쇼타!”


실낱같은 희망을 품다가도 절망이 앞을 가로막았다.


먹먹해져 오는 가슴을 손으로 만지며 다시 소나무 숲을 따라 서쪽을 살피며 올라갔다.


“쇼타와 같이 움직였다면, 좀 더 멀리 피할 수 있었겠지. 아니면 서로 따로 피했을까?”


반나절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기에 죽음이 기정사실이었지만, 부상을 당했더라도 부디 살아 있기를 바라며, 눈길을 여기저기 살폈다.


산 능선으로 달렸다.


아직 발목 부상이 다 낫지 않아 숲을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찌릿한 아픔이 올라왔지만 급한 마음이 아픔을 덮었다.


오랫동안 쌓여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낙엽 더미들이 바쁜 걸음을 붙잡았다.


크게 숨을 한 번 몰아 쉰 사카야마가 눈 앞에 펼쳐진 능선을 훑어보았다.


소나무 숲이 끝나는 산 능선은 나무가 별로 없었다.


작은 바위부터 큰 바위로 뒤덮여 있어서 노출이 쉽게 되었다.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여까지 오지 못했다. 분명 싸움 중 최소한 부상을 당했다고 봐야 하는데.”


멀리 도사 쪽에서 스스무와 우가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뒤돌아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기는 공사 중이라 인부들이 많아. 그렇다면 어딜까?’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 뒤 다시 숲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표정이 어두웠다.


칸과 쇼타도 문제지만 누가 별채를 공격했는지 모르기에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과감한 기습에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부족한 자신으로 인해 섬이 곤경에 처한 것 같아 더더욱 속이 쓰렸다.


복잡한 마음에 숲을 내려가다 잠시 나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햇살이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환히 내려앉고 있었다.


‘우선 두 사람을 찾고 나서 생각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로오가 말한 내용들을 되뇌었다.


‘분명히 쇼타가 허겁지겁 달려왔다고 했어. 그렇다면, 아이루에 누군가 왔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루라?’


고마쓰 골짜기에서의 싸움이 떠올랐다.


“젠장! 놈들은 우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가면 계속 당하기만 할 텐데······, 다시 한번 고로오에게 쇼타를 만났을 때의 상황을 물어봐야겠다."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숲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싱그러운 숲 내 사이로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낙엽과 썩은 나뭇가지의 꿉꿉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갑자기 신조의 죽음이 떠올랐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죽은 신조. 그의 복수는커녕 또다시 당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렸다.


“숲! 그렇지, 낙엽 더미. 왜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주변을 살피며 낙엽 더미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나무 아래에 지난겨울 떨어진 낙엽들이 쌓여 수북한 곳들이 제법 많았다.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며 낙엽 더미들을 칼로 헤집어 보았지만 꿉꿉하고 매캐한 냄새만 코를 자극할 뿐이었다.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낙엽 더미들을 뒤졌지만, 그것조차 헛수고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졌다.


간절한 눈으로 숲을 둘러보았다.


너무 많은 낙엽 더미에 의욕을 잃은 사카야마가 옆에 있는 바위에 주저앉았다.


스스무 일행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며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숲 여기저기를 돌아보기도 했다.


바람 소리와 산새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많은 동료를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


눈 앞에 펼쳐진 비참함에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스스무와 우가이가 언제 오려나 싶어 산 위를 올려다보았다.


숲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들이 날려 뒹굴다 낙엽 더미에서 멈췄다.


바위 사이 제법 큰 낙엽 더미였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낙엽 더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오랫동안 쌓인 더미였다. 꿉꿉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칼로 휙휙 저어보고는 다시 다른 낙엽 더미를 찾기 위해 둘러보았다.


오랜 세월 묵혔던 낙엽들이 뒤집히자 매캐하고 불쾌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어떤 더미에서는 썩은 거름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가 몽실거렸다.


또 다른 더미들을 발견하고 뒤졌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다.


부질없는 짓이라 여겨져 털털거리며 숲 아래로 내려오다 지쳐 상수리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눈을 감았다.


늦은 여름을 아쉬워하듯 매미가 요란하게 울고 있었다.


귀를 따갑게 어지럽히는 매미 소리 사이로 산새 소리와 바람에 잎사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 움직이는 소리에 사카야마가 눈을 번쩍 뜨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다람쥐 한 마리가 상수리나무 아래로 내려오다 사카야마의 움직임에 놀라 힐끔 쳐다보고는 땅바닥으로 날쌔게 내려가더니 낙엽 더위 옆으로 콩콩 뛰어 지나갔다.


‘이런.’


다람쥐에 긴장한 자신을 조소하며, 놈을 초점 없이 쫓아가다 소나무 위로 올라간 녀석이 사라지자 눈을 거두었다.


눈을 거두다 다람쥐가 지나간 낙엽 더미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자신을 잡아당겼다.


가늘어진 눈으로 미세하게 어지럽혀져 있는 낙엽 더미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다가가며 살펴보는데 가슴이 벌렁거렸다.


‘이건, ···누군가 인위적으로 흔적을 지웠다!’


일반 사람이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사카야마의 예리한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다람쥐가 아니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설마?’


오랫동안 쌓여 있던 더미였지만 문드러진 낙엽 몇 개가 메마른 낙엽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더미 여기저기를 살폈다.


‘제발. 아니, 아니야. 두 사람은 어딘가 살아 있을 거야.’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이 오락가락하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심호흡하고는 칼집으로 낙엽 속 여러 곳을 찔러 나가다 뭉클한 느낌에 깜짝 놀랐다.


“아!”


탄식이 흘러나왔다.


불안한 마음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매캐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두 팔로 한 움큼씩 들어냈다.


마음이 급했다.


낙엽 사이로 발 하나가 보였다.


자기의 생각이 빗나가길 바라며,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낙엽 더미를 그만 치우고 싶었지만, 발이 보이자 낙담하고 말았다.


“제발, 칸님이 아니길.”


낙엽들을 쓸어 낼수록 사람의 모습이 확연하여지자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


몸통 주위에 피가 엉겨있는 낙엽을 주워 손가락으로 만져 보고는 얼굴이 더 어두워지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피가······, 얼마 되지 않았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얼굴 위에 있던 낙엽을 모두 쓸어 냈다.


“오마찌님!”


혹시나 하는 작은 희망으로 겨우 참았는데, 눈앞에 칸이 보이자 북받치는 슬픔과 분노로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옷소매로 한 번 닦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다시 낙엽들을 털어 냈다.


슬픔으로 가득 찬 눈이 어느 순간 예리하게 변하고 있었다.


“등의 칼자국은 닌자의 검, 비켜 갔다.”


시체를 겨우 옆으로 밀쳐 앞부분을 살폈다.


“이 상처는···, 단검이 목숨을 앗아 갔구나!”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칸의 몸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


스스무와 우가이가 어디쯤 오는지 보려고 칸을 다시 반듯하게 눕혔다.


“어? 이건 뭐지?”


왼손에 찢어진 옷 조각이 보였다.


“적과의 사투 속에 낚아챈 것 같은데······.”


싸움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면서 오른손을 살폈다.


손 전체가 시커멓게 변색 되어 있었다.


“도, 독이다!”


사카야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독···? 목숨을 앗아 간 것은 단검이다. 그렇다면···?”


단검에 찔린 배에는 독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의문을 가지고 손을 살폈다.


독으로 검게 물든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날카로운 칼날이 삐져나와 있었다.


손가락을 펴려고 했지만 잘 펴지지 않았다.


죽으며 주먹을 쥐었기에 보통의 힘으로 펴기가 어려웠다.


힘을 너무 가하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단도를 꺼내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칸님! 용서하십시오.”


입술로 중얼거리고는 단도로 칸의 손가락을 잘라 나갔다.


엄지손가락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손가락을 잘라 냈다.


손안에 시꺼먼 수리검이 보였다.


“수리검?”


마지막 세끼 손가락까지 다 잘랐다.


손가락 하나 자를 때마다 자기의 손가락을 자르듯이 아픔이 밀려왔다.


이마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모든 손가락을 잘라 내서야 수리검을 끄집어낼 수가 있었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네 개의 수리검 날개가 손바닥 깊숙이 박혀 있었다.


손바닥의 살을 파내어 수리검을 꺼내려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을 후벼 파듯이 아려왔다.


몇 번을 하늘을 쳐다보았는지 모른다.


칸의 살점과 독으로 인해 시커먼 피로 범벅이 된 수리검을 손에 들었다.


살점과 피, 그리고 독을 닦아 낸 뒤 수리검을 자세히 살폈다.


“이, 이건 우리 섬 것인데·······. 칸님의 죽음은 독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리검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데, 고로오가 사람들을 이끌고 올라왔다.


“어, 아니, 오마찌님!”


고로오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도산 쪽에서 언덕을 넘어온 스스무와 우가이가 내려오다 고로오의 울부짖음을 들었다.


스스무가 오마찌라는 소리에 허겁지겁 달려와 칸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아버지!”


산새들이 놀라 날아올랐다.


모두 비통한 마음으로 스스무를 바라보았다.


사카야마가 차마 더 볼 수 없어서 일어나 돌아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상수리나무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점점이 보였다.


모두가 아픔을 달래려는 듯 하늘을 보고 있었다.


스스무가 진정이 되었는지 칸을 낙엽 위에 내려놓고는 멍하니 쳐다봤다.


“아, 아니, 손가락이.”


놀란 우가이의 말에 사카야마가 말을 더듬으며 내민 손에는 잘린 손가락이 들려져 있었다.


“내, 내가······.”


모두 놀라 사카야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오른손에 무엇인가 쥐고 있어서 펴려고 했는데 도저히 펼 수가 없어서 단도로·····. 스스무님, 요, 용서하십시오.”


사카야마가 손에 쥐여 준 칸의 다섯 손가락 마디를 보며,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억눌렀다.


겨우 진정된 스스무를 향해 사카야마가 다시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이, 이것은·····수, 수리검 아닌가?”


“아니 이것은 우리 섬에서 만든 것인데요.”


우가이가 수리검을 보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스스무도 수리검을 알아보고는 사카야마를 휑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도 이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적의 수리검도 아닌 우리 수리검을 손에 꽉 쥐고 죽었다는 것이···.”


“적을 향해 던지려고 한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는···. 독이 묻은 수리검을 꽉 쥐고 있었다는 것이···.”


“음···. 혹 고통이 너무 심해서 수리검의 독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스스무의 말에 고로오도 동의하는 표정으로 사카야마를 돌아보았다.


손가락이 잘려 나간 손이 마음을 휑하게 했다.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우선 칸님을 옮기도록 하자.”


스스무가 눈물을 닦으며,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고로오가 모아 온 사람들을 시켜 칸을 별채가 있던 곳으로 옮겼다.


네 사람은 쇼타도 혹시 근처에 있을까 싶어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날이 저물어 가도록 찾지 못한 일행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마찌 별채로 돌아왔다.



오슈에서 돌아오자 교토 오마찌 사건이 코카와성으로 전해졌다.


비통한 얼굴로 센이 울며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료우타와 구모베에 뿐만 아니라 쥰세이까지 모두가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분노했다.


적들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오마찌 칸과 동료들이 당한 것에 대한 분노로 당장이라도 달려가 복수하고 싶었지만, 상대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두려움이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신조와 동료의 죽음, 사카야마의 부상 또한 그들을 분노와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었다.


료우타가 마음이 복잡하여 방안에서 추위를 피하듯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다.


다카도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서로 죽이고 죽는, 지푸라기 같은 목숨인 닌자의 삶에 회의가 느껴졌다.


가끔 머리가 지근거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꿈으로 힘든 자신에게 저 거대한 시류에 발을 담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라나님이 보고 싶다.’


그녀는 다카도라가 오슈로 출정할 때, 카오루 부인과 함께 교토의 저택으로 갔다.


관백은 다이묘들이 반란을 못 하도록 일정 기간 다이묘가 교토의 저택에 생활하게 하였으며, 영지로 돌아갈 때는 다른 가족들이 교토로 올라와 있게 했다.


그녀는 다카도라 딸인 유키를 대신해서, 카오루 부인은 정부인을 대신해서 교토로 갔다.


다카도라의 정부인이 지난여름에 죽었기에 카오루 부인이 정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중압감을 이기기 위해 가부좌하고, 두 눈을 감아 잠시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잡념들을 떠나보내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라나가 웃고 있었다.


고개를 힘껏 흔들수록 더 그녀가 앞으로 다가왔다.


장지문을 열고 내성 밖으로 나갔다.


멀리 마구간이 보여 방향을 돌려 마구간으로 갔다.


마부에게 아카쿠마의 고삐를 받아 성 밖으로 나와 키노 강변을 달렸다.


강변 주위에는 다 자란 잡초로 길을 분갈 할 수가 없었다.


없는 길을 만들며 달렸다.


아카쿠마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채근하여 달리고 또 달렸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마음의 무거운 짐을 떨쳐 내려 노력했다.


시원한 바람에 근심 걱정을 날려 버려서일까?


마음이 진정되며 평상심으로 돌아오자 잠시 말을 멈추고 먼 산을 올려다보았다.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다.


강바람에 땀이 말라 갈 즈음 말고삐를 돌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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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2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6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4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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