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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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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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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밤이 꽤 깊어 가는데도 거실에 모임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현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쟁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히데요시의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겠죠?”


사카야마가 동료들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카도라 성주를 따르는 처지에서 새 관백을 주인으로 따라야 합니까?”


“후후, 우리는 닌자가 아닌가? 닌자에게 주인이 있던가? 돈만 많이 주면, 모두가 우리 편이지. 우리야 그들에게 서로의 정보를 흘리면서 이용하면 그만. 가치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되네. 우리처럼 간을 보고 있는 게 미츠나리가 아닐까? 생각하네. 그는 분명 히데요시의 충실한 개가 되어 가고 있어, 겉으로는. ······언젠가는 자신이 호랑이 앞의 여우가 될 거라 보는 것이지. 히데나가도, 리큐도, 그리고 츠루마츠도 없네."


모두 말없이 사카야마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히데츠구는 철모르는 젊은이일 뿐이지. 히데요시의 또 다른 기둥인 무인들과의 사이도 이상하고, 분명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 거라 본다면, 미츠나리가 간토의 너구리에게 권력을 순순히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네.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는 한 마리 여우. 실권을 잡을 기회가 온다면 자네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즉, 미츠나리가 자신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되네만.”


“그러면, 미츠나리와 다카도라 성주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다카도라 성주도 여우지. 아니 능구렁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자신의 살길을 이미 만들어 두었을 거야. 물론 둘의 관계가 앞으로 미묘해 질 거야. 같은 처지이면서도 다른, 즉 두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고 싶겠지. 우리는 다카도라 성주를 보필하면서 주변 상황에 따라 대처해 나가면 될 것이라 봐.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 촌장님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으니.”


타이요우가 스스무의 그럴듯한 설명에 맞장구를 쳤다.


사카야마도 웃었다.


료우타도 잘 모르지만, 모두가 웃자 덩달아 웃었다.


함께 웃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고는 마음 한구석에서 권력의 속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안이 쌀쌀해지자 화롯불에 숯을 집어넣었다.


모두 옷깃을 여미며 생각들을 하는지 거실 안에 차 끓는 소리만 가득했다.


이마에 주먹을 갖다 대고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료우타, 그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타이요우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했다.


“곧 봄이 되면 조선 정벌이 시작되는데, 여기 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주조의 최대 목적이 주라쿠성과 오사카성을 관찰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히데요시의 암살이 목적일 게야. 모두가 아는 소문이지. 그 부분은 조금은 염려를 들 수 있어. 소문을 낸 거부터 그런 뜻이 없다고 보면 될 거야. 아니면 성동격서 일지도.”


사카야마의 말에 집중하면서도 각자의 생각을 더 하고 있었다.


“전쟁 준비로 인해 오사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히데요시의 경호가 엄중해졌어. 그리고 이번 우리들의 작전이 성공하면···, 물론 실패하더라도 주조 무리도 당분간 잠적하겠지. ······미츠나리도 전쟁 준비에 따른 제반 행정 처리로 바쁜 것 같고, 소큐와 같은 거상들도 전쟁 물자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어.”


“그러면, 우리도 한시름 놓겠네요. 우리 쪽도 타격을 받았고 구모베에님은 조선으로···. 참, 타이요우님도 조선으로 가겠다고 코카와성에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료우타가 말을 하다가 타이요우에게 물었다.


“왜? 나는 조선으로 가면 안 되냐? 무사가 무공을 세우려면 전쟁터로 가야 해. 그래서 자원을 했지. 하하하.”


“그러면, 이곳 오마찌는 누가 이끌어 갑니까?”


“정 없으면, 네가 해?”


료우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모두가 타이요우의 말에 놀라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었다.


“예? 제가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스스무와 사카야마를 번갈아 보았다.


“조선으로 타이요우와 코카와성의 구모베에님, 그리고 하루토 조와 쥰세이 조가 갈 거야.”


“예? 쥰세이가 조장을요?”


사카야마의 말에 무엇인가 생각을 하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쥰세이는 지난 번 기녀들 사건으로 얼굴이 알려져서 코가와성으로 들어갔다가 오슈에 가지 않았나? 그때 활약도 있고 해서 이번에 새로운 조의 조장을 맡겼다네.”


스스무가 료우타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스스무님, 코카와성의 칸베에 부관님께서 저도 조선으로 함께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타이요우의 얼굴이 굳어지며, 못마땅한 얼굴로 료우타를 노려보았다.


“안됩니다. 오마찌에 카이토 조만 남게 되면···, 힘든 활동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런데 료우타! 자네가 조선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언제 들었나?”


스스무가 묘한 표정으로, 료우타를 바라보았다.


“예, 이번에 주라쿠성에서 새해맞이 행사 후에 칸베에 부관님에게 들었습니다.”

“음.”


사카야마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타이요우는 주라쿠성이란 말에 다시 질투심이 올라와 이를 악물었다.




코카와성에서 새해맞이 행사 뒤에 부관 칸베에가 료우타를 조용히 불렀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부관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후후, 그게 어디 내 덕인가. 자네의 복이라네.”


칸베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예 수련도 게을리하지 말게. 바쁜 일상에서도 항상 자신을 단련하고 기상을 세워야 하네.”


“네. 그래서 지난번 부관님께서 보여주신 검술을 따라 해 보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어떻게 보면 자네의 검술이 나보다 더 뛰어 난데. 이거 영광이군.”


“아, 아닙니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아직 부족한 게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신 부관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머리를 바닥까지 숙였다.


햇살에 정원의 소나무 그림자가 장지문에 수놓아졌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칸베에,


“어떤가, 이번에 명나라 정벌을 위해 조선으로 가는데 자네도 가지 않겠나?”


“조선으로 말씀입니까? ···여기 교토 사정이 복잡해서 저까지 가게 되면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것은 걱정하지 말게. 명나라 정벌에 따른 전시 상황이라 모든 움직임이 얼어붙을 것이네. 남아 있는 조직만으로 충분할 거야. 조선과 명나라를 둘러볼 좋은 기회지. 견식을 넓혀야 하니 사양하지 말게나.”


료우타는 온화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던 칸베에 부관의 말을 다시 되새겼다.


섬의 원로회의에서 협의한 내용은 료우타가 타이요우를 대신에 정보조직과 코카와성의 연결고리가 되기로 되어 있었다.


“어쩔 수가 없지. 그러면 누구에게 그 역할을 맡길까? 섬에 서는 알고 있겠지?”


“아마도 구모베에님을 통해 섬에 통보가 갔을 것입니다.”


“그러면 곧 조치가 취해지겠군.”


스스무가 세 사람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다카도라 성주가 전쟁터에서 못 돌아온다면, 우리의 역할도 변해야 하네. 만일의 사태를 준비해야겠지.”


료우타가 벌겋게 달아오른 화롯불을 바라보았다.


기억상실로 자신의 정체도 모른 채 조선에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다카도라 성주가 못 돌아온다는 것은 우리도 못 돌아온다는 것과 같은데요.”


타이요우가 발끈하며, 얼굴을 붉혔다.


“허허, 미안하군. 그게 그렇게 되나. 하지만 섬에서는 최악의 사태를 준비해야 하니 어찌하겠나.”


스스무가 감상에 젖은 료우타를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다이라 진치가 거실로 들어왔다.


“진치님, 여긴 어쩐 일로.”


“섬에서 사카야마를 대신해서 에도와 여러 지방의 객주를 돌아보고 오라고 해서 다녀오는 길이야.”


“음, 자네가 사카야마 일을 들어 주게 되었군. ····그래, 객주들은 문제가 없던가?”


스스무가 준치를 반갑게 맞으며, 물었다.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다카도라 성주의 전쟁 물자를 준비하느라 각 객주가 바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혹 에도의 객주에서 중요한 정보가 없었나? 지난번 핫토리 한조와 싸운 후마 닌자들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았나?”


료우타와 타이요우가 스스무의 말에 의아해하며, 진치를 쳐다보았다.


“네, 간토 일대의 정보를 수집했는데, 그 이후 후마의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음!”


“아니, 후마라면, 혹 후마 코타로 말인가요?”


료우타가 스스무와 진치를 번갈아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네. 근래에 새로운 닌자들이 나타나서 후마가 아닐까? 해서······, 에도객주에 도움을 청했는데······.”


“히데요시 암살 작전이 실패하고 한조에게 타격을 입어서 어디 깊은 곳으로 숨어든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네만, 혹시나 해서 말이야.”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스스무를 쳐다보았다.


“만약 후마가 그자들이라면, 더더욱 복잡하겠군요.”


“그들이 맞는다면 이곳 교토에 왜 왔을까? 기후로 들어오는 길에서 히데요시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크게 타격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들어 왔다면?”


스스무가 조심스럽게 추리한 내용을 혼잣말처럼 하다 자신도 의구심이 드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료우타가 고개를 갸웃하다 물었다.


“만약 교토에 있다면, 무슨 목적으로 숨어 있는 것일까요?”


“그게···, 아직 그들의 흔적이 없지만, 근래 닌자들의 움직임이 결코 한두 조직이 움직이는 게 아닌 것은 확실해. 마천루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더군.”


“크게 당한 후마가 다시 교토에 왔다는 것은, ···아니겠죠?”


모두 웃으며 료우타를 쳐다보았다.


옆에 앉은 타이요우가 실소했다.


“이런, 바보! 그들은 히데요시를 암살하려 했어. 쉽게 포기할 자들이 아냐. 간토에 그들의 흔적이 없다면 그들은 교토에 있다고 봐야 해. 닌자는 한 번 받은 청부 의뢰를 목숨을 버려서라도, 동원할 수 있는 닌자들이 있는 한 임무를 완수해야 해. 그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언제쯤 철이 들래.”


“뭐요? ···아이씨! 타이요우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앞으로 사카야마님을 대신해서 조직을 이끄시면 되겠네요.”


핀잔에 화가 조금 나서 약간 놀리듯이 말을 했다.


“뭐? 하하하. 난 조선으로 간다. 여기는 네가 맡는 게 어때?”


타이요우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면서도 묘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아니, 바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저보고 맡으라니요. 뭐, 맡으라면 맡지요. 다만, 타이요우님이 불안할 텐데요?”


“뭐? ······내가 왜 불안한가?”


“아니, 중요한 회의에 서로 싸우면 어떻게 하나?”


“제가 먼저 했습니까? 제가 잘 모른다고 타이요우님이 절 비아냥거려서 그러죠.”


“저게 근본도 모르는 게···.”


“그만, 타이요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스스무가 두 사람을 나무라는 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가만히 있던 사카야마가 타이요우를 나무랐다.


화를 참는지 타이요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료우타도 발끈했지만, 사카야마의 말에 화를 죽였다.


타이요우도 료우타를 일본에 남겨 두고 조선에 가기가 꺼림칙했다.


조선에 가서 전쟁으로 무공을 세우고 돌아올 수 있지만, 그 사이 료우타가 유키를 어떻게 할까 봐 걱정되었다.


라나는 이미 료우타나 자신이 넘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반드시 유키가 필요했다.


‘젠장! 저놈이 나타나고 되는 일이 없어.’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비스듬히 돌리고는 화를 삭이고 있었다.


“서로 사과하게. 아니면 칼을 들고 나가서 싸우게. 왜 말싸움인가? ······이러면 둘 다 섬으로 돌려보낼 테다.”


타이요우와 료우타가 스스무의 몇 번의 권유에 마지못해 서로 사과하며, 화해했다.


조용히 관망하던 진치가 주위를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마는 히데요시 정권에 불만인 자들입니다. 또한 이에야스에게도 갚을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한조에게 타격을 받았기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조직도 거의 와해가 되었고요. 어딘가 깊숙이 숨어 복수를 다짐하고 있지 않을까요. 당분간.”


다른 사람들이 수긍하면서도 닌자의 생리에 대해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다.


“청부의뢰를 한 자들이 죽거나 자결을 한 마당에 굳이 약해진 조직으로 태합을 노릴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느낌이 안 좋아.”


스스무가 심각한 얼굴로 말을 하고는 진치에게 차를 한잔 따라주고 자신도 한 모금 마셨다.


“진치, 자네는 사카야마를 대신해서 객주의 일을 잘해야 할 거야. 앞으로는 여기나 오사카 둥지에 오지 말고 사카이객주 일에 전념하게.”


진치가 걱정하지 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도 먹지 않고 오랫동안 회의하다 보니 허기가 지자 사카야마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뒤 고로오로 부터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주조의 소재가 파악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별채에 긴장감이 돌았다.


료우타가 고로오를 만나 류세이와 주조의 소재를 확인하였으며, 케이토를 만나 아이루의 움직임에 대해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두더지들의 상황은 어떤가?”


유시(오후8시)가 넘어 오마찌 별채로 돌아온 료우타가 사카야마에게 고로오와 케이토에게서 들은 내용들을 보고했다.


사카야마가 료우타가 알려 준 정보를 토대로 동료들에게 오늘 밤 해시(오후10시)에 적을 타격한다는 사실만 알려 주고 장소와 두더지에 대한 정보는 비밀에 부쳤다.


처음으로 작전에 참여하는 료우타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별채의 무기고에서 화살을 챙겼다.


방으로 돌아와 수리검과 단검, 그리고 활을 손봤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벽 앞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섬사람으로서 닌자들의 전쟁,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부상당해 헤매던 기억, 칸베에 부관이 섬에 온 날, 닌자 교육받던 시절, 오슈의 잇키(반란)를 진압하기 위해 참여한 전쟁,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려 눈을 감았지만, 오히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여러 감정이 섞였다.


얽히고설키는 생각들 속, 얼마 후면 조선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라나가 보고 싶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있었지만 달려갈 수도, 달려가도 안 되는, 정말 자신과는 무관한, 손이 닿을 거리에 있지만 손이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그녀가 얄밉기까지 했다.


삶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다.


“내 과거를 알기 전에는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돼. 료우타 알겠지. 반드시 네 과거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 반드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겨우 잠을 청했다.


“휴! 꿈이었구나.”


잠시 잠을 청했던 료우타가 꿈을 꾸었다.


한 여인이 칼에 맞아 쓰러지며 죽었다.


시뻘건 불길이 그 여인을 삼켰다.


놀라 잠에서 깼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직도 생생했다.


너무도 충격적이라 어둠 속을 멍하니 바라보는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겨우 현실을 자각한 료우타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별채 밖으로 나갔다.


오마찌 상점 맞은편,


오마찌 상점과 별채가 훤히 보이는 건너편 상점의 이층 창가에 누군가가 오마찌 상점과 별채를 힐끔거리며 내려다보았다.


“몇 명이나 들어갔나?”


“대략 열다섯 명입니다.”


두 사람이 창틈으로 오마찌 상점을 힐끗힐끗 보며, 대화를 이어 갔다.


“지금이 술시를 지나고 있으니, 앞으로 한 시진이 조금 더 남았군. 지옥으로 가기 위해 무덤 속으로 몰려왔군.”


“그렇습니다. 언제 공격합니까?”


“앞으로 반 시진 후, 공격은 저들이 이곳을 떠나기 직전에. 크크크.”


어둠이 점점 짙어 가는 밤하늘에 구름이 허옇게 깔려 있었다.


대화를 시작한 지 반 시진이 지날 즈음 복면을 한 자가 그들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와 보고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어둠이 깔린 오마찌 별채에 검은 그림자가 곳곳에서 은밀히 다가왔다.


우두머리의 손짓에 한 무리는 별채 뒤 소나무 숲 입구로 숨어들었고 다른 무리는 별채 주위를 둘러싸고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채와 숲 중간쯤에서 노송나무 뒤에 몸을 숨긴 우두머리가 공격 시간을 가늠하는지 밤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구름 사이로 별이 찬바람에 흔들렸다.


장지문에 방안의 그림자들이 흐느적거리는 것을 본 우두머리가 어둠 속으로 눈길을 주면서 주변에 매복한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구름 밖으로 나왔던 달이 구름으로 들어가자 별채에 어둠이 더 짙게 드리워졌다.


하늘을 한 번 힐긋 바라본 우두머리가 별채의 장지문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부엉이 소리가 숲속에서 들려왔다.


별채를 포위하고 몸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 갑자기 부싯돌로 불을 붙인 횃불을 별채 건물 주변에 미리 쌓아 둔 짚과 낙엽 더미에 던졌다.


때마침 불어온 겨울바람에 짚과 낙엽에 붙은 불이 순식간에 건물 벽을 타고 올라 처마로 붙었다.


시뻘건 불이 아가리를 벌리고 건물을 삼키듯 바람에 휘날리며 올라 하늘에 닿을 듯했다.


건물 안에서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붉은빛의 장지문 사이로 보였고 외마디 외침들이 불길 너머에서 들려왔다.


바위 뒤와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복면들이 긴장하며, 적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이 지나도, 이 각이 지나도 개미 새끼 하나 나오지 않았다.


별채가 불길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우두머리가 옆의 복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그게, 뭔가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바위 출구를 빠져나와 우두머리 옆에서 칼을 들고 비밀 출구를 보고 있던 검은 복면이 당황하여 우두머리를 쳐다보았다.


우두머리를 따라 비밀 출구 옆에서 칼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자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검은 복면을 쳐다보았다.


바람이 더욱 거세지자 거칠어진 불길이 하늘 높이 타오르며 꿈틀거렸다.


붉은 불길에 당혹스러워하는 우두머리의 모습이 비쳤다.


바람에 춤을 추는 불길을 따라 우두머리의 얼굴에 불길한 눈동자가 함께 흔들렸다.


“저, 저기를 보십시오!”


누군가 머리 위 검붉은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작가의말

오늘 양력으로 430년전 임진왜란이 발발한 날입니다.


임진왜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자호란과 
경술국치를 당한 조상들
현재를 살아 가는 우리들은 자주 국방으로
내 나라, 아니 나와 내 가족을 지켜 내야 겠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보면
전쟁은 일어 나지 않아야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우크라이나를 보며 힘 없는 나라는 언제든지 침략을 당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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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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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8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6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6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2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4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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