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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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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4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작성
22.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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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암살자를 막아라 2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센다이에서 고바야를 탔다.


고바야는 배가 작아 위험할 수도 있지만 속도가 빠르다.


죠유지가 센다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격군 중 몸이 좋은 격군 20명을 선발했다.


돛을 잘 다루는 병사 두 명과 키잡이도 두 명을 뽑아 배에 올랐다.


돛을 올리고 격군들이 노를 젓자 배는 쏜살같이 먼 바다로 빠져나갔다.


마침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순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서남쪽 해안을 따라 달렸다.


간혹 바람이 돛을 부풀려 배가 흔들렸지만 노련한 키잡이로 인해 별 탈 없이 물결 위를 날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 계획한 것보다 더 빠르게 배가 달려가자 에도가 아닌 하마마쓰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간동지방의 지리를 잘 아는지 죠유지의 의사결정에는 조금의 막힘도 없었다.


이틀 만에 하마나호수 입구 나루터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말을 타고 곧장 오와리로 달렸다.


배가 에도를 지날 즈음 멀리 북쪽에 우뚝 솟아 웅장하고 장엄하게 보이는 산이 후지산이라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꼭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료우타의 가슴에서 일어났다.


죠유지가 날렵하게 앞을 향해 달려가면서 료우타가 잘 따라오든 말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힘겨워하면서도 말 위에 바싹 엎드려 행여 놓칠세라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뒤를 쫓아갔다.


다행히 아카쿠마의 거친 질주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다 보니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앞서가던 죠유지가 말 속도를 조금 줄이며 봇짐에 넣어 온 마른 생선고기를 씹었다.


바로 뒤까지 따라붙으며, 여유를 찾아갔다.


뒤떨어지지 않고 잘 쫓아 오는 료우타를 힐긋 바라보고는 언짢은 표정으로 다시 말을 달렸다.


‘저놈이 언제 저렇게 말을 잘 다루었단 말인가?’


잠시라도 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늦으면 공을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공을 세워 녹봉을 더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정오 무렵 미카와의 역관에 들러 잠시 잠을 청했다.


배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잔 상태로 달려 피곤이 쌓여 반 시진을 쉬어 가기로 했다.


타고 온 아카쿠마에게 물과 먹이를 부탁하고 역관으로 들어와 바삐 오느라 온통 땀으로 젖어 있는 옷을 갈아입고는 음식을 간단히 먹고 눈을 붙였다.


잠이 들자마자 누군가가 잠을 깨웠다.


벌써 반 시진이 지나 있었다.


죠유지가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료우타도 얼른 준비를 마치고 나와 말에 올라탔다.


애초 계획보다 배로 많이 왔기에 말을 빌리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다.


멀리 말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고 있는 죠유지를 따라잡기 위해 아카쿠마의 고삐를 짧게 잡고 몸을 바짝 엎드렸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멀리 뿌연 먼지와 함께 말발굽 소리에 놀라 되돌아보았다.


말을 탄 무사가 연이어서 쏜살같이 달려와 자신들을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은 무슨 전쟁이라도 났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먼지마저도 하늘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 일행은 출발 반나절 만에 오와리로 들어와 수소문하여 관백이 숙영하는 산으로 향했다.


오와리 성내가 평소와 같은 것을 보니 아직 변고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산언덕으로 올라가자 산 너머 평지에 막사 수십 채가 화려하게 꽃이 피어난 듯 들어앉아 있었다.


막사 주변과 깃발들을 유심히 살펴본 죠유지는 작은 안도의 숨을 쉬며 근처 작은 바위에 앉았다.


죠유지와 료우타가 바라본 사냥터에는 사냥이 끝나 가는지 하늘을 수놓은 크고 작은 매들이 주인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뒤이어 산속의 분지로 된 평지 일대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막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후마라면 어디에 잠복할까? 암살 장소로도 용이하면서 퇴각도 쉬운 곳을 택하겠지.’


산과 분지를 살피며, 잠시 서서 쉬고 있는데 죠유지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긴 오후를 뒤로 하고 사냥을 나갔던 사람들이 막사로 돌아왔다.


말을 끌고 막사로 내려가는데 병사들이 막아섰다.


죠유지가 히데츠구의 명으로 히데야스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중간쯤 되는 무사가 통행증과 히데츠구의 날인을 확인하고는 히데야스의 막사로 데려다주었다.


죠유지가 건네준 히데츠구의 편지를 부관으로부터 받아 든 히데야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느라 수고했다. 뒷일은 여기서 알아서 할 테니 막사에 가서 편히 쉬거라.”


두 사람이 막사 밖으로 나오자 히데야스가 막사 밖 경비무장을 불렀다.


막사 밖에서 말을 돌보고 있는데, 어딘가로 갔던 무장이 돌아와 히데야스와 함께 다른 막사로 가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두 명의 무사가 그 막사로 들어갔다.


“지금 들어간 무사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평범해 보이지 않습니다.”


죠유지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웃었다.


“자네는 그 유명한 핫토리 한조님도 모르나 보군. 전국의 닌자들은 물론 웬만한 무사들이나 병사들도 저분을 잘 알지.”


가시 같은 말을 하며, 한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핫토리 한조? 처음 들어 본 이름입니다.”


“설마? 핫토리 한조님을 모른다면 저 먼 타국의 첩자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천치이거나 어린아이지! 아니면, 깊은 산 속 홀로 사는 올빼미인가?”


그의 비꼬는 말투에 료우타가 칼을 다잡으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닌자인 료우타가 일급무사인 죠유지에게 감히 대들지 못할 위치이지만 료우타는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고 말았다.


죠유지가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얼굴을 펴며 껄껄껄 웃었다.


“아이고. 우리 올빼미 더 놀렸다간 사람 잡겠수. 저 핫토리 한조님은 유명한 이가 최고의 무장으로 이가의 닌자들이, 아니지. 닌자라면 모두가 존경하는 이가의 죠닌 출신이지. 지금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공을 보필하고 있고. 아마도 그 아래에 수십 아니 수백 명의 닌자 조직이 있을걸. 자네들은 이가의 한 갈래라고 들었는데, 왜 모르실까?”


그가 허풍 아닌 허풍을 더하며, 핫토리 한조의 유명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전국에 내가 모르는 수많은 닌자 무사들이 있구나. 후마 코타로, 쓰즈라 주조, 고가의 마리지천을 비롯하여 핫토리 한조라는 인물까지 도대체 그 끝은 어디란 말인가? 나의 존재가 너무도 초라해지는군.’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나? 한조님이 나서면 숨어 있는 귀신도 찾아내 목숨을 거둔다고 하니 후마 코타로도 쉽지 않을 거야. 우리는 사냥이나 구경하고 배나 불리자구.”


“죠유지님은 한조라는 분을 존경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소릴, 핫토리 한조님을 아는 자들은 모두 그분을 존경하지. 이에야스 공을 보필하여 세운 전공들을 알게 되면 더더욱. 특히 닌자들은···.”


한참을 핫토리 한조와 다른 닌자조직에 대해 듣고 있는데 히데야스가 막사를 나와 자신의 막사로 들어갔다.


“그럼, 히데야스공이 나온 막사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공이 있겠군요.”


“그렇지. 이제 자네도 머리가 팍팍 돌아가려 하는군.”


“히데야스공은 왜? 관백 전하에게 알리지 않는 거죠?”


“이런, 이런! 다시 돌이 되었군. 그야 당연하지. 관백 전하가 매사냥을 통해 모처럼 공들여 고관들이나 다이묘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행차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져 봐, 어떻게 되겠나. 생각 좀 하게. 머리는 두었다 무얼 하는가?”


‘조금 안다고 생색은···.’


죠우지의 놀림에 기분이 나쁜지 료우타의 얼굴이 벌겋게 타올랐다.


감히 감정을 드러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화를 삭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죠유지가 빙긋이 소리 없이 웃었다.


막사에서 핫토리 한조가 급하게 나와 어디론가 달려갔다.


“난 이제 쉬어야겠어.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야.”


“먼저 들어가 쉬십시오.”


“이곳에 한조의 조직이 와 있을까? 몇 명 안 될 거야. 에도에서 부르기는 너무 멀고 아마 이가로 사람을 보내겠지. 빨라야 이틀! 닌자에게는 닌자로 대응하는 것이 최상이지. 문제는 그들이 올 때까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번 일의 핵심이 되겠군.”


‘며칠이 중대한 고비라···.’


혼잣말하며 가는 죠유지의 말이 알 듯 모를 듯하여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생각하다 조금 전 달려 나간 한조를 떠 올렸다.


‘핫토리 한조가 어떻게 자객을 막아 내는지 궁금하군.’


눈길을 한조가 간 방향으로 따라가며 산언덕에서 봐 두었던 지형을 떠 올렸다.


억새가 광대한 들판을 점령하고 있었고 사이사이 늪지대가 있었으며, 군데군데 작은 관목들이 있었다.


북동쪽 낮은 언덕은 매를 띄우기에 좋은 장소였다.


‘야밤일까? 아니면 매사냥 중일까? 내가 후마라면···.’


바위에 걸터앉은 료우타는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밤하늘에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별을 보며 시각을 헤아렸다.


풀벌레가 요란하게 울어 대고 웃자란 나무들로 으스스한 숲속, 들짐승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깊은 골짜기 길에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모래알처럼 뿌려진 수많은 별이 반짝였으며, 동쪽 하늘에서 떠 오른 달은 조금씩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 달빛 아래 상인 복장을 한 남자가 이쪽을 보고 웃었다.


자신을 보며 맑은 미소로 웃는 그를 보며 따라 환하게 웃자 그는 돌리려던 고개를 멈추고는 다시 환하게 웃어 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안묘사예요.”


그의 아니, 그녀가 뽀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라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부르자, 그녀가 다시 돌아보았다.


환하게 웃던 그녀가 언제 그랬나 싶어질 정도로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왜? 그녀의 표정에 궁금증이 발하여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환하게 웃던 그녀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눈물로 손짓하며 사라져 갔다.


“······.”


여자를 목 놓아 부르며 쫓아갔지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분명 목소리는 메아리쳤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데, 알아듣지도, 알지도 못 하는 말을 하며, 멀어져 가는 여자를 애타게 쫓아갔다.


화톳불에서 나무 타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내려앉는 눈꺼풀을 못 이겨 잠이 들었던 것이다.


‘휴. 꿈이었어. 그런데 누굴까? 분명 라나님이 웃었는데, 다시 돌아본 여인은 울면서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어. ···내가 여인을 불렀는데, 뭐라고 불렀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아. 여인의 이름이 아닐까? 왜 알 수 없는 말로 불렀을까······?’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며칠 전에는 불타는 건물에 한 여인이 누군가를 부르고 있는 꿈을 꾸었었다.


알 수 없는 꿈들과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큰 노송나무에 올라 막사 주변을 살펴본 다음 다시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들 속에서 북두칠성을 살폈다.


‘오늘이 오슈에서 출발한 지 나흘째, 후마는 나보다 열흘 전에 출발했다. 후마닌자들은 말을 잘 탄다고 했지 아마. 그럼 이곳까지 말로 이동했다면···. 쉬지 않고 달리면 나흘 정도, 말을 쉬면서 왔다면 이틀이 더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 닷새 전에 도착했다는 것인데······. 닷새라···? 그 닷새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이상하군!’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으며 후마 코타로를 생각했다


‘다행일까? 아니면, 공격 시점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주변을 살피고는 습격 장소를 결정했을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방법을 택할까?’


후마가 잠행술로 관백의 막사로 바로 침입할 수도 있지만, 죽음을 불사하고 덤벼든다면 모를까?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몸을 숨기고 있던 소나무 위에서 내려와 병사들이 묶는 숙소로 향했다.


관백이 있는 막사 주변을 세 겹으로 병사들이 경비를 섰으며, 전체 막사도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맑았다.


이른 사시(오전9시)부터 매사냥이 시작되었다.


들판의 낮은 언덕에 관백과 여러 다이묘가 매를 붙잡고 있었고 북쪽 산기슭에서 병사들이 매의 먹잇감들을 찾아다니며,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병사들의 고함과 북소리에 놀란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동쪽으로 날아올랐으며, 때를 기다리던 매잡이들이 매를 놓아주자 하늘 높이 날아 날개를 쫙 펴고는 하늘을 맴돌다 새들을 행해 쏜살같이 날아가 먹이를 낚아챘다.


갑자기 나타난 매로 인해 놀란 새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먹이를 낚아챈 매는 억새 덤불 사이로 내려앉았다.


병사들이 쫓아가 먹잇감을 찢어 먹으려는 매를 새로부터 분리하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 평온한 시간이 지나갔다.


오후에는 온갖 귀한 음식들과 과일들로 잔치를 열었다. 무희들이 나와 춤을 추었고, 곡예사들의 재주가 펼쳐졌으며, 무사들의 칼춤도 이어졌다.


관백은 귀족들과 전국 유력 다이묘들에게 매사냥을 통해 사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간혹 닌자들은 상인이나 일반인뿐만 아니라 곡예사로도 변장한다.


료우타가 곡예사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같은 생각일까?


핫토리 한조가 무장하고는 관백과 고관들 한쪽 옆에 서서 곡예사와 무희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무대와 관백과의 거리는 서른 보정도, 칼은 어렵고 화살은 들키기 쉽고, 그렇다면, 독이 묻은 수리검이나 표창일 것이다.


바짝 긴장하며 무대를 주시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죠유지가 한가하게 곡예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죠유지가 옆으로 와서 곡예를 즐기라는 손짓을 했다.


태평인 죠유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죠유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젓고는 이내 신경을 곤두세우며 무대와 주변을 살폈다.


‘매사냥은 귀족 놀음이라고 한다지. 일반 백성들은 헐벗고 못 먹어서 동냥하거나 아니면 고향을 떠나 도적질이나 산적질을 하고 있는데, 조정의 관료와 영주란 자들은 돈 놀음인 취미 생활과 이런 초호화판 놀이를 즐기고 있으니, 백성들만 불쌍하다.


명나라 정벌이 벌어지면 백성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 뻔한데, 왜 전쟁을 일으키려 할까? 오마찌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하군.’


관백과 귀족들, 그리고 다이묘들이 묵는 막사는 호화찬란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말과 마차도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꽃들과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지만, 관백이 죽게 되면 전국이 혼란스럽게 될 것이다.


다른 자가 정권을 잡아도 다를 게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료우타의 표정이 어두웠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관백의 매사냥과 잔치는 갈수록 더 사치스러워졌지만, 경계가 강화되어서 그런지 비밀스러운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부터 이가에서 온 닌자들이 요소요소에 몸을 숨기고 후마 코타로의 침입에 대비했다.


‘내가 그날 잘못 들었을까? 아니면 다른 목표물이었을까?’


매 사냥터 주위를 돌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형국에 료우타의 긴장감도 낮아졌다.


죠유지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막사에서 지내며 각종 행사를 구경했다.


“이봐! 그런다고 후마가 자네에게 잡힐까 봐? 그러면 큰일이지. 자네 같은 얼치기에 당할 닌자라면 그렇고 그런 거지! 후마는 한조님에게 맡기고 즐기라고!”


죠유지의 비꼬는 말에도 료우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냥터 주변을 돌아다녔다.


사냥터에 도착한 지 십여 일이 지났을 때, 히데츠구로 부터 오슈에서 반란군을 정벌하고 교토로 돌아가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소식을 들은 관백이 춤을 추며, 좋아했다.


관백은 히데츠구에게 교토로 가지 말고 오와리로 오라는 전갈을 보냈다.


전쟁터의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알 수 없는 료우타는 코타로의 움직임조차 파악이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


물론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넘어가는 것이 최상이지만, 자신이 수집한 첩보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혹 닌자들의 흔적이 있을까 사냥터 주변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제는 남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돌아다녔었다.


이름 없는 풀과 잡초만이 무성했으며, 관목들로 우거진 숲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수의 공간들이었다.


어제와 달리 동쪽으로 먼저 발길을 향했다.


동쪽 끝으로 갈 때쯤 머리 위에서 큰 날개를 펼친 매가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왔다. 순간 놀라 작은 소나무 아래로 피했다.


잠시 후 매가 하늘로 솟아올랐는데, 두 발톱에 토기 한 마리가 잡혀 있었다.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지상의 돌아가는 상황을 손쉽게 알 수 있을 텐데···.”


한조의 닌자들이 사냥터 주변으로 흩어져 사방을 경계하고 있어서 그런지 후마 무리의 그림자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봐, 오늘은 또 어디를 돌아다니다 오는 건가? 올빼미는 밤에 우는데, 자네는 낮에 우는 올빼미를 찾고 있군.”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습니다. 혹시 몰라서요.”


맛있는 과일들을 먹으며 조롱하는 죠유지에게 언짢은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오늘도 관백의 잔치는 계속되었다.


긴장감이 녹아내린 료우타도 죠유지를 따라 무희들의 춤을 구경했다.


‘혹, 낯선 얼굴이 있지 않을까? ······경계가 삼엄해지자 포기했나? 아니면···?’


관백은 여전히 매사냥의 즐거움과 전국 구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명나라 정벌에 대해 열을 올리며, 좌중을 웃기고 있었는데, 조선을 통해 명나라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정벌하겠다며, 껄껄거렸다.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허풍 아닌 허풍을 들으며, 기가 찼다.


다이묘들과 고관들은 배알도 없는지, 관백 앞에서 간과 쓸개를 다 내줄 듯 아부로 시작해 아부로 끝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지만, 백만금을 준다고 해도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들이 아부할수록 관백의 허풍은 커져만 갔다.


정벌한 조선 땅은 먼저 출정해 점령한 다이묘에게 나눠 주겠다며,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겼다.


그러자 몇몇 무장으로 보이는 자들이 앞다퉈 자신들이 선공을 서게 해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죠유지와 술을 한잔한 료우타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산언덕으로 올라가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들새 소리에 잠을 깬 료우타가 몸을 단장하고 밖으로 나와 배를 채우고는 하루 일과인 것처럼 오늘도 숲으로 들어갔다.


구릉지를 지나 사냥터의 정북에 있는 산허리로 올라갔다.


산 중턱에 올라 사십여 간쯤 되는 절벽 위에 섰다.


그곳에서 사냥터를 바라보자 멀기는 하지만 모든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왜 진작 여기를 못 보았지. 멀리 막사 주변도 잘 보이네.’


지난번과 달리 보였다.


물론 주변과 멀리 까지, 잘 보이기는 했지만, 특별한 엄폐물이 없었기에 무심이 넘긴 곳이었다.


어제 해 질 무렵 막사 뒤 산언덕에 올라, 해 지는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로 오려고 돌아섰을 때, 끝 여름의 햇살이 아쉬움을 달래듯 북쪽 산기슭의 바위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바위 절벽 위에 서서 사냥터와 막사를 확인한 그는 자신의 주변을 살폈다.


절벽 뒤 상수리나무와 관목들 사이로, 절벽 아래로 목을 내밀어 보고는 절벽 중간에 튀어나온 바위 위로 뛰어 내려가 근처를 살핀 뒤 두 번 뜀뛰기로 절벽 아래 바닥으로 내려왔다.


절벽 중간 약간의 평지에 핫토리 한조의 닌자 몇이 숨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료우타를 보고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째려보았다.


지난번 막사에서 본 자였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절벽 아래를 살펴보았다.


억새가 병사들의 발아래 짓밟혀 있었지만 다른 특이한 것은 없었다.


늪지대를 지나 서쪽으로 서너 발 걸었다.


‘아무런 흔적이 없다. 이곳이 최상의 조망지인데······.’


산 중턱쯤에 관목 숲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라 몸을 낮추며 관목 숲 주변을 살폈다.


긴장감이 확 올라왔다.


‘올빼미는 밤에 움직인다! 상식은 뒤집으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대는 핫토리 한조가 아닌가?


죠유지로 부터 들은 그는 살아 있는 닌자 중 최고라 했다.


돌아다니면서 본 한조의 닌자들은 경계심이 들하고 숫자도 적었다.


잔뜩 긴장한 채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활을 들었다.


신속하게 시위에 화살을 걸고 겨누었지만, 움직임이 더 이상 없자 활 대신 칼을 빼 들고 오르막을 신속하게 올라갔다.


조금 전 움직였던 나무 뒤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한낮의 더운 열기가 숲속을 데우고 있었지만, 긴장감으로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다.


나무들이 흔들린 곳과 서른 보로 좁혀졌다.


적이 료우타의 접근을 알아챘는지 다시 숲속에 새소리만 요란하게 울리고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잘못하면 내가.’


일반적인 싸움은 위에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밝은 대낮, 닌자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닌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이 긴장 한 채로 주변을 살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위험부담을 느껴 바로 위로 올라가지 않고 북서쪽 골짜기 방향으로 게걸음으로 경계하며 돌아서 이동했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여겨 동쪽 의심스러운 곳의 움직임을 주시하자 다시 관목 나무들이 심하게 움직였다.


짙게 자란 관목 사이로 정체가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움직임에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나타났다.


일반적인 닌자라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나무나 억새가 움직이지 않게 이동하거나 적을 발견하게 되면 신속히 몸을 숨겨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그림자를 쫓지 못하게 하는데, 지금처럼 드러내 놓고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행동이라 당황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뭉그적거렸다.


‘혹, 나를 유인하기 위한 것일까?’


귀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사이로 적의 느낌을 추적하기 위해 쉽게 현혹되는 두 눈을 감았다.


각종 새의 소리를 구분해 내고 바람 소리에 섞인 자연의 소리를 이해하며, 관목이 움직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새소리와 혼동이 되어 닌자의 발소리처럼 들려와 두 눈을 급히 떴다.


“내가 너무 긴장했나 보군! 바보같이.”


투덜거리며, 아직도 조금씩 바람의 흔들림과는 다른 흔들림을 하는 관목 나무로 빠르게 다가갔다.


누군가의 접근을 알지 못했는지 관목 나무 아래 열심히 땅을 파며, 꿀꿀대고 있는 새끼 멧돼지가 있었다.


주변에 어미 멧돼지가 있는지 경계하며 한참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새끼 멧돼지가 머리를 돌렸다.


료우타와 눈이 마주치자 관목 숲을 어지럽히며, 서쪽 산골짜기로 달아났다.


다 자라지 않은 멧돼지였지만 돌격 대장처럼 나무들을 헤치며 꽁무니를 뺏다.


새끼가 있으면 어른 멧돼지도 있을 것이었다.


긴장을 풀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을 뿐 고요함이 찾아왔다.


적의 명성 앞에 긴장한 자신이 우습기도 하여 허튼 웃음을 웃으며, 뒤돌아선 료우타는 바로 앞에 우뚝하니 선 갈참나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무줄기에 흙이 묻은 곳이 위로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다.


두 팔로 겨우 안을 정도로 큰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끝도 없이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혹시, 여기서···.’


뒤로 서너 걸음 간 다음, 앞으로 내달려 나무를 가볍게 밟아 올라 머리 위 가지를 잡고 더 위의 가지 위로 나르듯 올라섰다.


서른 자쯤 올라가 나뭇가지를 밟고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 잡아 옆으로 벌리고 그 사이로 앞을 바라보았다.


무성한 잎사귀 틈 사이로 동쪽 아래를 바라보자 절벽 위, 조금 전 서 있던 곳이 보였고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려고 했지만 무성한 잎사귀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위로 자리를 옮겨 바라보자 더 넓은 사냥터와 막사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 료우타의 온몸이 전율을 일으켰다.


‘여기였어!’


눈을 돌려 나뭇가지 여기저기를 살폈다.


‘역시! ·······절벽 위에서는 노출이 불가피하지만, 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려져 완벽한 은둔이 가능하다. 여기서 동태를 살핀 놈은 어디로 갔을까? 흔적의 상태로 보아 사나흘은 더 된 것 같은데·······. 기회를 엿보다 핫토리 한조의 닌자들과 병력이 보강되자 포기한 것일까?’


생각이 깊지 못하자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두 팔을 머리 뒤로 하고 나뭇가지를 다다미 바닥 삼아 반쯤 누워 두 눈을 감았다.


‘닌자는 한 번 맡은 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해 낸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닌자인 후마 코타로가 자기 명성을 위해서라도 임무를 완수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죽음이라고 해도. ···나 또한 그렇게 배우지 않았던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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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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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5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6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5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3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6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1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1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2 0 27쪽
»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2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2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5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5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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