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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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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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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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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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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닌자되다 1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머리에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리는 츠바사의 대책 없는 기다림과 끈질김에 못이긴 고에몬, 결국 모든 이야기를 어린 츠바사에게 들려주었다.


고에몬에게서 아버지 간스케의 소식을 들은 츠바사는 얼마 후 사카이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가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작자인지, 그 소문이 사실인지도 알고 싶었다.


더더구나 츠바사는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이가는 예전의 이가가 아니었다.


죠닌급은 대부분 죽었거나 부상을 당했다.


배울 수 있는 기술에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 닌자기술을 깨우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지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증진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씨를 아무 곳이나, 아무 때나 흘리고 다닌,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니 자신의 존재조차 모를 그런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지만, 자신에겐 자존심보다 닌자기술이 필요할 뿐이었다.


자기 자신을 닮은 아이가 찾아왔지만 간스케는 무정했다.


화풀이로 수많은 여인에게 마구잡이로 씨를 뿌렸기에 사랑이라든지, 연민이라든지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있었다면 츠요 밖에 없었다.


츠바사는 아버지 상점에서 두말도 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누가 보면 천생 일을 거드는 사환 아니 그보다 못한 종이었다.


보수도 없었다.


하지만 묵묵히 일만 했다.


오직 단 한 가지 목표! 바로 닌자기술을 배우기 위해 꾹꾹 눌러 참았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달이 서너 달이 되어도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일만 했다.


어느 늦은 밤,


볼일을 보기 위해 일어난 간스케가 침실을 나와 복도로 걸어 밖으로 나갔다.


복도 끝 방에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츠바사의 방이었다.


조용히 다가가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츠바사가 닌자 수련하고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던 간스케는 뒤돌아 나와 볼일을 보고 침실로 돌아갔다.


이런 사실은 모르는 츠바사는 밤이 깊도록 수련했다.


사카이에 온 첫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츠바사는 닌자기술을 연구하고 수련했다.


보란 듯이 아버지 앞에 닌자로서 자랑하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아니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이지만 나쁜 감정도 좋은 감정도 없었다.


오직 아버지를 능가하는 닌자가 되고 싶어질 뿐이었다.


혹시나 아버지가 알려줄까 싶었지만 언감생심이었다.


처음에는 혹시나 싶어 기대도 해보았지만, 점점 낙담하게 되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나였다.


그렇다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홀로 수련하였기에 시간이 지나도 증진이 되지 못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나 몰라라 하고, 아니 남들보다 못하고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자 점점 지쳐 갔다.


“젠장! 내가 저런 작자에게 뭘 바라고···.”


인제 와서 포기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말이 안 되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점점 실망과 함께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홀로 수련하면서도 상점에서 쉬는 날이면 이가로 달려갔다.


별이 총총 떠다니는 어느 날 밤에 간스케가 캄캄한 방으로 들어왔다.


닌자 수련 중이던 츠바사는 침입자로 인해 깜짝 놀라며 공격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간스케가 츠바사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숨이 탁 막혔다.


겨우 진정하고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을 크게 뜨고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날부터 간스케는 츠바사에게 닌자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의 닌자기술이 고스란히 츠바사에게 옮겨 갔다.


그동안 무엇인가 부족해 늘 수련 중에도 아쉬움이 많았는데 아버지를 통해 그 갈증을 풀 수가 있었다.


속으로 늘 아버지를 경멸 아닌 경멸로 대한 츠바사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조금씩 달리 보게 되었고 닌자 중의 닌자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부자의 정은 닌자기술로 꽃을 피웠다.


일 년 후 츠바사가 간스케의 편지를 들고 올빼미섬으로 갔다.


그때부터 츠바사를 사카이에서 온 산사나이라 해서 사카야마로 부르게 되었다.


사카야마는 섬에서 촌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검을 다루는 것부터 여러 다른 기술을 익혔다.


아버지와 촌장의 닌자기술을 습득하면서 점점 섬의 중심인물로 성장하게 되었다.


라나가 담담하게 아버지와 오라버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 참! 아버지는 가능하면 섬 일에는 관여를 안 하세요. 자금만 보내 주시고 계세요. 혹 우리들이 들락거리거나 섬 일에 관여하다 들키게 되면 올빼미섬의 급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 섬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어요.”


“네, 하하하, 그럼 오늘 제일 극비인 부분을 제가 들은 것이군요. 이거 큰일이네요. 제 귀를 씻을 수도, 입을 묶을 수는 더더욱 없고, 그렇다고 기억을 지울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죠?”


라나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해주자 기분이 좋아진 료우타가 진담인 듯 농을 하며 웃었다.


그러자 라나가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고에몬이란 분은 아직도 그러고 계시는가요?”


“요즘은 나이가 있어서 이가 어디 구석으로 완전히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 어느 조정 관료 저택에 도둑이 들었는데, 이시카와 고에몬이라고 하던데요. 혹시 그 고에몬이 그 고에몬 아닌가요?”


“글쎄요···. 세상 사람들은 신출귀몰해서 못 잡으니까, 고관들의 집에 도둑이 들면 모두 고에몬 짓이다. 그러는 그죠. 뭐 진짜일 수도 있고요.”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이만 건너가 주무세요. 밤이 늦었습니다.”


*


어둠이 짙어 가는 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늘어선 능선을 따라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달이 뜨지 않아 별빛이 짙게 내려앉은 산기슭 암자에 어둠보다 더 짙은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


암자는 폐허가 되었는지 기와가 깨져 있었으며, 일부 벽이 허물어져 있었고 마루는 일부 썩어 내려앉아 흉했다.


사람이 찾지 않는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았다.


폐허가 된 암자 위로 끝없이 맑은 밤하늘에 별똥별이 능선을 가로질러 쏟아져 내렸다.


“긴장되시죠? 곧 도착할 거예요.”


“생각보다 더 긴장됩니다. 달까지 뜨지 않아 더 떨리기는 하지만 묘한 긴장감이 나쁘지는 않네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료우타의 말에 라나가 살포시 웃는 것 같았다.


그런 라나를 보며 료우타도 속으로 웃었다.


‘사실은 라나님과 단둘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좋아요.’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풋! 누군가 오고 있어요.”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반에 반각 정도 지나자 검은 그림자를 앞세운 복면을 한 두 사람이 암자 앞 오동나무 아래에 나타났다.


“요요즈에 가면 무엇을 잡을 수 있나요?”


라나가 암자 처마 아래에서 오동나무 아래 복면에게 말을 걸었다.


“돼지를 잡을 수 있소.”


“신사에서 돼지를 잡다니!”


“그 돼지는 신이 내리신 선물이니까.”


“신의 선물! 아무나 가지지 못하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라나가 두 복면과 대화를 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던 료우타가 긴장감으로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선물을 주신 신에게 감사해야지요.”


“감사는 무엇으로 하나요?”


“오동나무가 알려 줄 것이오.”


“오동나무가 말을 할까요.”


“그것은 신이 소관, 이제 되었소이까?”


“아, 급하시군. 흥정을 하여야 하지 않겠소. 돼지의 상태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지니 말이오.”


복면과 라나의 말이 부드러워졌다.


료우타도 겨우 긴장을 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깐, 우선 돼지 잡을 선금만 받겠어요. 무게는 나중에 달면 되고. 이번 돼지는 한 번에 때려잡을 수 없기에 꽤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요. 아마 돼지를 일 년간 키워서 잡아야 하니 그 먹이 값도 만만찮을 것이고.”


“아, 잠깐. 거두절미하고 선금으로 금 열 장, 한 달에 두 번,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금한 장. 돼지를 잡는 날 금 스무 장. 어떻소?”


“······.”


동쪽 산 능선에 초승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의 그림자를 따라 잠시 암자에 침묵이 흘렀다.


멀리 부엉이 소리만이 능선을 따라 울려 퍼졌다.


“욕심이 많소이다. 하하하. 좋소. 아주 중요한 정보가 들어오면, 추가로 더 주겠소.”


“좋습니다. 선금은 오동나무 아래에 두고 가십시오.”


“허허, 좋소! 좋은 활약을 기대 하겠소.”



어둠 속으로 복면들이 사라지자 라나가 올빼미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신조와 게닌들이 어디에 은폐하고 있었는지 그림자를 드러냈다.


의뢰인이 두고 간 나무상자를 신조를 비롯한 게닌들이 들고 산에서 내려갔다.


료우타와 라나도 나무상자를 들고 신조 일행과 달리 암자 뒤 산길을 통해 요요즈 신사로 향했다.


혹시 모를 위험을 위해 눈속임으로 진짜를 숨기기 위한 행동이었다.


“사카야마님께서 잘하시겠지요?”


“그럼요. 우리 섬에서 제일가는 잠행술의 일인자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나님은 오라버니라고 너무 자신하는 것은 아니죠?”


“후후, 그럼요. 우리 섬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가 될 사람이에요. 이런 단순한 업무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가겠어요.”


사카야마가 난젠사의 암자에서부터 두 사람의 복면을 미행했다가 신시에 교토의 만물상으로 돌아왔다.


“그 두 복면은 소렌인사에 들어가 복장을 상인으로 변복하고 고마쓰 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극도로 뒤를 경계하여 쉽게 따라붙지 못했습니다. 일반인이나 무사가 아닌 닌자들이 아닐까 아니, 그들 뒤에 혹시 모를 미행을 막기 위해 닌자 무리들을 푼 것을 보면.”


“그럼 놓쳤단 말인가?”


칸이 사카야마를 넌지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은 누군가 미행을 할 것이라 예상하여 고마쓰 골짜기 입구부터 게닌들을 풀었습니다. 더 이상 위험해서 미행을 포기했습니다.”


“음.”


“다만, 그들이 고마쓰 골짜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료우타와 라나 일행은 교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올빼미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사카로 왔다.


오사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라나로 부터 이곳 지리와 여러 상점과 문물들을 익혔다.


인도왕의 사절단과 남만인 수사들이 관백을 알현하기 위해 오사카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구경을 갔다.


그들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엄청나게 큰 짐승이 사람이나 짐들을 등에 태우고 행렬을 따라가고 있었다.


료우타는 처음 보는 동물이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코가 길쭉하게 땅에 닿을 듯했는데, 긴 코도 신기하였지만, 기둥만 한 다리를 움직이며 걸어가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것은 코끼리라는 동물이에요. 힘이 장사이고 발에 밟히면 살아남지 못하지요. 저기 안남지방에 많다고 들었어요. 저 뒤 검은 두건을 쓴 사람들은 야소교를 전파하는 수사라는 사람들이에요.”


“야소교요?”


“네, 야소교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데, 그들을 믿는 신을 우리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벌써 많은 사람, 특히 큐슈 사람들이 그 신을 믿고 따르고 있는데, 일부 다이묘도 개종해서 세례를 받았다고 해요. 세례란, 음···, 뭐랄까? 내 죄를 인정하고 회개한다는 것으로 유일신을 믿고 따른다는 뭐 그럼 의미라고 보면 돼요. 고니시 유키나가도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고니시 유키나가요?”


“네, 셋쓰의 다이묘죠. 아! 고니시 류사의 아들이에요. 지난번 회의 때 들어 보셨을 거예요. 오사카의 상인으로 관백이 키우고 있는 상인이며 다이묘죠.”


지난 회의 때를 떠 올려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관백의 힘으로 오사카의 거상으로 성장했어요. 예전에는 약재상이었어요. 아버지의 돈과 자신의 두뇌로 관백에게 잘 보여서 다이묘가 되었어요. 근래에 관백을 배경으로 남만 무역을 활발히 하고 있고 세토내해뿐만 아니라 대마도도 자기의 사위를 통해 관리하고 있어요. 점점 세력을 확대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기존의 사카이 상인들과 치열한 알력이 발생할 거예요.”


“수완이 보통이 아닌가 봐요.”


근성으로 답을 하고는 행렬들을 눈으로 좇았다.


여러 신을 믿고 또 조상신을 섬기는 일본인에 비해 남만인들이 유일신을 믿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버선을 무릎까지 오도록 신고 펑퍼짐한 바지, 배와 꽃병 그림이 그려진 화려한 상의 복장과 목에서 배까지 가슴 아래로 매듭이 있는 상의를 입는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동그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오사카에 계셨어요?”


“저, 저 말입니까?”


“당연하죠. 그쪽 말고 또 여기 누가 있나요?”


정신없이 사절단의 행렬을 구경하고 있는데, 낯선 여인이 료우타를 아는 체했다.


라나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만, 복장이 민망할 정도로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어서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늘을 봤다가 힐끔 여인을 봤다 하며, 허둥댔다.


"이름이 무 뭐였더라···? 맞다. 무··· 소님!”


라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녀와 료우타를 쳐다보았다.


타이요우도 그녀를 쳐다보며 관심을 가졌다.


“예? 무 뭐라고요? 제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다 멈칫했다.


료우타란 이름은 기억을 잃고 난 이후 촌장이 새로 지어 준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과 혼동하신 게 아닌지?”


여인이 료우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앞에서 자신을 훑고 있는 여인으로 인해 당황스러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인에게서 분내가 코를 찔렀다.


여인의 강렬한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여인의 가슴이 훤히 보이는 것이 아닌가.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동자가 흔들렸다.


얼굴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오자 당황스러웠다.


“이분은 료우타님에요. 당신이 아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나가 매몰차게 쏘아붙이고는 료우타와 여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아닌가? 제가 아시는 분이랑 너무 닮았네요. 뭐, 몸이랑 머리 모양이 조금 다르긴 하네요. 제가 실례했나 봅니다.”


여인이 라나를 힐긋 쳐다본 후 다시 료우타를 돌아보았다.


“혹시 저를···.”


여인이 혹 자신의 과거와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료우타가 말을 하려 했지만, 라나가 그의 팔을 잡고 무작정 끌고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라나의 행동에 여인이 황당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그분과 닮았는데···. 날 몰라보는 걸 보면 정말 다른 분인가? ······진짜 많이 닮았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너무 보고 싶다.”


료우타가 사라진 곳을 보며 여인이 지난날 함께 한 추억을 떠올렸다.


타이요우가 여인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일행의 뒤를 쫓아갔다.


원로회의 결정에 따라 섬으로 돌아온 료우타는 기이섬에서 닌자기술들을 익혔다.


예전에는 갈 수 없었던 아이들이 훈련받고 있던 골짜기로 들어가 수련을 할 수가 있었다.


섬은 가파른 산줄기와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골짜기 안에 넓은 터가 있었으며, 움막으로 지어진 건물이 두 채가 있었다.


접근하는 길은 절벽과 바위, 그리고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요새였다.


닌자 수련을 위해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치들과 여러 기구가 즐비했다.


처음에 타이요우로부터 보법을 배웠다.


“아니, 제대로 좀 해. 몰라, 이렇게.”


타이요우는 료우타를 처음부터 반말로 대했는데, 제대로 보여 주지도 않으면서 대충 하고는 따라 하라고 윽박질렀다.


배우는 처지로 타이요우의 말과 행동이 싫었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참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기이섬은 산비탈과 바위산으로 보법이나 빠른 이동을 훈련하기에 적합한 지형이었다.


타이요우가 짜증이 나 료우타를 더 괴롭혔다.


원로회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특기 중 하나를 가르쳐 줄 수밖에 없어서 대충 알려 주었는데도 곧잘 따라 하더니 제법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해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거나 화를 냈다.


타이요우가 보법을 가르치고 나면 라나가 수리검 다루는 것과 변복하는 기술을 알려 주었다.


“수리검은 잘하시니까 변복 기술을 익히면 되겠어요.”


이 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라나의 수리검을 본 이후 홀로 연습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급성장해 있었다.


“자, 이젠 서너 개를 동시에 던지는 것을 연습해야 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던져야 해요. 실패는 곧 죽음이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목표물을 명중하게 되면, 독을 발라서 던질 거예요.”


“네? 독을 바른다고요?”


“네, 수리검으로 사람을 죽이기가 쉽지 않아요. 죠닌급의 수리검 실력이 아니면, 그래서 독을 발라 적을 제압하지요. 독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선, 상대를 즉사시키는 것부터 서서히 죽게 하는 독도 있고요, 상대를 마취시키는 독도 있어요. 물론 해독약도 있지만, 그렇게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에요. 잠시 독의 기운을 멈추는 정도라고 봐야 해요. 만약에 독에 당한다면 독이 몸으로 퍼지는 것을 막고는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 살 수가 있어요. 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나 만드는 방법, 구분하는 방법 등은 센에게 배우세요. 스오 원로님께서 저와 센에게 전수 했어요. 그리고 잠행술은 오라버니에게 배우세요. 최고니까요. 호호.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잠입하면 안 되는 거 알죠. 우리 아버지처럼 사용하면 천벌을 받을 거예요.”


말을 하면서도 라나가 수줍은지 입술을 한 손으로 막았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웃음이 나오려 하자 입을 급히 손으로 막았다.


“하하하, 일단 배우고 난 다음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말씀 하시면 섭섭해요. 닌자는 여자를 돌과 같이 취급해야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마음속에 여자를 품는 순간 닌자의 그림자는 지워져 가는 것이랍니다. 닌자는 어떠한 상황이 와도 흔들림 없이, 부모가 죽어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해요. 그것이 닌자의 숙명이죠. 여자는 임무 수행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을 해야 해요. 제가 비록 여자이지만, 감성적인 여자는 죠닌이 될 수 없죠. 물론 쿠노이치라 불리는 여자닌자가 있지만 대부분 중요한 임무는 맡지 않아요. 저 또한 조금씩 도움을 줄 뿐이지 중요한 역할은 할 수가 없어요.”


말을 듣고 있던 료우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흠흠, 뭔가 복잡하군요. 닌자도 사람인데,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닌자기술은 어릴 때부터 익혀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골격이 갖추어져 가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료우타는 빠른 속도로 닌자기술을 하나씩 익혀 갔다.


“물론 조금 늦긴 했지만, 무예를 익혔기 때문에 몇몇을 빼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물론 덩치가 큰 것은 조금 불리하지만.”


눈이 내려도, 찬 바람이 거칠어도 료우타의 닌자 교육은 계속되었다.


지칠 만도 하지만 료우타는 인내하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이었다.


제대로 배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분야에 특출한 섬사람들을 찾아가 기술을 직접 배워 나갔다.


여러 기술을 익혀 가는 중에도 가장 기본인 변복과 보법, 그리고 은폐술에 신경을 많이 썼다.


틈틈이 수리검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리검을 날리는 것이 어딘가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손에 익지 않아서일까? 란 생각도 했지만 계속 연습해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두 발이 더 좋아!”


두 발을 가져와 몇 번 연습하자 역시 훨씬 느낌이 더 좋았고 정확도도 높았다.


라나도 두 발 수리검에 대해 칭찬했다.


다른 이들은 대부분 네발이나 세 발을 사용했기에 료우타는 가능한 그들처럼 사용하려 했지만, 손에 더 익고 편한 두 발을 선호하게 되었다.


수리검을 만드는 섬의 대장장이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두 발 수리검을 특별히 많이 만들었다.


무게를 좀 더 나가게 만든 두 발 수리검은 손에 찰떡이었다.


손에서 빠져나간 수리검이 나무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꽤 만족스러웠다.


어느 날 별채 마루에 앉아 심심해서 수리검을 손에 익히려고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촌장 마모루가 보고는 수리검 잡는 법과 던지는 방법 등을 조금 알려주었다.


그 이후 료우타의 수리검 실력이 일취월장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수리검이 조금은 가벼웠지만, 마모루의 지도 후 휘어져 가는 수리검의 명중률이 올라갔다.


손에서 떠난 수리검은 바람을 타고 방향이 제각각으로 날아갔지만, 목표물에 정확히 꽂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모루는 실력이 나날이 늘어 가자 흡족해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안감이 싹터 올랐다.


“저 아이를 적으로 만난다면······,”



센에게서 독을 다루는 훈련도 했다.


독의 종류가 너무 많아 시간을 두고 배우기로 하고 우선 수리검과 검에 독을 발라 활용하는 등의 단순한 것들만 익혔다.


독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약초나 재료들을 구하기 어려워 소량이기에 사용에 있어서 주의해야 했다.


중요한 임무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제일 어려운 것이 잠행술이었다.


어릴 적의 유연성과 오랜 수련이 필요하지만, 료우타는 덩치도 있고 시기를 놓쳐 쉽지가 않았다.


사카야마는 엄격했다.


“아니,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닌자들의 잠행술은 기본 중에서 기본이야. 잠행술이 되어야 정보 수집을 위한 은폐와 엄폐를 할 수가 있어. 얼마를 더 가르쳐야 하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이 정도 실력으로 어디 내놓지도 못하겠군.”


산을 타고 올라오는 찬 겨울 바닷바람보다 더 모질게 료우타를 닦달했다.


얼마 후면 코카와성으로 들어가는 동생 걱정으로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는 사카야마의 마음을 알기에 이를 악물고 참으며, 배움에 열심을 냈다.


“오사카에 다녀올 때까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을 다 익히도록 해. 가마우지 흉내를 내는 까마귀가 되지 말고.”


“아휴, 너무 어렵습니다. 속성으로 배우려니 너무 힘이 듭니다.”


“이봐, 죽음 앞에서도 힘들다고 할 것인가? 이승은 인정이 없어. 닌자 앞에 수없이 많은 죽음의 길이 도사리고 있다고. 단 한 번의 실수가 곧 죽음이야. 그런 하소연은 지옥에나 가서 하게.”


훈육은 엄하고 단호했다.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다 보니 조금은 강압적인 훈련이 되었지만, 그런 사카야마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하나라도 더, 깊이 있는 실력을 쌓기 위해 잠을 줄여 가면서 익혀 나갔다.


라나와 검술 대결을 자주 했다.


아직 제대로 된 검술을 시현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대련을 통해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나마 되 살려 보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센이 옆에서 료우타의 검술을 종이에 그렸다.


라나의 검술은 마모루 촌장에게서 배운 것으로 자연스럽게 료우타에게 전해졌다.


료우타의 내재된 검술과 라나를 통해 배운 닌자의 검술이 료우타의 몸에 녹아들었다.


간혹 촌장 마모루가 료우타의 닌자 검술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닌자 검술도 제법이었다.


간혹 다이라 진치에게서 일본 무사들의 정통 무술도 익혔다.


여러 검술과 무예가 료우타의 몸에 스며들며 검술 실력이 시간이 갈수록 일취월장했다.


훈련이 막바지에 들어서자 건너편 시오노미섬을 며칠에 한 번씩 숨어들어 물건들을 가져오는 훈련을 했지만, 번번이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에게 들켰다.


물론 그들이 잠을 잔 것이 아니라 료우타의 잠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고도로 훈련된 닌자들이라 늦게 배우고 있는 료우타의 잠입이 어린애 장난처럼 쉽게 노출되었다.


료우타에게 있어서 잠행술은 쉽지가 않았다.


사카야마가 공들여 알려 주었지만, 어릴 적부터 닌자로 키워진 사람들을 속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료우타는 실망하지 않고 수련에 수련을 계속했다.


마지막 훈련 아니 닌자 교육의 성공 여부가 시오노미섬을 잠입하여 지정한 물건을 몰래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 잠행술에 대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언젠가는 성공하고 말리라.’


하지만 그런 다짐과는 달리 매번 실패였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그럴수록 입술을 꾹 다물고는 밤잠을 설쳐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간혹 간단한 잠행은 성공하기도 했지만, 최종 목표물에 대한 임무를 수행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못했다.


매서운 겨울 바다의 노여운 바람이 점점 노기를 잠재우는 날이 많아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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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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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5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4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6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4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4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5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3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6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3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1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1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2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5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6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2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2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2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5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5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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