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4,449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작성
22.06.05 09:00
조회
54
추천
0
글자
10쪽

료우타의 검술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자자 여러분! 제가 칼춤 한번 추겠소!”


술이 한 잔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진 가토 기요마사가 가타가마야리, 즉 창날에 수직으로 가지가 붙어 있는 창을 들고나와 무대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다시 한번 지휘관들이 기요마사의 돌발 행동에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기요마사가 가슴을 두드리며 자랑을 했다.


“통신사 놈들이 내 칼춤에 얼이 나가 벌벌 떠는 모습은 내 평생 자랑거리다.”


태합을 알현한 조선통신사 앞에서 칼춤을 춘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는 했었다.


오늘도 객기인지 술기운인지 긴 창을 들고는 춤을 추듯 칼을 휘둘렀다.


바람 소리인지 창 소리인지 가타가야마리의 움직임에 모든 병사와 지휘관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칼춤으로 신명 나게 논 기요마사가 창을 땅에 세우고는 병사들을 쳐다본 뒤 지휘관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누구 나와 대련을 한번 해 보시겠소?”


기요마사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지휘관들이 잔뜩 주름진 얼굴을 옆으로 돌려 버렸다.


“하하하, 좋소. 좋아. ···누구 무예를 보여 보거라!”


기요마사가 병사들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바람 소리만 휑하니 날 뿐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 채 기요마사의 눈길을 피해 모두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바보 같은 놈들! 그렇게 칼춤 한번 출 용기가 없단 말이야.”


기요마사가 대로 하듯 웃으며, 깔깔거렸다.


“기요마사공! 인제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하구려.”


고니시가 기요마사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요마사를 불렀다.


기요마사가 돌아보자 고니시가 억지로 웃으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병사들을 한 번 더 쓱 둘러본 기요마사가 성큼성큼 자리로 돌아와 술잔을 들고 한 번에 들이마시고는 시원하게 웃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다카도라가 칸베에를 불렀다.


칸베에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곧 평정심으로 다카도라에게 허리를 숙이고는 료우타에게로 왔다.


“이보게. 료우타! 성주님께서 너무 기분이 좋으신지 자네의 무예 시범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는군. 어떤가?”


이것은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지만 실질은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주의 흘러가는 말이라도 그것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네, 부족하지만 가진 실력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칸베에가 다카도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 여기 또 다른 무사가 있소이다. 그의 무예를 함 봅시다.”


다카도라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으스댔다.


기요마사 못지않은 그의 키와 덩치가 오늘따라 더 커 보였다.


다카도라의 주인인 관백을 생각하는지 아무도 다카도라를 제지하지 않았다.


성에서 순시하러 다니다 가끔 료우타가 무예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다카도라가 타이요우로 인해 기분이 하늘을 날자 엉뚱하게 료우타를 불러낸 것이다.


기분이 조금은 상한 가토 기요마사, 자신의 칼춤에 모두 위축되어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젠장!’


“병사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르고 날도 기울고 있으니 그만하고······.”


옆에서 술잔을 들고 마시던 야스하루가 기요마사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디 한 번 봅시다. 다카도라공이 자랑하고 싶다는데 그 무예를 보는 것 또한 군기가 아니겠소!”


고니시 유키나가도 기요마사를 노려보며, 야스하루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두 지휘관의 말에 기요마사는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그의 불같은 눈길이 유키나가를 향했다.


유키나가는 자신을 노려보는 기요마사를 무시하듯 다른 지휘관들의 동의를 구했다.


다른 지휘관들도 기요마사의 눈치를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료우타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 여러 장수에게 목례하고 눈을 감고는 칼을 들었다.


두 발을 적당히 벌리고는 왼손 엄지로 칼을 칼집에서 밀어 올렸다.


햇살에 번쩍하고 칼이 울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올라간 칼이 서서히 아니, 움직이고 있는지 가만히 있는지 모를 기나긴 억겁의 시간이 지나서야 칼의 끝이 료우타의 오른쪽 아래로 갔다가 왼쪽 다리 부분으로 갔다.


이를 지켜보던 병사들은 분명히 움직이지 않은 듯 고요함 속에 정적이 흘러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는데, 자신들의 눈이 아래로 향한 칼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놀랐지만, 그 누구도 말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나비가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다가 하늘을 뛰어올랐으며, 다시 땅을 헤집다가는 벌이 상대를 쏘듯 번개같이 나아가 칼을 찔렀다.


료우타의 무예에 감탄한 병사들과 무장들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정적 속에 머물던 료우타의 칼이 햇빛에 반짝했다.


어디에서 번쩍이는지 정신을 홀린 듯 햇살을 머금은 칼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땅에 발이 닿자 어느덧 칼집에 꽂혀 있었다.


칸베에가 던져 준 언월도를 받아 든 료우타의 시선이 허공을 찌르고 지나가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벚꽃 잎이 흐트러지며 발아래로 떨어졌다.


언월도의 붕붕거리는 소리에 모래바람이 료우타를 타고 올라왔다 허공으로 사라졌다.


다시 언월도를 휘두르며 발을 내딛자 공기가 베어지듯 강한 기가, 모여 있든 병사들을 휘감고 지나갔다.


병사들은 언월도의 기에 눌려 몸을 움츠리면서도 료우타의 검술에 입이 딱 벌어져, 검술을 보고 있는 것인지 선녀의 춤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마력으로 빠져들었다.


묵직한 언월도를 든 무사.


한 마리 나비가 나불거리며, 훨훨 날아와 꽃잎에 앉듯 펼쳐진 기예에 료우타의 동작이 멈추고 조용히 숨을 고르도록 온 진영이 조용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황홀경에 빠지게 한 료우타의 검술에 가토 기요마사가 일어나 박수를 치자 그제야 병사들도 나비 따라 멀리 가 버린 정신을 찾아 함성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기요마사가 부라린 눈으로 료우타를 보았다.


“네, 저는 코카와성의 하급무사로 시오노미 료우타라고 합니다.”


“허, 이름도 없는 시골무사가 대단한 무예를 가졌구나! 다카도라공은 복도 많으시오. 어디서 저런 훌륭한 무사들을 얻었는지 부럽소이다.”


“감사하오.”


다카도라가 껄껄껄 웃으며, 기요마사의 칭찬에 한 것 고무되었다.


역시 기요마사는 호탕한 무사였다.


자신의 창술 뒤에 일개 이름도 없는 자가 나와 솜씨를 보인다고 하자 몹시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지만, 사내대장부였다.


쑥스러움에 아래를 보며 목례하고 들어가려 하자 다카도라가 불러 술을 따라 주었다.


불타오르는 붉은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우며, 료우타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비장한 그의 얼굴을 붉은 노을에 감추고 다른 지휘관들이 주는 술잔도 서너 잔 받아 마셨다.


예리한 눈으로 료우타의 무예 시범을 유심히 바라보던 미츠나리가 료우타에게 술을 한 잔 부어 주었다.


명령이라 받들었지만, 시현 내내 가슴을 억눌렀던 감정들이 술과 함께 목구멍으로 삼키어 넘어갔다.


‘혹, 내가 시현하는 무예가 조선의 무예가 아닐까?’



검술을 시현하는 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장수가 있었다.


바로 가시마성의 성주 구루시마 미치후사였다.


한쪽 눈을 가린 자가 옆에서 그의 귀에다가 료우타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미치후사의 한쪽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오사카성에 있는 태합 히데요시의 명으로 장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칸제다유와 콘파루다유가 노공연을 펼쳤다.


병사들은 곡예단의 공연을 보며, 환호성과 손뼉을 치고는 노공연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대부분 노공연은 귀족들의 사치스러움을 대표하는 놀이다.


이를 수많은 병사가 보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병사들을 아끼고 위로하는 히데요시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아니 과시욕인지도 모른다.


즐거움과 환호로 병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으며, 그 웃음을 따라 병사들 머리 위로 활짝 피었다가 흐드러지게 지고 있는 벚꽃 잎이 날렸다.


모든 대회가 끝나고 각자의 막사에서 돼지고기와 술로 흥겨운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사이가와 함께 술을 마셨다.


“동생, 대단허우.”


“에이 별말씀을. 단순한 기예일 뿐입니다. 형님은 왜 안 나가셨습니까? 나가셨으면 당연히 우승이었을 텐데.”


사이가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한때는 공명심이나 출세에 눈이 멀었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잖은가?”


“하하하, 형님 나이가 어때서요. 이제 꽃피어 일본 전국에 향기를 들어낼 때인데······.”


“그런데, 그런 무예는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수련받은 건가?”


“그, 그게 아시다시피 제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려 알 수가 없습니다. 성에서 무예 수련을 하면 저도 모르게 그런 동작들이 나와 몰입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혀 시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어쨌든 대단해. 내가 다 자랑스럽구먼!”


사이가가 료우타의 어깨를 툭 치며, 한바탕 웃음으로 술을 마셨다.


사이가를 따라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사이가가 본적도 없는 무예라고 했듯이 자신의 무예는 일본 어디에도 없는 검술이 분명했다.


분명 자신의 무예는 조선의 무예일 것이다.


자신이 조선인이 맞는다면, 조선을 정벌하기 위해 모인 일본 병사들 앞에서 조선의 무예로 그들의 웃음과 사기를 진작시켜 줬다는 것에 가슴이 아려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5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4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6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5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3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6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3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1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1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2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5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6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2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2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2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5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5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