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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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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1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작성
22.04.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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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올빼미섬 6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저녁을 먹고 난 뒤 촌장을 기다리며 돌아가는 상황을 혼자 유추해 보기도 하고, 코카와성으로 라나와 자신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지자 정원으로 나와 달구경, 별구경을 하고 있었다.


히데츠구와 저녁을 먹은 촌장이 진시 즈음에 거실에서 나와 료우타가 산책하고 있던 정원으로 왔다.


술을 한잔했는지 얼굴이 상기 되어 있었다.


“자네 기다리느라 무료했겠네. 그려.”


“아닙니다. 정원 구경도 하고 지금은 달과 별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달구경, 별구경이라! 피곤하군. 들어가세.”


“먼저 들어가십시오.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겠습니다.”


촌장이 방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료우타도 방으로 들어갔다.


잠자리로 들어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12월의 맹추위를 녹일 만큼 화로로 인해 방 안이 따듯했지만, 온몸이 긴장감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물론 옆에 누워 있는 젊은 여자아이로 인해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그로 인한 긴장감이 아니었다.


라나에 의해 살아났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삶이었다.


요즘도 가끔 꿈속에서 이상한 장면들과 사람들이 나타났다.


분명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아무리 생각을 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라나도 그의 과거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힘든 나날이었다.


이러한 힘든 생활 속에 무사들과의 대결, 그리고 여기까지 와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한데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지며 라나의 웃는 모습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왜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옆에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조곤조곤한 숨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라도 맞으면 상념들이 날아갈까 싶어 밖으로 나왔다.


성내가 조용했다.


겨울 밤공기만이 차갑게 료우타를 반겼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멀리 남동쪽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바람을 타고 몰려오고 있었다.


벌써 자시를 넘어 축시로 가고 있었다.


초승달이 천수각 꼭대기 아래 누각의 처마에 걸려 있었다.


‘어?’


순식간에 초승달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남동쪽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뒤덮고 있었지만, 천수각 위는 맑았다.


다시 눈을 깜박거리고는 천수각의 달을 쳐다보았다.


라나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이건 또, 내가 왜 이러지···.’


그때 다시 달이 시야에서 벗어났다가 나타났다.


‘침입자?’


방으로 들어가 칼과 활을 들고나와 그믐달 아래 천수각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건물 근처 정원 맞은편 우물 지붕 아래에 숨어 천수각을 살폈다.


혹 잘못 본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자객이라면 큰일이다.


자객이라면 당장 알려야 하지만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서 어디에도 알릴 수가 없었다.


괜히 성을 시끄럽게 했다가 아니라면 곤란하게 될 것이었다.


활시위에 대나무를 걸고 화살을 물리고는 조용히 천수각을 살피며 활시위를 당겼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천수각 건물 뒤 맑던 하늘의 별들이 동쪽으로부터 몰려오는 구름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아닌가?’


천수각 입구나, 그 내부에 경호무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허탈한 웃음으로 활시위를 풀고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자객이라면 천수각 내 요소요소에 무사들이 숨어 있다고 하니 알아서 잘하겠지!’


천수각 건물의 꼭대기가 초승달을 삼켰다.


점점 더 사물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삼키며 어둠이 짙어져 갔다.


검은 먹구름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는데 천수각 왼편의 지붕 처마 위 하늘과 천수각 망루의 경계선에 검은 그림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붕!”


잽싸게 활시위를 당겼다가 놓았다.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와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흔들리며 사라졌다.


‘맞았다.’


다시 화살을 걸고 지붕 위를 살폈지만, 빈 지붕만이 있을 뿐, 그림자도,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천수각 위를 한 번 훑어보고는 천수각 건물로 달려가 뒤편으로 돌아 나무숲을 따라 달렸다.


저 멀리 검은 그림자가 성벽을 넘어가고 있어 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화살을 쏘기에는 늦었다.


재빠르게 성벽으로 달려 성벽 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 보자 시커먼 해자가 모든 것을 삼킬 듯이 료우타를 맞이하고 있었다.


해자를 유심히 살폈지만, 밤하늘보다 더 어둠이 짙은 시커먼 물이 별빛에 심하게 반짝일 뿐 고요했다.


‘닌자들일까?’


건물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경비병들에게 들키면 의심받을 수 있어서 성벽 그림자를 따라 재빨리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어제와 같이 조용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지난밤,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들고양이나 쥐가 지붕 위를 지나갔을 것으로만 추측하여 더 이상의 혼란이나 의심이 없었다.


촌장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들을 말하자 촌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마모루가 입단속을 하고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료우타가 말한 곳은 다실이 있는 곳. 그곳에 침입자라? 침입자가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온 시각이 잠시라면, 혹시, ···지금의 병치레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미치자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자신의 말에 얼굴빛이 어두워진 촌장을 보며 료우타도 생각에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다카도라 성주와 함께 요도강 하류를 따라 교토로 왔다.


다카도라의 저택은 주라쿠성의 동쪽 변두리로 다른 화려한 저택들에 비해 작은 규모에 속했다.


소탈한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모루 일행은 다카도라에게 인사하고 저택을 나와 교토 시내를 걸었다.


마모루가 료우타에게 여러 곳을 보여 주며, 지리를 익히도록 했다.


교토의 주라쿠택은 성채와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주라쿠성이라 불렀다.


먼발치에서도 보이는 주라쿠성의 천수각은 황금으로 치장되어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다른 저택들도 웅장하고 화려했다.


성 주위에는 전국 다이묘들의 집과 조정의 권세 있는 자들, 그리고 부호들이 살고 있었다.


관백이 다이묘들을 자신의 영지에서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그들의 가족들을 잡아 두었다.


간혹 다이묘가 교토로 올라와 있게 되면 가족들은 자신들의 거성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다카도라의 저택에도 그의 정실부인이 자식이 없어 홀로 교토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권력이 무섭구나! 가족과 같이 생활할 수 없으니···.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을까?’


마모루가 알려주는 권력의 속성에 대해 몸서리가 쳐졌다.


오가와 거리로 내려가고 있었다.


고관이나 귀족들의 저택들이 늘어선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가마 하나가 지나갔다.


가마 뒤로 무사와 병사들 십여 명이 호위하고 있었다.


가마가 지나가도록 옆으로 피하며 가마를 바라보다 창에 내려진 발 사이로 가마 속 여인과 눈길이 섞였다.


‘어?’


료우타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고개를 돌려 가마를 보는데 그 여인이 뒤를 보고 있어 눈길이 마주쳤다.


우두커니 서서 멀어져 가는 가마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스치듯 지나간 여인의 눈빛이 지워지지 않았다.


‘분명, 낯설지 않았어.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여인도 분명 날 다시 보는 것 같았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번이나 눈길이 마주쳤다고 생각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연이었을까?’


촌장을 따라가면서도 멀어져 가는 가마를 몇 번이고 되돌아보았다.


강변으로 들어서자 둑을 따라 차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고, 그 안에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찬 강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아래 들어선 주쿠에서 허기진 배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손님맞이를 위해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도거리를 지나 상점들이 들어찬 거리로 들어갔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직 햇살이 머리 위 까지 올라 오지 못한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여기저기 상점가를 돌며 물건을 사거나 구경했다.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료우타도 여러 가게들을 돌아보며 눈 구경을 했다.


“촌장님! 같이 가요.”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마모루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급히 촌장을 부르며 달려갔다.


촌장이 들어간 곳은 만물상으로 잡다한 것부터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이 상점에 늘려 있었다.


덩치가 큰 것들은 뒷마당에 놓여 있었다.


촌장을 따라 상점 뒤 별채로 가니 그곳에는 이미 하나와 센, 그리고 타이요우가 와 있었다.


라나는 남장을 하고 있었고 센과 타이요우도 다른 사람처럼 변복하고 있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누군지 모를 정도였다.


라나와 센은 료우타와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타이요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인사를 했다.


‘재수 없는 놈!’


웃으며 들어오는 료우타를 보자 속이 쓰렸다.


자신이 섬에 없는 동안 공을 세운 것과 라나와 가까이 지내는 것에 대한 질투심에 속이 뒤틀렸다.


료우타가 만물상 주인과 인사를 했다.


인사를 나눈 주인의 눈길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런 주인의 눈길에 멋쩍은 웃음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마모루가 상점 주인인 오마찌 칸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다른 방으로 갔다.


“할아버지, 우리 거리 구경 좀 하고 올게요.”


“오고 가는 길에 료우타에게 이곳 지리와 여러 정보를 익히게 하거라. 신사에도 다녀오고.”


라나가 등 뒤로 답을 하고는 료우타를 데리고 거리로 나갔다.


둘은 정답게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코카와성과 히데나가의 집에 들렀던 이야기도 나눴다.


라나가 오해할까 봐 잠자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두 사람 뒤에 센과 타이요우가 따라오고 있었다.


타이요우가 무언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틈만 나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고 했다.


교토의 가장 크고 번화한 거리로 들어갔을 때 수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와,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무슨 좋은 구경거리가 있나 봐요. 우리 저쪽으로 가요.”


료우타의 옷소매를 잡아끌어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길 양옆으로 모여 있고 그 가운데로 행렬이 내려오고 있었다.


행렬 제일 앞에 어린아이가 큰 깃대를 들었고 그 뒤로 말몰이꾼과 가마가 여럿 따라왔다.


“조선통신사예요.”


머뭇거리다가 료우타를 보며 라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조선통신사가 뭐예요?”


료우타가 조선통신사에 대해 물었지만, 라나는 못 들은 척 행렬로 눈길을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라나의 표정이 묘했지만 이를 보지 못한 료우타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라나를 따라 긴 대열로 내려오는 행렬을 구경했다.


조선통신사의 행렬이 신기하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일본인들이 그들을 가마에 태우거나 그들이 탄 말들의 고삐를 잡고 으스대며 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장면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지난여름에 조선에서 사신으로 왔다가 관백을 만나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센이 아는 척을 했다.


행렬이 앞을 지나가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조선통신사들도 구경나온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가마 위에 앉는 사람도 많은 사람이 여러 복장으로 몰려나온 것을 보며, 진귀한 듯 구경했다.


료우타도 나팔과 이상한 악기들을 울리며 가는 행렬을 재미나게 보았다.


여러 장면을 구경하다가 가마 위의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지위가 높은 사람 같았다.


그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들어 보였다.


사람들 속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머쓱한 얼굴로 곧 들었던 손을 내리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료우타는 그런 모습을 스쳐 가듯 보고는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조선통신사가 반 시진 넘게 지나가고 나서야 동료들과 함께 요요즈 마을로 갔다.


동쪽으로 가모강을 건너 헤이안신궁을 지나 얼마를 더 가니 산 아래 요요즈 마을이 있었다.


마을을 조금 지나자 신사가 나왔다.


가는 동안 헤이안신궁과 천왕에 대해, 그리고 주변 지역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라나와 료우타 사이에 타이요우가 끼어들며 말을 거들었다.


그럴 때마다 료우타가 슬며시 뒤로 물러나 센 옆으로 갔다.


자주 놀러 온 것처럼 라나가 자연스럽게 신사 안으로 들어가 우물가에서 손을 씻고 줄을 당겨 종을 울리고는 합장하며 동전을 던졌다.


다른 동료들도 따라 했다.


료우타도 엉겁결에 합장하고 동전을 던졌다.


“그런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왜 감은 겁니까?”


“호호, 조상님께 날 보우하소서라고 기도드렸죠. 료우타님은 뭘 기도하셨나요?”


“저는 그냥 라나님 따라서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언제 눈을 떠야 할지 몰라···.”


“호호호, 재미있으신 분이네요.”


“뭐가 재미있는 분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눈만 감은 바보지!”


타이요우가 료우타를 놀렸다.


하지만 료우타는 사람 좋은 인상으로 웃었다.


그러자 모두 따라 웃었다.


타이요우도 그런 료우타를 보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늘 웃음을 선사하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떠들기를 좋아하던 센은 신사라 그런지 형들을 따라 조용히 킥킥거렸다.


“이곳은 우리가 청부를 의뢰받는 곳이랍니다. 누군가 청부를 의뢰하고 싶으면, 저기 동전통 안에 청부 의뢰를 넣고 올빼미 표식을 세우면 됩니다. 보름 후 난젠사의 암자에서 자시에 만나 청부를 정식으로 접수하고 착수금을 받음으로 청부가 이루어집니다.”


“어떤 의뢰가 들어오나요?”


“대부분 정보 수집이죠. 가끔 목숨을 원하기도 하고.”


“목숨이라고요? 와우!”


료우타가 놀라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외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놀라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좀 조용히 못 해. 우리 정체가 탄로 나잖아. 멍청하게 시리.”


타이요우의 질타에 미안한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료우타를 보고 라나가 안타까운 시선으로보다 타이요우를 째려보았다.


그녀 눈길에 타이요우가 내가 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로 내뺐다.


“앞으로는 청부를 받지 않아요. 이번이 마지막. 그래서 올빼미 표식을 이렇게 가져가는 거예요.”


“아! 코카와성 때문이죠. 마지막 청부가 뭘까요?”


올빼미 표식이 있는 천을 보며 물었다.


“오마찌로 돌아가면 아마 이야기를 듣게 될 거예요. 그때까지는 비밀입니다.”


오른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아 더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녀의 표정이 말해 주지 않을 것 같아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보통 때는 청부에 대한 모든 것이 교토의 오마찌를 통해 섬으로 전해지고 결정은 원로회에서 결정되었다.


타이요우가 오오즈 신사의 신관과 함께 걸어 나왔다.


“여기 신관님은 우리 섬의 일들을 도와주시고 계세요. 이곳은 지난날 이가닌자들의 은신처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길 잃은 닌자들이 많아 뜸하지만, 예전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었죠.”


료우타도 가볍게 신관과 인사를 나누고 일행과 함께 신사를 나왔다.


***


눈이 올 듯 어두운 먹구름이 섬을 덮고 있었다.


촌장의 거실에 많은 사람이 모여 회의를 했다.


“라나, 가서 료우타를 불러오거라.”


“아니, 촌장님! 청부회의에 료우타를 참석시키다니요?”


작은 오마찌 말에 동의 하듯,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마모루를 쳐다보았다.


“여러분! 우리의 운명은 앞으로 코카와성의 활약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소이다. 우리의 생존을 우리가 책임을 지고 싶지만, 이미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갈 것이오. 물론 전체적으로 사카야마와 타이요우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료우타를 함께 보내 달라고 했소. 표면적으로야 료우타의 무예 때문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코카와성이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책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만.”


마모루가 자신의 견해를 말하면서 얼핏 라나의 표정을 살폈다.


료우타 뿐만 아니라 라나도 성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가, 미안하구나! 우리가 힘이 없어 널 지키지 못했구나!”


“아니에요. 할아버지. 비록 보잘것없고 미약하지만, 섬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 하나로 만족해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구모베에 오라버니와 섬 식구들도 함께 들어가잖아요.”


라나가 마음속 괴로움을 숨기려 억지웃음을 웃었다.


그런 라나의 마음을 아는지 마모루가 안타까운 얼굴로 손녀딸을 바라보았다.


라나가 고개를 들다 마모루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오 원로가 마른침을 삼켰다.


참석자들이 마모루의 이야기에 놀라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물론 제 생각이 다 맞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 료우타를 우리 사람으로 키워야 할 것이오.”


평소와 다른 촌장의 말투와 비장한 얼굴에 원로들과 다른 참석자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한번 촌장을 힐긋 바라보고는 모두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촌장이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코카와성의 한 수겠지. 섬의 운명이 어찌 될꼬.’


입술을 굳게 다문 마모루를 보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촌장이며, 수석원로인 마모루의 말에 토를 달만 한 사람은 두 원로밖에 없었지만, 이미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두 원로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마모루가 주위를 둘러보며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중요 회의에 참여하여 맥락을 집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 라나, 앞으로 네가 료우타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어라!”


료우타가 거실로 들어가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료우타가 멋쩍은 표정으로 라나를 쳐다보았다.


“저쪽 자리에 앉게.”


촌장의 말에 라나의 앞자리로 가 앉았다.


회의 참석자로는 촌장과 두 원로, 작은 오마찌인 스스무, 그리고 타이요우와 구모베에, 라나가 둘러앉아 있었다.


보통의 청부회의 경우 원로들과 스스무, 그리고 사카야마가 참석했지만, 사카야마는 객주들을 둘러보러 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마모루가 이번 청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고 섬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판단에 주요 인물 외 몇 명을 더 참여시켰다.


“스스무! 청부 내용을 설명하게.”


촌장이 료우타를 한 번 보고는 스스무에게 말했다.


스스무도 료우타를 힐끔 바라다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청부는 사카이 거상들의 활동 내용을 수집해 달라는 것으로 특히 이마이 소큐와 리큐 거사에 대해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수집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청부를 받지 않을 것이오. 이번 건도 받지 않아야 하지만 어쩌면 이번 코카와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에 받아들이고 실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만.”


료우타는 촌장의 이번 결정과 관련된 것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후지마로 원로의 두 눈동자가 커지며 마모루를 바라보았다.


“아니 촌장! 코카와성과 관련이 있다니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말씀드리겠소이다. 어차피 코카와성의 일이라는 게 첩보활동이지요. 그 중심이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사카이 라는 것. 특히 상인들을 주시해야 할게요.”


“아! 그렇군요. 그러면 촌장님은 누가 의뢰를 한 것인지 아신다는 말씀입니까?”


“이런, 너무 앞서 가지는 마시게.”


스스무가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두 원로도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코카와성과 관련하여 많은 결정이 자신들의 손을 떠나고 있음을 느꼈다.


“난젠사로는 누굴 보낼까요?”


“청부 승낙은 라나가, 그 뒤는 신조를 붙이고 특별히 사카야마가 돌아오면 그 의뢰자를 엄밀히 미행하도록 하게.”


참석자들 모두 놀라 촌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청부 의뢰자를 미행하다니요. 그것은 닌자 법에 어긋나는 것이오. 또한 의뢰인에 대한 신뢰의 문제요. 만약 들통이 나게 되면, 우리 일에 치명적이오. 나는 반대요.”


후지마로 원로가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후지마로 원로님의 말이 맞습니다. 제고해 주십시오. 촌장님.”


스스무가 벌떡 일어나 후지마로 원로를 거들고 나섰다.


다른 참석자들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스오 원로만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거실의 공기가 냉랭해졌다.


료우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촌장과 원로들을 둘러보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라나와 눈이 마주쳤다.


라나가 살짝 웃으며 눈빛으로 걱정하지 말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신뢰보다 섬의 생존이 우선. 그깟 닌자 법이 무에 중요하단 말이오.”


눈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마모루의 서설에 참석자들을 서로 눈치만 보았다.


후지마로 원로는 화를 참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사카야마에게 맡기는 것이오. 이번이 청부의 마지막! 앞으로 우리는 청부가 아닌 코카와성의 협력관계로 가야 하니 모두 그런 줄 알고 따라 주시오.”


스스무가 후지마로 원로를 따라 목소리를 높였으나 촌장의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말에 몸을 움찔하고는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두 원로가 입을 다물고 침묵하자 스스무도 더 이상 거론할 수가 없었다.


“아! 참, 앞으로 사카이의 객주는 별도로 운영될 것이오. 우리의 활동과 별개로 섬과 더불어 순전히 먹고 살 일만 할 것이오. 이는 두 원로 분과 협의 된 것은 물론 코카와성과도 협의 된 내용이니 그렇게 알고 스스무는 아래 조직에 전파를 하시게.”



청부회의가 있기 전 촌장이 원로회의를 소집했다.


코카와성에서 제시한 조건들에 대해 원로들과 격하게 토론했다.


세 사람이 갑론을박하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결국 다른 좋은 묘안이 없었기에 코카와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코카와성의 조건 중 우선적으로 닌자 20명과 함께 구모베에를 우두머리로 보내기로 했다.


첩보활동 관련해서는 타이요우를, 료우타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료우타에게 기본적인 닌자기술을 가르쳐 앞날을 도모할 수 있도록 결정이 났다.


라나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두 원로가 간섭할 수 없는 가족의 일이었다.


물론 섬의 안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보니 전적으로 촌장에게 맡긴 것이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도시에 있는 객주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스스무가 촌장과 원로들을 쳐다보았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객주가 사카이 객주 아래 움직이게 될 게야. 다만, 첩보활동은 교토와 오사카의 별채가 중심이 되어야 하네. 또한 모든 객주와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하고, 앞으로 코카와성의 일을 함에 있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으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섬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먹고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카이의 객주를 분리하는 것이야. 특히 스스무 자네의 역할이 중요하다네.”


“네···? 네, 촌장님!”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작은 오마찌가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원로는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촌장의 말만을 듣고 있었다.


료우타가 무슨 말인지 몰라 촌장과 스스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라나를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라나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주라쿠성.png

주라쿠대

성채와 같다하여 주라쿠성이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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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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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선의 바다 1 22.06.18 50 0 10쪽
79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2 22.06.17 52 0 10쪽
78 통신사를 따라 일본으로 1 22.06.17 55 0 9쪽
77 풍전등화 2 22.06.16 55 0 9쪽
76 풍전등화 1 22.06.16 54 0 10쪽
75 비싼 목숨 값 22.06.15 56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1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6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5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1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1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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