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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4,488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작성
22.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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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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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날이 밝자 오사카에서 동원령 소식이 전해져 왔다.


태합 히데요시가 전국 다이묘들에게 각자의 분량대로 군사와 배를 가지고 나고야성으로 모이도록 최종 명령을 한 것이다.


다이묘와 백성들 모두가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태합의 명령이 떨어지자 당황했다.


서로 친분이 있는 다이묘들은 연락을 취하며 당혹감을 공유했으며, 백성들은 눈치를 보며 전장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다이묘들과 백성들의 염려와 두려움으로 어수선한 정국과 달리 오사카성의 태합 히데요시는 꽃 피는 봄, 춘삼월의 아름다운 조선의 산과 들을 상상하며, 나고야항 출항 일자를 잡았다.


주라쿠성에 다녀온 다카도라 성주는 새 관백을 대신해서 주군의 군사 수천과 코카와성의 군사들을 이끌고 수군으로 전쟁에 참여하도록 명을 받았다.


다카도라 성주 저택에서 나온 료우타가 사시가 지날 무렵 만물상으로 들어갔다.


상점 뒤 불에 탄 별채 자리에 다시 공사가 한창이었다.


추운 겨울이라 여러 곳에 화톳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인부들에게 작업 지시를 하고 쉬고 있던 스스무가 상점으로 들어오는 료우타를 보고는 놀라면서도 반겨 주었다.


“아니, 여긴 어쩐 일인가? 곧 나고야로 떠난다고 들었는데.”


“네, 잠시 성주님 일행과 주라쿠성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큰 오마찌님의 일은 안 됐습니다.”


따뜻한 차를 따라 주며 료우타를 돌아보았다.


“닌자의 삶은 어두운 곳, 아니 그림자 인생이지. 그림자 인생에는 삶이 없다고 봐야 해. 그저 임무 완수뿐. 우리에게는 가족도 때로는 동료도 수단일 뿐이야.”


말을 하는 스스무의 얼굴에 얼핏 회한이 보였다.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닌자라고 할 수 없다. 자네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닌자의 삶을 살아야 할 거야.”


담담하게 말하는 스스무를 보며 다시 한번 닌자들의 생리와 존재 이유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져 왔다.


공사장을 보는 척하며, 몰래 한숨을 쉬었다.


“반격해 오지 않을까요?”


한참 생각하던 료우타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걱정하지 말게. 지난번 일로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야. 서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지. 전쟁 직전이라 수도권 경비가 강화되고 있으니 닌자 무리의 활동이 위축될 거고. 그러면 한시름 놓을 수 있어.”


“그래도, 신조님과 오마찌님의 진짜 복수를 해야죠.”


료우타를 보며 살짝 웃었다.


“참, 오마찌님이 손에 수리검을 쥐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새삼스럽다며, 료우타를 쳐다보았다.


“괜히 아픈 일을 꺼내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 죄송할 것까지야 없고, 그래, 이상한 점이라니.”


“오마찌님을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시 해 주십시오. 그러면 이상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갸웃하며, 스스무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 뭐가 이상한지 말해 보게.”


목이 타는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바람이 부는지 창이 들썩거렸다.


스스무가 빈 잔에 다시 차를 따르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로 올라왔다.


“그게, 수리검이 분명 우리 섬에서 만든 것이 맞습니까?”


“그렇다네, 여러 사람이 확인했네.”


“쇼타님은 행방불명이죠.”


“······.”


“그날 살아남은 사람은 두 사람, 즉 고로오님과 우가이님이죠?”


“······.”


“행방불명된 쇼타님은 아이루를 감시하다 급히 오마찌로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너무 서두가 길군!”


하나하나 확인하는 료우타의 말을 듣다 본론을 이야기하라는 뜻으로 채족했다.


말속에 별로 건질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이상한 점을 말해 보겠습니다. 칸님이 수리검을 가지고 계시나요?”


“기습한 적과 싸우기 위해 챙겼을 것이야.”


“평소에 품에 가지고 다니지도 않고 기습당했는데 수리검을 챙겨서 싸웠다? 이상하잖아요.”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할 수도 있지만······.”


“굳이 독이 묻은 수리검을 손에 쥘 이유가 없습니다. 배에 난 상처가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료우타의 의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수리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것은?”


“저 또한 지금 스스무님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는 분명 칸님은 적의 칼에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그 증거로는 한 손에는 상대의 찢어진 옷을, 다른 손엔 수리검을 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무의 얼굴색이 조금 변하였지만, 곧 평온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도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특별한 게 아니군!”


관심을 보이던 스스무가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려 열린 창문으로 별채의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등에 난 칼자국은 적의 칼에 베인 것이겠죠.”


스스무가 다른데 신경을 써도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칸님은 일반 닌자의 칼이 아닌 단도에 배를 찔렸습니다. 적과의 싸움에서 그것도 단도로 근접전에 의해 죽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수리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


살짝 고개를 돌려 말은 하지 않고 료우타를 바라보기만 했다.


“제 생각에는······.”


말을 하다 멈추고 스스무를 쳐다봤다.


료우타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스스무가 자신을 보는 료우타를 보고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배신입니다.”


“배, 배신이라니? 정말 우리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인가?”


배신이라는 말에, 몸을 급히 료우타에게로 돌렸다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도 귀를 세우며 눈동자를 빛내며 쳐다보았다.


“네. 칸님이 혹여 수리검을 품에 가지고 계셨더라도 그것을 이용해 죽음 직전에 독이 묻은 수리검으로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수리검을 손에 꽉 쥐고 죽었다는 것은 칸님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알리려고 한 것이라 봅니다.”


“······.”


료우타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숨을 고른 료우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내부의 소행이라면, ·····행방불명된 쇼타님 일 가능성이 큽니다.”


너무 놀라 료우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설마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 부정하려는 표정이었다.


“참, 사카야마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료우타의 추측에 놀라움과 황당함에 멍한 표정으로 있던 스스무가 그제야 신음을 뱉었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어디 안 좋은 데라도.”


“그게, 자네가 들어오기 이 각 전에 나찰 골짜기로 달려갔네. 우가이로부터 고마쓰 골짜기에서 나온 자를 미행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었어.”


“함정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


나찰 골짜기로 달렸다.


반 시진이 못되어 나찰 골짜기 입구에 다다라 주변을 살피며 흔적을 찾아 움직였다.


살짝 얼려있는 땅에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의 발자국 흔적이 있었다.


흔적을 찾자 빠른 걸음으로 흔적을 따라 좀 더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사카야마님!”


멀리 나무 뒤에서 우가이가 불렀다.


“토끼는?”


달려 온 사카야마가 우가이 옆으로 숨어들며 물었다.


“저기 보이는 암자로 들어갔습니다.”


“따르는 게닌들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없었다고? 좀 이상하군!”


오마찌 별채가 공격당한 뒤 사카야마가 게닌 둘에게 고마쓰 골짜기를 감시하도록 시켰다.


별채를 공격한 자들의 흔적을 쫓다 보니 고마쓰 골짜기까지 가게 된 것이다.


지난날 청부의뢰자들의 흔적과 비슷하여 감시하도록 했는데, 오늘 누군가가 고마쓰 골짜기 저택을 들렀다가 나찰 골짜기로 들어가는 것을 알려왔다.


사카야마가 빠른 걸음으로 암자가 있는 골짜기 안으로 달렸다.


그 뒤를 우가이가 따라가며 뒤를 살폈다.


사철나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암자 주변을 살폈다.


폐허가 된 지 오래되었는지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지붕 한쪽이 허물어져 있었다.


최대한 암자 가까이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나무 사이를 지나 쓰러지다 만 암자의 울타리 문 옆에 몸을 숨겼다.


“······.”


암자 안을 여러 번 살펴보는 사카야마 옆으로 우가이가 다가왔다.


“어떻습니까?”


“느낌이 별로야. 그자의 모습이 어땠나?”


“복면의 사내들이 각각 고마쓰 저택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후 나왔습니다. 다른 복면들은 함께 움직였는데, 암자로 들어간 자만 홀로 움직여 제가 미행했습니다. 골짜기를 나왔을 때는 삿갓을 쓴 나이 든 상인 차림이었는데 겐닌사에서 평복으로 변복했습니다. 가까이 접근이 어려워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음, 좀 더 가까이 가보세.”


사카야마와 우가이가 울타리를 따라 뒤로 돌아서 암자의 덧문 가까이 다가갔다.


암자 안이 조용했다.


우가이가 부엌과 다른 곳을 훑어보았다.


“부엌이나 헛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뭔가 께름칙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 안에 있는 것 같은데, 기습하면 어떨까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를 달려들어 가 문을 박찼다.


방안을 본 사카야마가 멈칫하며 서서 방안 여기저기를 살폈다.


뒤를 따라온 우가이도 방안을 보고 당황했다.


“아, 아무도 없는데요.”


우가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안 둘러보았다.


“확실히 여기로 들어간 것이 맞나?”


“네. 암자로 들어간 지 이 각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혹, 뒤로 빠져나간 것이 아닐까?”


“글쎄요. 큰 나무 위에서 감시했기 때문에·····.”


“느낌이·····.”


“네?”


“아닐세.”


두 사람이 당황한 얼굴로 암자 마당으로 나왔다.


“날 찾는가?”


복면의 사내가 암자 마당 앞에 서 있는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


복면이 나타나자 담담하게 웃으며 상대를 바라보았지만, 기분은 별로였다.


“후후, 정말 나타났어. 어린 네 놈은 사카야마!”


‘설마 했는데···. 역시, 내 이름까지 알고 있다.’


우가이가 놀라 뒤로 주춤 한 발짝 물러났다.


“왜 그렇게 놀라나. 모두 불 속으로 보내지 못한 게 아쉽군.”


“뭐라? 우리의 둥지를 습격한 자가 너로구나! 우가이, 뒤로 물러나.”


분노로 복면을 노려보며 수리검을 던졌다.


가볍게 수리검을 피한 복면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암자 주변의 숲에서 복면한 닌자들이 달려 나왔다.


그들을 보며 당황한 우가이가 사카야마를 힐긋 쳐다보았다.


“함정이다.”


사카야마가 자신을 노려보자 우가이가 더 당황하여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하하, 순순히 칼을 버려라.”


복면이, 아니 우두머리가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자신들을 포위하며 다가오는 게닌들을 살폈다.


그러다 뒤에 있는 우가이와 눈이 마주쳤다.


우가이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칼을 높이 들며 우두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우두머리가 자신의 게닌들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앞을 막는 닌자들을 칼로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를 유심히 보고 있던 우두머리가 게닌들이 위험하여지자 앞으로 나와 사카야마의 칼을 받아 냈다.


‘주조?’


우두머리의 칼을 받아 내며 복면 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지난 다라오에서 붙은 주조라는 느낌이 강하게 올라왔다.


‘주조가 왜 고마쓰 골짜기에서······.’


잠시 상대가 누굴까 생각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주조가 칼을 던져왔다.


반 박자 늦게 칼을 받아 내다보니 어깨에 살짝 상처가 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조를 향해 달렸다.


두 사람의 칼이 여기저기에서 맞부딪쳤다.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주조의 게닌들이 우가이를 공격했다.


사카야마의 칼이 다시 한번 상대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주조가 칼을 빗겨 치며 날아올랐다.


놀라 옆으로 피하며 돌아서서 주조를 노려보았다.


사카야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조? 가 아니다.’


지난 다라오에서 맞부딪쳤던 주조와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혹시 지난 고마쓰 골짜기에서 싸웠던 놈일까?’


힘겹게 싸우고 있는 우가이가 눈에 들어왔다.


놈의 게닌들의 공격 수법이 익숙지 않았다.


“왜 그렇게 서 있는가? 자신이 없나보구나!”


“하하하, 지난번보다 실력이 좀 늘었군. 주조!”


복면이 주조라는 소리에 놀랐는지 복면 안에서 눈동자가 빛났다.


‘역시! 주조가 아니다.’


“하하하, 감히 날 평가하려 하다니, 주제를 모르는 놈이로다.”


말을 주고받으며 우가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게닌들의 공격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냥 두면 위험할 것 같았다.


“뭐라? 좋다. 제대로 붙어보자!”


가짜 주조를 향해 칼을 찔러 나갔다.


상대가 움찔하며 옆으로 피하자 그대로 달려 우가이를 공격하고 있던 닌자들을 베며 그 옆에 붙었다.


힘에 겨운 우가이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보였다.


옆에 온 사카야마를 보며 신호를 보내고는 손을 품으로 넣었다.


“쨍그랑!”


표창이 우가이를 향해 날아오자 사카야마가 칼로 쳐냈다.


지난번 사카야마와의 싸움에서 연기 화약으로 당한 것을 생각한 가짜 주조가 품으로 손을 넣고 있는 우가이를 향해 급히 표창을 던진 것이다.


“역시, 그놈들인가?”


갑자기 화약이 터졌다.


연기가 자욱한 공간을 헤쳐 나와 달렸다.


“저쪽이다. 쫓아라.”


연기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닌자들을 뒤로하고 나찰 골짜기 아래로 내달리며 뒤를 힐긋 돌아보았다.


우가이는 보이지 않고 반 리 뒤에 십여 명의 닌자들이 뒤쫓아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많은 적과 싸우기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이라 어쩔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우가이가 걱정이 되었다.


“산개해서 포위망을 구축해. 독 안에 든 쥐다.”


우가이를 버리고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한참을 달려 골짜기 아래 억새밭을 내달리고 있을 때 검은 복장의 닌자 여러 명이 앞을 막았다.


미리 도망갈 길에 복병을 둔 것이리라.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복면들을 향해 칼을 높이 들고 날아올랐다.


그 순간, 앞에 있던 닌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놀라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옆의 동료들이 쓰러지자 놀라 뒤돌아보던 자도 앞으로 꼬꾸라졌다.


등에 작은 화살이 꽂혀 있었다.


"사카야마님!"


골짜기 아래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료우타!”


료우타가 손에 활을 들고 달려왔다.


그 뒤로 스스무가 보였다.


근처까지 달려 온 료우타가 활을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뒤를 보니 이십여 간이 안 되는 거리에 닌자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료우타의 화살에 여러 명의 닌자가 풀숲으로 사라졌다.


사카야마가 달려오던 길을 되돌아 달려드는 닌자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료우타도 활을 놓고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내달렸다.


사카야마와 료우타, 조금 뒤에 달려 온 스스무가 적의 게닌들을 베어나갔다.


료우타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닌자를 죽이고 주변을 살폈다.


마른 억새가 바람에 흔들릴 뿐 주변이 조용해졌다.


세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료우타가 사카야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사카야마가 가짜 주조을 찾았지만 세 사람 외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괜찮네. 그런데 어떻게 알고······.”


“그게, 그런데 혼자 상대하셨습니까? 우가이님은요?”


“우가이와 같이 있지 않았나?”


료우타의 말을 이어 스스무도 의아한 듯 물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묘했다.


우가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사카야마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적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우가이가 연막을 터트려 그 순간 저는 빠져나왔습니다만······.”


“그럼 그곳으로 빨리 가 보세!”


스스무가 사카야마를 앞세우고 암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가는 동안 적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암자까지 달려왔지만 우가이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적들도 없었다. 사체들과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찾아보았지만 우가이의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체도 없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사카야마가 계속 주변으로 눈길을 주며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 상대는 누구였나? 얼굴은 봤나? 아니, 만났나?”


사카야마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스스무가 질문을 퍼부었다.


“주조였습니다. 아니 주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다라오 때의 주조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때는 물론 세 사람이 주조를 공격했지만, 이번 주조의 칼은 그때와 달랐습니다. 더 날카롭고 까다로웠습니다. 주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카야마가 지난 고마쓰 골짜기에서 싸운 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주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 그리고 표창!


스스무와 료우타가 놀라 어안이 벙벙한지 눈만 멀뚱멀뚱 뜬 채로 사카야마를 바라보았다.


“네, 상대의 칼을 받아 보고는 다라오 때의 주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칼이 부딪칠수록 주조의 칼이 아니란 생각이 든 것입니다. 보통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그자가 별채 습격 사건을 입에 올린 것도 그렇고, 칼이 그때의 칼이 아니라 헷갈립니다. 아니면, 헷갈리게 하기 위한 주조의 복안일지도 모르고요.”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군. 별채 건도 그렇고 주조 무리거나 아니면 다른, 또 다른 무리라고 봐야 하는 거라면······.”


“네, 우가이에 의하면, 그들이 고마쓰 골짜기에서 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여기로 저를 유인한 것으로 보면 우리가 저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아마 지금 어딘가에서 우릴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서, 여길 피하세.”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그게, 여기 료우타가 우리 내부에 적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이번 일이 함정이라 여기고 달려왔네.”


“네? 내부의 적이라뇨?”


“자네도 함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우가이가 첩자가 아닐까?”


“우가이가요? 설마요? 아니, 그래서 우가이가 사라진 것일까요?”


“잠깐만요.”


사카야마를 보고 있던 료우타가 조용히 활에 대나무를 걸었다.


처음에는 료우타가 뭘 하려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사카야마가 료우타의 눈빛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활을 들자마자 사카야마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사카야마 머리 위를 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 사람이 몸을 낮추며 화살이 날아간 방향으로 주시했다.


그들이 본 곳에 누군가가 숲속으로 그림자를 황급히 숨겼다.


그 주변 위로 새들이 푸드득 거리며 날아올랐다.


“누굴까요? 우가이? 아니면?”


료우타의 말에 사카야마가 사라진 그림자를 눈으로 뒤쫓으며, 중얼거렸다.


세 사람은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아무도 말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일각(15분)이 지나도록 주변이 조용하여지자 세 사람은 있던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오마찌로 돌아온 세 사람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로 심각하게 논의했다.


“설마 우가이가···.”


사카야마가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황이 배신자를 우가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순간 위험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피했을 수도 있고, 멀리 도망을 가다 피살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사카야마의 말이 빨라졌다.


잠시 거실에 정적이 흘렀다.


모두 사카야마와 같은 생각에 무거워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쇼타도, 우가이도 사라졌어.’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료우타가 깊이 생각에 잠겨 들었다.


해가 서산으로 졌는지 창가가 어두워졌다.


스스무가 일어나 등불에 불을 붙였다.


그의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던 료우타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아니, 료우타. 지금 뭐라고 했나?”


“예, 생각을 다시 해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스스무가 답답하다는 듯 사카야마를 본 뒤 료우타를 돌아보았다.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지만 답답한 구석이 있어서요.”


“답답한 구석이라니, 어서 말 해 보게.”


료우타를 재촉했다.


사카야마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음, 오마찌 칸님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가이님이 사라졌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배신자일 수도 있고요.”


“그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죠. 하지만, 스스무님도 알다시피 처음 저는 쇼타님이 배신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가이님이 배신자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여기 우리 모두 가요.”


두 사람을 쳐다본 료우타, 잠시 흔들리는 등잔불을 바라본 후 눈길을 거둬 다시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쇼타님도 사라졌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


사카야마와 스스무가 동시에 탄식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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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비싼 목숨 값 22.06.15 57 0 10쪽
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2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8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5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7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8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2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5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6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60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2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8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4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8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1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6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6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2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4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1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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