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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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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6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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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9

작성
22.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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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카오루 부인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료우타, 구모베에님이 찾으시니 가봐!”


어느 날 료우타와 라나가 차를 마시고 있는데 타이요우가 들어와 료우타를 장지문 밖으로 밀어냈다.


타이요우가 라나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복도를 걸어 나와 구모베에가 있는 곳으로 갔다.


“료우타, 곧 간토 지방으로 가야 할 것 같네. 교토에 계신 성주님이 히데츠구공과 같이 오슈의 반란군을 진압하러 출발할 거야.”


“그런데 반란은 누가 일으킨 것입니까?”


“지난해부터 오슈지방에서 다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는군. 새로운 영주의 통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곳의 무사들이 계속 소요를 일으켰는데, 진압되었다가 또 다른 자들이 들고일어나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하는군.”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럼 반란군을 이끄는 자는 누구입니까?”


“지금은 관백 전하한테 오슈지방을 잃은 카사이씨와 오사키씨라고 하더군. 장기간에 걸쳐 봉기가 진행되다 보니 명나라 정벌을 코앞에 둔 관백 전하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거지. 그래서 히데츠구공에게 군사를 내어 주어 정벌하도록 명령을 내린 거지."


"반란군이 제법 규모가 큰가 봅니다. 히데츠구공이 나설 정도라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는데, 아마도 지속적인 봉기가 일어나기 때문에 명나라 정벌을 앞두고 확실하게 잠재우려 하는 걸 거야."


"대군이 움직이면 바로 진압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문제의 핵심은 반란군들이 다테 마사무네의 가신들이었다는 것. 우리 측 정보에도. 물론 누군가 반란군에 보낸 마사무네의 수결을 고발했지만, 오사카로 올라 온 마사무네가 자신의 결백을 소명해 누명을 벗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봉기가 장기화 되는 것도 마사무네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네. 복잡한 구도라 그 진상을 밝히는 게 주목적이 될 수도, ······성주님도 참여하게 되어 며칠 후면 간토로 출발할 거야. 나는 타이요우와 함께 게닌들을 이끌고 전쟁에 참여할 테니 자네는 타이요우 대신 이곳에서 교토에서 오는 정보들을 모아 주게나.”


“복잡하네요. 그런데 타이요우님도 가신다고요?”


“본인이 꼭 가고 싶다고 청을 넣어서 그렇게 되었네. 남은 자네가 잘 처리해야 할 거야.”



방 안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가 카오루 부인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키지 않은 마음이라 그런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혼마루 어전으로 들어가면 복도를 따라 여러 방이 있었다.


나란히 있는 방 세 개를 지나서 왼쪽으로 돌아가니 시녀가 장지문을 열어 주었다.


료우타가 방안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곳은 카오루 부인의 방으로 이미 유키와 라나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리 와서 여기 앉아요. 우리 함께 차를 마시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오.”


카오루 부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 앉았다.


공교롭게도 그 자리는 부인의 맞은편이었다.


부인 왼편으로 유키가, 오른편으로는 라나가 앉아 있었다.


시녀가 차를 따라 주며 료우타를 힐끔 쳐다보았다.


찻잔을 살며시 들어 한 모금 입 안으로 넣자 떫은맛이 온 혀끝으로 전해 왔다. 몇 번을 마셔도 익숙지 않은 맛에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펴졌다.


일본 전역에 다도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지만, 료우타는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차는 익숙지 않은가 봐요. 이 다과도 좀 들여요.”


부인이 다정한 눈빛으로 다과를 권했다.


반 시진 동안 부인의 잡담이 이어졌다. 세 사람은 가만히 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사를 했다.


간혹 유키가 대꾸를 할 뿐이었다.


다카도라 성주가 어떻게 출세했는지를 자랑스럽게 펼쳐 놓았으며, 자신의 취미 이야기도 했다.


물론 자신이 정실부인은 아니지만, 지금은 교토에 가 있는 정실부인을 대신해서 이곳의 정실부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힘을 은근히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며 서러운 눈빛으로 라나를 노려보기도 하고, 또 료우타를 향해 애절한 눈빛도 보냈다.


요즘은 즐거운 일들이 별로 없다면서 좋은 꺼리나 이야기가 있으면 해달라고 했다.


“참, 모레 간토로 간다고 들었어요. 성주님 잘 보필해 주세요.”


“간토는 구모베에와 동료들이 가고 저는 성에 남기로 했습니다. 마님.”


부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 그래요.”


부인이 창 너머 웃음 가득한 얼굴로 키노강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차를 손에 들고 마시며, 어색한 분위기를 녹였다.


키노강 하늘 높이 새 떼가 산 능선으로 날아갔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 이각 쯤 지나자 부인이 따분한지 하품하며, 모두 물러가라며 손짓을 했다.


료우타도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려 했다.


“아! 료우타는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 가면 좋을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료우타가 당황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힐끔 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키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 섞인 표정으로 나갔다.


라나와도 눈이 마주쳤지만, 눈을 다다미로 향하며 고개를 돌렸다.


시녀도 물러가고 방에는 단지 부인과 료우타만이 앉아 있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료우타의 눈길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인이 사방침에 살며시 기대어 반쯤 누운 자세를 취하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료우타를 바라봤다.


부인이 사방침에 기댈 때, 갈라진 옷 사이로 허벅지가 드러났다.


서른두 살의 그녀는 어린 여자 못지않게 탱탱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부인의 움직임에 당황하여 잠시 고개를 돌렸던 료우타, 발그레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하얀 허벅지로 갔다.


그런 자신에게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부인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창 너머로 돌렸다.


귀뿐만 아니라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리로 와서 어깨 좀 주물러 줄래요.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어깨가 결리는군요.”


료우타는 난처했다.


그녀가 아무리 성주의 부인이라고는 하지만 여자였다.


남자 장님들이 가끔 아녀자들의 안마를 한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성 아랫사람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듣지 못했다.


그렇게 당황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일어나 료우타 곁으로 다가왔다. 뒤로 주춤 했지만 곧 그녀의 손이 어깨에 닿았다.


부드러운 감촉에 온몸이 움찔했다.


‘내가 왜 이러지?’


당황하면서도 어찌하지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가만히 있었다.


“료우타! 많이 긴장이 되나 봐요. 호호호. 자 이렇게 나도 어깨를 주물러 줘요.”


그녀가 료우타 어깨를 주물러 묘한 분위기가 되자, 아니 거듭된 권유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못하고 일어나 그녀 뒤로 가 눈을 질끈 감소는 어깨를 주물렀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으로 방안이 후끈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점점 몸을 옆으로 뉘었다.


어깨를 주무르기가 불편한 자세가 되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젠 다리를 좀 주물러 줘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료우타의 손을 붙들고 자신의 허벅지에 가져갔다.


“마, 마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놀란 료우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손을 빼려고 하자 그녀가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료우타가 그녀의 허벅지로 넘어질 뻔했다.


너무도 당황한 료우타가 자세를 바로 하고는 힐끔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이 이글거렸다.


더 이상 그녀의 눈길을 마주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더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손가락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주물렀다.


얇은 천 아래 따뜻한 살결이 느껴졌다.


옷이 부드러운 것인지 그녀의 허벅지가 부드러운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계속된 그녀의 채근에 위아래로 주무르며 차마 그녀의 야릇한 눈과 뽀얀 살결을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들어 붉게 물들고 있는 창 너머 하늘을 쳐다보았다.


료우타의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가는 입술이 점점 벌어졌으며, 약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고개를 돌리고 창밖으로 모든 감각을 던져 버리려 노력했지만, 손끝에 전해져 오는 여인의 부드러운 살결과 작은 비음은 점점 멀어져 간 의식을 불러오고 있었다.


창끝에서 바동거리던 의식이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야릇한 비음에 온몸을 떨었다.


“저, 칸베에 부관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만 나가봐야겠습니다.”


료우타는 엉거주춤 일어나 고개를 급히 숙이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녀가 황급히 나가는 료우타를 보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얼굴이 달아오른 료우타가 밖으로 나오자 내전 입구의 경비병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그들의 눈길을 뒤로 하고 정원을 가로질러 황급히 숙소로 돌아와 가부좌하고 앉아 숨을 골랐다.


자꾸만 조금 전의 일들이 떠올라 두근거리는 심장과 숨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어떻게든 떨쳐버리려 닌자수업 때 배운 기술들을 머리에 복기했다.


“료우타님?”


조금씩 숨을 고르고 있는데 복도 마루를 따라 걸어 온 발걸음이 료우타의 방 장지문 앞에서 멈추었다.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장지문이 열리고 유키가 웃으며 들어 왔다.


겨우 진정된 호흡이 다시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묘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유키를 보며 다시 얼굴이 달아올라 오자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왜 이러지. 진정해야 해.’


“어, 어쩐 일이십니까?”


“왜 그렇게 딱딱하세요. 쳇, 내가 뭐 못 올 곳을 왔나요? 어머니 방에서 무슨 얘기 하셨어요?”


그녀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비꼬는 투로 료우타를 바라보며 옆에 바싹 다가와 앉았다.


“어때요? 제가 어머니보다 훨씬 어리고 예쁘지 않나요?”


왼쪽 어깨가 드러난 몸을 료우타가 보란 듯 내밀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유키히메님은 아직 어립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십시오.”


“제 나이가 어때서요. 이제 사랑할 나이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보다 못한가요?”


쩔쩔매는 표정이 역력한 료우타를 보며 즐기는 듯, 그녀는 일어나 부드러운 손길로 료우타의 얼굴을 만지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다음엔 멋진 모습 기대할게요.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물러갈게요.”


그녀는 코맹맹이 소리로 웃으며, 농을 던지고는 밖으로 나갔다.


료우타가 얼마 되지 않아 내전에서 나오자 안도하며 료우타를 보러 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확신하고는 돌아갔다.


그녀의 돌아간다 말에 한숨을 돌린 료우타는 그녀가 사라진 방문을 보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달그림자가 창으로 들어와 뒤척이는 료우타를 비추었다.


기이한 자신의 운명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혼란스럽기만 한데, 코카와성의 두 여인으로 인해 더더욱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했다.


두 여인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할수록 라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한심했다.


코카와성으로 오면서 자신의 과거는 당분간 저 아래 묻어 두고 자신을 인정해 주는 부관과 섬사람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했지만, 세상은 료우타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


칸베에가 교토에서 돌아와 병사들을 소집했다.


모든 무사와 병사들이 조카마치 옆 넓은 들판에 모여 훈련을 받았다.


대략 오백 명 이상 되는 군사들이었다.


며칠을 칸베에 부관의 주도로 훈련이 계속되었다.


타이요우도 섬 동료들과 훈련에 참여해 열심이었다.


하지만 오사카에서 급한 기별이 와 훈련 도중 오사카로 갔다.


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훈련장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떤 훈련을 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봤다.


장군기에 따라 진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공격과 방어 훈련을 하고 난 뒤 기마무사들의 활용과 철포를 든 아시가루의 체계적인 훈련이 반복적으로 진행되었다.


칸베에 부관이 군사들을 혹독하게 다루자 무사들과 아시가루들이 헉헉거리며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진 운영을 끝냈는지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앉자 물을 마시거나 뒤로 누웠다.


다시 훈련 신호가 내려지자 군사들이 재빠르게 정렬했다.


똑같은 훈련을 몇 번이나 계속하자 병사들이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체력이 형편없다며 잠시라도 휴식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무성한 풀밭 사이에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던 병사들은 휴식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탄식하며 쓰러져 쉬었다.


식사를 마친 병사들이 오전과 같이 훈련을 반복했다.


훈련이 힘든지 병사들이 헉헉거리다 못해 토하는 자도 있었다.


훈련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은 뒤처지는 아시가루들을 다독이며 훈련을 독려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까지 반복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던 칸베에가 만족한 얼굴로 휴식을 명했다.


병사들은 훈련받던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제각각 휴식을 취하면서 투덜거리거나 농을 주고받는 병사들도 있었다.


반에 반 시진이 지나자 모든 병사가 지휘관 앞에 모여 맨땅에 앉았다.


쉬고 있는 군사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외쳤다.


“자신의 담력이나 무예를 뽐내고 싶은 자 앞으로 나와라.”


힘들게 훈련한 병사들을 위로하고 또 사기를 높이기 위해 출세의 기회를 주고자 대결을 명령했다.


특히 일반 병사들은 이러한 기마무사나 일반 무사들에게 대련을 신청하여 실력을 인정받으면 녹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하급 무사의 경우 중급 무사로, 일반 아시가루의 경우는 하급무사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성주나 군사의 허가를 얻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낭인 무사들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결 기회를 이용하여 작지만, 녹봉을 받는 소속 무사로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함으로 인재를 등용하고 또한 훈련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기도 하여 성주들은 자주 이러한 기회를 제공했다.


하급무사들의 대련이 있었다. 이후 아시가루에게 기회가 주어져 십여 명의 병사들이 나와 하급무사와 겨루었지만 모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근래에 대부분의 아시가루들은 창이나 칼이 아닌 철포를 운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무예는 형편없었다.


일반무사들의 대련이 시작되었지만, 대련을 신청한 하급무사가 별로 없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실력 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쉽게 대련을 신청하는 병사나 무사가 없었다.


“올해는 눈에 띄는 무사나 낭인이 없어!”


푸념하듯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멀리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던 료우타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훑었다.


병사들이 부관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훈련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는데, 죠유지가 말을 타고 나오며 칸베에 부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평소 무예수련에 열심이었던 죠유지가 말을 타고 나오며 대련하려 하자 칸베에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일급 기마무사들은 대련을 거의 하지 않기에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래 직급의 무사들이 대련을 신청할 때만 거절하거나 응할 수 있다.


물론 상급무사가 하급무사의 대련을 거절하면 비겁자로 낙인찍히며, 무사로서 자격이 없다하여 배척당했다.


죠유지가 스스로 대련을 위해 앞으로 나왔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였다.


상대가 없었다.


아래 무사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기에 자신의 상관인 칸베에를 지목하여야 한다.


죠유지의 행동에 모두가 궁금한 듯 시선이 칸베에게 집중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이 수군거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알 수 없는 죠유지의 표정을 본 칸베에는,


“죠유지, 무엇 때문에 대련하려 하는가? 자네의 상대가 없지 않은가? 혹 나와 대련하고 싶은 것인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부관님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 오늘 저의 상대는 저기 있는 자입니다.”


모두가 죠유지의 열 자가 넘는 열십자형 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창끝이 향한 곳은 훈련장 근처에 서 있는 료우타였다.


창끝이 자신을 향하자 료우타는 당황했다.


지난 번 섬에서 겨루어 보았기에 그 실력이 만만찮았다.


죠유지의 결의에 찬 표정은 그때 결판 짓지 못한 대결을 오늘 하려는 듯 비장한 모습이었다.


칸베에가 료우타와 죠유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죠유지가 닌자출신인 료우타를 지명한 것을 보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장에 갑자기 침묵이 찾아왔다.


‘음, 지난 결투에서 승부를 내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일까? 만에 하나 진다면, 이 많은 무사와 병사들이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하려고···, 물론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대결이 될 텐데.’


“이보게. 료우타. 괜찮겠는가? 자네가 싫다면 대련하지 않아도 되네.”


망설이던 료우타는 조건을 걸었다.


“제가 이기게 되면 오슈에 저도 가게 해 주십시오.”


료우타의 조건에 칸베에 뿐만 아니라 구모베에도 놀랐다.


“음,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말은 탈 줄 아는가?”


“네, 한 번 타 보겠습니다.”


카오루 부인과 유키로부터 잠시나마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물론 라나 곁을 떠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우선 쏟아지는 소낙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칸베에의 명령으로 말 담당 병사 준요시가 미리 준비한 말 한 필을 끌고 료우타 앞으로 나왔다.


준요시가 료우타를 보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자신 밑에서 말똥을 치우던 료우타가 칸베에 부관과 친하게 지내고 또 말똥도 더 이상 치우지 않아 시기와 질투심이 일었었다.


말을 보며 당황하는 료우타의 모습을 보고는 준요시가 씩 웃으며 다가와 말고삐를 건넸다.


“엿 먹으라, 이놈아!”


큰 덩치에 검은빛이 아름답게 빛이 나는 건강한 말이었다.


마구간에서 일할 때 거칠어 몇 번이나 곤란을 겪었던 말로, 거칠고 말을 잘 듣지 않아 료우타가 반항아라고 이름을 지어 준 말이었다.


반항아를 본 칸베에가 이마를 찡그렸다.


‘왜 저 말이 훈련장에 나와 있나 했는데···.’


료우타가 조심스럽게 반항아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반항아답게 콧김을 내 뿜으며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료우타는 자신이 이 반항아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준요시의 도움으로 겨우 반항아를 진정시키고는 힘겹게 말 등으로 올라탔다.


말고삐를 받아 들고 겨우 자세를 잡았지만, 반항아가 자꾸만 움직였다.


말고삐를 넘겨주는 준요시의 눈이 빛났다.


말고삐를 움켜쥔 료우타가 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두 발로 말을 다독거리며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온몸에 진땀이 확 솟구쳐 올랐다.


준요시가 말 고리 옆 끈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를 보고 있던 죠유지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료우타 괜찮은가?”


“네, 조금만 익숙해지면 될 듯합니다.”


말고삐를 당겨 잡았다.


갑자기 반항아가 앞발을 들고 울부짖는 바람에 하마터면 말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잽싸게 말고삐를 낚아채며 자세를 곤두세웠다.


반항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료우타가 거북한지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다.


준요시가 아무도 모르게 반항아의 민감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 쳤던 것이다.


침착하게 움직이며, 손에 힘을 주고는 우직하게 말고삐를 잡아당기자 반항아가 조금 안정을 찾으러 가는지 조금씩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허리를 숙여 반항아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며 쓰다듬었다.


녀석이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마구간 지기를 할 때 녀석과 친분을 나누려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 효과가 오늘 나타났다.


이를 멀찍이 바라보고 있던 죠유지, 투구 속 얼굴에서 당황했다.


사실은 대련을 미리 계획하고 준요시에게 아직 길이 제대로 들지 않은 말을 내오라고 시켰었다.


성내에서 가장 거칠고 다루기 힘든 말이었다.


낙마를 하게 되면 목숨을 잃거나 최소한 다리나 팔이 부러질 수도 있었다.


말에 대해 얼치기처럼 보였는데, 어느덧 말을 다독이고 있었다.


말을 타 본 적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많은 병사 앞에서 최소한 창피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 말의 거칢에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말고삐를 다잡자 말이 순응하는 것이 아닌가?


잔뜩 찌푸린 죠유지의 마음속에 시기심과 경쟁심이 더욱더 타올랐다.


멀리서 자리에 앉아 이를 바라보고 있던 칸베에는 죠유지의 간계를 알았지만, 료우타의 말 다루는 솜씨를 보고 싶어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말을 다뤄 본 솜씨다.’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료우타가 거친 말 등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말을 순종하게 하는 모습에 칸베에는 적잖이 놀랐다.


한편으로는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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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산적 무리들 3 22.06.15 54 0 14쪽
73 산적 무리들 2 22.06.14 50 0 14쪽
72 산적 무리들 1 22.06.14 55 0 12쪽
71 어머니의 유품 22.06.13 52 0 10쪽
70 도망자 22.06.13 57 0 11쪽
69 미치나오를 죽이다 22.06.12 54 0 10쪽
68 어머니의 죽음 22.06.12 57 0 10쪽
67 출생의 비밀 22.06.11 77 0 10쪽
66 함께 살자 22.06.11 50 0 10쪽
65 무너진 계획 22.06.10 52 0 10쪽
64 여동생 22.06.10 55 0 10쪽
63 카에데 부인 22.06.09 51 0 13쪽
62 가시마성 2 22.06.08 57 0 10쪽
61 가시마성 1 22.06.08 59 0 11쪽
60 조선 도공들 2 22.06.07 59 0 11쪽
59 조선 도공들 1 22.06.07 54 0 12쪽
58 왕년의 해적들 2 22.06.06 55 0 9쪽
57 왕년의 해적들 1 22.06.06 73 0 13쪽
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4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6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59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4 0 12쪽
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49 남만인 배 글로벌호 1 22.06.02 64 0 12쪽
48 과거에서 온 추적자들 22.06.01 68 0 13쪽
47 스스무의 회상 22.05.31 72 0 13쪽
46 하이난 3 22.05.30 67 0 16쪽
45 하이난 2 22.05.29 102 0 22쪽
44 하이난 1 22.05.28 64 0 20쪽
43 꽃을 찾는 벌 22.05.27 73 0 22쪽
42 벌을 찾는 꽃 22.05.26 72 0 25쪽
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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