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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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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8
추천수 :
32
글자수 :
1,06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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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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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반항아와의 만남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준요시가 마구간 안으로 들어가 말똥을 치우며 료우타에게 어떻게 하는지 알려 주었다.


“와! 준요시님, 정말 잘하십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준요시님 처럼 잘 할 수가 있을까요?”


“그럼, 내가 이 일만 몇 년째야. 자 보라고 여기는 이렇게 하고, 저기 뭉친 곳을 이렇게 하면 돼.”


계속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 번 더 보여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준요시는 시범을 보이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료우타가 미안했는지 준요시 옆으로 가 말똥을 치우기 시작했다.


준요시가 자기 옆으로 와 말똥을 치우기 시작하는 료우타를 보면서 마구간 밖으로 나가 이래라저래라 지시했다.


준요시의 하대에도 웃으며 마구간의 말똥과 질퍽한 짚과 묶은 풀들을 들어냈다.


말똥 냄새와 말 오줌으로 축축한 축사는 지린내가 진동했다.


헝겊으로 얼굴을 감쌌다.


눈만 빠끔히 나오게 하고는 숨을 참으며 똥을 밖으로 들어냈다.


마구간에서 나는 냄새로 눈물이 찔끔거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료우타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준요시라는 자는 마구간 한구석에 앉아 졸고 있었다.


힐끗 준요시를 본 료우타는 다시 이마의 땀을 닦고는 말없이 계속 말똥을 치웠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곳 성에 왜 왔는지가 의아스러웠다.


구모베에와 그 동료들, 그리고 라나, 라나의 경호와 심부름을 위해 따라온 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을 했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처음 촌장으로부터 라나와 함께 성으로 가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는 단지 라나와 같이 간다는 것에 들떴었다.


이후 칸베에 부관의 추천으로 성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자신의 무예 실력에 매료되어 그런 줄 알았다.


신년에는 칸베에 부관을 따라 교토의 신년 축제도 구경했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말똥을 치우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젠장!”


생각할수록 화가 난 료우타가 똥을 퍼내려다가 쇠스랑을 내동댕이치며 심한 말을 뱉었다.


“아이쿠! 깜짝이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빨리 해. 해지기 전에 미도루님이 오실 거야. 그 전에 다 끝내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구. 성질이 더럽거든.”


‘젠장, 니놈은 한가하게 잠이나 청하고 있으면서 뭐? 빨리하라고.’


다시 쇠스랑을 들고 투덜거리면서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열심히 마구간을 치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졸다가도 료우타가 말똥을 치우다 허리를 펴고 쉬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준요시가 재촉했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질 무렵 그 많은 마구간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갔다.


마지막 마구간이 남았다.


잠시 말구유에 앉아 쉬며 밖을 보았다.


화사한 날씨였지만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고는 말들을 둘러보았다.


말들의 건강한 울음소리에 료우타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왔다.


땀이 다 식어 갈 무렵 목이 말라 일어났다.


성주의 말인 검정말의 목을 쓰다듬고는 건물 입구로 향했다.


“이봐, 말똥 다 치웠냐?”


“아, 아니 조금 남았습니다.”


“얼른 해라! 오늘 중으로 끝마치고 낼은 말을 목욕시켜야 하거든.”


“네? 알겠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겠습니다.”


꼭 남의 일처럼 말하는 준요시가 얄밉기까지 했지만, 물 한 모금 마시고 들어와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마구간에 말이 십여 마리로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구간을 치운 뒤 멀리 묶여 있던 말을 마구간으로 들이고 마지막 말을 향해 다가갔다.


다른 말과 달리 료우타를 바라보는 말의 눈동자가 빛났다.


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눈빛과 서 있는 자태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검붉은 빛깔이 아름다웠다.


가까이 다가가자 머리를 휘저으며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눈동자를 보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만지려 하자 앞발을 치켜들고 히힝 거렸다.


당황한 료우타가 뒤로 물러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눈을 감고 있던 준요시가 말 울음소리에 놀라 후다닥 달려와 말고삐를 잡고 진정시켰다.


“워, 워.”


여러 번 경험이 있는지 날뛰는 말을 타이르며 료우타를 노려봤다.


“이 녀석이 오늘따라 왜 이리 거칠지? 너 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네? 저 아무것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녀석이 날뛸 리가 없잖아! 이 녀석은 특별한 말이야. 비록 조금 거칠지만 칸베에 부관님이 엄청나게 아끼는 말이라구.”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료우타를 향해 노기가 가득한 말을 했다.


거칠게 반항하던 말이 머리를 아래위로 몇 번을 까딱거리며 투레질하고는 동그란 두 눈동자로 료우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근처에 얼씬도 말라구. 뼈가 온전히 붙어 있으려면 말야.”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구간으로 가 준요시와 함께 말들을 키노강으로 데리고 가서 목욕시켰다.


대부분 순했지만, 어제 그 말은 거칠기가 심해서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었다.


“저놈은 정말 길들이기 힘들어. 조심해. 간혹 뒷발에 차여 죽은 자도 있다구.”


“네? 정말입니까?”


준요시의 말에 믿기지 않아 고개를 들어 사납고 거친 말을 쳐다보았다.


겉보기에는 순해 보이는 말이 사람까지 죽였다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준요시가 제법 말에 대해 잘 아는지 말들의 특징과 조심해야 할 것들을 알려 주었다.


료우타를 모질게 부려 먹었지만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일하자 언제 딱딱하게 굴었나? 싶게 다정다감하게 말의 특징이나 성질에 대해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하루의 일과로 마구간을 청소하거나 먹이 주기, 그리고 말들을 차례대로 강을 따라 운동시켰으며, 말 목욕도 가끔 시켰다.


며칠이 흘렀다.


말 털을 관리해 주고 난 뒤 말똥을 다 치우고 해가 져 어둠이 성에 깔리고 있을 때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타이요우가 걸어왔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그가 료우타 앞에서 코를 막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료우타, 거름을 뒤집어썼냐? 목욕 좀 하고 다녀라. 더럽게 시리.”


“아, 네. 그게 말똥을 치우다 보니······.”


“뭐? 말똥! 하하하. 너 마구간에서 말똥 치우고 있구나. 그렇지? 무사가 되려면 말똥과 친구가 되어야지. 암.”


그가 료우타를 놀리며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의 거만한 등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꼬르륵거리는 뱃소리에 뒤 돌아 숙소로 갔다.


보름을 마구간에서 일했다.


“료우타, 오늘은 말 몸 관리를 할 테니까 잘 배우라고. 잘못하다가는 저놈들 발에 채여 골로 가는 수가 있어.”


준요시가 말 털 관리와 말과 교감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료우타가 말을 제법 잘 다루며 털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어디 갔다 온다며 마구간을 나갔다.


말 한 마리 한 마리를 정성껏 어루만지며 털을 곱게 빗질해 주었다.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주거나 짧게 깎아 주기도 하며 제법 말과 친숙해졌다.


거친 말 앞에 서서 놈을 한 참 쳐다보았다.


지금까지는 목욕시키거나 할 때 준요시가 있어서 겨우 달래가며 힘겹게 해냈는데, 준요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홀로 녀석을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멀찍이 서서 녀석의 머리 가운데를 살살 간질이며 다가갈까 말까를 고민했다.


녀석이 지난번처럼 커다란 눈으로 어디 한번 해 보시지 하는 것 같았다.


준요시가 알려준 방법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녀석의 비위를 맞췄다.


녀석은 콧방귀를 끼기도 하고 앞발로 땅을 파기도 하며 료우타를 노려봤다.


마구간에서의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제법 마구간 청소에 요령이 생겨 후다닥 해치우고는 반항아를 길들여 보려, 아니 친해 보려 했다.


처음 녀석과 만난 이후 거칠고 사나워 녀석의 이름을 반항아라고 짓고는 틈만 나면 놈과 친밀해지려고 오늘도 먹이로 놈을 달랬다.


반항아로서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끈질기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료우타, 칸베에 부관님이 찾으셔.”


오늘도 마구간을 청소하고 난 뒤 반항아를 괴롭히고 있었다.


녀석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아 고생깨나 하고 있었다.


마구간 밖으로 나와 근처 우물로 갔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 옷이 흥건했고 청소로 튄 물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우물에서 간단하게 얼굴과 손을 씻고는 숙소로 가 옷을 갈아입고 칸베에 부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목례하고 서 있었다.


“거기 앉게나. ····그래, 요즘 성에서 지낼 만한가?”


“네, 부관님 덕분에 별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요즘 무예 수련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네만.”


“네, 새벽에는 무예 수련을 하고 저녁에 닌자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연신 부채를 흔들며, 근황을 물었다.


올해는 다른 해 보다 여름이 빨리 오는지 유난히 더웠다.


“그런가? 그것 말고 낮에는 또 무엇을 하는가?”


“그게, 저······. 여러 일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오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는 굳은 표정을 풀며, 다른 말로 둘러댔다.


“허허, 그래. 일들을 배우고 있다고······?”


칸베에가 탁자에 펼쳐져 있던 서류들을 검토하다가 료우타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탐색하려는 눈빛으로 넌지시 건너 다 보았다.


“그게·····.”


눈빛에 당황하여 목소리가 떨렸으나, 겨우 진정시켰다.


“무얼 망설이는가? 내가 알면 안 되는 중요한 일들을 배우나 보군. ······말하지 않아도 되네. 허허.”


교토에서 성주와 함께 히데츠구의 조정업무를 보좌하고 사흘 전에 돌아온 칸베에였다.


부관 아래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부하의 보고로 료우타가 하는 일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말을 건네 보았다.


옷을 갈아입었다고는 하나 그의 몸에서 말똥 냄새가 진동했다.


“여러 일들을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칸베에가 료우타의 표정을 살피며 빙긋 웃었다.


“료우타! 내일 교토로 갈 것이니 준비하게나.”


“네?”


“내일 성주님이 계신 교토로 가는데 내가 성주님께 말씀을 드려서 자네도 동행하기로 했네. 많은 도움이 될 게야.”


칸베에가 자신을 교토로 데리고 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칸베에의 행동은 료우타의 위치를 성과 섬에서 온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요즘 교토가 시끄럽다고 하던데······.”


시종이 가져다준 보리차 찻잔을 들어 료우타에게도 권하고는 음미하듯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료우타를 응시하며, 말을 툭 던졌다.


넌지시 료우타의 생각을 떠보았다.


“히데나가공의 죽음과 리큐 거사의 할복으로 언제 또 다른 광풍이 불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그리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합니다.”


“후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앞으로 이곳에 와 있는 닌자들은 구모베에를 중심으로 하여 기존 무사들과 협력하는 일들을 할 것이네. 섬의 일과 관련하여서는 앞으로 타이요우가 정리해서 보고할 게야.”


“네? 네.”


“자네는 앞으로 내 지시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타이요우에게 보고하게. 때가 될 때까지만.”


“네? 타이···, 마모루 촌장과 이야기가 된 것인지요.”


타이요우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타이요우는 어떤 일이든 꼬투리를 잡아 귀찮게 하거나 료우타의 모든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성에서의 일은 촌장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네. 앞으로 자네의 역할이 기대되네. 참고 열심히 배우게.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올 거야. 성주님은 겉보기와 달리 생각이 깊으시고 먼 앞날을 내다보시는 분이니 잘해 보게나.”


모든 일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료우타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관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군. 비록 남들이 성주님을 박쥐라고 뒤에서 수군대지만, 그 나름의 전략적 판단에서 움직이시는 분이지. 친화력이 워낙 좋으셔서 두루두루 친목을 도모하고 또 다도와 문화생활을 즐기시지. 하지만 성주께서 워낙 가난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셨기에 검소한 생활을 좋아하시지. 성 축성뿐만 아니라 대저택들을 건축하는 능력도 탁월하셔서 영주나 저택의 주인들인 여러 다이묘와도 친분이 두루 있으시고, 요즘은 거상들과의 친분을 쌓고 있다네. 그런 성주님에 대해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은 다 시기와 질투 때문이지. 요즘같이 험난한 세상엔 목숨을 부지할 지혜가 필요한 법.”


갈수록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멍하니 듣고만 있는 료우타,


“하하하, 차차 알게 될 것이야. 앞으로 무예 수련도 게을리 말게. 자네의 무예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어. 이다음에 나랑 한 번 겨루어 보세.”


“네? 저 같은 자가 어찌 부관님과 대련을 하겠습니까? 농이 지나치십니다.”


“허허. 내가 왜 자네를 이곳으로 오게 했는지 아는가? 난 말이야. 무예에 대한 조예가 상당하다네. 물론 그것 때문에 성주님께서 나에게 녹봉을 주고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네. 무예란 그 끝이 없기에 하루도 게을리하지 말고 수련을 해야 해. 그리고 자신보다 언제든지 높은 실력의 무사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겸손하게 검을 들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


“부관님의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곳 코카와성의 일을 열심히 하게. 그러다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을 게야. 나는 자네의 그 실력으로 어두운 곳에서 썩는 것을 바라지 않네.”


“감, 감사합니다. 은혜 있지 않겠습니다.”


“그럼, 그만 물러가 쉬게나.”


목례하고 집무실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부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걸어가다 하마터면 정원수에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교토를 다녀온 며칠 뒤, 료우타는 라나와 함께 오랜만에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


북쪽 내자를 건너 계단을 올라가 성벽을 따라 걸었다.


바깥 키노강에서 보면 성벽의 높이가 열다섯 자 정도 되었지만, 성벽 안쪽은 토담을 쌓아 올려서 성벽의 높이가 여섯 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키노강과 건너편 들판이 훤하게 보였다.


서쪽 하늘 끝에서 시작한 붉은 노을이 키노강을 물들이고 있었으며, 건너편 마을의 집들에서는 하얀 연기가 붉은 햇살을 품고 바람을 따라 동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귀족들의 예법과 다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료우타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그녀의 눈에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는 오사카에서 오는 정보 정리를 돕기도 하고 틈틈이 무예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닌자수업도 빼먹지 않고요.”


“어이! 두 사람 너무 다정한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멈칫 제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토담의 계단을 올라 온 유키가 두 사람을 보며 시기하는 듯 쏘아붙이고는 둘 사이로 들어왔다.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료우타 옆에 딱 달라붙는 유키로 인해 두 사람은 당황하며 서로 마주 보았다.


“수상한데 두 사람, 지금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데 깔깔거리는 거야. 내게도 해줘. 어서.”


유키가 새초롬한 얼굴로 료우타의 한쪽 팔을 흔들며 졸랐다.


“이곳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이 있으니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의논했습니다.”


당황하며 이야기하자,


“오! 저 당황하는 모습 좀 봐, 둘 다 얼굴이 붉어졌네.”


“무, 무슨 말씀을···, 노, 노을이 져서 얼굴이 붉게 보일 뿐입니다. ···놀리시면 곤란합니다.”


“헤헤, 그런가요. 어디 라나님이 말해 보시지. 정말 노을 때문인지. 료우타님이 좋아서 그런지.”


두 사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를 보며 눈만 껌벅였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은근히 즐기는 듯 그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무했나? 난 단지 두 사람이 부러워서 그래요. 난 함께 이야기할 사람도 걸을 사람도 없어요. 산책할 때 저도 함께 걷게 해 주세요. 네?”


유키가 진지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료우타의 소매를 잡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뒤의 라나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유키의 손에 이끌리어 성벽을 따라 걸었다.


성에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두 번을 오사카를 다녀왔다.


평소에 료우타는 처음 칸베에 부관과 교토를 다녀온 후 잡일을 하지 않게 되었고 특별한 일 없이 성에서 무예 수련과 책을 보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이른 아침에는 명상하며 정신을 가다듬었으며, 오후에는 구모베에를 찾아가 부족한 닌자기술들을 익혔다.


성에 들어와 할 일이 별로 없던 센도 닌자수업을 들을 때 빼고는 료우타에게 와서 놀다 갔다.


어떤 날은 유키가 방으로 찾아와 놀고 갔다.


유키의 눈치에 센이 곤란한 얼굴로 있다가 먼저 돌아가곤 했다.


센이 나가고 나면 유키의 행동은 더 과감해졌다.


료우타 옆에 딱 붙어서 이야기하곤 해서 쩔쩔 매개 했다.


참새떼보다 더 조잘거려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처음에는 형제들이 없어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해 지려 했지만, 더 노골적으로 료우타의 몸에 붙기도 하고 잠자고 있는 방에 갑자기 들어와 겉옷을 벗고 있는 료우타에게 가슴 근육이 좋다면서 만지려 하고, 다리가 아프다며 주물러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관료들이나 무사들 앞에서는 아는 체도 하지 않으면서 둘이 있거나 하면 애교를 부렸다.


센이 놀려고 와 있을 때는 조신한 척하고 있다가 그가 나가면 돌변했다.


센은 유키가 놀러 오면 엄청나게 좋아했지만 유키가 료우타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잠시 유키와 말을 섞고는 돌아갔다.


더 이상 유키의 접근에 그냥 있을 수 없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잠을 잘 때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잤으며, 유키가 보이면 멀리 돌아서 산책했다.


하루하루가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히데츠구에게 심부름을 다녀온 타이요우가 라나와 차를 마시거나 산책하면 끼어들기 시작했다.


짐짓 모른 척 료우타는 타이요우를 반가이 맞아 주고 차도 같이 마셨지만, 타이요우는 시간이 갈수록 라나와 료우타의 사이를 떼어 놓기 위해 노력했다.


자주 료우타를 불러서는 자료를 정리하게 했으며, 다 정리하고 나면 닌자수련을 봐준다며 못살게 굴었다.


하지만 료우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부족한 기술에 대해 료우타가 타이요우에게 물으며 괴롭혔다.


그런 료우타에게 자신이 가르쳐 준다고 했기에 마지못해 얼렁뚱땅 알려 주곤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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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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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기억에 없는 기억들 1 22.06.03 6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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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5 22.05.25 75 0 18쪽
40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4 22.05.24 68 0 17쪽
39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3 22.05.23 77 0 19쪽
38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2 22.05.22 71 0 19쪽
37 적(敵)은 혼노지에 있다 1 22.05.21 70 0 22쪽
36 순정 2 22.05.20 73 0 22쪽
35 순정 1 22.05.19 79 0 22쪽
34 토끼 사냥 22.05.18 84 0 25쪽
33 오마찌 칸의 죽음 22.05.17 75 0 20쪽
32 불타는 오마찌 별채 22.05.16 83 0 19쪽
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30 함정 22.05.14 83 0 27쪽
29 암살자를 막아라 2 22.05.13 86 0 26쪽
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5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1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7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4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3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5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3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14 닌자되다 6 +1 22.04.28 100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4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1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5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5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6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4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3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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