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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동인

왕도깨비 (부제-닌자가 된 조선무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한림팔기장
작품등록일 :
2022.04.13 12:33
최근연재일 :
2022.08.02 09: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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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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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4,609

작성
22.04.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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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닌자되다 6

역사는 반복된다.




DUMMY

밤이 점점 깊어 가고 있었다.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둥근 달이 환하게 웃으며, 기이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이, 하필 오늘같이 밝은 밤이야, 올빼미가 섬을 내려다보는 것 같잖아. 닌자가 달빛이 없는 어두운 밤에 움직이지 달 밝은 밤에 움직이나···. 뭐, 닌자가 그런 걸 따지면 안 되겠지만. 후후.”


투덜거리면서 건너편 시오노미섬을 노려본 후 달을 올려다보았다.


“료우타! 어디, 네 잘난 실력 좀 보자.”


라며 달이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달과 별이 어우러져 해시를 넘어가는 시각, 섬 아래로 내려와 바닷물을 한 번 손으로 떠보았다.


"넘 차가운데."


잠시 생각하다 하늘의 달을 보고 난 뒤 바닷물이 아직 차가웠지만, 바다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봄바람에 파도가 살랑거리자 달빛이 반짝였다.


몸을 풀고 난 뒤 기름이 묻은 종이 뭉치를 가슴에 품고 바위 아래 그림자를 이용하여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아후!’


아직은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최대한 물소리가 나지 않도록 서서히 움직였다.


대나무를 입에 물고 물속에서 숨을 쉬며, 기이섬에서 가장 가까운 시오노미섬의 동북쪽 아래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그 동북쪽 산에 망루가 있어서 들킬 수도 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봄이라고 하지만 바닷물은 차가웠다.


가는 중간에 작은 섬에 닿자 얼른 물속에서 나와 섬으로 올라가기 전 품에서 기름종이 뭉치에서 검은 천을 꺼내 몸을 덮고는 섬으로 올라가 망루를 올려다보며 잠시 몸의 기온을 올렸다.


나무가 별로 없어 엄폐하기가 곤란한 섬이란 걸 미리 알아 두었었다.


호흡으로 몸의 열기를 끌어 올린 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얼마를 전진을 하자 더더욱 차가움이 살을 아렸다.


자신도 모르게 대나무가 어개질 정도로 꽉 깨물었다.


밝은 달이 나무와 바위의 그림자를 떨군 곳으로 어둠을 타고 섬으로 올라가 절벽 아래 소나무 달그림자 아래에서 기름종이에 싸고 온 옷으로 갈아입고 젖은 옷은 기름종이에 넣어 땅에 묻었다.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웅크리고 앉아 팔로 온몸을 감쌌다.


시간이 지나자 떨리는 몸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남쪽으로 움직였다.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 않는지 몸이 으스스했다.


발이 덜덜 떨려 좀처럼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입에서 욕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를 그렇게 달려가자 몸이 열기를 더하기 시작해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망루를 지키는 자들에게 분명 오늘 침입한다는 정보를 흘렸을 것이다.’


마을 입구와 산 정상 망루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도처에 함정들과 자신을 노리는 올빼미를 생각하며, 료우타는 다시 한번 머릿속 작전을 복기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섬 남쪽 아래로 내려갔다가 무엇인가를 하고 다시 섬으로 올라 온 곳으로 달려 절벽 아래로 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조금 쉬운 곳을 찾아 절벽을 기어올랐다.


단검 하나를 들고 비탈진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손으로 잡을 만한 틈이 없는 곳은 단검을 돌려 바위를 갈았다.


조금의 구멍이 생기면 다음 발을 디딜 곳과 손을 잡을 틈을 보고는 단검을 바위를 간 구멍에 살짝 꽂은 상태에서 힘을 단검에 의지하고 뛰어올라 손을 뻗어 미리 봐 둔 틈을 잡았다.


훈련할 때보다 더 힘들었지만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물론 너무 느린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바위 절벽을 올라가는데 이 각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바닷속에서 떨던 사람은 어디 가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조금 지체되었는데···. 그래도 잘 올라왔으니 만족!”


절벽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며 혼잣말하고는 주변을 살피며 능선을 따라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빠른 보폭으로 가다가 보폭을 줄여 바위 뒤에 숨어 마을 어귀와 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부터 능선까지 달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머리 위 보름달이 다른 때와 달리 유난히 밝아 보였다.


‘···너무 조용하다.’


촌장의 집을 놓고 어느 쪽으로 침입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촌장의 집은 마을 제일 위 산꼭대기 아래의 부분이라 침입하기가 가장 쉽지만, 망루를 피해야 하고 또 매복이나 닌자가 은둔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번 간이 시험에서 정상으로 갔다가 타이요우에게 당했었다.


잠시 바다를 통한 마을 어귀로 갈까도 고민했지만, 그곳은 너무 위험했다.


마을 입구에서 촌장의 집까지 거리가 멀고 집들이 곳곳에 있어 은둔하고 있는 닌자들에게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그야말로 몸에 기름을 바르고 불길로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처음 계획과 달리 결정하고 정상으로 움직였다.


작은 바위를 돌아 나오려는 순간 멈칫했다.


발목에 무엇인가 걸렸다.


온몸에 소름이 쫙 올라왔다.


다행히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는 줄이 발목에 걸려 있었다.


'큰일 날 뻔했네!'


줄을 건드리게 되면 마을에 종이 울릴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여 줄을 잡고는 발을 천천히 뒤로 뺐다.


‘휴! 어제 분명 다른 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언제 여기로 옮겨 놓았을까?’


한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더욱 예민해져 갔다.


다시 위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바로 눈앞에 망루가 보였다.


망루 위에 달빛을 받은 두 사람의 상반신이 보여 정지 상태에서 두 사람의 동태를 살폈다.


잡담하며 동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복면 속 웃음을 머금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망루 아래로 접근해 갔다.


“내 눈이 올빼미란 것을 알 까나? 오늘도 실패하겠어. 저렇게 건너오면, 다른 이 같았으면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크크."


“사카야마님이 자넬 망루에 배치한 이유를 알겠네.”


“그렇지. 크크. 이 각이 넘고 있는데 아직도 바다를 반 정도밖에 건너오지 못했어. 물론 이런 환경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바닷속이 얼음장 같을 건데. 저러다 얼어 죽는 거 아닐까? 날도 참 더럽게 잡았다. 달빛도 바닷물도 료우타의 적이 되어 버렸네. 물론 눈이 올빼미인 나도. 크크.”


“오늘이 마지막 시험이라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겠지, 우리도 저런 달빛 아래에서는. 쯧쯧.”


그들은 료우타가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의 이동을 예의 주시하고는 자신들의 눈과 경험을 믿으며, 경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이 밝아 배를 이용하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 초저녁부터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그 허수아비를 일곱 자나 되는 통나무에 걸어 놓고 하늘을 보며 시각을 보며 침투로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자시(오전12시)가 넘어 움직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해시(오후10시)에 침투 작전을 시작했다.


통나무에 긴 줄을 묶어서 손에 쥐고는 북쪽 얕은 바닷속으로 대나무를 이용해 물속에서 호흡하며 건너왔다.


섬의 남쪽으로 내려가 줄 하나는 나무에 묶고 다른 줄로 허수아비가 묶여 있는 통나무를 서서히 당겼다.


줄이 탱탱하게 당겨지고 묵직한 느낌과 함께 통나무가 바다로 끌려들어 오자 잡아당겼던 줄도 나무에 묶었다.


북쪽으로 되돌아가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허수아비가 있는 통나무는 바닷바람과 밀물의 영향으로 서서히 줄을 따라 기이섬 남쪽 작은 섬에서 건너편 시오노미섬 남쪽 끝으로 파도에 밀려오고 있었다.


통나무에 달빛에 잘 반사되는 돌을 하나 박아놓았다.


망루에서 우연히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을 보고 있던 망루의 경계병들은 료우타가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망루를 지나 촌장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타이요우가 있는 집으로 내려갔다.


모두가 지난번 북쪽 정상으로 오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남쪽 나루터 방향에서 올라 올 것이라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은 위험이 있었지만, 지난번 타이요우에게 당한 아픔을 되갚아 주고 싶었다.


눈앞에 집들이 보였다.


환한 달빛을 속이기 위해 숲속에서 검은 옷을 벗어 뒤집어 안쪽 하얀 무명천으로 변복했다.


숲속 바로 앞에 있는 초막집의 지붕 아래를 타고 내려갔다.


서너 집을 통과하여 드디어 타이요우가 거처하는 집이 보였다.


타이요우가 동료 몇과 함께 지내는 자기 집 처마 밑에서 료우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몇 번의 침투를 떠 올리며 이번에도 자신이 료우타를 잡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료우타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섬에서 사카야마 다음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근본도 알 수 없는 놈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뺏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자신도 전쟁고아로 그 근본이 수상했지만, 어릴 때부터 섬에서 자라고 커 온 자신이었다.


닌자기술을 알려 주라고 하니 더더욱 심술이 났었다.


촌장과 사카야마의 지시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언젠가 자기 자리를 뺏은 값을 톡톡히 치러 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분명 아래에서 올라 올 것으로 생각하며, 잠도 마다하고 기다렸다.


타이요우와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은 잠을 자는지 홀로 처마 그림자에 웅크리고 앉아, 료우타를 실패하게 만들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최대의 감각을 끌어 올려 호랑이가 사냥감을 기다리듯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이 쏟아졌다. 몇 번의 승리로 자만해서일까?


타이요우의 고개가 앞으로 자꾸만 젖혀졌다.


깜짝 놀라 눈을 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아직 올 시각이 남았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료우타가 타이요우 집 입구를 조심스럽게 몸을 낮춰 재빠르게 지나갔다.


섬사람들은 건물 입구를 나무막대기로 걸쳐 막아 놓아 별도로 대문이 없었다.


담도 두 자 높이밖에 되지 않아 집 마당을 훤히 볼 수가 있었다.


얼핏 하얀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졸던 타이요우가 눈을 번쩍 떴다.


‘분명 그림자가 지나갔다. 히히. 료우타 이놈! 넌 또 내 밥이구나!’


타이요우가 실실거리며 처마 아래에서 담으로 다가갔다.


슬며시 일어나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달빛에 골목이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왼쪽 담장에 최대한 붙어야 그나마 달빛을 피할 수 있었다.


료우타가 달빛 아래 담에 바짝 붙어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겨우 웃음을 참으며 살폈다.


그런데 담 아래 있어야 할 료우타가 없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분명 여기로 밖에 갈 곳이 없는데······. 내가 잘못 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낮은 자세로 돌아와 쪼그려 앉은 채 뒷걸음질했다.


그때, 뒤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타이요우의 허리를 살짝 찔러 왔다.


온몸에 벼락을 맞은 듯 전율이 일어났다.


“타이요우, 척살!”


료우타의 작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뒤로 돌린 타이요우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료우타의 어둠 속 눈동자를 보고만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료우타를 보며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료우타가 그를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동안 당한 앙갚음으로 약을 올렸다.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초보 닌자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건물 안으로 쌩하니 들어 가 버렸다.


타이요우의 집 가까이 왔을 때, 평소의 타이요우를 생각했다.


닌자란 상대의 특성과 성격 그리고 습관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평소 타이요우가 자신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실패하게 할 것이라 여겼다.


지난번에도 그런 타이요우의 끈질김에 당했었다.


오늘도 분명히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담벼락 근처에서 건물 안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타이요우가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생각하고는 타이요우가 보라는 듯 입구를 지나가는 것처럼 윗옷을 던져서 타이요우를 속였다.


졸고 있던 타이요우가 그 옷을 보고 료우타라고 착각을 한 것이다.


겉옷을 건물 입구 건너편으로 던지고 난 뒤 타이요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다시 줄을 당겨 겉옷을 회수했다.


반대 방향인 오른쪽 담으로 움직였다.


타이요우의 그림자가 건물 뒤로 사라지자 담을 넘어 타이요우에게 몰래 접근했다.


오랜 세월 닌자로 자란 타이요우는 료우타가 바로 뒤에 다가와 단검을 허리에 찌를 때까지 몰랐다.


그는 자만심으로 료우타의 실력을 가벼이 여기고 오로지 료우타를 실패하게 만들겠다는 욕심에 주변 환경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길 왼편으로 달그림자를 이용해 지나갈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 패착이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타이요우를 뒤로 하고 손가락에 침을 발라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산 위에서 료우타가 있는 방향으로 바람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촌장 집에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침투 방향을 개가 있는 건물 입구로 정했다.


바람이 미세하게 흐르지만 반대 방향이라 개의 코를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난관을 지나 담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위로 올라갔다.


눈앞에 후지마로 원로 집이 보였다.


건너편 조금 위가 촌장의 집이다.


두 집의 담과 담 사이의 간격이 넓었다.


담의 작은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망루에서 보면 두 집 사이 골몰길이 훤히 보였다.


지금쯤 허수아비가 거의 섬에 닿았을 것이다.


허수아비에 신경 쓰고 있을 때 골목길을 건너가야 했다.


움직이기 위해 오른쪽 발바닥을 뒤에 있는 담에 갖다 대고는 반발력을 이용해 건너가려 했다.


발에 힘을 주려다 흠칫 놀라 다시 담 아래 몸을 숨겼다.


망루 쪽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닌자들의 신호소리다.


통나무가 섬 남쪽에 닿자 새소리로 주의를 전달하는 소리였다.


망루의 두 경계병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통나무가 건너오자 신호를 보내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섬 아래 망루에 경계병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도 료우타가 있는 곳이 달빛으로 인해 잘 보일 것이다.


료우타가 난처한 얼굴로 감았던 눈을 떠 망루를 한 번 더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통나무가 빨리 떠내려왔는걸.’


고요한 달빛 속에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망루의 경계병을 다른 곳으로 신경 쓰게 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촌장 집과 후지마로 원로의 집 사이에는 풀포기 하나 없기에 밝은 달빛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잘못하면 망루의 경계병에게 발각되기 쉬웠다.


동쪽 언덕 아래로 마취목 숲과 그 뒤로 작은 관목들과 사철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겨우내 썩지 못한 낙엽들이 그 아래 쌓여 있을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던 료우타가, 등에 메고 온 활에 반쪽 대나무와 작은 화살을 시위에 걸고 동쪽을 향해 겨누고는 멀리 사철나무 아래를 목표로 화살을 날려 보냈다.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스스슥, 턱.”


“어, 무슨 소리지? 저기 아래에서 소리가 났어. 잘 살펴.”


“벌써 저기까지 올라왔다고? 좋아. 초짜에게 질 수는 없지.”


망루에서 소리 나는 쪽을 관찰하는 틈을 이용하여 잽싸게 촌장의 담 아래로 숨어들었다.


라나의 방 마루 입구에 있는 개집 바로 넘어 담에 바짝 붙었다.


촌장 집 아래 건물의 달그림자가 다행히 료우타를 가려 주었다.


개도 잠을 자는지 조용했다.


칼집 끝에 줄을 달고 품에서 고기 한 덩이를 꺼내 줄 끝에 매달았다.


담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개를 살폈다.


개가 조용한 숨소리로 자고 있었다.


개 코 가까이 칼집에 매달린 고기를 조심스레 가져갔다.


자고 있던 개가 코를 실룩거리더니 눈을 뜨고는 눈앞의 고기를 덥석 물었다.


칼집을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개 이빨의 느낌, 곧 팽팽하던 줄이 느슨해졌다.


반에 반 각(약4분)을 더 기다렸다.


긴장되는지 손에 땀이 났다.


두 손 모두를 옷에 닦고는 일어나 개집을 살펴보았다.


개가 잠이 들었는지 고기를 다 먹지도 못하고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고기에 미리 발라둔 마취성분으로 개의 머리가 땅으로 푹 떨어져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일어나 주변과 망루 쪽을 살펴보고는 잽싸게 담을 넘었다.


개집을 힐끔 보고는 복도 입구 잠긴 문틈으로 꺾인 쇠를 이용해 안쪽 자물쇠를 풀었다.


소리가 날까 봐 헝겊으로 자물쇠를 말아 신중을 가했다.


지난날 복도를 걸으면 소리가 작게 난 것을 기억하고는 품에서 헝겊을 꺼내 두 발을 감싸 묶고는 마루로 조심스레 올라섰다.


어떻게 촌장의 서재까지 갈 것인지를 고민했다.


라나의 방과 촌장의 침실 사이에 서재가 있었다.


촌장의 침실 다음이 부엌이고 이어진 작은 방들에 노파와 센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그 건너편 작은 건물에 료우타가 생활했다.


‘이 향내는······.’


라나의 방 입구에 낮은 자세로 있던 료우타에게 좋은 향이 느껴지자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녀 또한 닌자라는 것을 깜빡 잊었다.


‘아!’


장지문 틈으로 미세한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축시를 지나 이른 인시(오전3시)로 가고 있었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이 곤히 잠에 취해 있을 시간이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한참을 향내에 취해 생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이것이 수련이 아닌 실제 적의 소굴에 잠입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


라나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잠행술을 아무렇게나 사용하지 말라고 했었다.


뜨끔하면서도 속으로 피식 웃었다.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다가 밟으면 나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는 마루 앞에서 고양이 뜀으로 뛰어올라 처마를 붙잡았다.


그리고 방의 벽과 복도 겉의 바람막이를 두 발을 벌려 버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섬 최고의 닌자인 마모루의 귀를 염려하여 최대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처마에 버티고 있는 손과 발이 저렸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촌장의 서재다.’


잠시 머뭇거리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좀 더 앞으로 나아가 촌장의 침실로 가까이 다가갔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세웠다.


촌장의 곤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뒤로 물러나 서재로 가려던 순간 긴장했다.


방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이런.’


숨이 막힐 듯 꼼짝을 못 하고 방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입이 바짝 타올랐지만 침을 삼킬 수가 없었다.


바깥바람이 바람막이 문을 흔들거렸다.


촌장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다시 들리자 겨우 속으로 숨을 토해 냈다.


‘휴!’


촌장이 잠을 자다 뒤척였다.


겨우 한시름 놓고는 침을 조금씩 삼키며 아주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서재 가까이 되돌아 와 복도의 마루를 살폈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부위를 찾았다.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처마에 줄을 묶은 뒤 줄을 타고 서서히 내려왔다.


다행히 마룻바닥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발아래 헝겊을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주변의 공기흐름을 가늠하며 줄을 잡아당겼다.


처마에 묶였던 줄이 료우타 머리로 떨어졌다.


줄을 주머니에 넣고는 문 앞에 조용히 앉았다.


허리춤에서 센에게 구한 향 없는 기름을 꺼내 문 아래에 흘렸다.


미닫이문에 손을 대자 갑자기 심장이 울렁거렸다.


‘아우!’


잠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만약 적이 안에 있었다면, 그것도 닌자라면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쭈뼛했다.


호흡이 조금 진정되자 문을 살며시 열었다.


스르륵 문이 밀렸다.


반 뼘씩 열리던 문이 몸이 지나갈 만큼 되자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 닌자검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겨우 다가가 자개장 위의 닌자검을 손에 잡았다.


성공했다는 기쁨과 함께 손이 떨렸다.


심호흡하며 한참을 닌자검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기쁨이 밀려 올라왔지만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이라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는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들어올 때보다 긴장감이 더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옷소매로 닦았다.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내가 오는 것을 촌장님이나 라나님도 알고 있다. 그런데, 곤히 자고 있다는 것은···, 함정이 아닐까? 그래 분명 이것은 함정일 수 있어. 그렇다면···.’



봄의 절정을 향해 달리는 햇살이 망루부터 내려와 마을을 어루만졌다.


사카야마가 촌장 집으로 올라와 곧장 료우타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 찾아보았지만 텅 비어 있었다.


“어제, 료우타가 잠입하지 않았습니까?”


“글쎄.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 그런데 닌자검이 없어졌다네.”


“닌자검이 없어졌다니요? 그럼 성공한 것일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료우타가 보이지 않습니다.”


촌장과 사카야마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시 한번 더 료우타의 방을 살폈지만, 빈방만이 그들을 맞았다.


두 사람은 어젯밤 이야기하면서 마을 아래로 내려갔다.


망루에 경비를 섰던 보초들과 나루터 부근에서 잠복했던 이들이 모여들었다.


“료우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가? 모두 보지 못했나?”


마모루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지만, 료우타를 본 사람이 없었다.


“이봐, 망루에서 료우타가 잠입하는 것을 못 봤나?”


“어제 축시를 지날 즈음 료우타가 통나무를 지탱하고 남쪽 해안으로 접근했습니다.”


사카야마의 물음에 망루 경비를 섰던 자가 대답했다.


“마을로 잠입하는 것을 감지 못했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네, 분명 해안까지 온 그것은 확인했는데···. 아, 그리고 숲속에서 바스락 소리도 났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네, 저희도 그림자 하나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어제 달빛이 너무 밝아 오다 포기하고 돌아간 것이 아닐까요?”


섬 남쪽에 잠복했던 자들까지 확인했지만, 직접적으로 료우타를 본 사람이 없었다.


“제가 어제 봤습니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내려온 타이요우가 대답했다.


“자네가? 언제 보았나?”


“축시 조금 넘어서 우리 집 뒤를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종적을 감춰서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요우가 자신이 료우타를 잡으려다 역으로 잡힌 것을 말하지 않고 대충 둘러댔다.


“아니, 축시라니. 그 시각은 료우타가 섬에 올라 온 시각이야. 그전에 올라왔다 해도 그 시각이라면 산 능선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 시각이야.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망루에 보초를 섰던 자 중 하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같이 보초를 섰던 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사람이 료우타의 행적에 대해 열띠게 논쟁하고 있을 때, 료우타가 라나와 함께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아니, 료우타! 어디 있었나?”


사카야마가 료우타를 보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내려오는 료우타를 보며 의아해했다.


“자네,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건가?”


촌장 마모루가 엄한 표정으로 료우타를 쏘아 보았다.


그제야 료우타가 촌장의 서재에서 꺼내 온 닌자검을 보였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설마 했는데, 료우타가 닌자검을 보이자 촌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닌자검이 없어져,


‘료우타가 가져갔을까?’


하지만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분명히 인시(오전4시)까지 눈을 감고 기다렸지만, 그 누구도 침입한 기억이 없었다.


“침입한 흔적이나 낌새도 없었는데, 그 검이 어떻게 자네 손에 있나? 혹, 라나가 도와주었나?”


촌장은 료우타와 같이 내려온 라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사카야마와 다른 사람들도 같은 표정으로 라나를 보았다.


“아니에요. 저도 료우타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오지 않아 새벽녘까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어요.”


“센, 네가 가져다준 것이냐?”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자 센은 두 손을 저었다.


“무슨 소리예요. 전 아니에요.”


“그래? 료우타! 어떻게 된 것인가?”


촌장이 다시 료우타를 보며 물었다. 모두가 료우타의 입을 바라봤다.


“촌장님이나 사카야마님께서 닌자의 길은 험난하고 고독한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만의 비법입죠······. 하하하.”


모인 사람들이 료우타의 말에 기가 차는지 웃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봤다.


‘닌자검이 료우타의 손에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 그사이 잠깐 잠이 들었을까? 아니야 분명, ······이제 귓구멍까지 늙었구만!’


촌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도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 호랑이 새끼를 키웠군.”


“하하하.”


“하하하.”


촌장과 사카야마, 그리고 모두가 료우타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진심으로 료우타를 칭찬하면서 각자 할 일을 찾아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작가의말

오늘은 성웅 이 순신 장군의 탄신일입니다

[1545년 4월 28일(양)]


- 살아서도 죽어서도 장군과 그 후손은 다른 임진란의 영웅이나 공신들과 달리 영웅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늘 아래 최고의 장수!


조선 백성의 하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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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3 ST아리리
    작성일
    22.05.25 16:41
    No. 1

    와,,,, 발목에 줄걸릴때,, 긴장감 만땅입니다.

    자고있는 개 처리 할때는. ㅎㅎ 이 작가님 어디서 킬러 영화 좀 보셨네.. 생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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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구루시마의 의심 22.06.05 55 0 11쪽
55 료우타의 검술 22.06.05 56 0 10쪽
54 숨은 실력자 타이요우 22.06.04 56 0 9쪽
53 조선 침략의 전초 기지 22.06.04 60 2 13쪽
52 기억에 없는 기억들 2 22.06.03 5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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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남만인 배 글로벌호 2 22.06.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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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고가 닌자 마리지천 22.05.15 102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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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암살자를 막아라 1 22.05.12 86 0 25쪽
27 적진 속으로 22.05.11 92 0 23쪽
26 죠유지와의 재대결 22.05.10 88 0 25쪽
25 카오루 부인 22.05.09 105 0 22쪽
24 히데츠구의 의심 22.05.08 115 0 24쪽
23 이가분지 2 22.05.07 95 0 16쪽
22 이가 분지 1 +2 22.05.06 97 1 19쪽
21 반항아와의 만남 +2 22.05.05 94 2 19쪽
20 여인들 +2 22.05.04 93 1 21쪽
19 산적 사이가 +2 22.05.03 86 1 25쪽
18 이가 닌자 간스케와 고에몬 +3 22.05.02 89 2 26쪽
17 기억의 저편에서 온 자들 +1 22.05.01 104 1 21쪽
16 유곽 아이루 +2 22.04.30 92 1 22쪽
15 닌자검 +2 22.04.29 95 1 22쪽
» 닌자되다 6 +1 22.04.28 101 1 26쪽
13 닌자되다 5 +2 22.04.27 105 2 25쪽
12 닌자되다 4 +2 22.04.26 110 1 24쪽
11 닌자되다 3 +2 22.04.25 123 1 25쪽
10 닌자되다 2 +2 22.04.23 122 1 23쪽
9 닌자되다 1 +4 22.04.22 159 1 25쪽
8 올빼미섬 7 +2 22.04.21 208 1 30쪽
7 올빼미섬 6 22.04.20 216 1 25쪽
6 올빼미섬 5 +2 22.04.19 200 1 28쪽
5 올빼미섬 4 +2 22.04.18 216 1 28쪽
4 올빼미섬 3 22.04.16 238 2 29쪽
3 올빼미섬 2 +3 22.04.15 286 1 27쪽
2 올빼미섬 1 +4 22.04.14 435 3 29쪽
1 안개 속 검은 그림자 +8 22.04.13 1,062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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