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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78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18 23:56
조회
59
추천
4
글자
15쪽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DUMMY

시윤의 심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눈동자에는 오직 크롤러만이 가득 차 있었고, 모든 주변 소음은 이미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엠마 씨.” 시윤이 엠마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놈의 전력을 모두 끌어내야 합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전력?”


“네.”


“···.”


엠마는 이채가 도는 시윤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이 촘촘히 박힌 듯 깊은 눈 속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읽었다.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


시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무슨 계획인지 알아야 우리도 도울 거 아닙니까!”


채옥이 끼어들었다. 답답하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시윤은 고개를 저었다.


“말 못 합니다.”


“···이유가 있느냐.”


계획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

시윤은 엠마의 눈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망설이듯 입을 떼었다.


“지금 말하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계획일테니까요.”


망설임이 전달된 것이었을까.

엠마와 채옥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시윤은 이제 다시 아담 크롤러를 바라보았다. 눈에 기운이 차올라 번뜩였다.


“그러니까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엠마와 채옥도 긴장감에 후우 숨을 고르며 아담 크롤러를 바라보았다.

그 거대한 기운이 이쪽을 향해 이글거렸다.

이제, 최종 결전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쿵.

쿵.

쿵.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는 더이상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지 않았다.

크롤러의 검이 내리쳐질 때마다, 검정 번개가 섞인 검기가 주변 공기를 찢으며 시윤을 향했다.

시윤과 엠마가 힙을 합쳐 매번 검을 막아내고, 채옥의 보호막도 몇 번을 부서지면서도 다시 공격을 막았다.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윤도 거세게 기운을 방출하여 맞섰다. 사방군데로 몸을 움직이며 크롤러의 목을 노렸다.

엠마는 수백, 수천의 강기를 이루어 크롤러의 사방을 묶엇다.

중간중간, 채옥의 레이저포도 굉음을 내며 쏘아져나갔다.

그러나 셋의 합공은 충분하지 않았다.


“허억!”


펑! 소리와 함께 기운이 충돌하고, 시윤은 크롤러와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한참을 움직이던 시윤의 입에서 거친 숨이 내쉬어졌다.

땀이 삐질 흐르고 있었다.


‘젠장. 낭패다.’


하나하나에 온 힘을 다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크롤러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단번에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를 공격이었다.

그만큼 시윤 일행의 기운은 삽시간에 닳아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반면 아담 크롤러의 기운은 마치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은 예측할 수 없었고, 한방한방에 마치 정신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충격이 이어졌다.


“소년..! 자세를 잡아라!”


“엠마 씨. 괜찮습니까?”


엠마도 온몸에서 땀을 흘리면서 검을 잡았다.

손이 저려오는지 검끝이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검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말할 시간도 아깝다!”


“도둑놈! 갑시다!”


전투가 시작된지 겨우 2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 절반이 넘게 사라져버린 기운.

앞으로 찰나의 순간에 고갈될 것이 분명했다.


“젠장!”


시윤도 엠마와 채옥을 따라 앞으로 뛰쳐나갔다.

검이 깨끗한 호선을 그리며 공중을 갈랐다.


##이게 끝이냐.##


그러나 시윤의 검은 무언가에 막힌 듯 공중에서 멈췄다.

몇 번을 휘둘러도 마찬가지였다.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갈 거리를 남기고, 아담 크롤러의 앞에서 멈춰섰다.


##시시하군.##


크롤러는 당황하는 시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온 힘을 다해라. 숨기는 패가 있다면 지금 꺼내라.##


‘당했다.’


시윤은 까득,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다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합에, 너희는 모두 죽을테니까.##


무표정한 아담 크롤러의 얼굴을 보고 확신했다.

애초부터 이길 생각은 없었다.

버티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금씩이라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아담 크롤러의 체력을 깎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윤의 기운도, 엠마의 기운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해.’


허나 오산이었다. 자신이라면 벼텨낼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 큰 오만이었던 셈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덤벼!!!!!”


놈은 아직 자신의 힘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단 한 방울이라도, 그 기운을 깎아낼 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끝인가보군.##


“피해!”


시윤은 찰나의 순간, 크롤러의 몸 속에 거대한 기운이 응축되는 것이 느꼈다.

엠마와 채옥을 거세게 밀어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셋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순간, 콰아앙! 셋이 서 있던 자리에 크롤러의 주먹이 꽂혔다.

지면에 기운이 스며들어 땅이 갈라졌다. 큰 폭발이 일어나 기운이 용오름처럼 솟아올랐다.

크롤러가 그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며 흩어진 셋을 차례로 지켜보았다.


##이제 네놈들에게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욱. 크롤러가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또다시 가공할만한 온 시공의 기운이 크롤러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저···저건···! 소멸한 시공의 기운입니다!” 채옥이 사색이 된 채 소리쳤다.


“수백···수천 개의 시공의 기운이 저 몸에···!!”


채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온 힘을 다해 막아라!” 엠마도 눈이 커지며 다급히 소리쳤다.


“스치기라도 하면 죽는다!”


아담 크롤러를 둘러싸고 하늘로 솟구치는 기운이 더욱 굵게 퍼지며 주변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아연실색하여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켜라!” 그 순간, 뒤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휘리릭! 금색 빛줄기 수십 개가 날아들어 기운의 기둥을 옭아맸다.

오리온스 테일, 그리고 세레노스 카스티오스였다.


##이놈!##


아담 크롤러가 인상을 쓰며 기운을 더욱 세게 방출했다.

그러나 빛줄기는 점점 기둥을 조이고 또 조였다.

빛줄기가 조여올 수록 기둥은 모래시계 모양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파앗! 기둥이 사라지고 어느새 아담 크롤러의 몸이 빛줄기에 칭칭 감겨 있었다.

크롤러는 밧줄을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그때, 수백, 수천 개의 푸른 색 강기가 동시에 아담 크롤러를 향해 쏟아졌다.


“크아아악!!!!”


그가 비명을 지른 것이 강기 때문인지, 조여오는 빛줄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제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몰로크를 비롯한 태초의 프로토게노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오리온스 테일과 세레노스 쪽으로 달려가 금빛 줄을 함께 잡았다.

그러자 금빛 줄을 타고 그들의 기운이 아담 크롤러의 몸을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겹겹이 묶인 줄이 시계 모양의 마법진으로 변해 크롤러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크로노 보르텍스···!”


시윤이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태초의 존재를 봉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었다.

얼마 전 세레노스 카스티오스도, 태초의 아담 크롤러도 바로 저 기술에 당했다.


##이제와서 겨우 이런 게 나에게 통할 것 같으냐##


아담 크롤러의 얼굴에 핏줄이 돋아났다.

확연히 이전과는 다른 반응. 조금일지 모르나 공격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됐다!’


시윤이 눈을 크게 떴다. 주먹을 꽉 쥐었다.

확신이 없던 눈동자에 그제야 이채가 돌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태초의 존재들을 되돌린 것도. 모두를 되돌린 것도. 이 전장에 그들을 불러낸 것도.

모든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버텨!!!!!”


그렇다면 반드시 바로 그 순간이 온다!


##으아아아아!!!!##


그때, 크롤러가 포효했다. 온몸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를 붙잡고 있떤 크로노 보르텍스 마법진이 부르르 떨리더니 챙그랑! 산산조각나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의 몸을 휘감은 빛줄기가 툭! 투둑! 소리를 내며 한두줄씩 끊어지고, 몸이 부풀어올라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이 벌레같은 것들.##


태산을 울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형상은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어두운, 칠흑의 무언가.

어떠한 색도 허용하지 않는 암흑 그 자체였다.


##다 여흥은 필요 없다. 이 지리멸렬한 싸움을, 이제 끝내주지.##


쿵. 크롤러가 발을 딛자 그 주변에 검정 구체가 떠올랐다.

구체 주변으로 공간이 빙그르르 돌아가며 왜곡된 변칙점이 생겨났다.

빛마저 흡수하는 듯, 그 주변에 밝은 원이 생겨나 빙그르르 돌아가고 있었다.

기운에 휘말린 변칙자의 몸은 국수가락 뽑히듯 길게 늘어져 빨려들어가기도 했다.


“시공의 틈새···.저거다. 저기로 가야···.”


시윤이 중얼거렸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검은 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올드 가드!”


어느새 몰리안트라가 날아와 사뿐히 시윤의 곁에 내려 섰다.

그러자 시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딘지 모르게 결연한 표정에, 몰리안트라가 놀란 눈으로 시윤의 손을 잡았다.


“당신 설마···!”


쉿. 시윤은 대답 대신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고 펴보였다.

‘조용.’ 말은 없었으나 몰리안트라는 대답을 들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웃는 얼굴이, 반짝이는 눈빛이 여느 때보다 눈부셨다.


“···.”


몰리안트라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소년···?”


그때, 시윤을 보던 이는 한 명이 더 있었다.


“···.”


“소년!”


“엠마 씨. 지금입니다.”


엠마의 부름에 시윤은 돌아보지 않았다.

더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짧게 대답하고서 앞으로 나섰다.

아담 크롤러가 본래 힘을 들어내기 시작한 지금.

그리고 아직 저 빛줄기가 아담 크롤러를 잠시나마 붙잡아 둘 수 있는 지금이 기회다.


“소년!!!!!! 어딜 가느냐!”


엠마가 시윤을 붙잡으려 앞으로 나섰으나, 그녀를 뒤에서 붙잡아 끌어당기는 손이 있었다.


“참아.”


제피르 랜더였다.


“지금 그에게 맞설 수 있는 자는 미스터 진, 하나 뿐이야.”


“소년—-!!!!!!!”


엠마는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는 것처럼 소리질렀다.

제피르의 품에서 발버둥쳤으나 풀려나지 못했다. 그저 버둥거리는 몸짓으로, 울먹이는 푸른 눈동자로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


+++++


##그어어어어어어!!!!!##


아담 크롤러는 더이상 얼굴도, 몸도 없었다.

그저 암흑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시공을 만들어내기 이전. 그것이 그의 본모습이었으리라.

시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담 크롤러 앞에 섰다.

여전히 후줄근한 후드점퍼, 전투로 해져버린 트레이닝 바지.

시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건들거리는 포즈로 삐딱하게 서 있었다.


“여어. 오랜만이야? 이제 어딜 보고 인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


##크으으으···. 실패한 아이···.##


크롤러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뱉자 한 차례 거센 바람이 불었다.

모래바람이 일어나 덮쳐왔으나, 시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힘을 각성할 때 들은 말이 있어.” 시윤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에 박힌 촘촘한 별이 빛나며 아득한 어둠 속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혼돈에서 태어난 아이야.”


##···.##


크롤러의 어둠이 순간 당황한 듯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잘 들어. 단 하나의 질서 따윈 없어. 네가 창조의 힘을 사용할 때 원치 않은 시공이 무수히 생겨난 건 그런 이치.”


##질서란 그런 것이 아니다! 완벽한 통제,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그건 무질서야.”


시윤의 몸에서 알 수 없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기운과는 확연히 다른, 오색찬란한 무지개 빛깔의 바람이 그 주변을 살랑거리며 회오리쳤다.


“통제할 수 있는 질서란 없다. 옭아매려고 하면 할 수록 변수가 생겨나고, 변수는 다시금 혼돈을 만든다.”


##그래서 되돌리려는 거다. 단 하나의 완벽한 질서로.##


“혼돈. 그것이 거대한 질서다. 그것이 시공의 흐름이야.”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아담 크롤러는 더 대답할 의지도, 대화를 이어갈 의지도 없어 보였다.

동시에, 크롤러의 암흑이 점차 응축에 응축을 거듭하며 작아지기 시작했다.

시윤은 “에휴.” 한숨을 쉬었다.


어딘가 아쉽고, 또 어딘가는 쓸쓸한 표정이었다.


“역시 대화는 통하지 않네.”


이윽고 어둠이 테니스공만한 크기로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소멸.##


아담 크롤러의 음성이 작고 나지막히 울리는 순간, 작은 암흑의 구체가 어마어마한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응축된 기운이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보다 빨리, 시윤이 무지개 빛 바람을 날리며 순식간에 그 공을 끌어안았다.


##리와인드.##


이브 발로르의 기운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윤이 환한 빛으로 뒤덮이고, 동그랗게 말린 기운이 검정 폭발을 휘감았다.

사람 크기만한 구체 속에서, 오색 빛깔의 기운과 검정 기운이 서로 휘감기며 빠르게 회전했다.

시윤은 그 기운 속에서 뒤를 돌았다.

아마 이제 그들에게 시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였으나, 시윤의 시선은 정확히 한 사람을 향했다.


엠마.

엠마 레이워드.


“안녕.”


+++++


콰아아아앙!!!!!!!!!


회전하던 구체가 어느 순간 폭발음을 일으키더니, 미세한 빛의 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빛을 맞은 변칙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과 싸우던 패트롤이, 혁명군이, 마녀가, 사라지는 변칙자의 모습에 어리둥절 하다가도 반짝이는 주변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온 세상에 별빛이 내리고 있었다.


-끄···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아아!!!!!!!!


어디선가 시작된 함성이 점차 커졌다. 거대한 승리의 함성이 전장을 뒤덮었다.

그 한가운데, 엠마는 승리에 취한 동료들 사이에서 쉼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소년!”


“소년—-!!!!”


없었다. 소년이 사라졌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뒤져보아도, 아무리 찾아보아도 엠마의 흔들리는 동공에 시윤이 비치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시윤이 사라진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반으로 쪼개진 팔찌만이 남아 있었다.


“이게 왜···?”


엠마는 믿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몸을 웅크렸다.

부서진 팔찌를 두 손으로 쥐자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손바닥을 타고 가슴에 울렸다.

왠지 모를,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소년.···”


엠마는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윤이 남긴 무수한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직, 필요한 사람입니까?

-해야하니까 하는 겁니다.

-강한 자는 그런 게 아니야. 지키는 사람이지.

-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키는 삶을 선택할 거다.

-누구도 죽게 하지 않겠어요.


“이건 너무···너무 무겁지 않느냐···.”


엠마는 고개를 푹 숙였다.

팔찌를 가슴께로 가져가 꼭 끌어안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50g도 되지 않는 팔찌의 무게가 마치 전 세계의 무게처럼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했다.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는 엠마의 모습 주변으로, 무수한 별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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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1 5 11쪽
»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60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5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4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3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3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5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2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1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4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5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5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3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80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81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5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9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6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7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3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100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9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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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6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5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7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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