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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074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03 18:10
조회
68
추천
5
글자
9쪽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DUMMY

쿵.


고요한 하얀 방에 죽음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낫 모양의 무기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을 쳤고, 그 끝에서 시뻘건 피가 몇 가닥 흘러 바닥에 차갑게 떨어졌다.

핏방울 소리가 작게 공간을 가득 메워나갔다.

이곳이 무대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생과 사가 걸린, 잔혹한 무대.


“허억! 허억!”


그 너머로 한 여인이 검을 짚고 선 모습이 흐릿하게, 점차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분노 섞인 푸른 눈이 번뜩였다.


“당신···무슨 낯짝으로 내 앞을 가로막는 거야!”


엠마가 팔에 피를 흘리며 외쳤다.

이미 수 차례의 혈투가 있었는지 옷도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으나 그 눈빛만은 여즉 강렬했다.

그녀의 동공에, 낫을 든 여자 하나가 비쳤다.

탄탄한 곱슬머리가 스프링처럼 통통 흔들리는, 탄력적인 갈색 피부.


“키에라 스톰---!!!”


“실력이 꽤나 늘었네, 엠마.”


키에라의 목소리는 비웃음 가득한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닥쳐라!!”


“팀장에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팀장은 누가 팀장이야···!”


엠마가 반박하려 했으나, 그 순간 키에라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낫에 감도는 기운이 날카롭게 번져나가며, 순식간에 엠마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캉!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엠마가 낫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러나 엠마의 검은 작게 이빨이 나갔다. 뒤이어 그녀는 수 미터는 뒤로 밀려나 바닥에 발자국을 길게 그렸다.


“그 가증스러운 제피르 랜더를 죽이지 못하고 온 것이 한이었는데, 네 수급이라도 취하여 한을 풀어야겠다.”


철컥. 키에라가 낫을 고쳐잡으며 눈을 희듯 거리며 웃었다.

눈웃음 속 동공이 날카롭게 기운을 쏘았다. 주변의 공기가 함께 얼어붙는 듯했다.

뒤이어 그 몸 전체에서 검정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그 기운.”


엠마가 눈썹을 치켜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은 기운. 피어나는 아지랑이. 공기를 옥죄어오는 듯한 그 느낌.

어디선가 많이 본 기운이었다.


“익숙하지?” 키에라 밀러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분’의 사도. 그 기억을 계승한 자의 힘이다. ‘태초’의 힘이지.”


“태초···.”


엠마가 중얼거렸다.


“그래. 네놈들은 ‘그분’의 뒤를 친 대가로 지금의 혼돈을 얻은 것이야.”


“···”


키에라 스톰은 대답하지 않는 엠마를 보며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그래. 할 말이 없겠지. 할 수 있는 말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엠마도 눈치챘을 것이다.

지금 이 기운은 기껏 패트롤의 힘으로 대적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태초의 기운은 단순한 기운이 아니지.”


쿠우우웅!!


키에라의 검정색 기운이 빛을 발하며 주변을 물들였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물드는 곳곳마다 공간이 일렁이며 변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삐빅! [ 시공이 왜곡되었습니다! ]

[ 시공이 왜곡되었습니다! ]

[ 시공이 왜곡되었습니다! ]


팔찌가 수없이 울리는 사이, 키에라 스톰도, 엠마도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휘익! 땅이 저절로 접히며 순식간에 키에라 스톰이 엠마의 목덜미를 손에 잡았다.

까드득. 목이 쥐어지는 소리에 엠마가 “컥!” 힘겨운 숨을 터뜨렸다.


“나의 기운은 공간의 조작. 네가 딛고 선 모든 곳이 나의 영역이다.”


목을 잡힌 것보다도, 숨이 막히는 것 보다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공간을 조작한다고? 세상천지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술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어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


키에라 밀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엠마의 고통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모든 것을 창조한 힘이다. 네가 지금껏 믿어온 만물의 법칙은 일절 의미가 없지.”


“크으윽!”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키에라 밀러가 더욱더 거세게 엠마의 목을 비틀었다.

엠마의 푸른 눈에서, 서서히 생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


쾅! 콰쾅! 콰콰쾅!!!!


한편, ‘무한의 고요’의 한켠에서 굉음이 울렸다.

소리가 나는 족족 연기가 피어올랐다.


“꺄아악! 꺄악!”


그 사이로 매우 앙칼진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잠깐! 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려보십쇼!”


검정머리 휘날리며 흰 가운을 펄럭이는 채옥이 연기 사이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주변에 깨진 돌이 튀어 그 몸에 닿을 때마다 채옥이 입은 방어구가 빛나며 충격을 흡수하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래두요!!!”


채옥이 뛰어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 시선의 끝, 공중의 한가운데에는 굵은 은색 막대기 하나를 든 한 여자가 눈을 빛냈다.

깊게 파인 상의, 옆으로 깊게 트인 치맛자락이 바람에 펄럭이자 허여멀건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변태 여자! 진정하시오! 진정하십시오!”


채옥은 거의 울상이 되어 그 여자를 등지고 도망가고 있었다.

대체 이 여자는 뭐야!

엠마 선배님, 도둑놈과 헤어져 이 길로 들어서자마자 만난 것이 이 여자였다.

이름이 이사벨라 라이트니드라고 하던가.

마주하자마자 갑자기 막대기를 들더니 다짜고짜 쾅쾅쾅 기운을 쏘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후후후, 재밌군. 너무나도 재밌어.”


콰콰콰쾅!

여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대화를 하면 풀릴 것입니다! 이야기, 이야기를 좀 하시지요! 꺄아아악!!”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키이이잉! 여인이 든 막대기 끝에 금세 기운이 동그랗게 맺혔다가 쏘아져 나왔다.

채옥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꺄아악!”


콰아앙! 채옥의 발치에 떨어진 기운이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몸에 두른 갑주 덕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칠 지경이었다.

적을 만날 각오도 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난 적들은 이렇게 무도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자기소개는 제대로 하고 시작했단 말이다!


“처음 본 사이에 다짜고짜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스내쳐스라는 작자들은 다 이 모양인 것입니까!!”


채옥이 소리쳤다.


“무례라니?”


여자가 웃기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남의 집에 침입한 것은 네놈들이 아닌가?”


“침입이라뇨! 방문자라고 하십쇼!”


“어떤 방문자가 주인집의 방을 때려 부수면서 들어온단 말인가?”


“때려 부순 건 당신이잖아!”


“참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미친 자가!”


“다들 ‘그분’의 의지니 뭐니 하지만, 내가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너를 고른 것도 그 이유지.”


채옥이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는 사이, 여자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미치겠다는, 순수한 악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정이었다.


“너무 재밌다. 그때처럼 너무나도 재미있어. 어디, 이것도 버티나 한번 볼까?”


화아악! 여자가 들고 있던 막대기에서 이번에는 불길이 일어났다.


“몇백년 전, 한 시공을 통째로 불태워 없앨 때 썼던 기술이다.”


회오리처럼 몸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마치 뱀의 형상이 되어 채옥을 향해 사아악! 입을 버렸다.


“···불?”


“불은 재밌어. 모든 것을 흥겹게 하지. 마지막 순간에는 미칠 듯이 춤을 추게 만들어. 그것을 보는 이도, 그 안에 있는 이도.”


“···”


“불이 무서우냐?”


이사벨라 라이트니드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채옥은 그 표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뱀 모양의 불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랜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걱정 마라. 너도 곧 춤추게 될 터이니.”


불길이 혀를 날름대며 쏜살같이 채옥을 향했다.

채옥의 눈은 여전히 그것을 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이 멎을 듯했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숨이 가빴다.

그 눈동자가 노랗고 빨간 불씨의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꺄아아악!!!


채옥의 눈은 밤이 불을 내뿜던 날로 뒤덮였다.

귀는 건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문을 두드리는 참혹한 소리에 휩싸였다.

마을에서 가장 거대한 회관이었다.

누군가는 화마를 피해 기어 나왔고, 누군가는 창문을 깨뜨려 나오려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이들이 칼과 창으로 그들을 찔러 다시 밀어 넣었다.

남녀노소를 구분 않고 모두를.

그것을 멍하게 지켜보고 있던 제피르, 아우렐리아.


“···아니었어.”


불현듯, 지금까지 머리를 뒤덮고 있던 안개가 걷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길로 달려들려는 아우렐리아를, 제피르가 말렸다.

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그 둘이 범인이었다고 생각했을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들은 하늘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 있던 것이, 바로 ‘불의 용’.


“···너였구나!!!”


힘겹게 뱉어낸 한 마디.

채옥의 온 얼굴 근육이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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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트롤(Time Patrol)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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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6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0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7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0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8 5 10쪽
»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69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79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3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2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0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7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8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2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6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2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4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1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6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98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6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8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7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3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3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1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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