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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099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2.06 18:20
조회
123
추천
3
글자
11쪽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DUMMY

이른 아침. 

이제 막 트기 시작한 햇살이 도시를 희미하게 밝혔다. 초가집과 피라미드, 마천루가 햇빛을 밭아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모든 건물들에 붉은 깃발이 꽂혀 있었다.

흰 글씨로 ‘혁명’, ‘진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채 바람에 펄럭였다.


“혁명?”


화려한 금빛 로브를 두른 트래시 마스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무슨 혁명! 어떻게 된 거야!”


트래시 마스터가 조용히 나직였다.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그 목소리가 금속 재질의 방을 가득 울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이 다 통제하고 있을 거 아냐!”


“노예들이 무장했어요!”


병사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무장?”


트래시 마스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득히 먼 저 아래.

붉은 깃발들이 나부끼는 땅 위에서 낯익은 투사들이 병사들을 향해 검과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의 날이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꽤 먼 거리였음에도 그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중 가장 앞에 선 붉은 피부의 털북숭이 남성이 내지르는 목소리였다.

그 주변으로 모여든 투사들이 눈을 반짝이며 함께 무기를 들었다.


“저놈 이름이 뭐더라? 체···아니, 제트?”


“프로그램이 무너졌습니다!”


“허. 그런데도 네놈들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트래시 마스터는 여전히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손이 슬며시 떨리며 지팡이를 꺼냈다.

그 끝이 향한 곳은 병사.


“뭘 하고 있냐고!!!”


“어엇! 마, 마스터!”


순식간에 노란 플라즈마가 병사의 몸에 가 닿았다.

병사는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녹아내렸다.


“빨리 나가서 잡아 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뒤를 돌아본 트래시 마스터.

우르르 달려 나가는 병사들 사이에서, 그의 눈이 흰 불꽃을 거세게 일으켰다.


+++++


애애앵!


[ 비상! 비상! 전군은 신속히 집결하여 반란군을 제압하라! 다시 한번 알린다. 전군은 신속히 집결하여 반란군을 제압하라! ]


트래시 마스터의 건물 안, 세 갈래로 이어진 환한 복도의 금속 벽면이 붉은 비상등으로 번쩍였다.

세 갈래의 복도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더니, 하나의 통로로 이어진 곳에서 만나 정연한 한 줄이 되어 출구를 향해 뛰어나갔다.

두두두두!!

건물 전체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던 병사들의 발소리가 잦아들자,

끼이익! 천장에 있던 환풍구 문이 열리고, 두 명의 남녀가 폴짝! 아래로 뛰어내렸다.


“후우. 생각보다 빠른데?”


시윤이 텅텅 비어버린 복도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자. 애송이. 시간이 없어. 반란군이 모두 제압당하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고 나가야 해.”


아우렐리아가 시윤을 향해 고갯짓하며 세 갈래 복도 중 하나를 택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반면 시윤은 잠시 병사들이 사라진 출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빨리 안 와?”


“···.”


제트 게바라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혁명은 미끼다.

헤라클레스도 사라졌겠다, 심기가 어지러운 시점의 트래시 마스터와 그 일당을 밖으로 끌어낼 미끼.

비록 필요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네가 생각한 거잖아. 이제 와서 이럴 거야?”


“그랬지.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럼 빨리 와.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시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 이것은 시윤이 생각하고 시윤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희생을 감내할 자신은 없었다.

희생? 감내?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빨리 오라고! 시간 없어!”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요. 금방 갈게요. 미스터 게바라!’


시윤이 휙 등을 돌려 아우렐리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달려가자, 화려한 장식이 어지럽게 달린 문이 나왔다.


“여기가 트래시 마스터의 방이야.”


드르르르륵!!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에 섞여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뭐야, 이거. 무슨 냄새야?”


아우렐리아가 슬며시 코를 막으며 시윤을 보았다.


“이건 밤ㄲ···아, 아니.”


“뭐?”


“아니야. 신경 꺼.”


찝찝한 표정의 시윤이 들어섰다.

하마터면 그 꽃의 냄새를 말할 뻔했다.

무슨 짓을 얼마나 해대면 이 넓은 방 안에 ‘그’ 냄새가 진동을 하지?


각종 기괴한, 변태적인 장비들이 즐비한 방이었다.

천장은 거울이었고, 한쪽 벽에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기구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방 전체적으로 아무렇게나 벗어던져진 남녀의 옷가지들.

···왠지 모자이크가 필요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좋냐?”


시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아우렐리아가 시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아니, 무슨 사람을 벌레 보듯이. 그런 거 아니거든!


“···더, 더럽네!”


순식간에 얼굴까지 붉어진


“부럽다는 표정인데.”


“아니야!”


“아하. 너···”


아우렐리아가 재밌다는 듯이 시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니라니까! 아니라느뇽! 오라가짜!”


누가 이런 걸, 아니 누구는 안 해본 줄 알아?

아니, 해보진 않았지만···아니, 진짜로 안 해본 거지 못 해본 건 아니···


“이런 씨X!!!!! 누가 이, 이런 변태 새끼하는 짓을···.”


참혹한 19금의 적나라한 현장.

시윤은 결국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뭐래.”


“해서, 열쇠는 어디에 있는데?”


“모르지. 난 저 컨트롤 테이블에서 비행선 위치를 확인할 테니까, 너는 열쇠를 찾아.”


아우렐리아는 냄새 때문인지 슬며시 인상을 쓰며 방 한가운데 놓인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이것저것 복잡한 터치패널이 덕지덕지 현출되어 있는 파란색 홀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


시윤은 “흠!”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끄럽게 하지는 마. 겨우 쫓아낸 수고를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알아.”


아우렐리아의 말에 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시간이 없다. 어서 여기를 정리하고 나가야 해.

저런 19금··· 어서 잊어버려야지.

시윤이 양손으로 찰싹! 얼굴을 때렸다.


시윤은 물건이 어질어져 있는 책상 위로 향했다.

책상 위는 각종 물건과 문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먼지가 약간 쌓인 서류 뭉치, 낡은 컵, 복잡한 기계 부품들이 한데 뒤엉켰다.

책상 한쪽 구석에는 반짝이는 금속 조각들과 무심코 던져진 듯한 작은 도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윤은 조심스럽게 책상 위를 살폈다.

서류들을 뒤적거리며, 각종 기계 부품과 기기들을 살펴보던 중, 시윤의 손이 멈칫했다.


책상과 벽 사이에, 작은 금고 문이 하나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검정색 디자인.

무엇보다도, 그 안에서 무언가 희미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건.”


익숙한 기운의 재질. 그리고 색.

검정색 기운이 금고문의 틈새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대체 이게 왜.”


키이잉. 순간 시윤이 목에 걸어 품에 넣어둔 펜던트가 작게 떨렸다.

금고 속의 기운에 반응하는 듯했다.

뭔가 있구나.

시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고르고, 집중했다.

그러자 시윤의 손에서도 검은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검정색의 아지랑이가 역시 금고를 향해 서서히 일렁였다.


열쇠도 중요하지만, 이 기운과 관련된 의문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여기다···. 여기 있었구나. ##


시윤의 입에서 이상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이상하다. 내가 왜 이러지. 이 말은 대체 뭐야!’


처음 뱉어 보는 말이었지만 알고 있었다.

태초의 여신. 레나스티아.

그리고 기억 속에서 헤라클레스를 쫓아내던 바로 그.

이름 모를 그가 하던 말이 분명했다.


‘잠깐만, 이거 뭐야 대체!’


시윤은 멈춰보고자 했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몸과 기운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마치 처음부터 시윤의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이거 왜 이래! 기운이 멋대로···!’


시윤의 기운과 금고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은 마치 서로의 손을 맞잡듯이 만났다.

그때 시윤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자 콰직! 시윤이 금고의 검정 문이 호일처럼 찌그러졌다.

이내 여러 개의 힌지 중 겨우 하나만 뜯어지지 않고 달랑거리는 검정 문.

시윤이 그 안을 살펴보자, 열쇠 꾸러미 하나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검정색 돌 조각 하나가 있었다.

검정 기운은 바로 그 돌 조각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 버려진 자들의 주인···. 버러지 같은 놈. ##


열쇠 꾸러미와 돌조각이 부웅 떠오르더니 시윤의 손에 들어왔다.

짤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에 열쇠 꾸러미가 잡혔고, 돌조각은 그대로 시윤의 손안으로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흐음···.”


시윤은 손에서부터 퍼지는 감각에 신음을 흘렸다.

눈을 감고 그리운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것을 천천히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운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뭐냐고! 대체!!! 몸을 돌려줘!!’


알 수 있었다. 시윤의 몸에는 다른 녀석이 들어온 게 분명했다.

녀석은 시시각각 시윤의 의식을 억누르려 하고 있었다.

그 돌조각이 손을 통해 흡수되고,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것이 더 박차를 가했다.


## 조용히 해. 시스템의 간섭이 없는 건 아주 오랜만이니까. ##


‘시스템? 그게 무슨 소리야!’


거울처럼 번쩍이는 천장에 시윤의 모습이 비쳤다.

시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바짝 위로 치켜든 채 기운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아.” 탄성을 뱉으며 한참 호흡하던 그가 눈을 떴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그러자 거울에 비친 그의 눈이 붉게 번뜩였다.


‘붉은···눈? 내가!?’


시윤이 놀라는 순간이었다

희미하게나마 시야를 공유하던 시윤의 감각이, 순간 뚝! 끊어져 버린 듯이 검게 물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 잘했다. 나의 아이야. ##


그가 눈앞에 있었다.


“젠장. 또 당신이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정색 후드를 뒤집어쓴 꿈속의 남자.

그때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바로 이 남자의 것이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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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6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0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8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69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79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3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3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8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3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5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2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6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98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6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8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7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3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1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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