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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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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30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04 18:15
조회
68
추천
5
글자
10쪽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DUMMY

달그락.

시윤이 돌을 집어들었다.

돌 주변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검정색 기운들이 시윤 쪽으로 흘러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 그거!”


손을 툭 치는 감각과 함께 돌이 사라졌다.

어느새 나타난 이브 발로르가 돌을 홱 낚아채어간 것이었다.


“이 위험한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면 어떡합니까!”


이브 발로르가 다급히 말했다.

말투와 달리 꽤나 기대 가득한 눈빛이었다.


“뭐라구요? 아니, 어디 있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시윤은 어이없다는 듯 받아쳤다.


“헤헷. 이거예요! 이거! 제가 찾고 있던 거!”


그러나 이브 발로르는 시윤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천장 조명에 비춰보기도 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간식을 앞에 둔 강아지가 침을 흘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걸 흡수하면 저도 ‘그분’께···!”


“잠깐, 그거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시윤이 기겁하며 이브 발로르를 말리려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브 발로르는 일반인이었다.

기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올 아담 크롤러의 기운을 버틸 몸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기운을 흡수하면서 보게 되는 기억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시윤이 가장 처음 기억을 마주했을 때, ‘시스템’이라는 존재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정보를 가렸던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지금 이브 발로르가 돌을 흡수하게 두어서는 안 됐다.


“내놔!”


시윤이 손을 확 뻗어 가로채고자 했다.


“어어!? 싫어요! 왜 이래요!”


그러자 이브 발로르는 잽싸게 이리저리 손을 피하며 시윤의 손길을 피해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어느새 뒤로 훌쩍 뛰어 멀찍이 떨어졌다.


“멈춰요! 오지 말아요! 더이상 다가오면 이 돌의 운명은 장담 못 해요!”


“무슨 인질극도 아니고! 내놓으라니까! 위험하다고, 그거!”


“이게 있어야 내가 선택받을 수 있다구요!”


“선택? 그런 건 없어! 애초에 선택받아야만 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이상하잖아! 위험하다고!”


실랑이가 이어졌다.

시윤이 기겁하니 이브 발로르도 함부로 돌조각을 흡수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내어놓을 생각도 딱히 없어 보였다.


시윤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알렉스와 대결해보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저 돌은 아담 크롤러가 가진 기억의 파편이었다.


받아들인 자를 노예로 만드는 물건이 분명했다.

뿐인가. 아담 크롤러의 기억을 ‘각성’하면 다른 인격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왠지, 저 이브 발로르라는 여자는 “바라는 바예요!”라며 오히려 좋아할 것 같았으니까.


“보세요! 이건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 아니···어? 어라!?”


그때, 이브 발로르가 들고 있던 돌조각의 기운이 흩어지며 어디론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손을 휘저어 기운을 다시 주워담으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기운은 연기처럼 퍼지더니 복도의 끝에 난 문을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안돼!!!”


이브 발로르는 품 속 깊숙하게 돌을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기운을 붙잡으려는 발버둥인 듯도 했다.

그러더니 마치 미국 풋볼 선수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연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향해서였다.


“야! 잠깐만!”


시윤이 뒤늦게 소리쳤지만, 이미 벌컥!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린 뒤였다.


“미치겠네! 문 너머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는 여자다.

어쩌다가 저런 골칫덩이를 끌어안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시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뒤이어 주변에 검정 안개가 옅게 퍼지며, 시윤의 신형도 사라졌다.


“이브 발로르! 멈춰!”


“돌멩이! 멈춰!”


시윤과 이브가 동시에 외치고 있었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듯, 서로가 목표물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그렇게 조금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한 문 앞이었다.


새하얗게 칠해진 다른 곳들과 달리, 유독 그 문만은 짙은 회색이었다.

크고 작은 시계 문양이 어지럽게 겹겹이 새겨진 거대한 문.


“흐에엥. 흐어어어어!!”


문의 한쪽 구석에서, 이브 발로르가 울고 있었다.


“뭐, 뭐야. 왜 이래?”


“흐에에에엥!!!!”


서러운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돌조각 못 먹은 게 그렇게 서럽냐.”


“그럼! 서럽지요! 얼마나 열심히 쫓아왔는데! 마치 빨려들어가듯이 쏙 품에서 사라져버렸다구요!”


“빨려들어가듯이···?”


시윤은 문득 다시 문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시계 문양이 새겨진 문이라. 그러고보니 분명 시공관리국에서 본 듯한 기억도 난다.

아마도 중앙실이었던 것 같다.


“그럼 이게 평범한 문은 아니란 소린데.”


“빨리 열어줘요! 난 들어가야겠어요!”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


“그럼, 안 들어갈거예요? 왜, 무서워서?”


“···너 들어가지 말라고, 너.”


“왜, 왜요! 저거 내 껀데!”


“욕심부리지 마. 그러다 죽는다.”


“안 위험하다니까요!”


“여튼, 여기에 있어. 위험하니까.”


“또 그 소리!”


“아까 그 돌 조각 이야기가 아니야.”


“···예?”


시윤은 거대한 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거야.”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한의 고요’라는 성은 지금 아마도 전체가 시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으로 가득한 곳.

돌조각의 기운이 이곳을 향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느껴지는 살기가 어마어마하거든.”


꿀꺽. 침이 삼켜졌다.


“다음 스테이지라 이거지.”


쿠구구궁. 시윤이 기운을 불어넣자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 한 가득 쿵. 쿵. 쿵. 쿵.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심···.장?”


널찍한 방의 가장 끄트머리, 단상 위에 심장이 올려져 있었다.

소리는 그곳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꿈틀대는 모양을 보아 하니 모형은 아닌 듯했다.


“진짜 심장이라고?”


그보다 신기한 것은, 심장에서 익숙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담 크롤러의 편린···아니, 그놈의 심장인가.”


“용케 맞췄군.”


뒤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처음 보는 남성. 시윤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누구야.”


“반갑다. 진시윤 형제여. 나는 마커스 커즈워드. 이유를 부여하는 자.”


“전혀 반갑지 않은데.”


시윤이 눈을 부릅떴다.

궁금한 것도, 알아내야 할 것도 없었다.

누구인지, 뭘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

그런 직감이 들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질적인 기분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대는 왜 내게 검을 겨누지?”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시윤을 향해, 놈이 입을 열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적’이잖아.”


“적이라.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는가? 나는 오늘 그대를 처음 보았네만.”


“네놈들의 목적은 시공을 모두 소멸시키는 거 잖아. 그것만으로도 적이 될 이유는 충분해.”


“아니. 그건 진짜 이유가 될 수 없다.”


“닥쳐. 듣기 싫으니까. 어차피 뻔한 궤변이야.”


어차피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적’이다.

무슨 말을 늘어놓든, 결과적으로 모든 시공을 없애겠다는 결론일 테다.

‘변칙자에게 서사는 필요없다’는 엠마의 말이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했다.


삐빅! [ 스킬 ‘월야행’을 사용합니다. ]


시윤의 검에 기운이 모여들 즈음이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놈이 서 있는 쪽에서부터 살랑 불어온, 작은 바람이었다.


“나는 그대가 이곳에 온 이유도, 우리를 적대하는 이유도 찾지 못했다.”


“···이게 무슨!?”


시윤의 손에서 검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환영이 아니었다.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소멸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유가 없기에 사라진 것이다.”


“···.”


새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유를 부여하는 자’. ‘적대하는 이유’.

이유가 없다고 대답하자 사라져버린 검.


“···허. 말도 안 나오는 능력이구만.”


“그러니 내 묻지 않던가. ‘이유’가 무엇이냐고.”


모든 현상에 이유가 없다면 그 결과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뭔 이런 스무고개 수수께끼 같은 능력이 다 있어!

게다가 그 이유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납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그게 이유인가?


“이제보니 그대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모양이군.”


“뭐?”


“나는 그대의 내면을 보아 합당한 이유를 부여할 뿐.”


“···.”


선문답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윤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런 뻘소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공격할 방법이 사라졌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허면 이리 물어보지.”


‘시작됐다.’


시윤은 마커스 커즈워드의 눈을 바라보며 예상질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해야 했다.

저놈이 온갖 것에 이유를 찾기 시작할 때마다 무언가 하나씩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분명 전투에 관한 것이 사라지기 시작할테지.

처음은 검이었으니, 이제는 옷인가? 그게 아니라면 손? 팔?

그게 아니라면, 기운···?


“그대는, 어찌하여 존재하는가?”


“···ㅁ···뭣?”


차마 예상하지도 못했던 질문.

시윤은 입만 뻥긋거리며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감흥 없는 눈빛이 찬찬히 시윤을 훑고 있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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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0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4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3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8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3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5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2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7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9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8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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