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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068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2.22 23:01
조회
95
추천
4
글자
10쪽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DUMMY

## 시간이 없다. 이대로면 넌 죽는다. ##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확신에 찬 강요였다.


## 너와의 약속은 지켜주마. 동료들을 구해주지. ##


그래서일까. 


# 어서. 말해.. 넘겨라! #


마치 펜을 든 채로 계약을 망설이는 상대를 바라보듯, 그 확신이 조급함으로 느껴졌다. 


‘이번에야말로 아니.. 이번에는 꼭 가져가야 한다.’


시윤에겐 그 말들이 이렇게 들려왔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희미해지던 의식이 오히려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가질 수 있는 혹은 완전히 이 힘을 굴복시킬 어떤 기회.


마침내 시윤은 그 목소리에 답했다.


‘잘 들어. 이 재수 없는 새끼야. 난 이대로 죽을 생각이다.’


## 그래!.. 어? 네 놈 지금.. 뭐라고. ##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알 순 없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ㅈ같아서. 죽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이지.’

 

## 살고 싶다며! 동료들을 구해야지. ## 

 

‘지쳤어.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내버려둬. ’ 

 

## ..이 나약한 버러지. 아니.. 아니야. 정신차려라. 너의 선택이면 모두가 살 수 있어. ##

 

‘...’

 

빙고. 확실하다. 

시윤이 죽으면 곤란한 것은 이놈이다.

그렇기에 매번 살려놓은 거다. 


“잘 생각해. 난 지금 확실히 죽어가는 중이니까.”


## ···빌어먹을 놈. 못본 새 영악해졌군. ##

 

빠직!

그 순간, 시윤의 몸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랫배 아래, 단전 속이었다.


## 다음 번은··· 절대 없을 거다. ##

 

파파팍.

잠시 후 시윤의 팔찌가 쉬지 않고 울렸다.

완전히 엉망이 된 몸상태가 수치로 뜨기 시작했다.


[사용자 진시윤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심장 손상률 95%]

[폐 손상률 99%]

.

.

[출혈이 심합니다.]

[혈류 증가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렵습니다.]

.

.

[신체 기능의 99% 손상]

.

.

[잔여 에너지 1% 미만]


[사용자 진시윤의 생존 확률 0.1% 미만입니다.]


..하하.. 이번엔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거 정말 승산 있는 도박이 맞겠지?


## 빌어먹을. 이제 집중해라. ##


그 목소리에 답할 기운마저 없었다.


그때 스스스스···. 쿠쿵.

시윤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운을 느꼈다.

쿠구구구궁.

이질적인 기운이 밀려왔다.

이것은 녀석의 것일까? 아니면 몸안 어딘가 숨겨진 힘일까. 


‘크으으윽.’


동시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혈도가, 핏줄이, 근육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는 듯했다.

실제로 비명을 못 내는 탓인지 더 고통스러웠다.


팔찌가 기운에 동하듯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삐빅! [ 리와인드를 시작합니다. ]  


삐빅! [ 추가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


[ 추가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


 [ 추가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


[ 추가··· ]

.

.

.

쉴새없이 팔찌가 울려댔다.

스으으으윽- 하며 온몸을 훑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몸 안의 수천수만개의 세포가 그 존재를 알리듯 시윤에게 느껴졌다.


다음 순간, 메시지가 들려왔다.


[사용자 진시윤의 생존 확률이 대폭으로 증가합니다.]

.

.

[신체 복구를 시작합니다. Y/N]

 

‘..Yes.'


++++

  

매그너스 카엘은 침입자가 쓰러지는 모습을 천천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침입자.

이름이···진시윤이랬던가.

그놈은 구멍이 난 배를 움켜쥐고 아직 눈을 감지 못한 채 펄떡이고 있었다.

 

“모처럼 기대했는데.”


이제 그를 만족시킬만한 변칙자는 온 시공을 통틀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같이 팀장들을 돌아가며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싶었다.

그러나 팀장끼리의 전투는 중앙실장의 명으로 엄격히 금지.

그것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타난 이 침입자는 가뭄의 단비, 보릿고개의 진수성찬과도 같은 것이었다.


“또다시 무료해지겠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일까.

그는 다시 눈앞에 쓰러져있는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방금 전 도축된 가축처럼 눈가의 생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침입자였던 것은 그저 하나의 고깃덩이가 되고 있었다.


“하..”


매그너스 카엘은 아쉬움 섞인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보았다.

한눈에도 탄탄한 상반신에는 여러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가 어떤 전장을 헤치고 살아남았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 그런 상흔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오래된 상처였다.

이미 아물고 아문 자국들은 그에게 생의 무료함을 더 느끼게 해줄 뿐이었다.

 

“쯧.. 이 몸에 상처 하나 못 내는 애송이가 아니길 바랐는데.”

 

그에게 지금의 무료함은 죽음보다 괴로웠다.

그래서 생과 사를 오가며 매분 매초마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그런 생의 역동성을 갈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인 것 같다.


그렇게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 두근. ]


이미 고깃덩어리가 된 줄 알았던 그것에서 심장소리가 크게 울렸다.


“···엉? ”

 

그는 천천히 다시 뒤를 보았다.

거기에는 어느새 흐르던 피조차 굳어가는 침입자가 있었다.


“..착각인가.”

 

그때,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헤집어진 심장이, 다시 일정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푸슉. 푸슈슈슉.

그러자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호라. 이건 또 뭐냐···!”


먼저 내장들이 마치 점토처럼 다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 모양은 기괴했지만, 그것들이 자리를 찾아갔다.

이후 상처가 붙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하하하하하. 이런 재주도 있더냐. 부릴 수 있다면 더 부려봐라.”


방금 전까지 꺼져가던 기운이 더 강맹해졌다. 


‘완전히 다른 기운의 흐름이군.’


메그너스 카엘은 생각했다.

모든 생각을 밖으로 뱉고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전부인, 그에게 이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팔찌의 기능도 아니고.’

 

그런 그가 가만히 보며 생각할만큼의 일.

이 넓은 시공에서도 그 길었던 시간에서도. 그만큼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몸을 단순히 재생하던 놈들과는 다르군.’


얼마 뒤 그것이 일어났다.

다시 사람의 형체를 한 체로.


그리고, 마침내 침입자가 눈을 떴다.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그 눈이 메그너스 카엘을 바라보았다.


찌릿.

그의 신경이 반응했다. 아니 곤두섰다.

이런 기분은 태초의 신을 만났을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하하하. 니놈의 정체가 뭐든. 이번엔 실망시키지말거라.”


그가 앞을 보며 검을 들었다.


후욱!

침입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싶더니, 눈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공중을 베어가르는 검정색 장검.

촤악! 왼쪽 어깨에 피가 솟았다.


캉! 다시 들어온 두 번째 공격은 검을 꺼내 다시 막아냈다.

대검을 쥔 손이 지잉--. 진동을 울려왔다.

 

“좋구나! 좋아..음?”


상대는 힘으로 매그너스를 밀어내지 못하자, 단번에 거리를 벌렸다.

설마 도망치려는 걸까? 그렇다면 살려둘 가치가 없는데.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진 상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보다 핏기가 줄어든 눈.

핏기가 줄어들자, 눈동자가 보였다.


“으음. 네 놈, 눈이?”


처음과 달리 새빨갛게 붉어진 눈동자.

이제 그 눈이 매그너스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침입자가 그를 보며 말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후. 다시 시작해보자.”


매그너스 카엘은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시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강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좋아! 다시 재밌어졌구나!” 



+++++


시윤이 깨어나기 바로 직전, 

그것은 실제론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


신체복구가 시작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뛰자 피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피가 돌자, 분명 다 찢겨진 내장이 붙고 있었다.

상처들이 봉합되기 시작했다. 이전의 회복과는 완전히 달랐다.


‘크윽.. 이건 뭐 좀비보다 더하잖아.’


신체가 완전히 해체되고 다시 붙는 이 느낌.

이런 자신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겠지.


콰아아아앙!!

이윽고 혈도가 몇 바퀴를 돌 즈음에, 몸에서 큰 소리가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마치 저수지를 막고 있던 댐문이 열리듯 엄청난 기운이 계속해서 밀려들어 왔다. 

그렇구나. 

녀석이 이것을 막고 있었던 거다.


## 제길. 제기랄!!! 봉인 일부를 이렇게 어이없게 풀어주다니. 이 몸의 수치다. ##


용오름처럼 일어나 솟구치는 기운들이 몸안을 몇번 돌았다.


흐릿한 시야로, 눈앞의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


매그너스 카엘.

그가 조용히 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 미친 자는 정말로 자신과 생사를 다투며 희열을 느끼고 싶은 거다.


그덕에 자신이 살았다.

이제는 보답해줄 차례다.


[사용자 진시윤의 신체 복구를 마칩니다.]


시윤이 붉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가늠하듯 몸을 날렸다.

 

처음은 상대의 어깨였다.

슈욱-. 그러자 절대 베일 것 같지 않던 그의 몸에서 피가 솟았다.


다음은 정면이다.

쿠웅-. 처음으로 상대의 검이 울려왔다.

비록 밀어내지는 못했지만 밀려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두번.

시윤이 거리를 벌렸다.


‘닿는다. 그에게 내 검이 닿기 시작했어.’


용오름처럼 일어나 솟구치는 기운들이 몇번을 순환했다.

그리고 제자리를 찾아가듯 시윤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 많은 기운들이 어떻게 바로금 안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역시나 중요치 않았다.


“후우.”


시윤이 눈을 떴다.

그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후. 다시 시작해보자.”


매그너스 카엘이 피 흘리는 어깨를 붙잡고 씩 웃었다.

무료하게 식어가던 그의 눈이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재미있어졌다고!!!”


###


삐빅! [ 인물정보 ]


이름 : 진시윤

나이 : 30

직업 : 패트롤(대행)

소속 : 지구-633 / 시공관리국 집행부 제4팀(임시)

등급: ???

사용스킬 : 내려치기, 꿈꾸기 (중략) NEW 검은 강기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금일 개인적인 일로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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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6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0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7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0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8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68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79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3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2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0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7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8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2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6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2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4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1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6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98 4 12쪽
»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6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8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6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1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3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3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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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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