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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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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35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2.29 18:30
조회
85
추천
2
글자
9쪽

시공관리국 14 : 기억

DUMMY


쿠구구궁.

오로라 빛 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윤이 서 있는 넓은 대리석 바닥에 순식간에 비가 고여 흘렀다.

검을 맞대고 있던 시윤과 ‘그놈’이 서로를 밀어내자, 발에서 끼익! 소리가 나며 대리석에서 미끄러지는 발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야, 죽이고···빼앗다니?”


## 모르는 척 하기는. ##


부웅! 그놈의 하얀 검은 어딘가 달랐다.

시윤이 무작정 휘두르는 검이 그리는 경로와는 달랐다.

휘릭! 소리와 함께 하얀 검이 허공을 긋자, 마치 흰 비단폭이 펼쳐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네.”


## 큭큭큭···. 사실은 너도 알고 있잖아. 겨우 조각난 편린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 ##


“설명해봐.”


##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3,409번째야. ##


“···.”


콰아앙!


또다시 두 검이 부딪혔다.

시윤은 그놈의 넘실대는 하얀 검격을 하나하나 쳐내고, 피하면서 생각했다.

조각. 그리고 3,409번째.

또다시 영문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저놈은 알고 있는 거야.’


## 궁금하지? 나타나는 놈들마다 반복하는 말인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


부웅! 시윤은 뒤로 허리를 살짝 제끼며 놈의 하얀 검을 피했다.

하얀 검기가 시윤의 턱 바로 아래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윤 역시 검을 휘둘러 반격했다. 시윤의 검격이 검정 색으로 뿜어져 나갔으나 그놈은 이미 멀찌감치 피해버린 뒤였다.

그리고는 비웃듯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날 이기지 못하면 여기서 영원히 나갈 수 없을 거다. ##


“···.”


맞는 말이다.

인형. 편린. 기억. 매번 자리를 옮길 때마다 들었던 말.

매번 들으면서도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말들.

이놈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내려면 일단 이겨야 한다 이거지.

이 검을 한 번이라도 찔러넣어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젠장.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


스르릉. 놈의 검에 기운이 깃드는 순간이었다.

시윤은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익숙한데.’


어라!?

시윤은 하얀 검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면서 순간 느껴진 기시감에 당황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검이었다.

어디더라. 분명 어디서 봤는데. 아니, 그보다 내가 이걸 본 적이 있다고?

대체 언제!?


-이곳은 네가 가진 기운의 가장 오랜 기억 중 하나다.

-나는 너의 내면이다.


기억. 그리고 내면.

그러고보니 꿈속 그 남자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런 말을 했었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기억이 아니라는 소리다.

꿈속··· 그 남자의 기억이다.


‘···기운의 사용법이 보인다.’


‘그놈’의 검결을 보고 있노라니 미세한 진동과 기운의 흐름이 느껴졌다.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윤이 사용해온 기운의 흐름과는 차원이 달랐다.

훨씬 섬세했다. 기운 한 가닥 한 가닥에도 의지가 담겨있는 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검이 움직였다.


콰콰콰쾅!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흘러들어온 검격은 부딪히는 순간 모든 것을 믹서기처럼 갈아버리는 듯한 파괴력을 보였다.


## 하하하하! 그 정도로는 날 죽이긴 커녕, 손끝도 스치지 못할 걸? ##


방금 막 땅을 갈라낸 그놈이 다시 자세를 잡으며 시윤을 노려보았다.


쾅! 콰쾅!

그러는 사이 그놈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매끈했던 대리석 바닥은 대부분 깨져나가 그 아래로 붉은 흙바닥이 보였다.

그만큼 격렬한 공격이 이어졌으나, 시윤은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 쥐새끼 같은 놈! 피하기만 할 거냐! ##


‘···이상한데.’


시윤은 뒤로 할 발짝 물러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모르게 그놈의 움직임이 하나하나 눈에 보이고 있었다.

시윤이 강해서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공격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알기 쉬운, 정직한 공격이었다.

하늘하늘 퍼지는 비단결 같은 검격을 손에 잡힐 듯 보여주려는 듯.

마치 잘 보고 따라하라는 듯.


## 이제 끝내주지. ##


그놈의 몸 주변의 기운이 더욱 커졌다. 하얀 색 기운이 파도처럼 넘실대며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어?’


이상한 일이었다.

시윤의 기운이 그에 공명하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어떻게 해야할 지 알 것 같았다.

뭔가를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났다.

시윤의 기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분명 이렇게. 기운을 천천히 풀어내는 거였지.’


기억을 더듬을수록 그 사용법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랐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조심스레 매만지듯 속에 응어리진 기운의 뭉치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풀린 것들을 얼기설기 엮어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휘익! 하얀 검을 막아낸 시윤의 흑검.

허공에 휘두른 검로를 따라 검은 잔상이 생겨났다. 이전보다도 훨씬 부드러워진 움직임이었다.

촤아악! 자세를 잡고자 검을 옆으로 한 차례 털어내자, 한참은 떨어진 벽면이 두부 썰리듯 부드럽게 잘려 무너졌다.


···어, 어라? 이 정도로 힘을 준 건 아니었는데?


## ···이 건방진 놈. 기술을 훔쳐? ##


뿌드득! 하얀색 검을 쥔 그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훔친 게 아니야. 기억이 난 거지.”


시윤이 말하는 순간 그놈의 눈이 크게 뜨였다.


## 기억을···되찮은 거냐!? ##


“아니, 정확히는 된 거야. 아마 내 기억이 아니라···.”


## 네 기억이 아니라면 뭔데? 이 공간도, 이곳의 모든 것도···. 네놈의 내면이다. 진시윤. ##


“···내면?”


시윤이 어리둥절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놈의 몸에서 거센 기운이 일어났다. 어딘가 화가 난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 그걸 알지 못한다면, 넌 영영 날 이길 수 없을 거다. ##


“잠깐···!”


콰아앙! 시윤은 놈의 공격을 피해 한 발짝 물러났다.

이제 대리석 홀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온통 울퉁불퉁한 흙바닥 가득한 황폐한 배경에 오로라빛 구름이 흐르는 하늘.

시윤은 뒤로 물러나며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내면···내면이라고?’


꿈속 그 아저씨는 분명 이곳이 시윤 자신의 내면이라고 했다.

기운이 가진 가장 오래 된 기억이라고.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을 되찾아라.


시윤은 그 3,409번째 편린이라는 녀석의 기억을 되찾을 때마나 한 단계씩 강해져왔다.

어쩌면 이곳은 시윤의···. 아니, 그 누군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닐까?

그렇다면 눈앞의 이 녀석도···.


‘좋아.’


시윤을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


고오오--.


그 무렵, 네로 블레이즈의 방 안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진시윤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올라 검정색 폭풍에 휘감겨 있었다.


“···헉···헉···!!”


그것을 마주한 네로 블레이즈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그는 벌써 몇 시간 째 시윤을 향해 양손을 펼쳐 기운을 뿜어내며 진시윤의 몸에서 폭풍처럼 터져나오는 기운을 억누르는 중이었다.

이제는 숨소리마저 힘겨워 보였다.


‘생각보다도 더 강렬하다.’


네로블레이즈는 진시윤을 강제로 꿈꾸기 상태에 밀어넣은 것이었다.

제대로 된 내면을 마주하기 위해 강제로 문을 열어야 했다.

무림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의 순간과도 비슷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강제로 문을 열어버린 통에 타임 패러독스. 즉 주화입마의 확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것.

폭발은 물론, 한줌도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

네로 블레이즈는 진시윤의 기운을 순환시키고자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이놈이 돌아오기 전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예상은 하고 있었다.

진시윤이 가진 힘은 예사로운 힘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없다.”


슬슬 힘이 부쳤다.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어서. 어서 돌아와라···. 너만이···너만이 우리를···.”


네로 블레이즈는 쿨럭! 기침소리와 함께 입에서 한 줄기 피를 흘렸다.

앞으로 곧게 뻗은 양팔에 무거운 것이라도 올라간 것 마냥 팔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돼. 아직 안 된다···!’


아무리 정신을 다잡아도, 집중해도 몸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제발···제발···!!! 그..그분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버텨야···!’


삐빅! [ 경고. 잔여 에너지 3%! 에너지 사용 중단을 권고합니다. ]


모든 알람을 꺼두었던 팔찌마저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젠···장···!”


네로 블레이즈가 힘겹게 내뱉은 마지막 한 마디.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의 눈이 감기며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희미한 촛불이 밝혀 그 쓰러진 몸을 비추자,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의 입가가 드러났다.


스윽. 그리고 그 위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수고했어요, 네로 블레이즈 팀장님.”


시윤이었다.


“이제 나에게 맡기세요. 무조건···. 무조건 해낼테니까.”



그는 주변을 휘감던 검은 기운을 조금씩 거두어들이면서 네로 블레이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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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0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4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3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8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3 2 10쪽
»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6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2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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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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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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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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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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