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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24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16 18:10
조회
56
추천
4
글자
10쪽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DUMMY


하늘은 보랏빛으로 가득 찼다. 번개가 번쩍이며 곳곳에 구멍이 열렸다.

그 사이에서 무수한 변칙자가 쏟아져나와 군세를 이루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시윤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 속에는 일월교주를 닮은 인물도, 드라코스 말키안을 닮은 마인도 섞여 있었다.

끝도 없이 늘어선 군대의 앞에, 아담 크롤러가 서서 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시공의 변칙자들은 다 모아놨군.”


“마지막 만찬인데, 당연하지.”


아담 크롤러가 시윤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하니 그 이브 발로르마저 내게서 등을 돌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지. 시공의 신은 한 명으로 족하다.”


“···.”


시윤은 대답 없이 폐허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삼켰다.

반토막난 검을 들었다. 무수한 변칙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남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아담 크롤러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짓고 있었다. 포기할 수 없는 시윤. 그를 향해 다가오는 변칙자의 군대.

시윤은 반토막난 검을 들고 숨을 헐떡이며 그들을 맞설 준비를 했다.


“죽을 셈이냐.”


아담 크롤러는 그런 시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리가.”


시윤은 거친 숨을 들이켜며 검에 강기를 둘렀다.

여기저기 금이 간 검이 비명이라도 지르듯이 파르르 떨렸다.

깨진 부위의 잔금이 더 심해졌다.

지쳤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왜 그렇게까지 맞서는 것이지? 너는 이미 기회를 잃었다.”


“···글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좌절 끝에 찾아온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야하니까. 전부를 걸고서라도.”


초췌한 얼굴 속에서도 시윤의 눈이 빛났다.

크롤러는 조금 짜증이 나는 듯이 손을 들었다.


“자. 시작해볼까?”


변칙자들의 함성이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순간, 시윤은 전장의 중심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돌진했다. 발아래 땅이 진동했고, 공기가 휘몰아쳤다.


-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그의 함성은 변칙자들의 외침과 섞여 전장을 뒤흔들었다.

시윤의 검은 번개처럼 빛나며 무림인의 몸을 가르고, 그의 주먹은 폭풍우처럼 마법사의 머리를 무참히 날려버렸다.

그동안 익혀온 모든 움직임이, 스킬이 무아지경 속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뒤에서 공격해온 마족의 날개를 잡아 찢었고, 땅에서 솟아난 악마의 뿔을 뽑아 으스러뜨렸다.

피와 먼지가 공중에 휘날렸다.

시윤이 발아래 쌓인 시체를 턱! 딛고 일어섰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속, 눈은 하얗게 빛나며 이글거렸고, 입에서는 수증기처럼 숨이 피어올랐다.

그야말로 야차의 모습.

그러나 변칙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단칼에 한 명씩, 한 주먹에 한 명씩 변칙자들은 무너지고 있었으나, 이제 시윤의 강기는 검기로 변해 휘청이고 있었다. 주먹은 채 기운을 두르지 못하고 피부가 찢어져 흰 뼈가 드러났다.

몸에 두른 기운도 바람 앞 촛불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변칙자의 무리가 시윤의 위로 쏟아지자, 금세 인간으로 이루어진 산이 생겨났다.

시윤은 그 안에 파묻혔다.

미처 피할 힘이 없었던 탓이었다.


“젠장!!!!!!”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시윤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버텨야 해!!!”


스스로를 독려하듯 소리쳤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 천금같은 기회를 단지 기운이 다했다는 보잘것 없는 이유로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마지막이다. 이게 마지막이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기껏 무리해서 리와인드를 사용한 의미가 없다.

대규모의 학살이 다시 한번 되풀이될 뿐이다.

그럴 수는 없다.

지금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여기서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단 말이다!!!!!!!!!!!”


퍼어어엉!

시윤이 몸속 기운을 폭발시켰다.

몸위를 뒤덮고 있던 변칙자의 산이 한순간에 날아가 재가 되었다.


“더 이상 아무도 죽게 할 수는 없어.”


시윤은 그 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환하게 빛나며 수증기처럼 기운이 피어올랐다.

몸 곳곳에 금이 가고, 그 틈새가 환하게 빛났다.

이미 다해버린 기운이, 생명력을 끌어다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폭의 전조증상이었다.


“포기했군 그래.”


아담 크롤러가 씨익 미소지었다.


“전혀.”


시윤은 여전히 변함없이 단단한 말투로 받아쳤다.


“예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난 그딴 거 안 해.”


이제 거의 사라져버린 검신을 손에 더욱 꽉 쥐며 아담 크롤러를 겨누었다.


“어디 계속해보자고. 난 끝까지 버틸테니까.”


“네가 죽을 때까지겠지.”


아담 크롤러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드디어 제 몸을 일으켰다.


“너는 단순한 소멸로 마무리하기 아깝군. 마지막 숨은 내가 직접 끊어주마.”


고오오오···.

크롤러의 몸에서 검정색 불길이 일어났다.

시윤이 사용하던 바로 그 기운.

시윤이 사용하던 바로 그 검으로,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던 기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월야행##

아담 크롤러의 입이 떨어지자 마자, 시윤의 등 뒤로 수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그가 스킬을 사용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

시윤의 사방이 시공의 균열로 뒤덮였다.

몇몇 변칙자가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크롤러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 순간, 시윤의 표정에서 좌절이 사라졌다.

대신 희망이 서린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걸 기다렸다.”


##세레노스!!!!!!##

시윤의 입에서 상위의 존재가 뿜어내는 음성이 울려퍼졌다.

짐승의 포효와 같이 우렁찬 진동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달려들던 변칙자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두웅—!

이질적인 진동이 주변의 균열 속에서 전달되어 땅을 울렸다.

틈새에서 나올 수가 없는 반응이었다.


“그 기술. 너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당황하는 아담 크롤러의 표정을 보며, 피투성이가 된 시윤이 웃고 있었다.

+++++

마치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칠흑같은 균열의 속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채옥이었다.


“도둑···도둑놈!!!!!”


채옥은 완전히 회복된 갑주를 두른 채 달려나와 시윤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 미친 신박한 놈! 해냈군요!”


채옥은 철컥! 소리를 내며 시윤의 팔목에 무언가를 채웠다.

기계가 삐빅! 소리를 내더니 시윤의 팔을 휘감아 전신에 기운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회복 로봇인 듯 보였다.

시윤의 기운이 돌아오자, 검도 촤라락! 소리를 내며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스승님, 이게···뭐죠?”


“태초의 시공. 모든 것의 기원이자 모든 것이 시작이지.”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레반시아와 몰리안트라.

그녀들이 주변에 수많은 마법진을 펼치며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시윤이 미소지으며 인사하자, 몰리안트라가 고개를 까딱했다.


“인사는 나중에. 지금은 일부터 하죠, 올드 가드.”


“혁명이다!!!! 혁명이야 진시윤!!!!”


“친구!!!!!”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은 제트 게바라와 헤라클레스.

어느새 죽마고우가 된 듯한 둘이 손을 잡고 균열을 걸어나왔다.

그 뒤를 이어 끝없는 해일처럼 수많은 혁명군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많은 패트롤을 뒤에 이끌고 세레토스 카스티오스가 나타났다.


##대단하군, 진시윤.##


##진짜로 버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미스터 진. 많이 컸군.”


제피르 랜더가 웃으며 시윤에게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시윤이 세레노스 카스티오스와 제피르를 번갈아 보며 가볍게 목례했다.


시윤이 노린 것은 이것이었다.

조금 전 리와인드로 되돌린 것은 태초의 10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시공의 모든 이들의 시간을 되돌렸다.

아담 크롤러의 소멸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그리고 태초의 10인이 해주어야 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아담 크롤러의 앞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것.

문제는 시윤 자신이 그 시간동안 아담 크롤러의 공세를 버틸 수 있느냐.

목숨을 건 도박이 성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시윤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문제가 있나?##


“한 명이 보이지 않아.”


패트롤, 혁명군, 숲속의 마녀 등등이 전장을 뒤덮고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이 모두 나타났다.

그러나 단 한 명.

누구보다도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리와인드는 완벽하게 작동했는데.”


만약 그녀만이 시공간의 어딘가에 홀로 남겨졌다면?

그녀 없이 이 전투를 치러야 한다면 이건 의미가 없는데···!?

그건 패배나 마찬가지다.

시윤의 동공이 흔들렸다. 순간 전장의 소음조차 멀어지는 듯했다.


“소년.”


그때 시윤의 눈에 들어온 한쪽 구석의 작은 균열.

그곳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바람에 휘날리는 흑발. 별처럼 반짝이는 푸른 눈.

모든 삶의 순간, 모든 생의 전환점에 곁에 있던 바로 그녀.


“엠마 씨.”


시윤이 웃자, 엠마도 웃었다.

둘의 회포는 그뿐이었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격렬하지도, 그렇다고 고요하지도 않은, 은은한 기쁨이 가슴에 차오르는 듯했다.


“다 부른 것인가?”


“왜, 부족합니까?”


“충분하다. 소년만 있다면.”


엠마의 눈이 반짝이며 시윤을 향했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이글거리는 듯한 눈빛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차례 악수하듯 손을 맞잡고는 아담 크롤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패트롤의 무리의 가장 앞에 선 제피르 랜더도,

혁명군을 이끄는 제트 게바라와 헤라클레스도,

마법진을 휘두르는 몰리안트라와 레반시아도 변칙자의 군대를 향해 전열을 갖추었다.


“가죠.”


그 한가운데, 가장 앞에 선 시윤과 엠마가 철컥! 검을 들었다.


“이제 되찾을 시간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시윤의 한 마디에 온 군대가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지구-1의 폐허가 전장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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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6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8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0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4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3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8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3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5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2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7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99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6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8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7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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