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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22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3.27 18:05
조회
73
추천
6
글자
10쪽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DUMMY

쿠우웅!

굉음과 함께 대기가 흔들렸다.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던지, 지진이 일어나 땅 전체가 흔들렸다.

나무가, 풀이, 흐르던 물이 순간 진동에 멈칫했다.


“왔군.”


새하얀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한 방 안에서, 네로 블레이즈가 눈을 번뜩이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시윤과 엠마가 지구-1의 방벽을 깨고 들어왔다.

긴장, 그리고 각오가 서린 표정이었다.

그들이 뚫고 들어간 곳은 어딘가 낯선 하얀 건물.

패트롤 본부 건물을 닮은 구석이 있는, 사방이 새하얀 건물 안이었다.


“어라? 꽤 그럴싸한 건물인데요? 태초의 지구라길래 공룡이라도 뛰어다닐 줄 알았더니.”


“조용! 침입할 때 난 소리로 아마 누군가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여기 진짜 지구-1 맞아요?”


“소년, 조용 하래도! 일단 어딘가에 몸을 숨기자꾸나!”


엠마가 말하는 그때였다.

둥. 뒤에서 둔탁하게 벽면을 짚어 울리는 소리.

하얀 두 눈을 번뜩이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뭐냐, 너희들.”


+++++


“하하하! 죽인다!!!!”


“뛰어라, 소년!”


“왜, 왜 도망가는 거예요! 저 정도면 충분히 싸울 수 있···.”


“이런 데서 싸우다간 큰일난다. 건물이 무너질지도 몰라!”


“그게 무슨 대수라고! 패트롤 본부에서는 그 좁은 복도에서도 잘만 싸웠는데!”


“멍청이···!”


엠마가 시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ㅇ..왜요!”


“주위를 잘 봐! 이렇게 긴 복도에 창문 하나 없다. 지하라는 뜻이야! 다 같이 토사에 깔려 죽는다!”


시윤은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엠마가 하는 말이 제대로 이해가 간 것은 아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복도는 직선. 다른 길은 없었다.

복도의 끝에 보이는 검은 점.


“출구다!”


“좋아, 빠져나간다!”


시윤과 엠마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흰 복도에 각각이 뿜는 기운의 색으로 직선이 그어지고, 어느새 주변은 거대한 홀이었다.


텅. 발을 내딛는 소리가 몇 번을 메아리치며 울렸다.

아무것도 없이 새하얀 곳이었다.


“이 정도면.”


시윤은 넓은 장소를 보자마자 뒤를 돌았다. 흰 눈을 번뜩이는 덩치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삐빅! [ 변칙자가 주변에 있습니다. ]


[ 인물정보 ]


이름 : 사사키 코지로

나이 : 29

직업 : 낭인

소속 : 지구-3

위험도 : S


“어디로 가는 거냐, 침입자.”


스릉. 팔척 장신의 거구가 검을 빼 들었다. 은빛 날이 번뜩였다.

뺨 위로 길게 난 흉터, 길게 위로 묶어 휘날리는 머리.

헐렁한 일본식 복장이 펄럭였다.

정말 일본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침입자?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로군, 변칙자.”


“당연하지.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


앞을 가로막은 녀석은 엠마의 물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세를 잡았다.


“뭘 물어봅니까. 변칙자에게 서사는 필요없다. 아닙니까?”


촤라락. 시윤이 팔목에서 검을 빼 들며 앞으로 나섰다.

천천히 기운을 불어넣자 검은 작게 진동하며 기운을 피워냈다.


“잠깐.”


“예?”


갑자기 엠마가 시윤의 앞을 등지고 섰다.

놈을 향해서였다.


“뭐하는 겁니까? 여긴 내가···.”


“아니, 내가 한다.”


촤라락!

엠마의 손목에서 검이 뻗어나왔다.

길게 드러난 검정색 검날이 오늘따라 수려했다.

..아니.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원래 검이 그렇게 생겼던가요? 손잡이에 뱀 모양이···.”


“좀 바뀌었지.”


“예?”


엠마는 시윤을 보고 빙그레 웃고는 앞으로 나섰다.


“여긴 내가 한다, 소년.”


우우웅.

호리호리한 엠마의 몸에서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간 보던 것보다 몇 배는 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잠깐만요. 엠마 씨. 그거···.”


“변칙자 놈들은 멍청하지. 의지도 약해. 그래서 지배당하는 것이다.”


기운이 점점 검에 흘러 들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아담 크롤러의 의지’에.”


엠마는 그 말을 끝으로 변칙자의 앞에 섰다.

시윤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엠마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뭔가 바뀌었다.

분위기도, 기운의 재질도.

마치 제피르 랜더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흘려들을 수 없군. 의지가 약하다?”


휘릭. 휘리릭.

변칙자 놈의 검이 손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허공에서 번쩍이기 시작했다.


“간류지마에서 만난 그놈이 생각나는군. 그놈도 그런 건방진 말을 지껄이다 그만,”


빙글빙글 춤추던 검이 어느덧 멈추고 엠마를 겨누었다.


“이 검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번쩍이는 길다란 일본도가 허공을 갈라 엠마를 노렸다.

S급 변칙자가 곧게 내려치는 검기가 대기를 가르자 주변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퍼졌다.

캉!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엠마의 흑도가 그리 어렵지 않게 일본도를 막아냈다.


“간류지마라. 내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데? ”


엠마는 일본도를 한번 밀어내고는 스윽. 가로로 검을 그었다.

그러자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공간 전체에 푸른 꽃이 만개하며 불을 피워냈다.


“크윽!”


밀려드는 불꽃을 막아낸 놈의 몸이 뒤로 주우욱 밀려났다.

공간 자체를 그어낸 엠마의 검을 보고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네가 어찌 그 기술을 쓰는 것이냐!”


“월야행. 네 ‘주인’의 기술이지.”


“크아아악!!! 젠장! 젠자앙!!!!”


엠마가 한번 더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세로로 금이 그어지며, 검정색 금이 더욱 커졌다.

놈의 몸이 잘게 부서져 갈라진 공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걸로··· 이걸로 끝일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나는 그저 파수꾼일 뿐.”


꾸드드득!

변칙자의 팔다리가 걸레 짜듯 비틀렸다.


“명심해라. 크아아악! 모든 시공이 하나로 합쳐질 때. 네놈들의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


“5인의 스내쳐스. 그리고 그분께···영광을!”


콰지직! 놈의 머리통이 잘게 부서져 암흑으로 흩어졌다.


“엠마 씨.”



“왜지, 소년? 놀란 눈빛이군.”


한 달.

시공관리국에서 네로 블레이즈가 사라진 뒤 지난 시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나도 놀지는 않았다.”


시윤은 엠마의 눈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그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듯도 했다.


-나는, 아직 필요한 사람입니까?


언젠가 시윤이 엠마를 향해 물었던 질문.

엠마는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파트너로서. 자신은 절대 발목을 잡지 않는다고.


“가죠.”


시윤은 피식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출구를 나오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뜨거운 태양빛에 반응하듯, 아지랑이가 곳곳에서 쉴새없이 피어올랐다. 

열기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


“간신히 나왔군.”


“여기가···지구-1. ”


“후. 왠지 황량한 곳이네요. 아무것도 없고.. 덥고. 아니.. 뜨겁네.”


“그래. 전부···말라 비틀어졌군.”


빠지직. 소리와 함께 엠마의 손에서 꽃 하나가 바스러졌다.

식물의 갈색 사체가 가루가루 흩어지며 바람에 날리자, 모래와 함께 섞여 어디론가 날아갔다.

모래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시윤이 숨을 들이켜자, 새삼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운도 강력한데요.”


“지구-1은 태초의 시공이야. 공기마저도 기운이 섞여 있다. 쉽게 생각할 곳이 아니라는 뜻이지.”


백사장 같은 고운 모래입자를 밟자 발이 푹푹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보다도 2~3배 정도 힘이 드는 발걸음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이라도 더 짙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였다.


그렇게 조금 나아가다 보니 눈에 띈 곳은 거대한, 하얀 성이었다.


“저것 봐.”


“···성이군요.”


새하얀 대리석이 열기 오른 아지랑이에 일렁였다.

지구-11, 드라코스 말키안이 살고 있던 그 성을 보는 듯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 마치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기 어딘가에 네로 블레이즈 그 놈이 숨어있다는 소리겠죠.”


“그렇겠지.”


“가죠. 가만히 있다가 또 이상한 놈이 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윤과 엠마는 순간적으로 몸에 기운을 실어 앞으로 튀어나갔다.

두 사람의 경공에 모래가 움푹패인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쏴아아, 파도소리를 냈다.


+++++


또각.

또각.

또각.


하얀 벽면이 끝없이 이어진 복도에 발소리가 울렸다.

복도의 끝에 있는 거대한 회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었다.


“침입자다.”


“지하실 중 하나가 무너졌다더군.”


“지하실? 꽤나 먼 곳으로 들어왔구먼.”


“그러게. 대번에 ‘태초의 방’에 침입했으면 재밌었겠는데.”


각양각색 목소리가 네 번.

동시에 드륵, 쿵.

의자를 빼서 앉는 소리도 차례로 네 번.

테이블에 검정 로브를 두른 네 명의 남녀.

로브는 모자가 달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외양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였다.

그들은 원탁의 가운데, 가장 상석으로 보이는 의자만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에 앉았다.


“안녕들 하신가. 스내쳐스.”


두웅--.

동시에 회의실에 긴장감이 흘렀다.

누군가가 들어서는 순간 짙은 기운이 공기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었다.


“적이 습격했다는군.”


은빛 머리에 노란 안광을 내뿜는 네로 블레이즈.

그가 천천히 회의실 안으로 발을 디뎠다.

원탁에 둘러앉은 네 명의 스내쳐스가 꿀꺽, 침을 삼켰다.


“긴장할 거 없어. 일단 차라도 한잔할까?”


턱. 네로 블레이즈는 남은 한 의자에 앉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조팔봉입니다.

부족한 글을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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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6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3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2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8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1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0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4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3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8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3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5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2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1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7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99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6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8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7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0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4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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