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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67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17 18:15
조회
54
추천
5
글자
10쪽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DUMMY

세상의 끝이 있다면 바로 그곳일 것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불안정한 보랏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끊임없이 번개가 번쩍였다.

각기 다른 시공으로 연결된 구멍들이 시공의 잔해를 쏟아내다 못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변칙자들, 패트롤들, 혁명군, 각기 각색의 무리가 잔장을 가득 메우고 서로를 공격했다.

전장의 대지는 점차 피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으어어어어어!!!!!”


그 한가운데서 울리는 짐승의 포효. 반신, 헤라클레스가 혈혈단신으로 변칙자의 무리를 풍비박산을 내고 있었다.

무기도 없이, 갑옷도 갖춰 입지 않은 상태였으나 그 몸에 창과 칼이 박히지도, 긁히지도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몰려드는 변칙자들을 두꺼운 양팔로 휘적휘적 저어 날려버리며 전장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하하하!! 여전히 혁명적이야!!!”


헤라클레스가 쿵! 발소리를 울리며 지나가자, 그 뒤에 서 있던 제트 게바라가 눈을 반짝이며 그 뒷모습을 쫓았다.

변칙자 하나와 검을 맞댄 채였으나, 그것은 그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훅! 훅! 호흡을 내뱉으며 주변에 칼을 휘두르자, 그 횟수만큼 변칙자가 쓰러졌다.


“하하하! 더! 더 와라! 이것밖에 안 되나! ,···으헉!!!”


제트 게바라가 변칙자의 무리를 돌아보며 도발하는 순간, 그의 몸을 누군가가 강하게 충격했다.

돌아보니 중갑을 착용한, 키가 2m는 될 법한 거구의 기사였다.


“이런···!”


완전히 몸의 균형을 잃어버린 제트 게바라가 휘청이며 넘어졌다.

그러자 기사는 눈을 번뜩이며 대검을 치켜들었다.

이미 수없는 적을 처단한 듯, 대검의 날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죽어라!!!”


기사가 검을 내리치는 순간이었다.


“조심!”


카앙! 돌연 나타난 마법진이 대검을 막았다.

제트 게바라의 몸이 푸른 색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꼼짝없이 당할 줄로만 알았던 제트 게바라가 옆을 돌아보니 그곳에 몰리안트라가 서 있었다.


“마녀···?”


“인사는 나중에 하시죠.”


몰리안트라가 손을 휙휙 젓자, 또다른 마법진이 기사의 몸을 둘러쌌다.

그러더니 펑!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가 폭발하듯 터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제트 게바라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환희에 찬 박수를 쳤다.


“홀리··· 혁명적이로구만!!!”


대단한 인재를 발견한 스카우터의 모습처럼, 제트 게바라는 신이 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때, 마녀님. 나와 함께 이 전장을 혁명으로 물들여보지 않겠나!!? 마침 우리 혁명군에 마법사 자리가 비어있는데!”


“글쎄요.”


몰리안트라가 환히 웃으며 답했다.


“그 혁명이란 게 이 전쟁의 끝을 말하는 거라면.”


“당연하지!”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시죠.”


변칙자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몰리안트라는 주변에 방어막을 쳤다. 그리고 땅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작은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올라오더니 변칙자들의 발을 묶었다.


“하하하하!!! 역시 대단해!”


제트 게바라가 와르르 무너지는 변칙자를 향해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그가 지닌 무딘 검이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법이구나.##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몰리안트라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몰로크.”


공중에 둥실 뜬 거대한 마인의 모습.

세 개의 뿔이 난 몰로크였다.


##여신의 힘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저 청년의 힘이 아닐까요.”


몰리안트라의 눈이 한쪽을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시윤이 검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있었다.


##리와인드인가. 참으로 편리한 능력이야.##


몰리안트라가 고개를 저었다.

‘편리’라는 말에 쉽사리 동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힘은 거대한 대가를 요구하지요. 아마도 저 청년은 스스로 수많은 인과를 감당했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인과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그 인간이, 당신을 살리지 않았나요?”


몰로크가 눈을 움찔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약간은 불쾌해 보였다.

그러나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건방진 것.##


결국 툭.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그 특유의 보랏빛 기운을 끈적거리며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이브 발로르의 가호가 있기를.”


몰라안트라는 두 손을 마주 잡고 짧게 기도를 올린 뒤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주변에 수많은 마법진을 만들어내며, 그녀 역시 변칙자의 무리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전장의 한켠에서는 패트롤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삐빅, 삐빅하는 기계음과 함께 푸른 기운이 변칙자들 사이를 가로질러 폭발했다.

라이든이 지휘하는 수백 명의 패트롤이 전진하며, “가자!!!!!”라는 그의 함성이 전장에 울려퍼졌다.


“크하하하하!!! 더 강한 놈은 없나!!!”


변함없이 울끈불끈 검을 휘두르는 매그너스 카엘의 모습도 보였다.


“저 근육 똥멍청이가! 이쪽이라고!!!! 그쪽은 막다른 길이야, 낭떠러지!”


아우렐리아가 매그너스 카엘의 팔을 붙잡고 방향을 틀었다.

길을 잘못 든 매그너스를 안내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총도 푸른 빛을 뿜어내며 사방을 레이저포로 물들이고 있었다.

패트롤 전선의 가장 첨단에는 제피르 랜더, 셀렌 마렉이 등을 맞대고 싸우고 있었다.

금발에 새하얀 피부, 검정 자켓 속 하얀 셔츠의 가슴께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셀렌 마렉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변칙자가 힘겨운 듯했다.

반면 제피르는 여전히 싱글벙글, 특유의 헤실거리는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제피르는 슬쩍 뒤를 돌아 셀렌 마렉을 보았다.


“이렇게 싸우기도 오랜만이지!?”


제피르 랜더가 휘릭! 검을 휘두르자, 파란 강기 두 세개가 공중에 생겨나더니 달려오는 변칙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푹! 소리와 함께 변칙자가 쓰러졌다.


“오랜만은 무슨, 처음이다.”


셀렌 마렉은 헤실거리는 제피르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는 않는지, 연신 검을 휘두르면서도 투덜거리며 제피르를 힐끗 쳐다보았다.


“난 엉덩이가 맞닿으니 좋은데! 이왕이면 마주보고 싸울 걸 그랬나!?”


“이 변태새끼가 대체 전쟁 중에 무슨 소리를···”


제피르의 장난스러운 말에 셀렌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조심!”하는 제피르의 외침과 함께 휙! 제피르 랜더가 셀렌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게 무슨!”


그 참에 셀렌의 얼굴이 제피르의 가슴에 파묻혔다.

등 뒤에서 변칙자가 베여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제피르와 눈이 마주쳤다.

“조심해, 아가씨.” 제피르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시···시끄러!”


셀렌이 얼굴을 붉히며 단호하게 대꾸했다. 볼이 발그레 해지며, 그녀는 다시 검을 들었다.


“왜 얼굴이 붉어졌지, 셀렌? 응?”


제피르의 짖궂은 장난이 이어질 때 즈음, 뒤에서 쾅! 변칙자 열댓명을 단칼에 베어넘긴 오리온스 테일이 나타났다.


“제피르, 셀렌! 지금 잡담할 여유는 없다. 집중!”


셀렌은 금세 표정을 고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꽈악 쥔 손에서 다시금 기운이 피어올랐다.

제피르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어진 오리온스 테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시윤. 그 소년을 도우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세 패트롤 팀장의 시선이 전장의 한가운데로 꽂혔다.

시윤의 검정색 검이 번뜩이는 바로 그곳을 향해서였다.


+++++


시윤은 말 없이 검을 휘둘렀다.

어떠한 말도, 생각도 필요 없었다.

주변의 소란 속에서도 그의 눈길이 닿은 곳은 단 한 지점 뿐이었다.

검성이라 일컬어진 무림인의 검법도, 드래곤 하트를 지녔다는 아크메이지도, 단칼에 바다를 가른다는 사무라이의 거합도 시윤의 발걸음을 단 한 순간도 잡을 수는 없었다.

그저 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마치 무성한 숲을 헤치며 길을 내듯, 시윤의 검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갈랐다.

그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은 오로지 단 한 명. 홀로 우뚝 서 있는 아담 크롤러 뿐이었다.


“가라! 소년!”


엠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스킬, 청염화가 푸른 불길을 곳곳에 일으키며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일순간에 태워버렸다.


“도둑놈! 빨리!”


두두두두두!! 채옥의 레이저포가 다가오는 적을 밀어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시윤은 다리에 힘을 모아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주변 공기가 그를 따라 움직였다.

전장 위의 바람이 춤을 추듯 회오리쳤다.

그렇게 시윤은 아담 크롤러의 앞에 다시 섰다.

마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 시간이 정지한 듯, 단 둘 만이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인상 깊군그래. 여기까지 내다보고 판을 그렸나.##


“찍었지.”


아담 크롤러의 눈빛에 잠시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시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수천, 수 만 년을 보아온 것 중, 너만큼 나를 놀라게 한 자는 없었다.##


시윤은 검을 더 단단히 쥐었다.


##하지만 의미가 없을 거다. 태초의 시절, 나의 아이들이 수천 수만을 끌고 내 앞에 섰으나 누구 하나 몸이 성한 자가 없었다. 모두가 쓰러졌지.##


“쉽지 않을 걸.”


아담 크롤러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여전히 그 붉은 눈에서는 위험한 빛이 번뜩였다.


“이번엔 내가 있으니까.”


시윤이 검을 겨누었다.

그 곁으로 엠마가 다가왔다. 푸른 눈을 번뜩이며, 온몸에서 기운이 타올라 머리카락이 반쯤 위로 솟구쳐 있는 모습이었다.

채옥은 그들 옆에서 철컥! 하는 기계음과 함께 보호막을 구동했다.

시윤은 양옆에 선 동료를 한번 둘러보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우리가 고집이 좀 세거든.”


##인정하지. 덕분에 더욱 즐겁게 너를 죽일 수 있게 되었어.##

 

크롤러의 음성도 기운을 내뿜으며 주변 대기를 뒤흔들었다.

우우우우웅!! 시윤과 엠마, 채옥이 뿜어내는 기운이 거세게 타올랐다.

크롤러의 어두운 기운과 맞부딪혔다. 마치 시공이 뒤흔들리는 듯 왜곡이 생겨났다.

전장 전체에 그 충격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자. 시작해볼까.##


드디어, 크롤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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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1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5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4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3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5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2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1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4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5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5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2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9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80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5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9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5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7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2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9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9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3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1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5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1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9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6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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