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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80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12 18:05
조회
64
추천
4
글자
9쪽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DUMMY

“정신차려요!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브 발로르···?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어쩌다 보니 같이 빨려들어왔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일단 정신차려요!”


“···정신 차려봐야 뭐해.”


“뭐라구요!?”


“다 끝났어.”


“이 사람이! 잘 들어요!”


이브 발로르가 시윤의 양 뺨을 착! 소리가 나도록 감쌌다.


“지금 당신 죽은 게 아니라구요! 다른 시공도 마찬가지. 여기서 당신이 무너지면 끝이에요!”


“···뭐? 다른 시공이 죽은 게 아니라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제 곧 바닥에 닿을 겁니다. 정말, 정말 조심해야 해요! 반드시 되돌아갈 방법을···!!!”


이브 발로르의 말이 채 다하기 전, 별안간 시야가 환해졌다.

찌르듯 밝아온 빛에 눈을 찌푸리며 둘러보자, 아주 오래 된 듯한 돌벽이 눈에 들어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 좁은 길이었다.

벽에는 횃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있었고, 바닥은 정돈되지 않은 흙길.

동그란 아치 모양으로 빽빽하게 쌓인, 지하실의 돌벽.

어디 다큐멘터리에서 본 카타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꿈에서···.”


시윤이 두리번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옆에서 이브 발로르가 말했다.


“여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곳이에요. 시공의 바깥이랄까.”


“···.뭐?”


시윤은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이브 발로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아?”


“원래 시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들어오기도 했으니, 나갈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잠깐만. 그걸 어떻게 아냐니까?”


시윤은 이브 발로르의 손목을 잡아 세웠다.

석연찮은 표정. 눈이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여자 뭐지?’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지구-1의 변칙자에게 쫓기고 있었던 주제에,

돌조각을 쫓아갈 때에는 시윤이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달려가질 않나,

수없이 이어진 여러 번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아 이렇게 따라오고 있었다.


“너, 대체 누구야!?”


“···예?”


“시치미 떼지 마. 평범한 주민이 아닌 건 알고 있으니까.”


“···.”

시윤의 말에 이브 발로르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동그란 눈에 웃음을 짓고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뭐, 뭔데.”


시윤은 멈칫했다.

왜인지 모르게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들어가세요.”


끼이익.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를 길의 끝. 오래된 나무 문이 끼긱대며 열렸다.


“어엇!”


턱.

이브 발로르는 그 안으로 시윤의 등을 떠밀었다.

시윤이 당황하여 뒤돌아보자, 이브 발로르가 여전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조만간 알게 될 겁니다. 내가 누구인지도, 그대가 어떤 존재인지도요.”


“잠깐만! 그게 무슨!”


“반드시 그들의 협조를 얻어내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텅! 나무 문이 닫히는 순간, 그곳에는 문이 없었다.


“젠장, 뭐야 대체!”


쾅. 시윤은 벽을 한 차례 주먹으로 치며 중얼거렸다.


“이제와서 뭐 어쩌라고···”


엠마의 얼굴이, 석호의 얼굴이 잠시 뇌리를 스치자, 시윤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미 실패했잖아.”

모든 시공은 무너졌고, 이제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동료도, 가족도, 심지어 마음 붙여 살 곳마저 사라졌다.

지금까지 달려온 이유가 모두 사라졌다.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시윤은 뒤돌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이 다시금 몸을 휘감았다.


“다 끝났잖아.”


생기가 사라진 눈으로 고개를 들자, 가운데에 불이 피워져 있는 거대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한 무리.

불이 일렁이는 방향에 따라 사람들의 그림자가 벽면에 너울쳤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불을 보고 있자니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많이도 달려왔다 싶다.

쉴 틈도 없이 전투. 전투. 전투.

시윤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왔다. 나른함이 그의 몸을 감싸 안았고, 지나간 모든 것들에 대한 생각이 점차 흐릿해졌다.


-잠든다. 잠들었어?

-아니. 아직이다.

-아파보여. 불쌍해.

-우리가 도와줄까?

-더이상의 파괴와 소멸은 곤란하니까. 조금 전 시공이 소멸한 여파로 2명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세레노스는 여전히 갇힌 상태고 말야.


의식이 멀어지려는 찰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곤거림 같은 소리가 시작되더니 끊이지 않았다.

사방에 스피커가 달린 듯, ASMR같은 소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꿈결처럼 몽롱한 의식 속에서 정체모를 속삭임이 귀를 파고들고 있었다.


-안 된다. 아담 크롤러의 편린을 가지고 있던 놈이야. 보고 싶지도 않아.

-맞아. 뭘 믿고 도와줘!

-큭큭··· 한번 우리를 배신하려던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군.


‘누구지?’


시윤은 흩어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대화에 집중했다.

힘들다. 피곤하다. 다 놓아버리고 싶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도, 시윤은 그 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왠지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강한 직감이 들었다.


-몰로크의 말이 맞다. 저런 놈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격이 없나?

-없지!


자격. 도움. 어렴풋이 알 듯 말 듯한 말들이 오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평범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대화 중간에 들린 이름 하나가 명료하게 뇌리에 박혔다.


‘몰로크!?’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 이름이 아닌가.

그와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들이라면 시윤도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태초의 프로토게노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놈이 아니면 대안은 있고?

-우리가 직접 나서면 되지!

-생각 좀 해, 마고. 우리는 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없어. 그래서 그때도 고작 봉인할 수 밖에 없었잖아.

-봉인하면 되잖아!

-아담 크롤러가 이미 우리를 제외한 모든 걸 소멸시켰어! 함께 맞설 이들이 없다고!

-가장 강력한 첫 번째 태초, 세레노스도 없잖아!

-젠장! 그걸 노린 게로군! 다 그놈이 계획한 일이었어!


가만히 듣고 있자니 상황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태초의 프로토게노이. 그 맹약인지 뭔지로 묶인 이들이 하나같이 이 공간에 모여있는 것이었다.

아담 크롤러에게 대항하기 위해. 혹은 그저 숨기 위해.


‘잠깐만. 이거···?’


화들짝 잠이 깼다.

방금 이놈들이 한 말을 종합해보면, 뭔가 방법이 있기는 있다는 소리다.


‘희망이 있다는 건가!?’


시윤은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할 수 있을까?’


이브 발로르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짜로 방법이 있었던 거다.

엠마도, 채옥도, 석호도, 나의 살던 고향도 모두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기하자고. 원래 아담 크롤러 그놈에게 조종당하던 놈이야. 다시 안 그럴 거란 보장도 없어.

-맞아. 인간의 뇌는 한번 세뇌당하면 회복할 수 없어. 왜, 지구-9331의 은색기계팔 그놈만 봐도···

-쉿! 깨어난다!



‘해보자.’


시윤은 결심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해야 하는 거야.’


순간, 주변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고, 번쩍. 시윤이 눈을 떴다.


“잠깐만!!”


대리석 넓은 방 안에 시윤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거짓말처럼 주변의 속삭임은 사라진 채였다.


“이야기 좀 해! 다들 어디 간 거야!”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넓은 홀 안에는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 말고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젠장. 이렇게 가버리면 안 되는데! 가버린 건 아니겠지!?’


“···.”


잠시 생각하던 시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었다. 어딘가에 숨어서 조용히 하고 있을 뿐이겠지.

아직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조금 전 대화로 유추하자면 시윤은 그들에게 있어 활용가치 높은 패임은 분명할테니까.

이걸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이걸 봐!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


시윤이 펜던트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공중에 치켜들었다.

희미하게 펜던트가 빛나며 우웅 소리를 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쿠구궁. 소리와 함께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7명의 형체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스윽 나타났다.


##그걸. 네놈이 왜 가지고 있는 거지?##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온몸을 감싼 로브를 걷어냈다.

그러자 그 몸이 세 배는 거대해지는 듯했다.

몸에서 끈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기분나쁜 기운이 주변을 잠식했다.

바닥이 푸슉푸슉 썩어들어가는 엄청난 독기였다.

눈에 들어온 이마 위에 난 세개의 뿔. 이글거리는 붉은 눈.


“오랜만이야. 몰로크.”


##꼭두각시 주제에, 이 무슨 만행이지.##


“이야기 좀 하자고.”


몰로크는 화가 난 듯이 시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전신이 찌릿찌릿 타오를 듯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버티지 못한다 해도 죽을 힘을 다해 버텨야 했다.


“내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패가 되어줄 테니까.”


짐작컨대, 이건 마지막 기회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좋아요와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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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후기 24.04.22 37 0 -
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1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60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5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4 2 12쪽
»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5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3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3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5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2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1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4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5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5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3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80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81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5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9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6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7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3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100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9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3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1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6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5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1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9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6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5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7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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