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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71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3.11 19:11
조회
82
추천
5
글자
16쪽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DUMMY

쿵--.


뻥 둟린 하늘 한 가운데 굉음이 울렸다.

시공관리국의 본관.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젠장···!”


경공을 사용하여 빠르게 다가가던 시윤과 제피르는 그것을 보고 멈춰섰다.

항상 헤실거리던 제피르가 드물게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보던 중 가장 당황한 표정이었다.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한 시윤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뭔데! 저게 뭐야!”


뭉게구름은 일반적인 폭발의 색깔은 아니었다.

건물에서 터져나온 잔해. 그로 인해 피어나는 회색빛깔 연기 뒤로 검붉은 기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 연기를 뚫고 두 개의 기운이 쏘아져나왔다.


“뭐야 저게···?”


온 대기를 뒤흔드는 듯한 기운이었다.

마치 대악마 몰로크를 마주했을 무렵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상위의 존재···! 세레노스 카스티오스 그 자인가!?”


## ···. ##


게다가 저 기운을 마주한 순간 붉은 메시지가 동요했다.

긴장? 아니, 반가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아니. 그분의 기운은 패트롤의 기운과 동일해. 저건 훨씬···불길한 기운이다.”


불길한 기운이라.


“널 닮았지.”


“···뭐?”


“준비해. 곧 부딪힐테니까.”


휘이익!!

짧은 대화의 와중에, 두 개의 기운이 시윤과 제피르를 스쳐지나갔다.

별다른 반응 없이 스쳐 지나가버린 모습에 제피르 랜더가 한번 더 눈을 크게 떴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점이 의외였던 모양이었으나 시윤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찰나였으나 두 기운 중 하나의 주인만큼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로 블레이즈···!?”


저 팀장이 대체 왜 저기서 나오는 거지···?

게다가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서!

엠마는, 채옥은! 아우렐리아는 어떻게 하고 저기서 나오는 거지!?

네로 블레이즈의 등에 둘러진 망토가 펄럭였다.


‘타임 스내쳐스’.

그 등에 쓰여진 문구를 본 순간 시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미스터 진! 쫓아라!”


제피르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일갈했다.

시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누가 옳은 것인지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일의 배후라고 생각했던 제피르.

영문을 알 수 없는 네로 블레이즈의 기운.

저 높은 빌딩 꼭대기층에서 꺼져가는 기운 두 개.



“미스터 진!!!”


“···젠장!”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네로 블레이즈를 저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위이이잉--!!!!


[ 긴급 사태! 전 대원은 네로 블레이즈를 포박하라! ]


[ 긴급 사태! 전 대원은 네로 블레이즈를 포박하라! ]


“이게 무슨···.”


텅 빈 네로 블레이즈의 방 안에서 엠마와 그 일행이 당황스러운 듯 방송이 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우렐리아의 말에 따르면 분명 6팀장 님은 이곳에 있어야 했다.

그것이 유일한 탈출 방법이었다.


“이렇게까지 크게 일을 벌이실 분이 아닌데.”


“일이 틀어졌음에 틀림없다.”


듣고 보니 건물의 바깥에서부터 거대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의 크기를 보아 팀장 중 한 명의 기운일 것이라 여겼으나, 점차 다가오는 기운의 재질이 패트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누구지?”


“이건···.”


“뭐, 뭔데 그러십니까!”


유일하게 이상하다 느낀 것은 아우렐리아.

기운의 느낌이 묘하게, 아주 묘하게 익숙했던 탓이었다.


“트래시···마스터?”


물론 당연히 그가 이곳에 나타났으리라 여긴 것은 아니었다.

트래시 마스터는 진시윤의 검에 당해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상위의 존재].


“뭐냐니까요!?”


“쉿!”


엠마가 채옥의 입을 틀어막았다.

거대한 기운이 방문 바로 앞에 멈춰섰던 탓이었다.

문틈새로 검붉은 기운의 아지랑이가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고요가 흘렀다. 세 여자의 침 삼키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리는 순간,


-끼이익!


문이 열렸다.


“엠마. 엠마 레이워드.”


“팀장···님?”


“이리 오너라.”


“···예?”


엠마는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뒤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지?”


“팀장님, 그 기운···대체.”


“아, 이것 말인가? 하긴, 그대의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들겠군.”


“마스터, 어찌할까요.”


이제 엠마의 눈에도 이상함이 보였다.

가만보니 눈빛도 붉어져 있었다.

패트롤이···. 아니, 사람이 뿜어낼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물러나!”


이미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던 아우렐리아가 엠마를 뒤로 끌어냈다.

엠마의 손을 꽉 잡은 채였다.

절대로 놓지 않겠다 다짐하며, 아우렐리아가 검을 뽑아들었다.


“멈추십시오, 팀장님!”


“아우렐리아. 감히 누구 앞을 막는 것이냐.”


“···.”


이길 생각은 없었다. 감히 맞설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빈틈을 두고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하긴, 너는 예전부터 완고했지. 동료를 지키려는 네 마음은 잘 알겠다. 네 뜻을 어찌 꺾겠느냐.”


아우렐리아가 검을 더욱 꽉 쥐었다.

기운을 끌어내자, 푸른 기운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흔들었다.


“그렇다면 네 손도 통째로 함께 가져가야겠구나.”


스릉. 네로 블레이즈는 팔찌가 아닌 허리춤에서 검 하나를 뽑아들었다.

동시에 온몸을 덮쳐오는 기운의 압박.


직감했다.

이자는 네로 블레이즈 팀장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알던 그 자가 아니었다.


“오호. 그래도 물러나지 않는가.”


“죽어도 못 넘겨.”


“큭큭큭.”


네로 블레이즈가 재미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흘렸다.


“젠장···!!”


철컥! 아우렐리아의 총이 앞을 겨누었다. 총구에 푸른 기운이 모여들던 중이었다.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네로 블레이즈는 미동도 없이 검을 들고 있는 채였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아우렐리아의 한쪽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으으윽!!!!”


신음을 참으며 기운을 둘러 지혈했다. 한 발짝 물러나며 엠마를 감싸듯 등지고 섰다.


“죽어도 못 데려가!”


“걱정 마라. 죽여줄 테니.”


“안돼!!!”


엠마도 기운을 둘러 촤라락! 검을 뽑아냈다.

망설일 틈은 없었다. 온 감각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눈앞의 이자는 더 이상 패트롤이 아니었다.

삐빅! 오래간만에 듣는 팔찌의 알림음. 엠마는 눈에서 푸른 기운을 뿜어내며 그녀의 가장 강력한 스킬 하나를 꺼내 휘둘렀다.


삐빅! [ 스킬 ‘청염화(靑炎花)’를 사용합니다. ]


화르륵! 푸른 불꽃이 허공을 가르며 네로 블레이즈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몸을 뚫어내버릴 정도의 강력한 속도. 불꽃은 얼핏 용을 닮은 형상이 되어 그들을 덮쳤으나, 네로 블레이즈의 손이 한번 까딱. 움직이자 마치 성냥불이 꺼지듯 사라지고 말았다.


콰아앙!! 그리고 기운이 엠마 일행을 덮쳤다.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바뀌어 있었다. 충격과 함께 날아온 곳은 건물 뒤편의 한 평야.

채옥과 아우렐리아는 정신을 잃었고, 엠마는 “크윽. 신음과 함께 겨우 몸을 일으켰다.


“엠마 레이워드.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


턱. 그녀의 앞에 네로 블레이즈가 내려섰다.

밖에 나와보니 오로라빛 하늘과 대비되어 그의 기운이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절망적인 광경이었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상위의 존재라는 것을.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모습에 몸이 저절로 부들대며 떨려왔다.


“윽···!”


존재만으로도 위압을 풍기는 네로를 보며, 엠마의 숨이 점차 막혀오고 있었다.


네로 블레이즈가 손을 뻗자 기운이 마치 날카로운 손의 모양이 되어 천천히 다가왔다.

엠마가 힘겹게 검을 들어 방어했으나 소용 없었다.

끼기기긱! 소리를 내며 엠마의 검날이 은박지처럼 구겨지고 있었다.


“이 무슨···!”


“포기해라. 엠마 레이워드.”


카앙--!

손이 엠마를 덮치던 그때, 눈앞에 검정색 기운, 푸른 기운이 섞여 네로 블레이즈의 기운을 막아내고 있었다.


“소년! 팀장님!”


“엠마 씨, 괜찮아요?”


제피르와 시윤의 검이 동시에 검을 막아냈다.


“네로 팀장님. 지금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보면 모르겠나, 미스터 진? 저건 이제 네로 블레이즈가 아니야.”


“하하하하하!!!”


제피르의 말에 네로 블레이즈가 크게 웃었다.


“내가 네로 블레이즈가 아니라니. 큰 착각을 하고 있군.”


쿠구궁.

네로가 힘을 주자, 검붉은 손이 더욱 강한 압력으로 시윤과 제피르를 눌러찍었다.


“나는 언제나 네로 블레이즈였다. 네놈들이 멋대로 생각했을 뿐.”


“이제 좀 전처럼 되지는 않을 거다.”


“글쎄. 벌레 한 두마리 더 있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제피르와 시윤은 각자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을 준비했다.

어느새 허공에는 수많은 강기가 떠올라 네로 블레이즈, 그리고 키에라 스톰을 겨누었다.


‘허.’


시윤은 하늘에 떠 있는 강기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과 싸울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 훨씬 더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랑 싸울 땐 전력을 다한 게 아니셨구만?”


“미스터 진이 그 정도는 아니니까.”


“헹. 나도 전력은 아니었거든!”


시윤도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쥐어짜 서서히 끌어올렸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 ‘그놈’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스킬을 하나 꺼내들 생각이었다.

시윤의 검에 검정색 강기가 단단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끝이다. 네로 블레이즈···!”


먼저 시작한 것은 제피르였다.

공중에 수없이 떠오른 강기가 일제히 쏟아져내리자, 콰콰쾅!! 소리와 함께 주변에 거대한 먼지가 일어났다.


“지금이다! 미스터 진!!!”


오케이. 시윤은 “흐읍!”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검에 둘러진 강기가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윤의 검이 깔끔한 한 획을 그었다. 온 힘을 다해 강력하게 그어내린 검격이었다.


## 스킬 ‘월야행’을 사용합니다. ##


삐빅! [ 주의! 등록되지 않은 스킬입니다! ]


부우욱.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허공이 갈라졌다.

검정색 초승달 모양의 구멍이 네로 블레이즈의 뒤편에 생겨났다.


“호오. 수고를 덜었군. 알아서 ‘게이트’를 열어주다니.”


“으윽!”


그러나 시윤은 크게 당황했다.

스킬 자체는 성공하였으나,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검 끝이 네로 블레이즈의 맨손에 잡혀버린 것이었다.


“무슨···! 어떻게···!!!”


푸욱!!!

이어서 배를 스치고 지나간 뜨거운 감각.

네로 블레이즈의 검이 깊게 박혀 시윤의 배를 가로로 갈라냈다.


“칭찬해주지. 훌륭하다. 이곳에서 내 몸에 검을 댄 것은 네가 처음이다.”


“말도···안 돼···!”


털썩. 시윤이 쓰러졌다.

어느새 제피르 랜더도 어깨에서 반대편 옆구리로 이어지는 깊은 자상을 입은 채 쓰러지고 있었다.


“쿨럭!”


시윤은 정신을 붙들며 네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엠마를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을.


“머, 멈춰···!”


“누워있게, 침입자. 네놈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니까.”


“역할···?”


“그래. 실패한 복제품. 어설프게 힘을 각성한 주제에 자아를 유지하는 것들을 그렇게 부르지.”


네로 블레이즈는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았다.


“네놈들이 이곳에 오는 건 필연이었어.”


“···뭐?”


시윤은 반쯤 감긴 눈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엠마. 교주. 몰로크. 그리고 이 시공관리국까지. 참 잘 활약해줬어.”


“그게 무슨···뜻이야···.”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아무래도 이해한 것 같구나.”


네로 블레이즈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시윤의 어안 벙벙한 표정을 즐기는 듯 보였다.


“어느 하나, 네 의지가 작용한 것은 없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너를 각성시키기 위한 계획이었어. 넌 내가 만든 계단을 차곡차곡 밟아오른 것에 불과해.”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이제 실패작은 필요 없지. 제피르 놈이 너에게 심어놓은 ‘방화벽’이 그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다.”


“자, 잠깐. 방화···벽이라고?”


방화벽. 분명 두어 번 정도 들은 말이다.

분명 붉은 메시지 속 아담 크롤러도, 제피르도 말했던 그 단어다.


“몰랐나? 꿈꾸기 스킬을 통해 ‘내면’을 마주했을 텐데?”


-나는 너야, 진시윤.

-그놈은 우리가 아니야.


‘그놈’. 진시윤을 똑 닮아있던 그놈. 그게 방화벽···이라고?


“이해가 빠르구나.”


시윤의 표정을 보던 네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가르친 이유가 그거다. 방화벽을 깨뜨려야, 네 안의 ‘그분’이 눈을 뜨실 테니까.”


“···!”


설마···설마 그런 것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상상도 못 했다.


“전부···다 속인 거였냐···!!!!”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역시 ‘레이워드의 유산’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을.”


“이익···!”


거기까지 말한 네로 블레이즈는 몸을 돌려 다시금 엠마를 향했다.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하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분’을 부활시킬 열쇠를 말이야.”


부우웅. 네로 블레이즈가 손짓하자 엠마의 몸이 떠올라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붉은 눈이 엠마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제피르가 너를 보호하겠답시고 감옥에 넣어버린 건 정말이지 의외였어. 설마하니, 내 목적이 너 자체였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네로의 손에 강기가 둘러졌다. 검붉은 색의 강기는 날카로운 메스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그러더니 부욱. 엠마의 몸에 아공간이 열렸다.


“찾았다.”


네로 블레이즈가 엠마의 몸 속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철제 열쇠 하나를 꺼내들었다.

마치 뜯어낸 포장지를 던지듯, 네로의 손에서 엠마가 서서히 땅바닥에 떨어졌다.

흰자위만 드러내고 정신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크롤러의 열쇠’.”


“엠마···씨!!!”


“안돼···!!!! 엠마---!!!!!!”


제피르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검을 휘둘렀다. 혼신의 힘을 다한 마지막 일격.

그러나 여전히 네로의 몸에 닿지는 못했다.

네로는 한 차례 손짓으로 제피르를 멀리 밀어내버리며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복제품이 ‘그분’으로 각성하는 순간, 이 열쇠를 꽂아넣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마스터.”


모두가 꿈틀거리며 네로 블레이즈의 주변에 널브러진 그때, 키에라 스톰이 입을 열었다.


“이동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최후의 복제품’ 좌표 설정도 마쳤습니다.”


“좋군.”


“멈춰, 멈춰라---!!!!!”


뒤늦게 도착한 매그너스 카엘과 패트롤 부대의 검격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콰쾅!!! 한참을 푸른 기운이 네로 블레이즈를 향했다. 미사일과 같은 모양도, 거대한 짐승의 형상도 있었다.

마치 공습이 시작된 전쟁터와 같이 한참을 기운의 폭격이 계속되었다.


“후우!”


매그너스 카엘이 거대한 검을 쾅! 바닥에 찍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공격 중 어느 하나도, 네로 블레이즈에게 닿은 것은 없었다.

아니, 그 주변 일대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멀쩡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쳇. 시공을 뒤틀었군.”


매그너스 카엘이 인상을 썼다.


“말 대로다. 3팀장. 이제 너와 나 사이의 시공은 이미 다르게 흐르고 있거든. 손도 댈 수 없을 거다.”


네로 블레이즈는 시윤이 만들어낸 초승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 도망가는 거냐!!!!”


“그 꼴을 하고서도 여전히 오만하군, 제피르.”


붉은, 그러나 차가운 눈이 제피르 랜더를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꽤나 거슬린다는 듯한 말투.

그러나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띈 입이 움직였다.


“내가 네놈들을 살려두는 것이다.”


네로 블레이즈는 등을 돌렸다.

뚜벅 뚜벅 걸음을 옮기던 네로 블레이즈는 초승달 속으로 사라졌다.

시윤도, 제피르도, 그 자리의 모든 패트롤은 그 뒷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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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1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5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4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3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3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5 6 9쪽
96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2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1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4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5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5 6 13쪽
»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3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9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80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5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9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6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7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2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100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9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3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1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5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1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9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6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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