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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그라운드

타임 패트롤(Time Pa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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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round38
그림/삽화
ground38
작품등록일 :
2023.11.04 22:57
최근연재일 :
2024.04.19 18:37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23,145
추천수 :
701
글자수 :
594,503

작성
24.04.01 18:20
조회
71
추천
6
글자
10쪽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DUMMY

새하얀 복도였다.

시윤은 달리고 또 달렸다.

당장의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곳이 네로 블레이즈가 유도한 길이라면, 반드시 뭐라도 남겨놓았을 것이다. 어쩌면 결정적인 단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시윤은, 복도의 끝에 자리잡은 강력한 기운을 향해 나아가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잠깐만요!!!!”


다다다다다다!!!!!


“기다려요!!!!!”


다다다다다!!!!


“기다려요! 같이 가야죠!”


갑자기 들려온 발소리에 시윤은 뒤를 돌았다.

이브 발로르. 그 여자가 로브가 날아가지 않게 꼭 움켜쥐고서 뛰어오고 있었다.


“컥!”


여자는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시윤에게 냅다 몸을 내던졌다.

예기치 못하게 배를 얻어맞은 시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여기까지 왜 따라왔어! 할 일은 다 했잖아!”


“난 이미 배신자로 찍힌 몸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책임져야죠!”


“책임이라니, 그게 무슨!”


이 여자와 잠시나마 함께 행동한 것은 안내역으로서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곳에 도달한 시점에서 그 역할은 끝이었다.

책임이라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난 그런 책임 질 생각도 여유도 없어. 따라오지 마. 돌아가!”


“싫어요! 왜 돌아가라는 거야!”


“귀찮···아니, 그보다 넌 대체 왜 따라오는 거야!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재밌을 것 같으니까요!”


재미?

원 참, 어이가 없어서.


“···이 여자가, 지금 내가 놀러 나온 줄 알아!?”


“그쪽이야말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모르잖아요! 여긴 당신들 같은 패트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요!”


“···이곳을 알아?”


“알죠. 그쪽보다는.”


여자가 왠지 ‘이겼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좀 약 오르는데.


“···.”


시윤은 잠시 말 없이 여자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을 안다고 했지?”


그러자 여자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제는 더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럼요!”


그리고는 시키지도 않은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는 ‘무한의 고요’라는 곳이에요.”


“현대 예술 같은 이름이네.”


“어디로 들어가든 갈래길이 나오죠. 각자가 시험을 받는 거예요.”


“시험?”


“들어오는 이들은 모두 ‘그분’을 보고 싶어하는 자들이니까요.”


시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시험이라. 그 단어와 얽혀서 좋은 기억은 전혀 없는데.

여하간에 네로 블레이즈 이 새끼.

쉽게 만나주진 않겠다 이거지?


“우리 말고도 또 있었던 거야?”


“당연하죠.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래. 말 나온 김에 하나 물어보자. ‘그분’이 대체 뭔데?”


시윤의 질문에 한창 재잘대던 이브 발로르가 입을 멈췄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말을 이을 즈음에는, 그녀는 많은 생각을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우리를 온전히 하나로 만들어줄 분이죠.”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알죠. 평화. 행복.”


“이름이 이브 발로르라고 했지? 내 말 잘 들어, 그놈이 말하는 그건···.”


쿠구구궁. 큰 소리와 함께 주변이 진동했다.

질문도, 설명도 거기까지였다.

복도의 끝에서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그 느낌이었다. 상위의 존재들이라는, 그놈들이 내뿜는 기운.

너무나 강력해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팔다리가 저려올 정도였다.


“물러서!”


시윤은 반사적으로 이브 발로르를 뒤로 밀쳐내며 검을 뽑아들었다.


“오호라. 알아챘어?”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윤은 긴장한 채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복도의 끝에 자리잡은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둠이 조금씩 커지며 앞으로 다가오고 있을 뿐.


“힘 밖에 없는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감각이 날카롭네.”


“누구냐니까!”


“섀···섀도우워커!?”


이브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한발짝 두 발짝 뒷걸음질치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고 말았다.


“뭐야, 아는 놈이야? 누군데!”


“스내쳐스! 스내쳐스에요···! 시험은···그럴 리가 없는데!”


이브 발로르의 말에 시윤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점차 거대해지면서 주변 공간을 먹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스내쳐스···스내쳐스는 ‘그분’과 가장 가까운 분들···이런 시험에 나올 리가 없어요!”


평소라면 나올 리가 없는


“하. 손님맞이가 거창하시네.”


“반갑다, 진시윤.”


가벼운 말투. 그러나 그림자 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나랑, 놀이 하나 할까?”


“이게 그 ‘시험’이란 거냐?”


“하하! 빙고!”


시윤의 뒤에서 그림자가 꿈틀하더니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휙! 시윤이 그림자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모래성이 쓰러지듯 형체가 그림자 속으로 스러졌다.


“나는 1,392번째 편린을 받아들여 어둠을 걷는 자. 나는 그림자가 닿는 모든 공간을 비틀어 잡을 수 있다. 모든 그림자가 나의 영역이자, 자의 기운이지.”


이번에는 벽에 비친 시윤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마찬가지로 검을 휘두르자 사라졌다.


“이제 너와 나는 숨바꼭질을 할 거야.”


하다하다 이제 목소리가 그림자 전체에서 울려퍼졌다.

눈에 보이는 검정색 영역 전체가 스피커가 되어버린 듯했다.

시윤은 휙휙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으나, 번번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젠장.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다.

사방에서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대체 어디서 말이 들려오는지도 전혀 모르겠다.

목소리는 시윤의 주변을 빙글 돌더니, 어느새 왼쪽 뒤편 귓가에 속삭였다.


“한번 허우적 대봐. 무명의 지옥 속에서.”


그림자가 더욱 커졌다.

주변의 빛이, 그림자 속으로 모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림자는 온 사방을 뒤덮었다.


“이, 이브 발로르!”


시윤이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건 뭐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이렇게까지 완벽한 어둠 속은 처음이었다.

기운을 끌어올려보았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망망대해 속을 홀로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손을 움직이고 검을 휘둘러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푸슉!!!!

어깨를 날카로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검을 치켜들었지만 양껏 휘두를 수는 없었다.


이브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검을 휘두르는 소리도···.

생각해보니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귀도 먹어버린 걸까?

여하간 피아를 식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을 할 수가 없다.


푸슉! 등, 팔뚝, 다리.

온몸 곳곳에서 피가 흘렀다.

이러다가는 과다출혈로 죽을 판이다.


“젠장···.”


시윤은 조용히 욕지거리를 뱉으며 기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하하하하!!”


어둠 속에서 눈만이 빛나는 알렉스 섀도우워커.

눈이 빙긋 웃으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좋은 표정이다.”


진시윤이라고 했던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저 표정이 참으로 볼만했다.

실패작 주제에 겁도 없이 지구-1에 발을 들인, 이 미완성의 편린을 어찌해야 할까.


“이 무명의 지옥은 한꺼번에 상대방의 지각을 망가뜨리지.”


촤악! 알렉스의 그림자가 꿈틀거릴 때마다, 진시윤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때마다 이놈은 공격받은 방향으로 손을 뻗어오며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어.”


그뿐이었다. 그 네로 블레이즈 조차도 이 어둠 속에서 완벽히 그를 포착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었다.


“추측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허우적대는 꼴을 보며 알렉스가 풉, 참지 못하고 웃음을 뱉었다.

휘이익! 그는 날카로운 그림자 하나를 뜯어내 시윤을 향해 내리쳤다.

살점을 가르는 감각, 놈의 몸에서 피가 떨어지는 감각이 그림자를 통해 전해져왔다.

그러나 치명상은 아니었다.


“오호라. 감각이 제법 뛰어난 놈이군. 피하다니.”


공격이 몸에 닿는 그 찰나의 순간, 급소를 비틀어 피한 것이다.

당황스러운 움직임이기는 했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빛도 소리도 없는 그림자 속에서 그만큼 움직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만,”


두두둑! 그는 사방을 둘러싼 그림자에서 한 줄기를 뜯어내어 날카롭게 벼렸다.


“이제 끝이다. 실패작.”


알렉스 섀도우워커가 손에 쥔 그림자가, 가공할 속도로 정확히 시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푹!

몸에 꽂히는 소리.

그림자가 몸을 꿰뚫는 감각을 느꼈다.


“생각보다 싱겁군.”


네로 블레이즈는 분명 방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였나.

알렉스는 실망한 눈빛으로 그림자를 거두어 들였다.

아니, 거두어들이고자 했다.


콰악!


“오케이.”


어둠 속에서 우악스러운 손이 튀어나와 갑자기 알렉스 섀도우워커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럴···수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패작, 진시윤이 눈을 감은 채, 또 옆구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알렉스를 향해 씨익 웃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은둔형 외톨이 같은 새끼야.”


반격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조팔봉입니다. 추천과 선호작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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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시공의 끝과 시작, 그리고 24.04.19 70 5 11쪽
110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7 24.04.18 59 4 15쪽
109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6 24.04.17 54 5 10쪽
108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6 57 4 10쪽
107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5 24.04.15 61 3 11쪽
106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4 24.04.13 64 2 12쪽
105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3 24.04.12 64 4 9쪽
104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2 24.04.11 65 3 10쪽
103 태초의 유일신, 아담 크롤러 1 24.04.10 68 4 12쪽
102 고대의펜던트2 24.04.09 62 5 8쪽
101 고대의 펜던트 1 24.04.08 61 5 12쪽
100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8 24.04.05 63 5 11쪽
99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7 24.04.04 69 5 10쪽
98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6 24.04.03 70 5 9쪽
97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5 24.04.02 64 6 9쪽
»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4 24.04.01 72 6 10쪽
95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3 24.03.29 80 6 11쪽
94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2 24.03.28 73 6 11쪽
93 태초의 공간 : 타임 스내쳐스 1 24.03.27 74 6 10쪽
92 잊혀진 이야기 5 : 결말과 시작 24.03.12 84 6 13쪽
91 잊혀진 이야기 4 : 아담 크롤러 24.03.11 81 5 16쪽
90 잊혀진 이야기 3 : 3409번째 24.03.08 78 4 13쪽
89 잊혀진 이야기 2 : 타임 스내쳐스 24.03.07 79 3 13쪽
88 잊혀진 이야기 1 : 시공관리국 24.03.06 84 2 15쪽
87 시공관리국 16 : 결전 24.03.05 89 2 13쪽
86 시공관리국 15 : 처형장 24.03.04 85 2 10쪽
85 시공관리국 14 : 기억 24.02.29 87 2 9쪽
84 시공관리국 13 : 제피르 랜더 24.02.28 93 2 11쪽
83 시공관리국 11 : 각자의 신념 24.02.27 92 2 11쪽
82 시공관리국 10 : 탈옥 24.02.26 98 4 13쪽
81 시공관리국 9 : 결착 +1 24.02.23 100 4 12쪽
80 시공관리국 8 : 매그너스 카엘 24.02.22 97 4 10쪽
79 시공관리국 7 : 선택 24.02.21 99 2 11쪽
78 시공관리국 6 : 중앙실 24.02.20 99 2 12쪽
77 시공관리국 5 : 네로 블레이즈 24.02.19 102 3 12쪽
76 시공관리국 4 : 이유 24.02.16 111 4 13쪽
75 시공관리국 3 : 폭풍전야 24.02.15 114 4 12쪽
74 시공관리국 2 : 조우 24.02.14 105 3 12쪽
73 시공관리국 1 : 수감된 패트롤 24.02.13 115 4 12쪽
72 버려진 자들의 혁명 6 : 최고의 혁명가 24.02.12 120 3 12쪽
71 버려진 자들의 혁명 5 : 주인공이 아닌 삶 24.02.10 118 3 12쪽
70 버려진 자들의 혁명 4 : 혁명 24.02.08 119 2 12쪽
69 버려진 자들의 혁명 3 : 기억 24.02.07 118 2 13쪽
68 버려진 자들의 혁명 2 : 시스템 24.02.06 124 3 11쪽
67 버려진 자들의 혁명 1 : 제트 게바라 24.02.05 122 3 12쪽
66 버려진 자들의 행성 7 : 탈출 24.02.02 125 3 14쪽
65 버려진 자들의 행성 6 : 반쪽끼리의 만남 24.02.01 124 5 14쪽
64 버려진 자들의 행성 5 : 헤라클레스 24.01.31 126 5 12쪽
63 버려진 자들의 행성 4 : 투기장 24.01.30 1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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