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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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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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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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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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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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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8화. 거물들 (1)

DUMMY

“넘버36 위치 잡았습니다.”

봉순의 폰을 해킹한 토토가 록산에게 말했다.

“어디야?”

“053 지역번호 찍힌 공중전화인데, 위치는 경산역입니다.”

토토가 해킹한 경찰청 CCTV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는 경산을 통해 대구로 향하는 강수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산에서 대구로 들어갔는데······ 넘버36 재미난 놈입니다.”

토토가 모니터에 또 다른 영상을 띄웠다.

강수가 폭주족이 운전하는 머스탱에서 초등학생을 구출하고 머스탱을 맨손으로 박살 내는 영상이었다.

“캡틴, 넘버36 점프력 보세요. 맨손으로 머스탱을 박살 내고, 저게 사람입니까? 사람 능력으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습니까?”

모야모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록산를 바라보았다. 록산도 강수의 괴력이 믿을 수 없었다.

“넘버36 정체가 뭐야? 근거리에서 고무탄 다섯 발을 가슴에 맞았는데도 끄떡없었어. 보통 사람이면 심장 파열이야. 천회장이 거액을 주면서까지 넘버36을 수거하는 이유가 뭐야?”

장쿠가 록산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록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국 SAS 애들이 약물 투약받고 전투력 높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넘버36도 그런 놈 아닐까요?”

토토가 록산을 보았다. 록산이 말보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연기를 길게 빨아들여서 허공에 훅 뱉어냈다.

“실험체인 것 같다.”

“실험체? 그래서 넘버36인 거야?” 장쿠가 록산에게 되물었다.

“천회장 아들이 루게릭병에 걸렸는데, 그 아들을 살리려고 KD바이오에서 비밀 실험하는 거 같아.”

“오 마이 갓!” 토토가 탄성을 토해냈다.

“이제 이해가 조금은 가네. 넘버36 수거할 전략이 뭐야? 넘버36 능력치면 쉽게 수거하기 힘들 건데.”

장쿠가 록산을 바라보았다.

“저번처럼 시끄러워지면 안 된다.”

록산이 부하들을 보며 묵직하게 말했다.

록산은 반지하방에서 강수를 수거하려다가 일이 커졌고, 세탁소 주인의 신고로 경찰들이 출동했다. 그래서 천회장은 경찰 수뇌부에 압력을 넣어서 그 사건을 조용히 무마시켰다.

“치즈 던지고 유인해서 수거한다. 장쿠는 부산에 있는 세르게이한테 전화 넣고, 모야모는 장비 챙기고, 토토는 넘버36 위치 디테일하게 잡아.”

록산의 지시에 블랙맘바 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복강동 대구 지점 콜센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유학생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3시간 만에 10억 원이라는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고삐 당길 때 더욱 바짝 당겨. 최고 실적 올린 배우한테는 수수료 20프로 추가 지급한다.”

우사장의 말에 배우들은 신들린 연기로 피싱질을 하기 시작했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자 부모들을 겁박해서 그들의 빵빵한 지갑에서 돈을 빼내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후 5시가 될 무렵, 유학생 프로젝트는 2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우사장과 서작가의 입이 귀에 걸렸다.

“역시 서작가 시나리오는 최고야.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서작가가 깍듯하게 목례를 취했다.

“목표는 일주일 안에 2백억 실적 올리는 거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사고 칠 우려가 높은 밤 10시 이후가 되면 심리적으로 취약해진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현지 시각 체크해서 그 시각에 한국 학부모들 집중공략 해.”

“알겠습니다.”

“근데 민실장은?”

“아직 연락이 안 됩니다.”

“그 새끼는 내가 책임지고 해고할 테니까, 서작가가 지금 이 시각부터 실장 자리에 앉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목숨 걸고 서울, 부산 지점보다 실적 높이겠습니다.”

“장례식 갔다가 밤에 올 테니까 상황 보고하도록 해.”

우사장은 서작가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 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콜센터를 빠져나가는 우사장을 발견한 강수는 헤드셋을 벗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형국 씨, 어디 가?”

속눈썹을 길게 붙인 여배우가 강수를 의심했다.

“화장실 가는데, 같이 갈래요? 아침부터 계속 설사가 나네.”

강수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우사장을 미행했다.


우사장은 마이바흐를 몰고 집으로 가서 검정 양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거물급 정치인 이상국 국회의원의 모친상에 홍회장이 조문을 온다.

홍회장은 보이스 피싱으로 축적한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할 야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거물 정치인들에게 로비했었다.

장례식장에는 내로라하는 거물급들이 참석할 것이고,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서 물밑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 어떤 비밀스러운 대화가 오가더라도 고인에 관한 대화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

“회장님께 유학생 프로젝트 실적을 보고하면 더없이 기뻐하시겠지.”

우사장은 검은색 넥타이를 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비밀금고를 열었다. 금고 안에는 금괴와 달러 뭉치가 가득했다.


우사장은 집에서 나와 마이바흐에 올라타며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접니다. 지금 장례식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총알은 넉넉히 준비했지?” 폰 너머에서 홍회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 발씩 넣어서 다섯 개 준비했습니다.”


지프에 타고 있던 강수는 귀를 쫑긋 세워 우사장의 전화 통화를 엿들었다.

“꽁태야, 우사장 마이바흐 따라붙어라. 눈치채지 못하게.”

강수는 지프 핸들을 잡은 꽁태에게 말했다.

“저런 사기꾼은 미행당할까 백미러 보는 게 습관이지. 차선 서너 번 슬쩍 바꿔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셔.”


마이바흐가 장례식장을 향해 출발하자, 꽁태의 지프가 미행을 시작했다.

“근데 누구 장례식이야?”

“7선 국회의원 어머니.”

“국회의원하고 보이스 피싱 총책 홍회장하고 붙어먹는다는 거야?”

“그러니까 한국 정치가 썩었다는 거지.”

“강수 니 말대로 보이스 피싱질 하는 것들 발본색원해야겠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지프 앞에서 달리던 우사장의 마이바흐가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근데 깡수야, 7선 국회의원이면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바글바글할 텐데, 홍회장을 어떻게 낚지? 민실장처럼 제니가 미인계를 쓸 수도 없고.”


***


꽁태의 말대로 장례식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대고 있었다. 각계각층에서 보낸 화환이 복도에 세 줄로 길게 세워져 있었고, 수백 명의 조문객, 수십 명의 기자와 카메라, 유튜버들이 취재하느라 북적거렸다.

또 경찰들과 경호원들이 혹시나 발생할 사고를 방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모든 죽음은 평등할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데, 이런 호화로운 장례식과 무연고자 장례식을 비교한다면 죽음조차 평등해 보이진 않는다.

어쩌면 화려한 장례식은 죽은 자의 명예보다 산 자의 허영을 위한 것이다.

강수는 씁쓸한 눈빛으로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우사장을 보았다.


우사장은 영정 앞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그리고 홍회장을 찾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경호원 서너 명이 지키고 있는 테이블에 정치인들이 육개장을 먹고 있었다. 그들 속에 50대 초반의 홍회장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거물급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홍회장의 눈빛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본성을 숨긴 눈빛이다.

홍회장이 복강동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 앞에 서 있을 때는 열흘을 굶주린 승냥이 그 자체이다.

눈으로 실수한 조직원은 눈알을 파내고, 혀로 실수한 조직원은 혀를 자르고, 손으로 실수한 자는 손을 잘랐다. 그리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조직원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염산에 담궈서 시체조차 찾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정재계, 언론인, 문화예술계······ 이 정도 조문이면 거의 국가장 아닙니까?”

홍회장이 조문객들을 보다가 앞에 앉은 국한당 서대표에게 말했다.

“고인께서 훌륭한 어머니셨고 또 이의원님께서 인품이 워낙에 뛰어나고 출중하니까.”

서대표가 육개장을 먹으면서 말했다.

“대표님, 이번 국회의원 공천은······”

“홍회장, 이 자리에서는 고인의 명복만 빕시다.”

서대표는 홍회장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육개장은 말이야, 장례식장 아니면 이 맛이 안 나. 홍회장은 입맛이 없나 봐?”

서대표는 홍회장 앞에 놓인 육개장을 가져와서 게걸스럽게 먹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육개장은 장례식장이 제맛이죠.”

거지 같은 새끼, 육개장 못 처먹고 죽은 조상이 있나. 홍회장은 속으로 서대표를 비웃었다.

그때 장례식장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물급 조문객이 막 도착한 모양이었다.

“KD그룹 천상만 회장이 조문왔어.”

그 소리에 육개장을 먹던 기자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KD그룹 천회장이 장례식장으로 들어오려는데, 기자들이 에워싸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천회장님, KD그룹이 분식회계로 증권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았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오늘은 KD그룹 천상만이 아니라 조문객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딴 질문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천회장은 기자를 빤히 쏘아보다가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천회장이 영정 앞에서 향을 피울 때 강수는 우사장과 눈빛을 교환하던 홍회장을 발견했다.

“저 새끼가 홍회장이다.”

강수는 꽁태에게 말하면서 홍회장을 노려보았다.

“홍회장 저 새끼 완전 거물들하고 겸상하네. 괜히 우리가 건드렸다가 좆밥되는 거 아냐? 강수야, 우리 후진 기어 넣자.”

“여기서 발 빼자구? 사내새끼가 쫄기는. 대차게 액셀 밟아야지.”

강수는 홍회장과 우사장을 엿 먹일 생각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


장례식장에서 나온 KD그룹 천회장과 거물급 정치인들이 각자의 승용차에 오르자 홍회장이 보좌관들을 보았다.

“해월로 모시세요.”

정치인들의 승용차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가서 요정 해월로 향하자, 홍회장이 손가락을 까딱거려 우사장을 불렀다.

“총알은 가져왔지?”

“예, 회장님. 트렁크에 넣어뒀습니다.”

“알았으니까 가 봐.”

홍회장이 롤스로이스 팸덤에 타려는데, 우사장이 바짝 다가왔다.

“회장님, 유학생 프로젝트 말입니다······”

“우사장.”

홍회장이 우사장의 말을 자르며 노려보았다.

“사람이 왜 그리 센스가 없어?”

“예?”

“지금 내가 사업 보고를 시시콜콜하게 들어야 할 상황이야? 프로젝트 끝나면 총합으로 보고 해.”

“죄송합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홍회장이 롤스로이스 팸덤을 타고 떠나자, 우회장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쩝! 유학생 프로젝트로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강수와 꽁태는 지프를 타고 홍회장의 롤스로이스를 뒤따랐다.

“나는 후진 기어 넣었으면 딱 좋겠는데······ 깡수야,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라. 홍회장 너무 거물하고 놀잖아. 까딱하면 우리 이 세상 하직할 수도 있어.”

꽁태가 운전을 하면서 강수를 보았다.

“꽁태야, 우사장이 홍회장 롤스로이스 트렁크에 총알 세 발씩 다섯 개 실었다.”

“총알 세 발씩 다섯 개면······ 15억?!”

“여기서 후진할래?”

“15억이면 액셀 대차게 밟아야지.”

지프는 홍회장의 롤스로이스를 맹렬하게 따라붙었다.


꽁태의 지프 뒤를 추격하는 험비. 그 안에는 강수를 노리는 록산과 블랙맘바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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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1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2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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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10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4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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