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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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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7,388
추천수 :
1,134
글자수 :
271,339

작성
22.04.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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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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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47화. 진짜 쓰레기 (4)

DUMMY

“적어도 10억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황구가 꽁태에게 말했다.

“10억이라······? 그래도 내가 검산데 10억 받아먹어도 될까?”

“저는 된다고 봅니다.”

제니가 10억이라는 말에 들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꽁태가 팔짱을 낀 채 민실장을 응시했다.

“내가 받아먹고 싶어도 민실장이 10억 안 토해낼 거야. 그냥 인터넷에 민실장 신상 뿌려라.”

“검사님. 검사님. 검사님!”

민실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10억 드리겠습니다!”


민실장의 가상화폐 지갑에 든 비트코인은 꽁태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옮겨졌고, 거래소를 거쳐서 현금화되었다.

그러나 민실장은 여전히 수갑을 찬 채 가짜 특별수사본부 사무실에서 꼼짝도 못했다.

“검사님, 언제 풀어주는 겁니까?”

민실장은 절박하게 말했다. 하지만 꽁태는 능글능글한 눈빛으로 민실장을 바라보았다.

“너, 한 달에 수익 얼마 땡기냐?”

“왜요?”

“강수사관이랑 내기했거든. 백만 원 빵. 난 월 5억에 걸었고, 강수사관은 3억 걸었는데. 피싱해서 얼마 슈킹 땡겨?”

“공무원도 아닌데, 월급처럼 평균적으로 따지기는 곤란하죠.”

“그럼 복강동 대구 지점에서 프로젝트당 얼마 슈킹 땡겨?”

“뭐 그건 시나리오 퀄리티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적어도 50억은 땡기죠.”

“너한테 떨어지는 건?”

“배우들 인건비, 대포통장, 정보 관리비 이것저것 제하고, 우사장이 7할 가져가서 회장님께 상납하고······ 저한테는 프로젝트당 5억 정도 떨어진다고 보면 될 겁니다.”

“우와, 많이 처먹네. 근데 대포통장은 모집책들한테 개당 30만 원에 사들인다며? 하여튼 세상 졸라 불공평해.”


잠시 후, 강수가 제니의 작업실로 들어와서 꽁태에게 물었다.

“10억 이체됐어?”

“응. 좀 전에 이체 끝냈어.”

“유형국! 니가 여기 왜······?!”

강수를 본 민실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 놀라기는.” 강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민실장을 노려보았다.

“너도 검사야? 응? 뭐야, 너?!”

“피싱해서 사람들 피눈물 흘린 돈으로 람보르기니 끌고, 필드에서 공 치니까 재미나지?”

“너 뭐냐고, 시발아!”

“낚시꾼.”

“······?”

“내가 던진 낚싯바늘 물어줘서 고맙다, 민실장.”

강수가 시선을 돌려서 꽁태를 보았다.

“10억 가지고는 배가 고플 거 같은데······ 4분의 1로 나누면 두당 2억 5천밖에 안 되잖아.”

“그래. 너무 적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꽁태의 말을 듣고, 강수는 다시 민실장을 보았다.

“민실장, 20억만 더 토해내라.”

“뭐? 니들 뭐야? 검사 맞아? 10억 주면 풀어준댔잖아. 검사가 뇌물 받아 처먹어도 너무 받아 처먹는 거 아냐? 대한민국 검사가 언제부터 목구멍이 이렇게 컸어?”

민실장이 꽁태와 황구, 제니를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자 모두가 민실장을 보며 조롱하듯이 낄낄 웃었다.

“얼빵한 새끼. 대한민국 검사가 대가리에 총 맞았냐? 보이스 피싱한테 돈 뜯어내게?”

꽁태가 민실장 귀때기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럼 니들 뭐야?” 민실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명동 대포통장 모집책. 알지?”

“뭐?!! 니들이······!”

민실장은 뒤통수 얻어맞은 듯 깜짝 놀랐다.

“그래 인마. 우리가 니들 복강동에 대포통장 상납하던 대명동 팀이다.”

“아아아악!!!” 민실장이 괴성을 질렀다.

대포통장 모집책은 발가락에 때도 안 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한테 붙잡혀서 수모를 당하다니!

“근데 니들이 왜······? 이유가 뭐야?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억울해서. 우리가 갖다 바친 대포통장으로 너는 수십억 슈킹 땡기는데, 우리는 딸랑 몇백 받으니까 억울하잖아. 너무 억울해서 개과천선하고, 앞으로는 성실하게 살려고 이런다 존만아.”

민실장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미친 듯이 웃음을 토해냈다.

“피싱해서 속이기만 속였는데, 내가 피싱 당할 줄 몰랐네.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낀 길을 걷는 것이라더니······”

“뭐래 이 새끼가? 고상한 척하고 지랄이야.”

황구가 민실장의 아구통을 한 방 먹였다. 턱이 돌아간 민실장은 피 묻은 침을 퉤 뱉어내고 강수를 보았다.

“내가 어떡하면 되냐? 어떡하면 나 풀어주냐? 20억 주면 풀어줄 거야?”

“아니.” 강수가 민실장을 쏘아보면 말했다.

“그럼?”

“넌 낚싯바늘에 걸린 갯지렁이야.”

“······?”

“홍회장을 낚는 갯지렁이.”

강수의 말에 민실장이 낄낄 웃다가 웃음을 뚝 그치며 쏘아보았다.

“니들이 홍회장님을 잡는다구? 미친 새끼들. 니들은 홍회장님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가 20억 줄 테니까 나 풀어주라. 검찰도 경찰도 아니면서 괜히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빨리 이거 풀어!”

“넌 여기서 절대 못 나가. 니가 사람들 피눈물 흘리게 한 만큼 너도 피눈물 흘려야 되니까.”

“내가 왜 피눈물을 흘려! 피싱 당하는 것들이 개병신 아냐?! 똑똑한 놈이 빙신들 베껴먹고 홀켜먹는 게 이 세상 법칙이야! 똑똑한 것도 죄야?! 나는 아무 죄 없어!”

민실장의 개논리에 강수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거울을 망치로 내리치면 어떻게 될까?

달걀을 콘크리트 바닥에 전력투구로 내던지면 어떻게 될까?

강수가 분노한 주먹으로 민실장을 구타하면 어떻게 될까?


강수의 주먹에 민실장은 거울처럼, 달걀처럼 깨지고 박살 났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강수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을 지켜본 꽁태와 황구는 가슴속으로 맹세했다. 앞으로 절대 강수에게 개아리 틀지 말아야겠다.

“브라보!”

제니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강수의 괴력에 완전 뻑이 가서.


***


10시가 넘었는데도 민실장이 출근하지 않자, 서작가는 우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민실장이 출근을 안 했습니다.”

아로마 오일을 바른 채 젊은 여자의 마사지를 받고 있던 우사장은 인상을 구겼다.

“술 처먹고 뻗은 거야? 연락해 봤어?”

“폰이 꺼져 있습니다.”

“뭐? 그 새끼가 미쳤나. 24시간 폰 살려두라고 내가 몇 번이나 지시했는데. 어제 민실장 스케줄이 어떻게 돼?”

“팔공 컨트리클럽에서 야간 라운딩 돌았는데, 캐디 말로는 라운딩 끝나고 여자랑 같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개 버릇 죽어도 못 고친다더만. 민실장 그 새끼는 나이를 처먹어도 여자라면 침 질질 흘리고, 앞뒤 구별을 못 해. 이참에 확 잘라버리든지 뭔 수를 써야지.”

우사장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핸드폰을 내팽개쳤다.


콜센터 배우들이 장염이 걸리고, 김배우는 폭행으로 유치장에 처박혀 있고, 관리책임자 민실장은 여자 품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신 못 차리다니. 오늘부터 시작되는 유학생 프로젝트에 홍회장님이 거는 기대가 큰데······.

시작부터 일이 꼬이자 우사장은 납덩이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회장님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데······”

작은 구멍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구멍에 공구리를 쳐야 한다.


***


복강동 대구 지점 콜센터는 유학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셋업이 된 상태였다. 배우들은 3억을 주고 입수한 유학생 신상정보와 기획팀이 작성한 피싱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유학생들의 부모들은 돈줄이 빵빵하니까 피싱질을 잘하면 껀당 수수료가 빵빵할 것이다. 배우들은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유학생 프로젝트 끝나면 차 바꿀 건데, 뭘로 바꿀까?”

“차 바꾸지 말고 땅 사. 대한민국은 땅에 돈을 묻어야 비전이 있어.”

“차도 바꾸고 땅도 사면 되지. 이번에 내가 실적 탑 찍을 거니까.”

배우들이 잡담을 떨다가 강수를 보았다.

“유형국 씨는 연기 처음 하는데, 소감이 어때?”

다이아몬드 반지 두 개를 끼고 금목걸이에 샤넬 원피스를 입은 40대 초반의 여배우가 강수에게 질문했다.

“이래도 되나 싶네요.”

강수는 길게 덧붙여진 여배우의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뭐가?”

“사기 치는 거니까, 피해자들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강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우들이 깔깔 웃었다.

“순진하네.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세상살이를 몰라서 그런가?”

“정신 차려, 유형국 씨. 그딴 마인드로 피싱 못 해.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말이야, 너를 피싱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뭐 그런 전투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사기당하는 놈이 병신이지. 죄책감? 그딴 걸 왜 가져? 난 눈곱만큼도 죄책감 없어.”

배우들이 쫑알거리자, 강수는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보이스 피싱하는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살인하는 살인범이다.

사기꾼 새끼들! 이빨을 뽑아버릴까?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까? 아니면 창문 밖으로 모조리 집어 던져버릴까?

하지만 강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분노를 삭였다. 우사장을 이용해서 홍회장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수가 분노를 가라앉힐 때 우사장이 콜센터로 들어와서 서작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강수가 던진 갯지렁이를 우사장이 문 것이다.

강수는 입꼬리를 올려 설핏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귀를 쫑긋 세워서 우사장의 목소리를 추적했다.


“민실장 아직도 연락 없어?”

우사장이 서작가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네. 수배 때렸는데 아직 종적 잡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셋업했습니다.”

“오늘 회장님께서 대구 방문하시는데, 실적 올려야 돼. 우리 대구 지점이 2년째 서울, 부산한테 밀렸으니까.”


강수의 귀에 우사장의 목소리가 또렷이 포착되었다.

홍회장이 대구에 온다!


“회장님 몇 시에 대구에 오십니까?”

서작가가 우사장에게 물었다.

“그건 왜?”

“저도 회장님을 가까이에서 알현하고 싶어서······”

“이게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너 따위가 왜 회장님을 알현해!”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프로젝트 마무리 점검해.”

“알겠습니다.”

우사장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서작가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우사장은 소파에 앉아서 고민하다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박검사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바빠도 너무 바빠. 근데 어쩐 일이야?”

“오늘 제가 검사님 계좌로 용돈 3억 입금시켰습니다.”

“땡큐, 우사장.”

“근데 검사님, 요즘 검찰 공기 어떻습니까?”

“특별한 냄새는 없는데······ 왜?”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하는데, 조심하는 차원에서 여쭤보는 겁니다.”

“걱정하지 말고 진행해. 냄새나면 내가 연락 때릴게.”

“감사합니다, 검사님.”

우사장이 전화를 끊을 때 서작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스탠바이 됐습니다.”

우사장은 소파에서 일어나 콜센터로 향했다.


우사장이 등장하자, 잡담을 떨던 배우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콜센터에는 순식간에 주식시장이 개장되기 직전처럼, 올림픽에서 양궁선수가 활시위를 놓기 직전처럼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우사장은 결전을 앞둔 사령관의 눈빛으로 배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리듬감 있게 외쳤다.

“레디 액션!”

우사장이 우렁차게 외치자, 배우들은 미친 듯이 유학생 피싱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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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1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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