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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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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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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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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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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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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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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DUMMY

“삼육 씨, 조금 아깝지만······ 현상금 3백만 원 포기할 수 있어?”

봉순은 강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 어제 최광철이 놓쳐서 또 놓칠까 봐 그러냐?”

강수는 최광철을 잡아서 봉순에게 엘본 스테이크를 꼭 사주고 싶었다. 강수가 아는 유일한 사람 봉순과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고 싶은 게 강수의 바람이었다.

“최광철 또 놓치면 절대 안 되지.”

“그럼 왜 3백을 포기하는데?”

“법으로 하면 최광철이 잡아도 피해자들한테 돈 못 돌려주거든. 사기 친 돈 다 탕진했거나, 어따 짱 박아둬서 검찰도 경찰도 못 찾아내.”

“그래. 그럼 법으로 하지 말자. 찢어 죽일래? 밟아 죽일래?”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강수와 봉순은 최광철을 잡기 위해서 유여사의 만두집으로 향했다.


***


유여사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40년 동안 만두집을 운영했다. 만두만 빚을 줄 알았지,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이다.

유여사는 만두 하나로 40억 원을 모았지만, 돈을 쓸 줄 몰랐다. 그냥 남편과 가게 셔터 올리고 만두 빚는 것이 행복했다.

그런데 3년 전에 남편이 심장마비로 덜컥 죽어버렸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대 교수가 측정한 정신적 충격에 따른 스트레스 지수는 해고 47점, 질병 53점, 감옥 수감 63점, 이혼 73점, 그리고 배우자 죽음이 100점이다.


남편이랑 해외여행도 한 번 가지 못했는데······ 유여사는 서러움이 복받쳤다. 남편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유여사는 한 달 동안 앓아누웠다. 겨우 몸을 추스르게 된 이유는 손님 때문이었다.

“사장님 만두 못 먹어 너무 속상해요.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데.”

유여사는 눈물을 닦고 손님들을 위해서 다시 만두를 빚었다.


어떤 손님이 유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두 빚는 기계야. 돈 쓸 줄도 모르고. 재산이 40억이라던데. 인생 즐기면서 살지.”

최광철은 사기 칠 호구가 없나 물색하던 중에 손님의 말을 우연히 들었다. 곧장 네트워크를 가동해서 유여사의 뒷조사를 했다. 참말로 유여사의 재산이 40억이었다.

저런 아줌마는 등쳐 먹기 아주 쉽죠잉!


최광철은 사별한 유여사의 외로움을 자극해서 접근할 계획을 수립했다. 처음에는 만두를 먹으러 갔고, 약수터에서는 우연으로 만난 척했고, 또 만두를 먹으러 갔고, 그다음 번에 만두를 먹으러 갔을 때는 스카프를 선물했다.

“이거 지인한테 선물 받은 건데, 여자들 스카프라서······ 마누라가 5년 전에 대장암으로 죽고, 누구 줄 사람도 없고, 여사님한테 잘 어울릴 거 같네요.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보답도 하고 싶어서······”

최광철은 수줍게 스카프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리고 보름 동안 유여사를 찾아가지 않았다.


유여사는 매일 같이 만두 먹으러 오던 최광철이 찾아오지 않자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이 쌓이고 쌓였을 때 최광철은 만두를 먹으러 갔다.

최광철이 아무 말 없이 만두를 먹고 갈 때 유여사가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최선생님······”

최광철이 슬픈 눈길로 유여사를 바라보았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면······”

“죽은 마누라 생각이 나서요. 우리 유여사님처럼 다소곳하게 착한 사람이었는데······”


악어의 눈물을 흘린 최광철은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사별한 마누라가 생각난다며 유여사에게 선물 공세를 펼쳤다.

“부담가지지 마세요. 이깟 게 얼마 간다고. 마누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이 선물하는 거니까.”

유여사는 부담스러웠지만, 남편한테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이었기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

그렇게 유여사는 최광철이 목사님이라도 되는 양 철석같이 믿기 시작했다.


***


최광철이 유여사를 만나러 갔을 때 만두집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사기꾼에게는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더듬이가 있다. 내려진 셔터를 바라보던 최광철은 꺼림직했다.

하지만 공을 들인 6개월의 시간이 아까웠고, 세상 물정 모르는 유여사의 순진무구함이 그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최광철은 유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여사님 어디에요?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아시죠?”

“예, 최선생님······ 근데 당숙께서 돌아가셔서 급하게 상갓집에 온다고 연락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

“난 또 걱정했네. 유여사님한테 뭔 일이 있는지. 근데 상갓집이 어디예요?”

“제주도에요.”

“아, 제주도. 위로도 해드릴 겸 여사님 보러 갈까 했는데······ 멀다. 발인은 언제예요?”

“내일이에요. 내일 발인하고 서울 올라가서 전화 드릴게요.”


전통찻집에 앉아 있는 유여사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 앞에는 강수와 봉순이 앉아 있었다.

“최선생님이 사기꾼이라구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유여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기꾼에게 흠뻑 마음을 준 호구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무척 어렵다. 사기꾼을 사기꾼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호구 자신이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를 당해도 쉽게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호구의 심리이다.

“유여사님, 속아서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작년에 서울지검 양창석 검사도 8억 사기당했구요, 전라북도 김성길 지사도 12억 사기당했어요. 사기꾼이 떡밥 던지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걸려들어요. 여사님께서 도와주셔야 최광철이 다시는 사기 못 치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봉순이 간절하게 애원했다.

“아니라니까! 정말 아니라니까. 최선생님은 정년퇴직한 교장 선생님이라니까요.”

유여사는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


최광철은 30년 동안 지켜온 철칙이 하나 있다. 수확하는 날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사설 경호원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최광철은 세 명의 경호원을 대동해서 유여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 레스토랑 맨해튼으로 향했다.

유여사에게 생전 처음 먹어보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먹이고, 호텔로 가서 3년 동안 외로웠을 유여사의 몸을 위로해 준 후 은행으로 가서 40억을 인출 할 계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웃었다.


최광철은 3일 전에 예약한 좌석에 앉아 XXO 코냑의 향을 음미했다. 그때 유여사가 다가왔다.

유여사를 본 최광철의 눈빛에 경계심이 바짝 일어났다. 유여사의 뒤에 강수와 봉순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봉순이 생긋 웃으며 최광철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최선생님.”

“누구······?”

최광철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강수가 다가와서 지그시 어깨를 눌렀다.

“그냥 앉아 있어라. 다친다.”

강수는 힘도 쓰지 않았는데, 최광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을 흘렸다.

“야, 뭐해?”

최광철의 호통에 사설 경호원 세 명이 강수에게 다가왔다.

“그냥 가시죠. 말로 할 때.”

경호원들이 전기 충격기와 삼단봉을 꺼냈다. 강수는 웃으며 딱밤을 경호원들에게 날렸다.

딱! 딱! 딱!

세 대의 딱밤이 경호원들의 이마에 박혔고, 그와 동시에 경호원들이 괴성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최광철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누구세요? 왜 이러는 거예요?”

봉순이 지명수배 몽타주를 꺼냈다. 그런데 몽타주와 최광철의 얼굴이 완전히 달랐다.

“이야, 완전 판갈이 했네. 어디서 성형했어요? 얼마 들었어요?”

“나, 최광철 아닙니다. 사람 잘 못 봤어요.”

최광철이 능숙하게 오리발을 내밀었다.

“최선생님 정말 사기꾼이에요? 교장 선생님 아니에요?”

유여사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최광철에게 물었다.

“이 여자 뭐야? 나 이 여자 몰라요. 어이 지배인, 이 사람들 뭐야? 응? 스테이크 한 접시가 얼마짜린데. 손님한테 서비스가 이래도 되는 거야?”

최광철이 성질을 내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강수가 최광철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최광철은 골이 찡 울려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수가 두 눈을 부릅뜨고 최광철을 노려보았다.

“아저씨,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한 사람들 피 빨아서 스테이크 처먹으니까 맛있어?”

“이것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야, 인마 내가 누군지 알아?”

최광철이 삿대질하며 지껄이자, 강수가 엄지와 검지로 최광철의 혓바닥을 잡아서 쭉 당겼다.

“자꾸 씨부리면 혓바닥 빼서 줄넘기한다.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덕여.”

최광철이 신음을 흘리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봉순이 레스토랑 밖을 향해서 외쳤다.

잠시 후, 증오심이 가득한 사기 피해자들이 최광철 앞으로 다가왔다.

“최광철 개새끼! 아르헨티나 금광에 투자하면 최소 수익이 스무 배라고 했잖아.”

“10년 부은 적금 너한테 투자했는데······”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돼!”

피해자들이 증오심에 치를 떠는 모습을 보며 강수와 봉순은 뒷걸음쳤다. 사기 피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최광철에게 달려들어서 짓밟았다.

피해자들은 부모님 돈 끌어오고 친척들 돈 끌어와서 최광철에게 투자했다. 취업 알선 사기, 부동산 사기, 대출 사기를 당하고 나니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사는 것이 지옥이었다.

피해자들은 가슴 속 응어리를 토해내듯 최광철을 짓밟고 또 짓밟았다.


***


“몽타주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 최광철 씨 맞아요?”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형사가 개떡이 된 최광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광철 맞습니다. 청담동 미인성형외과 가면 진료기록 다 있어요. 아니다. 지문 찍어요. 그럼 바로 뜨잖아. 내가 최광철이라는 거. 사기 경력 싹 다 자백할 테니까, 빨리 조서 꾸미고 유치장에 처박아줘요. 안 그럼 나 죽어요.”

최광철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고 자신이 저지른 사기행각을 낱낱이 실토했다.


강남경찰서에 오기 전, 최광철은 은행 금고에 넣어 둔 돈이며, 타인 명의로 사둔 땅과 집이며, 은닉한 전 재산을 탈탈 처분해서 피해자들에게 되돌려주었다.

그러나 그 금액은 호구들이 피해당한 것에 비하면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강수는 최광철의 앞니 여덟 개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몽땅 빼버렸다.

“니 입으로 경찰에 자백해라. 니가 사기 친 모든 것을. 아니면 넌 내 손에 죽는다.”

강수의 단호한 목소리에, 최광철은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서 자백한 것이다.


강수는 자신이 혹시나 범죄자일 줄 몰라 경찰서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봉순아, 나 범죄자 아니겠지? 저딴 사기꾼 새끼 잡아서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 범죄자 아닐 거야. 아니라고 말해주라.”

“최광철이 사기 친다고 말하고 사기 쳤어요? 아니잖아요. 사람 마음속은 모르는 거예요.”

봉순은 기억 없는 강수를 오래도록 붙잡아 두고 함께 동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 내가 사기꾼일 수도 있지. 근데 언제쯤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성격 참 급하네. 좀 진득하게 기다려요. 정보 얻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봉순의 말을 들은 강수는 차창 밖을 보았다. 하늘이 참으로 푸르렀다.

“기분은 통쾌하네. 사기꾼 새끼 잡고 피해자들한테 돈도 돌려주고. 현상금까지 챙겼으면 더 통쾌한데. 봉순아, 저런 인간들 또 없어? 찢어 죽이고 밟아 죽여야 할 잡놈들.”

“많죠. 세상에 바글바글한 게 잡것들인데.”

“가자. 잡것들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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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0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4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1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0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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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조폭의 왕 (3) +6 21.12.30 347 28 12쪽
14 14화. 조폭의 왕 (2) +5 21.12.29 369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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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7 21.12.26 44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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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삼육 씨 +5 21.12.23 639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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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미녀와 괴물? (1) +7 21.12.22 876 43 12쪽
4 4화. 넘버36의 부활 +11 21.12.21 981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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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09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2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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