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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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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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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3
추천수 :
1,134
글자수 :
271,339

작성
21.12.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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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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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미녀와 괴물? (1)

DUMMY

강수가 강을 넘고 산을 넘고 미친 듯이 내달린 끝에 도달한 곳에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다.

철조망이 없었다면 강수는 계속 내달렸을까?

철조망 앞에서 강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목구멍에서 꾸역꾸역 올라왔다.

누군가는 강수가 6시간 동안 꼬박 내달렸으니, 발바닥에 대못 같은 가시가 박혔거나 아니면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수는 전혀 힘들지도 발바닥이 아프지도 않았다.


강수는 화장로 불에 타서 그을린 병원복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누구지?

총알이 머리에 박힌 탓인지, 실험체가 되어 약물을 주입 받은 탓인지, 강수는 기억이 전혀 없었다.

탕!

그때 강수를 향해 총알이 날아들었다. GOP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국군이 쏜 총알이었다.

이곳은 38선.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국군은 강수를 월북하려는 남한인이거나, 남으로 침투하려는 간첩으로 오인한 것이었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에 괴상한 놈이 나타났으니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위협 사격이었다. 그 총성이 강수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근육이 불끈거리고, 뇌파가 활발히 움직이며 강수의 오감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120m 떨어진 GOP에서 상부에 무전을 때리는 소리가 강수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203. 여기는 203. 정체불명 남자 출현. 월북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사살해도 되겠습니까?”

강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았다.

GOP에서 K2 소총을 겨냥한 일병과 망원경을 보며 무전을 치는 병장이 보였다.

일주일 전 도박 빚 13억 원이 있던 남성이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의 뭇매를 맞은 국방부는 무척 예민한 상황이었다.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기려는 듯 K2 소총이 강수를 정조준했다. 맥박이 요동치는 강수는 달려가서 국군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었다.

탕!

다시 총성이 울리며 총알이 강수의 귓가를 스쳤다. 분노한 강수는 땅바닥에 뒹구는 돌멩이를 집어서 던졌다.

그 돌멩이는 라인 드라이브로 날아가서 GOP 초소의 벽을 관통했다.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어돌디스 채프먼도 직선으로 던지지 못할 거리였다.

“저거 뭐야?”

화들짝 놀란 육군 병장이 몸을 웅크렸다.

“저 새끼 백 프로 변태 짓하고 월북하려는 놈이에요. 저런 새낀 살려두면 안 됩니다. 북으로 가서 대한민국은 쓰레기라고 대남 방송할 놈입니다.”

육군 일병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 저런 놈은 쏴버리는 게 애국하는 길이다.”

육군들이 강수를 향해 K2 소총을 쏘았다. 총알이 날아왔다. 하지만 강수는 높이뛰기 선수처럼 철조망을 뛰어넘어 노쓰 코리아로 도주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분단 조국 76년 세월에서 투철하게 받은 반공교육이 조상 대대로 유전되었기에 철조망을 넘는 순간 월북자가 된다는 상식은 기억상실증과는 상관없었다.

강수는 뜨거운 콧김을 한 번 뿜어내더니 휙 방향을 바꾸어 남쪽으로 내달렸다.


***


강수가 춘천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를 막 넘어설 무렵이었다. 연휴라서 춘천은 여행객으로 분주했다.

강수의 청력은 초지향성 마이크처럼 예민하고, 시력은 인간보다 20배 발달한 타조처럼, 후각은 블러드하운드 사냥개처럼 발달했다.

춘천, 고즈넉한 도시이지만 강수에게는 너무나 혼탁한 공간이었다. 지나가는 여고생 귀에 꽂힌 애플 에어팟에서 토해지는 랩이 욕지거리처럼 들렸다.

또 춘천모텔 객실에서는 대낮부터 남녀가 정사를 나누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1분을 못 버텨. 응? 방값이 아깝다 아까워.”

306호 객실에서 여자가 신경질을 냈다.

511호 객실의 여자는 “오빠 고고. 계속 달려!”를 외쳤다.

여자의 교성이 강수의 성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강수는 너무나 배가 고팠다.

식물인간이 되기 전 버거킹에서 먹었던 더블 오리지널 치즈버거가 강수가 먹은 마지막 음식이었다. 그 사실을 정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육체는 온전히 기억했다.


80m 떨어진 거리에서 치킨 냄새가 강수의 코를 자극했다. 전두엽 깊은 곳에서 음식에 대한 갈망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강수는 쇠붙이가 자석에 이끌리듯 치킨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행인들의 눈길이 하나둘 강수에게로 날아들었다.

“저거 뭐야? 패션 쥑이네.”

“개 빡치는 새끼네.”

“행려병자야?”

“야야, 경찰에 신고하자.”

“냅둬. 저 지랄하다 뒤지게. 뭔 간섭이야. 바빠 죽겠는데.”

“저 새끼 장기나 빼내 팔까?”

“세균 덩어리다. 돈 안 된다. 그냥 가자.”

“심심한데 놀다 가자.”

GS편의점에서 나오던 덕천고 일진 다섯 놈이 강수를 째려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따가운 시선에 떠밀리듯 강수는 골목 안쪽으로 뒷걸음쳤다.


세상에는 약점을 보이면 하이에나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놈들이 있다. 가끔 이런 놈들은 사자를 사슴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고딩들에겐 오늘이 그날이다.

교복 입은 고딩 한 놈이 강수를 향해 게릿 콜처럼 돌멩이를 전력투구했다.

빡!

스트라이크!

묵직한 돌멩이가 정통으로 강수의 머리에 맞았다. 그러나 강수는 솜사탕에 맞은 것 같았다. 고딩들이 동시에 놀랐다.

“어, 저 새끼 존나 말짱하네.”

“구속이 떨어지잖아, 븅신아.”

고딩들이 또 돌멩이를 던졌다. 기억력을 상실한 강수의 뇌에 떠오른 이미지는 교복 입은 재벌 3세 재열의 모습이었다.

“암 덩어리 같은 놈들.”

강수는 눈을 부라리며 다섯 명의 고딩들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러자 덕천고 고딩들이 비릿하게 웃으며 커터칼을 꺼냈다.

덕천고 교장이 노래방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의 하이라이트를 열창하고 있을 때 그 음높이보다 두 옥타브 높게 고딩들이 비명을 질렀다.

고딩들의 어금니가 구강에서 이탈하고,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한 번만 더 사람 괴롭히면 너희들 눈알을 파낸다. 알았으면 고개 끄덕여.”

강수의 말에, 콘크리트 바닥에 나자빠진 고딩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수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차봉순은 고딩들이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모습을 3층 당구장에서 내려다보았다. 당연히 봉순은 고딩을 조지는 강수의 모습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했다.


그 시각 김밥집 아줌마도 신고했다.

춘천은 노쓰 코리아와 접견 지역이기에 시민들의 신고 정신이 무척이나 투철하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에게 봉순과 김밥집 아줌마의 진술이 엇갈렸다.

봉순은 고딩들이 이유 불문 노숙자를 괴롭혔다고 진술했고, 고딩들이 단골인 김밥집 아줌마는 노숙자가 고딩들의 신발을 뺏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밥집 아줌마의 진술을 채택했다. 강수가 고딩의 츄리닝과 운동화를 뺏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고딩들의 진술이 뒷받침했다.

“그 새끼 완전 괴물이에요. 콜라 마시고 도서관 가려고 했는데, 운동화 벗어달라는 거예요. 3일 전에 산 에어조던인데. 그 새끼 주먹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겁나 빨라요, 그 새끼. 완전 말도 안 되게.”

완벽한 개구라. 3일 전에 왕따한테서 뺏었던 운동화이고, 츄리닝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순진한 척하는 고딩들에게 깜빡 속았다.


경찰은 고딩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몽타주를 그렸다. 그리고 38선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육군 병장이 그린 몽타주와 대조했다.

군사 분계선에서 노쓰 코리아로 넘어가려는 놈과 고딩을 박살 낸 놈은 동일 인물이다. 싸움 실력으로 보아서 북한 특수부대임이 분명하다.

“당장 수배 때렷!”

강수에게 박살 났던 고딩의 아버지와 동문이고, 그 동문의 6촌 형님의 아들인 춘천경찰서 서장이 외쳤다.

이 지랄병 하니까 민중의 곰팡이란 소리를 처먹지.

봉순은 투덜거리며 춘천당구장으로 돌아갔다.


***


춘천당구장에는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틀 전에 당구장 주인과 손님 사이에 칼부림이 발생했고, 주인은 즉사, 손님은 병원으로 이동 중에 사망했다.


칼부림의 시작은 소소한 짜장면 내기 당구였다. 주인의 수지는 4백이었고, 손님의 수지는 3백이었다.

소소한 내기가 종국에는 100만 원 빵이 되었다. 1점을 남겨둔 상황에 주인이 ‘우라마시’를 쳤다. 완전 길 공이었다. 키스도 없는 공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친 공이 제2 목적구의 껍질을 벗기듯 스쳤다. 분명 스쳤다.

그런데 손님은 맞지 않았다고 우겼고, 주인은 맞았다고 바락바락 악을 썼다. 구경꾼들도 스쳤느니, 깻잎 한 장 차이로 비켜 갔느니 설왕설래하며 두 편으로 갈라지며 멱살잡이로 발전했다.

백만 원을 내놓으라고 주인이 소리 질렀다. 안 주면 죽이겠다고 소리쳤다.

손님은 배 째도 못 준다고 버텼다. 급기야 주인이 부엌칼을 들고 와서 진짜로 배를 째겠다고 덤볐다.

주인은 칼을 휘둘렀고, 손님은 당구큐대를 휘둘렀다. 주인의 말대로 손님의 배는 째졌고, 주인의 대갈통은 박살 났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봉순은 강력범죄 현장이나 고독사 현장을 뒤처리하는 특수청소업체 ‘봉순 클리닝’의 사장 겸 직원이다.

봉순은 피가 낭자한 당구장에 락스를 쏟아부었다. 원래 혈흔에는 기름 성분이 많아서 그 흔적을 지우기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닌데, 주인과 손님은 콜레스테롤 환자라서 더욱 어려웠다.

어제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청소는 아직도 2시간을 더해야 끝이 날 것 같았다.


***


봉순 클리닝 랩핑광고가 붙은 2005년식 다마스에는 경찰 무전을 도청하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봉순은 그것을 이용해서 살인사건 현장으로 달려갔고, 유족들과 형사들에게 명함을 주며 사고 현장 청소용역을 따낸다.


봉순이 청소 도구를 다마스에 싣고 춘천을 빠져나갈 즈음 경찰의 무전이 흘러나왔다.

“용의자 길영 컨트리클럽 쪽으로 도주 중.”

강수의 싸움 실력을 생생하게 목격한 봉순은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당구장 앞에서 도망친 그 인간은 뭐 하는 놈일까? 근육 싱싱하고 겁대가리 상실한 고딩 다섯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해치웠을까?

봉순은 길영 컨트리클럽 쪽으로 핸들을 꺾으며 액셀을 밟았다.


강수는 왜 도망쳐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도망쳤다.

쫓아오니까 도망치는 거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처음에는 경찰차 한 대가 강수의 뒤에 따라붙었는데, 15분 만에 다섯 대로 늘어났다. 경찰차에서 토해지는 사이렌 소리 때문에 강수의 신경은 바짝 곤두섰다.

강수는 길바닥에 떨어진 트럭용 폐타이어를 경찰차를 향해 던졌다. 족히 50kg이 넘는 타이어가 경찰차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타이어가 날아오자 놀란 경찰이 핸들을 꺾었다. 그 바람에 경찰차는 전봇대와 정면 충돌했고, 뒤따라오던 경찰차들이 연쇄 충돌을 했다.

반대편 골목에서도 경찰차가 강수를 향해 달려왔다. 강수는 즉각 방향을 바꾸어 달렸고, 경찰차는 집요하게 추적했다.


경찰 무전을 도청하던 봉순은 액셀을 밟았다. 저만치 도망치는 강수가 보였다.

사방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열 대의 경찰차가 강수를 추격했다. 급기야 경찰들이 공포탄을 쏘았다.

총성에 놀란 강수는 속도를 높였다. 봉순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리는 강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박. 대박. 완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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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1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20 20화. 살모사의 독 (1) +6 22.01.04 278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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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조폭의 왕 (2) +5 21.12.29 370 29 13쪽
13 13화. 조폭의 왕 (1) +5 21.12.28 407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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