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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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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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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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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
글자수 :
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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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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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동업자

DUMMY

“삼육 씨도 궁금하죠? 에이, 표정 관리하네. 궁금하잖아. 우리 테스트해 봐요.”

“내가 왜? 헛심 쓰기 싫다.”

“한계치가 어디까지인지 테스트하면 내가 짜장면 쏠게.”

짠돌이 봉순이 생긋 웃으며 강수를 꼬셨다. 강수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탕수육 추가.”

“좋아.”

“근데 너 분명히 알아둬. 짜장면 때문이 아니라는 거. 나도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미치게 궁금해서 테스트하고픈 거니까.”

“알았어요. 대신 청소부터 도와줘요.”

봉순 혼자선 꼬박 12시간이 걸릴 청소가 단 2시간 만에 끝이 났다.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서비스 군만두를 앞에 둔 강수는 엄청 행복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지금 내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일단 맛있게 먹고 보자. 먹어야 내가 누군지도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강수는 시원한 맥주부터 원샷 때려서 목구멍을 풀었다.


***


피트니스 클럽에 메탈리카의 <Turn The Page>가 흘러나올 때 머슬맨들이 벤치프레스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곳에는 강수가 250kg 역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가볍다. 더 올려.”

“300kg 갑니다.”

봉순이 50kg 바벨을 추가했다. 강수가 너끈하게 들어 올렸다. 점점 바벨이 추가되고, 강수는 500kg의 역기를 들어 올렸다. 급기야 바벨의 무게가 버거워서 쇠봉이 휘어졌다.

강수의 괴력 앞에 머슬맨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뼉을 쳤다. 강수는 어깨에 뽕을 넣은 듯이 힘을 주며 머슬맨들을 훑어보며 혀를 찼다.

“풍선도 아니고. 알통만 굵지. 이거 다 거품이야. 거품.”

강수가 머슬맨들에게 한 마디 툭 던지고 피트니스 클럽을 빠져나갔다.


강수는 봉순과 함께 행인들이 분주히 지나다니는 명동 거리를 걸으며 코를 벌름거렸다.

“저기 청바지는 아이스 피치향 전자담배 피웠고, 저기 피어싱한 여자는 페브리즈 다우니 향, 고수 얹은 쌀국수 먹었네.”

“뽕 치네.”

“니 가방에 물파스, 자일리톨 껌, 바닐라향 핸드크림 들었지? 냄새난다.”

“헐! 완전 개코. 또 뭐할 줄 알아요?”


7층 빌딩 옥상에서 강수는 도움닫기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뒷걸음쳤다.

“멀리뛰기 세계신기록이 8.95미터야.”

봉순이 스마트폰을 검색한 후 말했다.

봉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수는 난간을 향해 내달렸다. 옆 건물과 족히 10m는 넘는 거리였다. 점프하려는 순간 강수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가까스로 난간 앞에서 멈췄다.

“열나 머네.”

“하지 마. 하지 마. 죽어도 난 몰라. 아니다. 일단 생명보험 들고 점프해요. 수령인은 차봉순으로 하고.”

강수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도움닫기를 해서 점프했다. 한 마리 새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반대편 건물 옥상에 쿵 착지했다. 그러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철퍼덕 나자빠졌다.


강수는 능력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이번에는 12m 거리를 점프했다. 착지도 완벽했다. 다시 15m를 날아오른 강수는 허공에서 외쳤다.

“앗싸, 죽인다!”

봉순은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짝짝 쳤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니 믿을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강수는 슈퍼히어로처럼 30층 빌딩 옥상 난간에서 도심을 바라보았다. 혼탁한 서울, 저 먼 곳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이 포착되었다.

대낮부터 술 처먹고 오바이트 하는 인간이, 탭댄스를 추다가 구두 밑창이 빠지는 사람이, 몰카를 찍던 남자가 여자의 하이힐에 거시기를 까이는 모습이······.

강수가 슬쩍 시선을 옮기니, 8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킴스보석에 2인조 강도가 주인을 위협해서 귀금속을 강탈하는 모습이 보였다.

“봉순아, 신고해라. 공덕역 3번 출구 앞 킴스보석에 강도 들었다.”

봉순이 신고한 후 3분 만에 112가 출동을 했고, 2인조 강도들은 도주하다가 검거되었다.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강수 옆으로 봉순이 쫄래쫄래 따라붙었다. 강수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봉순을 슬쩍 보았다.

“봉순아, 나 올림픽 나갈까? 역도, 높이뛰기, 멀리뛰기······ 종목은 뭐로 할까?”

“에이, 뭐하러 올림픽 나가요? 금메달 따도 연금 얼마 안 되는데.”

“광고 찍고, 인기 끌면 예능에도 나가고, 블랙핑크도 만나고. 완전 뽀대 나잖아.”

강수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봉순은 잔머리를 굴렸다. 이 인간 놓치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옭아매서 옆에 붙여놓으면 완전 돈줄인데. 어떻게 꼬시지?

“삼육 씨, 도종후 알죠?”

“그게 누군데?”

“몰라요? 완전 핫한 영화배우였는데, 5년 전에 성추행한 게 들통 나서 완전 인생 폭망했잖아.”

“근데?”

“만약에 삼육 씨가 범죄자면 어떡해요?”

“······.”

“기억이 없으니까 강도, 강간, 살인 뭔 짓 했는지도 모르고······ 삼육 씨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인기 끌었어. 근데 알고 보니까 사이코패스급 악당이야.”

그 말에 강수는 발걸음을 멈추며 봉순을 노려보았다.

“니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이냐?”

“어디까지나 만약에. 만약에 삼육 씨가 사이코패스라면 대중들이 삼육 씨를 어떻게 생각할까? 슈퍼스타에게 애정을 주었는데, 처절하게 배신감 느끼겠지. 사람들은 배신자를 가장 증오하는 거 알죠?”

강수가 발걸음을 옮기자, 봉순이 따라붙으며 계속 쫑알거렸다.

“완전 화약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거야. 탑에서 수직으로 낙하해서 바닥 치는 거죠. 도종후, 걔 어떻게 됐는지 모르죠? 대중들이 배신감 느껴서 저주를 퍼부었어요. 그래서 도종후는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내가 범죄자가 아니면?”

“아니면······ 그럼 뭐 용기 내셔서 대중들 앞으로 나서보든가. 선택은 삼육 씨 자유니까.”


폭탄주 마시고 째리뽕 되어서 필름이 끊겨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기억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공포인지를.

두려움을 느끼는 강수를 향해 봉순이 생긋 웃었다.

“삼육 씨, 괜히 모험하지 말고 우리 안전빵으로 가자. 응?”

“우리? 뭔 뜻이야?”

“우리 동업하자. 내 머리에 삼육 씨 주먹이면 짭짤하게 돈줄 땡길 수 있거든. 내가 이래도 아이큐가 150이거든.”

“구라 까지 마라. 니 심장 벌렁거리는 소리 다 들린다.”

“나는 거짓말하면 설사하거든.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서.”

“또 구라 까네. 니 심장 더 벌렁거린다.”

“사실 150은 아니고. 140. 진짜야.”

“일없다. 내가 왜 너하고 동업을 해.”

“나 없음 오늘 어디서 잘 건데? 서울역에서? 아는 노숙자 많아요?”

이 세상에 강수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봉순뿐이었다. 그래도 가오가 있지. 동업하잔다고 냉큼 동업하면 사기당한다. 튕길 때까지 튕겨서 지분을 올려야 한다.

“동업하기 싫다. 서울역 어느 쪽이야? 저쪽이네. 서울역에 자러 간다. 넌 너 갈 길 가라.”

강수는 봉순을 남겨두고 서울역 쪽으로 걸어갔다.

“서울역이 내 집이다 생각하고 달콤하게 주무세요.”

강수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친 봉순도 발걸음을 돌렸다.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봉순은 생각했다. 저 인간 잠잘 곳이 없으니 돌아올 것이다.

강수도 생각했다. 봉순은 나를 머슴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반드시 쫓아올 것이다.

20미터쯤 걸어간 봉순은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삼육 씨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돌아올 거야.

30미터쯤 걸어간 강수도 생각했다. 여자의 자존심은 남자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데······ 봉순이가 그냥 가버리면 어쩌지?

강수가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던 찰나 봉순이 강수의 손목을 탁 잡았다.

“이 풍진 세상에 돈이 힘이잖아.”

봉순이 패배자의 눈빛으로 말했다. 강수는 마음속으로 승리의 짜릿함을 느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동업하면 숙식 제공에 수익은 정확히 반띵. 원래 머리 쓰는 사람이 70프로 먹는데, 내가 진짜 통 크게 양보한다. 내가 컨설팅 할 테니까, 삼육 씨는 머리 아프게 짱구 굴리지 마시고, 보디가드다 생각하고 내 옆에만 붙어 있어요. 비즈니스는 내가 다할 테니깐. 진짜 공짜로 빠는 거다.”

“청소 취미 없거든.”

“칫, 누가 청소하재?”


***


첫사랑에게 까인 이후 강수는 연애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 간 적도 없었다.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남자가 여자 혼자 사는 집에 간다는 것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더구나 봉순처럼 청순함과 섹시함으로 중무장한 여자의 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강수는 봉순을 따라 반지하 방으로 들어갔다. 보증금 100에 월세는 20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주방이 딸린 분리형 원룸이었다.

두 칸짜리 싱크대와 코딱지만 한 냉장고, 그리고 손바닥만큼 작은 쪽창으로 볕이 조금 흘러들고 있었다. 하지만 곰팡이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은은히 퍼지는 알뜨랑 비누 냄새에 강수는 기분이 상쾌해졌다.

“너, 나 뭐 믿고 여기 데려왔어?”

강수의 입에서 생뚱맞은 말이 튀어나왔다.

“절박하게 원하는 게 있는 사람은 겁이 없거든.”

“절박하게 뭘 원하는데?”

“돈.”

봉순이 강수 앞에 묵직한 파일 세 권을 툭 놓았다.

“내가 이래 봬도 경찰대 갔다가······”

순간 봉순은 강수의 눈빛이 거짓말 탐지기처럼 느껴졌다.

“아니 갈려고 했는데, 면접에서 탈락. 하여튼 삼육 씨하고 내가 뭉치면 못할 게 없다는 게 중요한 거지.”

“뭐야, 이게?”

강수는 봉순이 내려놓은 파일을 넘겼다.

지명수배 전단지, 사건 현장 사진, 증거 분석 기록이 빼곡히 든 파일이었다. 마치 형사들이 작성한 사건기록처럼.

“이것들 잡자고?”

강수는 파일에서 눈을 떼며 봉순을 바라보았다.

“돈 벌고, 사회 정화 작업도 하고, 좋잖아요. 개시하는 거니까, 에피타이저처럼 가볍게 스타트하는 게 좋겠죠?”

“······.”

“누구로 할까? 음······”

지명수배 전단지를 살피던 봉순이 누군가의 얼굴을 지목했다.

“이 인간으로 개시해요. 최광철.”

강수는 봉순이 내민 최광철 지명수배 전단지를 보았다. 최광철은 야비한 인상이었다. 봉순이 계속 말을 했다.

“사기전과 13범. 목에 걸린 현상금은 3백.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 4780명. 그중에 12명 자살, 가정파탄에 이혼한 사람은 말도 못 해요. 어때요? 사업 개시할 아이템으로.”

“싫다.”

“왜 싫어요?”

“수익금 6대 4. 내가 6. 니가 4.”

“죽어도 안 돼. 정확히 반띵.”

“6대 4. 우리 사업이 현상금 헌터인데, 지명수배범들 누가 잡아? 니가 잡아? 위험 무릅쓰고 내가 잡잖아. 근데 반띵? 봉순이 너, 양심이 있어, 없어? 응? 이거 어느 나라 법이야? 에티오피아에도 이딴 법은 없어. 내가 6, 니가 4.”

“죽어도 안 된다니까.”

봉순이 단호히 말했다.

“알았다. 동업 파투 내자. 간다. 잘 살아라.”

강수가 벌떡 일어나서 신발을 신으려는데, 봉순의 한마디가 강수의 뒷덜미를 잡았다.

“삼육 씨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요? 기억상실증이란 게 가만두면 죽을 때까지 영영 기억이 안 돌아올 수 있어요.”

강수가 밖으로 나가려다 돌아보자, 봉순이 계속 말을 했다.

“내가 삼육 씨가 누군지 알아봐 줄게. 지문 따서 경찰에 갖다주면 신원조회 금방이야. 내가 이래도 아는 경찰 열나 많거든.”

“······.”

“어떡할래요? 수익금 반띵으로 하고, 최광철 이 인간 잡을래요, 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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