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넘버36의 부활
KD바이오에서 출발했던 밴은 1시간 30분을 내달린 끝에 ‘펫 헤븐’ 반려동물 화장터에 도착했다. 밴의 화물칸에는 두 개의 시체백이 실려 있었다.
하나는 침팬지, 또 하나는 강수.
밴이 클랙슨을 울리자, 틱장애가 있는 관리인 최씨가 달려와서 철문을 열었다.
KD바이오 직원은 현금 봉투를 줬고, 최씨는 강수와 침팬지의 사체를 아무 말 없이 가져갔다. 척하면 삼천 리. 그들의 거래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8년 전 만 해도 반려동물 화장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업이었다. 반려동물 사체를 인근 야산에 파묻든가, 앞마당에 파묻든가, 암암리에 인간 화장터를 애용해도 노터치였다.
그런데 동물등록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친자식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동물장묘업은 번성하기 시작했다. 줄잡아도 전국에 60개 이상의 반려동물 전용 화장터가 있을 것이다.
‘펫 헤븐’은 반려동물 전용 화장터란 간판을 걸고 있지만, 주된 업무는 KD바이오에서 배출하는 사체들을 소각하는 일이다. 그래서 ‘펫 헤븐’은 고객이 찾아오기 힘든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
10년 동안 ‘펫 헤븐’에서 일해온 최씨는 두 구의 사체를 화장로 앞으로 끌고 갔다.
최씨의 아버지는 최씨가 3살 때 번개에 맞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떡을 먹다가 목구멍에 걸려 질식사했다.
일주일 후 천하의 외톨이 최씨는 백야 고아원으로 직행했다.
고아원 원장은 막말로 쌍놈의 개새끼였다. 국가 지원금이며, 복지재단 후원금을 몽땅 노름으로 날려 먹고, 고아들에겐 저질의 한 끼 식사만 먹였다. 그리고 하루에 12시간씩 봉투 붙이기, 인형 눈알 꿰기 알바를 시켰다.
요즘 같으면 시민단체에서,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후벼팠을 테지만, 198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고아원 원장은 육군 대위 출신이기에, 은근히 관공서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다.
18세가 되면 고아원을 나와야 했다. 최씨는 착취를 당해도 고아원이 좋았다. 각박하게 경쟁해야 하는 세상보다 착취당하는 고아원이 안전하다고 믿었다.
원장은 최씨에게 자선을 베푸는 척 서른 살이 되도록 온갖 잡일을 시켰다. 원장의 인격으로 볼 때 월급은 주지 않았으리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한창 4대강에 포크레인질을 하던 그해, KD그룹의 천회장이 고아원을 찾아왔다.
천회장의 눈에 과묵한 최씨가 포착되었다. 비밀이 많은 천회장에겐 아이큐 80에 까막눈 최씨가 보물처럼 보였다.
“저런 인간을 어따 쓰시려구요?”
마상무의 말에 천회장은 비릿하게 웃었다.
“너 같이 똑똑한 놈들은 살짝 겁만 줘도 입을 나불거리는데, 저런 놈들은 입이 무거워서 은행 금고처럼 안전하단 말이야.”
단순하지만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보직에는 단순 무식 과묵하고 최대한 얼빵한 놈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천회장의 지론이다.
그 길로 최씨는 화장터로 왔다. 처음 이곳에 올 땐 간판도 그 무엇도 없었다. 막말로 무허가 화장터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단속이 심해지고, 보는 눈이 많아져서 7년 전부터 ‘펫 헤븐’이란 간판을 내걸고 동물 화장터로 정식 등록을 했다.
최씨와 교대근무를 하는 직원은 없다. 그래서 최씨는 외부인을 만나거나 문화 활동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최씨는 단 한 번도 군말하지 않았다.
이곳이 고아원처럼 안전했기에.
***
최씨는 침팬지를 화장로 판에 올리고, 가스를 켜고 불을 붙였다. 1500도의 화염이 뿜어지며 시체백을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침팬지를 소각하기 시작했다.
침팬지의 털이 타면서 노린내가 났다. 1시간 30분 후면 유기체가 무기물 유골로 변한다.
그동안 최씨는 골프 스윙을 할 것이다. 골프장에 가본 적도, 레슨을 받은 적도 없지만, 최씨의 폼은 제법 근사하다.
강수가 화장로에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유족도 없이 화장되는 신세에, 제사상 차려줄 자식도 없다.
억울하다. 그렇다고 어디 하소연할 사람도 없다. 아니 시체가 뭔 하소연을 해?
강수의 인생에서 억울한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
***
강수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 재열이라는 놈이 있었다. 재열이는 재벌 3세였지만 돈 한 푼도 주지 않고 강수에게 빵셔틀을 시켰다. 강수가 개기면 일진들을 시켜서 강수를 집단 구타했다.
교육청에 항의하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상대는 KD그룹 재벌 3세이고, 외삼촌이 재단 이사장이고, 6촌 형이 서울시 교육감이었다. 그래서 강수는 쓰레기를 버렸다는 이유로 정학을 먹었다. 그것은 권력의 법칙에 의한 처벌이었다.
억울해도 참자. 곧 2학년이 된다. 10반까지 있으니, 재열이 새끼와 다른 반이 될 확률이 90%이다.
재수 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고 하였던가. 강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재열이란 놈과 같은 반이 되었다.
이것으로 끝이면 좋은데······ 악연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악연이라고 한다.
강수가 전문대를 졸업하고, 병장 계급장을 다는 동안 재열이란 놈은 미국 유학 가서 대마초 빨며 듣도 보도 못한 유니버스티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큰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KD물산에 취직했다.
한편 전역한 강수는 대진공업에 취직했다. 어찌 강수가 대진공업이 KD물산의 하청 업체일 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또 잔업을 하던 날, 출장을 온 재열이와 아다리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6년 만에 강수와 대면한 재열이의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장강수, 차렷!”
강수는 개겼다. 이곳은 사회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에 근거해서 대차게 개겼다.
그 순간 강수는 실신했다. 재열이의 돌려차기가 날아와서 강수의 턱주가리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아, 씨바 재열이 그 새끼······ 미국 가서 태권도 배운 거 몰랐어. 공인 3단이래. 미국에서 땄데. 비겁하게 한눈파는데 돌려차기 날리고 말이야. 정정당당하게 붙으면 재열이 그 새끼 나한테 게임도 안 돼.”
강수는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강수의 손을 꼭 잡고 진정으로 말했다.
“강수야, 개기지 마라. 우리 같은 것들이 높은 분들 앞에서 개기면 억울한 인생 더 억울해진다. 우리는 그냥 고분고분하게 살자. 강수 니랑 엄마랑. 그렇게 오래오래 고분고분하게 같이 살자.”
엄마의 애원으로 강수는 재열이와 300만 원을 받고 합의했다. 그리고 강수는 3일 후에 대진공업에 출근했는데, 사장님이 신경질을 냈다.
“문자 보냈잖아. 출근하지 말라고! 감히 본사 회장님 조카한테 합의금이나 뜯어내고 말이야. 다 니가 잘못 했어 새꺄. 비겁한 새끼. 이 새끼 순 악질이야.”
강수를 해고하지 않으면 하청을 주지 않는다는 재열의 말 한마디에, 사장은 강수를 잘라버렸다.
목디스크 보호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강수는 문득 밤하늘을 보았다.
“아, 시발. 초능력 있음 개 좋겠는데······ 투명 인간, 염력, 순간이동······ 뭐라도 되면 좋은데. 그러면 재열이 씹창 내고, 중대장 박주철이 아작아작 씹고, 고1 담임 사무라이 까고, 갑질하는 것들 다 까. 다 까.”
강수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오늘이 재열이 그 새끼와의 악연이 끝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
그러나 강수는 재열이의 큰아버지가 회장님으로 군림하는 KD바이오의 실험체가 되어서 화장로에 들어갈 판이다.
최씨가 강수를 화장로 판에 올렸다. 가스를 켜려는데,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오늘 두 탕 하나?
KD바이오의 밴이 또 찾아왔다. 화장터를 내려가던 길에 사슴을 치었단다. 눈 딱 감고 가려고 했는데, 죄책감에 화장해주고 싶단다.
지랄하시네. 사람 죽이는 것들이 뭔 죄책감.
KD바이오 직원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담배를 피우며 최씨에게 물었다.
“물건 소각했어?”
“하나 남았어요.”
“1억 3천만 원짜리 또 날려 먹네. 회장님 실망이 크시겠어.”
“회장님한텐 1억 3천이야 껌값이지만······ 이러다 실험 중단되면,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직원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최씨는 강수를 유골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람을 화장할 때의 절차는 염불을 틀고, 사체를 화장로 안에 밀어 넣고, 향을 피우고, 두 번 절을 하는 순서이다.
최씨가 의식을 진행할 때 강수의 사체가 든 시체백의 표면이 흡착기에 빨려들었다가 내뱉어지듯 들썩거렸다.
후욱! 후욱!
강수의 귀에 염불 소리가 들렸고, 팔뚝의 솜털이 곤두서고, 눈꺼풀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강수가 팔을 들어서 시체백의 지퍼를 당겼다. 이발을 꽉 깨물고 있던 지퍼가 조금씩 열렸다.
찌이익-!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최씨는 화장 의식을 끝내고, 가스 밸브를 틀어서 점화했다. 순식간에 1500도의 화염이 뿜어지며 시체백을 녹이고, 강수의 몸뚱어리를 태우려고 바짝 달려들었다.
“갑니다.”
KD바이오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최씨는 대꾸하지 않고 골프 스윙을 했다. 드라이버에 맞은 골프공이 220km의 속도로 화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나이스샷!”을 외치려던 최씨가 순간 얼어붙었다. 심장이 콩닥거리며 틱증상이 극도로 심해졌다.
최씨의 눈에 골프공에 정통으로 맞은 강수가 보였기 때문이다.
화염에 그을린 강수는 깡말랐지만, 강철처럼 다부진 근육이었다. 골프공에 왼쪽 눈알을 정통으로 맞았지만 끄떡없었다.
서서히 강수의 눈이 레이더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귀는 지향성 마이크처럼 모든 소리를 포착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걷기 시작하던 강수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강수는 세상을 처음 구경하는 신생아처럼 화장터를 둘러보았다. 그때 강수의 뒤통수를 골프채가 강타했다.
빡!
최씨의 짓이다. 그러나 강수의 머리는 끄떡없었다. 다만, 바위를 내리친 듯 최씨의 손만 찡하게 울릴 뿐이었다.
훗날 최씨가 KD바이오 천회장에게 진술할 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진짜로 모르겠어요. 1억 3천만 원짜리 물건인데······ 회장님께서 아시면 탄복할 물건인데······ 갑자기 불알이 쪼그라들어서 그랬는지······ 제가 왜 골프채를 풀스윙했는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화장터 밖에서는 KD바이오 직원들이 20분 동안 밴의 시동을 걸고 있었다. 끼르륵- 끼르륵- 주행거리가 2천km도 넘지 않은 새 차인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저 새끼, 저 새끼 잡앗!”
KD바이오 직원들이 찢어지는 최씨의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최씨가 가까스로 시동이 거린 밴에 올라탔다.
“저거, 저거 물건, 물건. 악쎄레따 이빠이 밟아욧!”
KD바이오 직원은 영문도 모른 채 액셀을 힘껏 밟았다.
저 앞에 헤드라이트 불빛이 닿는 곳에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강수가 보였다.
지금 강수가 세계육상 선수권 트랙 위에서 달린다면 아마도 우사인 볼트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것이다.
“저거 잡아! 잡으면 뽀나스에 승진이다!”
강수 옆으로 밴이 바짝 달라붙었다. 밴 옆쪽 문이 열리고, KD바이오 직원이 전기 충격기를 내밀었다.
놀란 강수는 밴을 밀어버렸다.
“어어어어!”
KD바이오 직원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밴은 20m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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