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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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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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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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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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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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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5화. 닥치고 쓰레기 (1)

DUMMY

봉순에게 걸려온 전화는 지역번호 053이 찍힌 번호였다. 053. 강수와 헤어졌던 경산의 지역번호이다. 봉순은 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강수 씨! 강수 씨인 거 알아.”

“차봉순, 내가 마약사범이라고 왜 말 안 했냐?”

“마약사범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어? 강수 씨는 기억도 없는데.”

“나를 이용하려던 건 아니고?”

“강수 씨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내가 있어야 돈 벌 수 있으니까, 그냥 모른척했던 거 아냐? 너한테 돈은 모든 거니까.”

“그래. 맞아. 난 돈밖에 몰라. 그런데 내가 배신하면서까지 돈 벌려는 사람으로 보여?”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그 형사 새끼가 나 팔아넘기면 얼마 준댔냐?”

“그런 거 아냐! 강수 씨가 오해하는 거야.”

봉순의 말에 강수가 미친놈처럼 낄낄 웃었다.

“오해? 그래. 오해해서 존나 미안하다.”

“강수 씨······.”

“잘 알지도 못하는 연놈들이 우연히 만나서 동업한다고 붙어 다니고 같은 방에서 자고······. 성폭행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나 같은 새끼를 방에 들였냐?”

“강수 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런 사람 아니라고? 내가 누군지 잊었어? 마약사범이야, 살인 용의자에 마약사범!”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럴지 몰라도······ 강수 씨는 내가 인터내셔널파에 잡혀갔을 때도 목숨 걸고 구해줬어. 나한텐 생명의 은인이야.”

“생명의 은인? 흐흐흐······. 쓰레기가 쓰레기 청소한답시고 지명수배범 잡아서 현상금 타 먹고. 더 웃긴 건 경찰 지망생이었던 여자가 돈에 환장해서 쓰레기를 이용한 거지. 그게 팩트 아냐?”

“강수 씨······.”

봉순은 눈물이 나서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차봉순, 이제부터 쓰레기 장강수는 진짜 쓰레기처럼 살 거다.”

“강수 씨, 제발 그러지 마.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뭘 어떻게 다시 시작해? 마약사범이 뭘 어떻게!”

강수는 막막하고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


일기예보에는 어제 내린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다고 했는데, 하늘은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두꺼운 먹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었다.

강수는 음습한 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도 바글바글, 차량도 바글바글, 아파트도 구역질이 날 만큼 바글거렸다.

5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산 인간의 수는 1070억 명이라고 한다. 진화를 거듭하며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는 인간의 수는 78억 명이다. 즉, 78억 개의 두뇌가 78억 개의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다단한 사건이 벌어지겠는가.


“도둑이야!”

부자촌 골목길에서 귀부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린 후 오토바이가 튀어나왔다.

2인조 소매치기가 귀부인의 숄더백을 낚아챈 것이었다.

하이힐을 신은 귀부인이 오토바이 뒤를 죽어라 쫓았다.

하지만 귀부인의 걸음은 뒤뚱뒤뚱 느렸다.

설상가상 하이힐 뒷굽이 맨홀 구멍에 쏙 박혀서 빠지지 않았다.

귀부인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오토바이를 쫓았다.

숄더백에 은행 개인금고에서 찾은 5백 그램 골드바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이었다.

귀부인이 오토바이를 쫓아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벌써 시야에서 벗어났어야 할 오토바이가 저 앞에 넘어져 있었고, 2인조 소매치기가 잭나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대장, 소장, 막창 꺼내서 구워 먹기 전에 빨랑 비켜서라.”

소매치기가 욕설을 토해내며 잭나이프를 뱅글뱅글 돌리다가 앞에 버티고 있는 강수를 향해 겨눴다.

“몇 살이냐, 니들?” 강수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나이 가르쳐주면 비킬래?”

“아니.”

“근데 나이는 왜 묻고 지랄인데?”

“내가 훈계 좀 하려는데,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니가 윤리 선생이야? 비켜, 개새끼야!”

소매치기들이 동시에 잭나이프를 겨눴다.

“니들 중에 치과나 정형외과 잘하는 데 아는 사람 있어?”

“치과 잘하는 데 아는데, 칼로 쑤시면 치과가 아니라 외과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소매치기들이 강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강수는 그들의 동작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순식간에 잭나이프를 빼앗았고, 손가락으로 소매치기들의 앞니를 빼버렸다.

“으아악!”

소매치기들이 입을 부여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얼른 치과에 가라.” 강수는 소매치기들에게 앞니를 툭 던져줬다.

겁먹은 소매치기들이 뒷걸음을 치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강수는 바닥에 떨어진 숄더백을 주웠다.

“양아치 새끼들 그냥 보내면 어떡해?”

귀금속을 주렁주렁 단 귀부인이 강수에게 못됐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빽 이리 내놔, 빨리. 스크래치 난 거 아냐?”

“아줌마, 고맙다고 안 해요?”

“당연한 일 한 거 아니니? 젊은 애가 생색내고 싶어?”

강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픽 웃으며 귀부인의 숄더백을 보았다.

“아줌마, 이거 루이비통이죠?”

“알면서 왜 묻니?”

“얼마짜리예요?”

“7백.”

“우와, 열나 비싸네. 아줌마 남편 뭐 하는 분이에요?”

“대구지검 부장 검산데, 왜?”

귀부인이 빳빳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빵빵한 남편의 직업은 마누라의 든든한 빽이다. 남편 직업을 믿고 안하무인 까부는 아줌마들이 세상천지에 널리고 널린 시대이다. 강수 앞에 서 있는 귀부인이 그러한 아줌마의 전형이었다.

“그럼 돈 많겠네. 노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강수는 귀부인의 건방진 태도에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남편이랑 면담하고 싶어?”

“바쁘신 검사님이 여기까지 올 시간이 있겠어요, 아줌마?”

“너, 왜 말끝마다 아줌마 아줌마라 그러니? 응? 기분 나쁘게 말이야. 여사님이나 사모님, 좋은 단어 많잖아. 새파랗게 젊은 게 싸가지도 없고 가정교육이 아주 엉망이네. 응? 너, 뭐 하는 애니? 부모님 뭐하시니?”

“그건 알 필요 없구요,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면 얼마 보상하는지 알아요?”

“몰라. 우리 검사님께 여쭈어볼까?”

“구글에 찾아보니까 유실물법에 5프로에서 20프로 준댔어요.”

강수가 지퍼를 열어서 숄더백 안에 든 내용물을 보았다. 5백 그램 골드바와 5만 원권 지폐 15장이 들어있었다.

“우와, 완전 대박. 숄더백이 7백, 현찰이 75만 원, 골드바가 5백 그램이면······ 요즘 금 시세가 어떻게 돼요?”

“좋게 말할 때 빽 당장 내놔라.”

“유실물법 말해줬잖아요. 순금이 5백 그램이면 대략 4천만 원이고, 루이비통 7백, 현금 75만 원. 그러면 총합이 4775만 원. 4775만 원의 20프로는 955만 원. 계산 맞죠, 아줌마?”

강수는 현찰 75만 원을 주머니에 넣고, 골드바를 부러뜨렸다.

“이 정도면 880만 원 되겠죠?”

골드바가 초콜릿처럼 부러지자, 어리둥절해하던 귀부인이 “이 양아치 새끼가!” 앙칼지게 소리 지르며 강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강수가 무릎을 굽혀서 지면을 박차며 뒤로 점프했다. 그 거리가 10미터가 넘었다. 귀부인이 또 달려들자 뒤로 점프했다. 귀부인은 점점 약이 오르며 얼굴이 벌게졌다.

“저 양아치 새끼가! 너 거기 딱 기다려. 우리 검사님 부를 테니까.”

“예, 검사님 불러서 법으로 열심히 따져보세요.”

강수가 점프해서 귀부인의 숄더백을 전봇대 높은 곳에 걸어놓았다.

“아줌마 땡큐!”

강수가 장난스럽게 거수경례를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


강수가 골드바를 팔고 금은방에서 나왔을 때 119가 사이렌을 울리며 아파트 단지로 질주했다.

119가 도착한 아파트에는 주민들 수십 명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17층 옥상 난간에는 여고생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여고생은 어젯밤에 욕조에 앉아 친구와 카톡을 했었다.

“눈사람 자살 사건 읽어봤어?”

“그게 뭔데?”

“최승호 작가가 쓴 우화인데······ 너무 슬퍼.”

“눈사람이 자살? 내용이 뭔데?”

“눈사람이 죽을 이유도 살 이유도 찾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욕조에 누운 눈사람이 뜨거운 물을 틀까 찬물을 틀까 고민했어.”

“그래서?”

“어차피 뜨거운 물을 틀어도 찬물을 틀어도 녹는 건 마찬가지잖아? 빨리 녹느냐, 천천히 녹느냐, 그 차이만 있으니까.”

“엄청 철학적이네.”

“눈사람은 항상 춥게만 살아온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나 봐. 그래서 따뜻한 물을 틀고 싶었대.”

“그래서?”

“눈사람은 따뜻한 물을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고,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나.”


여고생은 눈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옥상 난간에서 추락사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눈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러면 따뜻한 물에서 녹을 수 있을 텐데······.

주민들은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여고생을 보며 숙덕거렸다.

“쟤 왜 저런데? 집값 떨어지게.”

“내신성적이 엉망이래요.”

“아니에요. 남친하고 헤어졌대요. 쟤가 하는 행실이 좀 그렇고 그렇잖아.”

“남친하고 헤어져서 충격받고 공부 안 해서 내신 망쳤고, 그래서 저러는 거겠네.”

부녀회장이 여고생의 자살 이유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주민들이 숙덕거리거나 말거나 119 하급자들은 여고생의 추락을 대비해서 에어매트를 깔 준비를 하고, 상급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학생, 아저씨하고 얘기 좀 할래?”

119 상급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오자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여고생이 고개를 돌렸다.

“오지 마세요.”

“그래. 아저씨 여기 서 있을게. 근데 학생 이름이 뭐야?”

“양민아에요.”

“이름 예쁘네. 민아 학생, 아저씨도 민아 학생 같은 딸이 있거든.”

“······.”

“민아 학생이 죽으면 부모님이 어떨까?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119가 말하는 순간 여고생이 난간 아래로 몸을 날렸다.

“학생!” 119가 난간 쪽으로 달려갔다.


주차장에서 구경하던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17층에서 추락한 여고생은 아마도 주차장 바닥에 떨어져서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져서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청소용역업체를 불러야 하고 아파트 관리비 날아가겠다.

주민들은 이해타산적인 생각을 하며 살그머니 눈을 떴다.

그런데 끔찍한 장면은 발생하지 않았고, 여고생은 7층 허공에 동동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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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도망자 (3) +7 22.01.17 16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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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사냥개 (4) +7 22.01.14 176 17 12쪽
30 30화. 사냥개 (3) +5 22.01.13 179 17 11쪽
29 29화. 사냥개 (2) +2 22.01.12 186 16 12쪽
28 28화. 사냥개 (1) +3 22.01.11 216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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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0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1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20 20화. 살모사의 독 (1) +6 22.01.04 278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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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미녀와 괴물? (1) +7 21.12.22 877 43 12쪽
4 4화. 넘버36의 부활 +11 21.12.21 982 46 12쪽
3 3화. 실험체 넘버36 +14 21.12.20 1,049 60 12쪽
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09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4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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