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7,418
추천수 :
1,134
글자수 :
271,339

작성
22.02.27 10:35
조회
122
추천
7
글자
11쪽

41화. 잔챙이들 (3)

DUMMY

건물 2층에는 대일유통, 흥부전당포, 증산도, 천일식품 등의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택배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강수는 코를 벌름거리며 택배기사가 가져간 가죽가방 냄새를 추적했다. 그러나 가죽가방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때 3층에서 여고생들이 계단을 타고 우르르 내려왔다.

“떡볶이 먹으러 가자.”

“살쪄.”

“너 42키로잖아. 살쪄도 돼. 가자.”

“안 간다니까 이년아.”

“민정이 넌?”

“알바 가야 돼.”

“키스방에 아직도?”

“페이도 좋고 재미있잖아.”

“미친년. 담탱이 레이더 작동시키고 너 감시하는 거 몰라?”

“담탱이도 알아.”

“진짜? 근데 담탱이가 가만있어? 존나 성질 더러운 새끼가? 설마 너, 담탱이하고 키스했어?”

“미쳤어? 상상만 해도 징그럽다.”

“근데 왜 담탱이가 너 안 짤라?”

“담탱이 협박했거든.”

“어떻게?”

“담탱이한테 성폭행당했다고 유서 써놓고 자살할 거라고.”

학원 수업을 마친 여고생들이 쉴새 없이 수다를 쏟아냈다.


강수의 코에 가죽가방 냄새가 점점 진하게 났다. 그런데 가죽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여고생들이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가자 가죽가방 냄새도 옅어졌다.

여고생 중의 한 명이 가죽가방을 가지고 있다. 강수는 여고생의 뒤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여고생들이 수다를 떨다가 흩어지고, 강수는 여리고 순진해 보이는 단발머리 여고생의 백팩 속에서 가죽가방 냄새를 찾아냈다.

“깡수, 놓쳤냐?” 꽁태가 깐죽거리며 다가왔다.

“아니. 저기 단발머리 여학생이다.”

“가방은?”

“백팩에서 가죽가방 냄새난다. 통장 냄새도.”

“지랄하네. 니가 개새끼야?”

강수가 꽁태의 거시기를 보았다.

“꽁태 너, 어제 딸기향 콘돔 썼지? 하고 나서는 좀 씻어라.”

강수는 꽁태를 쏘아붙이고 단발머리 여고생을 뒤따라갔다.

“어떻게 알았지? 저 새끼 코, 진짜 개새끼네.”

꽁태는 강수의 능력에 놀랐다.


낡은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단발머리 여고생은 뱅앤올룹슨 이어폰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Back To Black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걸었다.

누군가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천박해 보이면서도 위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무대에서는 술잔을 손에 들고 노래를 불렀던 에이미 와인하우스. 술 취해 흐느적거렸지만 박자는 면도칼처럼 자르며 노래했다.

천재 아티스트는 27살에 죽는다고 했던가. 커트 코베인,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은 27살에 요절했다. 그리고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27살에 요절했다.


나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노래하다가 27살에 죽고 싶어.

단발머리는 동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가냘픈 외모였지만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걸쭉한 콘트랄토 목소리에 리듬감이 살아 있었다.

강수는 단발머리의 노래를 엿들으며 궁금증이 생겼다.

천재적으로 노래하는 소녀가 왜 보이스 피싱 끄나풀이 되었을까?


거리에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을 때 동전 노래방에서 나온 단발머리는 이니스프리 화장품매장에 들어가서 립스틱을 골랐다.

핑크색이었다.

단발머리 얼굴과 어울리는 고운 색이었다. 그리고 단발머리는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강수도 조용히 미행했다.


단발머리의 발걸음은 번화가 뒷골목에 있는 미미분식집으로 향했다. 미미분식집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예순 살이 넘은 아줌마가 하품하다가 단발머리를 바라보았다.

“떡볶이 줄까?”

“아뇨.”

“노래 한 곡조 해줄래? 니 노래 들으면 이모가 기분 좋아지는데.”

“다음에요. 우리 아빠 오면 가방 좀 전해 주세요.”

단발머리는 백팩에서 가죽가방을 꺼내 계산대 밑 선반에 두었다.

“갈게요, 이모.”

단발머리는 조용히 미미분식집을 나와서 사라졌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공부나 하지. 못된 짓부터 배워서.”

지프 안에서 공태가 단발머리를 보며 중얼거리자, 강수가 흘겨보았다.

“넌 대가리에 피가 말라서 이 짓 하냐? 대가리에 피 마른 너부터 모범을 보이고 갱생해, 새꺄.”

“나는 어차피 막장 인생이고. 쟤는 비전이 있는 고딩이잖아. 근데 강수야, 우리까지 왜 이 지랄을 해야 하냐?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시추에이션인데. 황구 넌 이해되냐?”

꽁태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황구를 보았다.

“나도 그 이유를 2시간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암만 고민해도 모르겠네.”

“나 도와주면 천당 간다. 내가 니들한테 개과천선할 기회 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해.” 강수가 말했다.

“감사는 지랄. 나는 죽어서 지옥 가더라도 살아 있을 때 달콤하고 싶거든. 인생이 마이너스 통장인데, 나 이 짓 안 하면 밥도 못 먹어. 강수야, 차에서 퍼뜩 내려라. 난 요기까지만 도와줄란다. 피싱하는 애들한테 달리면 나 완전 쪽박이다.”

꽁태가 투덜거리자, 강수가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 니 삶을 깨진 쪽박으로 만들어줄까? 꽁태, 니가 대포통장 대포폰 만들어서 인생 쪽박 찬 사람들이 얼만지 알어? 보이스 피싱으로 피해 입은 금액이 얼마냐면······”

꽁태를 바라보던 강수가 시선을 돌려 황구에게 명령했다.

“얼만지 검색해봐.”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피해액 7천억.”

황구가 인터넷을 검색한 후 말했다.

“7천억. 꽁태야, 나한테 7천억 방 얻어맞고 정신 차릴래?”

“무식하게 폭력적이네. 인간답지 못하게. 대통령도 하기 싫으면 안 하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내가 하기 싫다는데 니가 왜 폭력을 앞세워서 나한테······”

꽁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수가 딱밤을 먹였다. 빡! 어마어마한 충격에 꽁태는 핸들에 머리를 처박으며 기절했다.

“너도 한 방 맞고 개과천선할래?”

강수가 황구를 노려보자, 황구는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형님, 저는 맹꽁이 아닙니다. 저한테는 고운 말씀으로 하셔도 말귀 쏙쏙 알아먹습니다. 앞으로 진심을 듬뿍 담아서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


30분 전부터 MTB 자전거를 탄 남자가 미미분식집 앞을 다섯 번이나 지나갔다. 강수의 귀에 MTB 남자가 전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섯 바퀴 돌았는데 경찰은 없습니다. 예. 물건 받아서 지시하신 루트로 돌겠습니다.”

MTB 남자는 미미분식집으로 들어가서 떡볶이를 먹은 후 가죽가방을 들고나왔다. 그리고 남자는 MTB를 타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종아리 근육이 빵빵한 것을 보니 사이클 선수 출신 같았다.


MTB는 수성대학교 뒤에 있는 연호산을 향해 달렸다. 꽁태의 운전실력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지프가 쫓을 수 없는 산길이었다.

“폰 줘.”

강수가 꽁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폰을 왜? 전화 올 데도 많은데.”

강수는 꽁태의 말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뺏었다.

“연락하면 차 몰고 와. 알았지?”

“예, 형님.”

황구가 충성스럽게 말했다.


강수는 MTB를 쫓았다. 연호산은 도심 속에 있지만, 꽤 가파른 지형이고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었다.

울창한 산길로 내달리던 MTB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강수는 페달 밟는 소리를 따라서 내달렸다.

MTB는 연호산을 내려와서 황금주공아파트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수성못을 한 바퀴 돌아서 범어로타리를 지나 대구지방법원 쪽으로 달렸다.


MTB가 도착한 곳은 대구지방법원 맞은편 붉은색 건물이었다. 그곳에는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이 즐비했다. MTB 남자가 붉은색 건물로 들어가더니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나왔다.

강수는 MTB 남자를 지켜보다가 붉은색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색 건물 안은 업무를 마친 시간이라서 조용했다. 2층으로 올라가서 5층에 다다를 때 전화하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서 들렸다.

“지금 아드님께서 성추행으로 유치장에 들어갔는데 빨리 변호사 선임해서······”

“윤희라 학생 어머님이시죠? 저는 희라 학생 담임인데, 오늘 희라 학생이······”

“지금 바로 입금하시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예. 계좌번호는 문자로 바로 발송하겠습니다.”

복강동 보이스 피싱 조직의 콜센터는 대구지방법원 맞은편에 대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1997년 대만에서 시작된 보이스 피싱은 주로 중국에 콜센터를 구축해서 암약한다. 그러나 국내 최대 규모의 보이스 피싱 조직 복강동은 처음부터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시작했다. 한국에서 활동해도 검경의 레이다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신감은 적중했다. 복강동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시작되던 해부터 사기를 쳤지만 근 20년이 지나도록 검경의 레이다를 빠져나왔다.

복강동의 영업비결은 간단하다. 꼬리 잡히지 않기, 꼬리 잡히면 냉정하게 꼬리 자르기이다. 그것만 지키면 롱런한다는 것이 복강동 총책의 마인드이다.


꽁태와 황구는 강수의 전화를 받고 달려왔다.

“여기가 복강동 콜센터라고? 법원 앞에 대차게 사무실 차려놓고······ 이야, 존경스럽다.”

“강수 형님, 어떡할 겁니까?”

황구가 존댓말을 쓰자, 꽁태가 째려보았다.

“언제부터 깡수가 니 형님이냐?”

“나보다 나이가 많고, 또 꽁태 형님 동창이니까 나한테 형님이지.”

“근데 깡수한텐 존대하고, 나는 니 친구야? 왜 반말이야?”

“뻑하면 존댓말 안 쓴다고 구시렁거려. 생일이 일주일 차이잖아. 나한테 존대받으면 돈이 나와?”

“기분이잖아. 기분.”

“내가 형님 기분 좋으라고 존대를 왜 해?”

“깡수야, 일주일 차이라도 태어난 연도가 다르면 존댓말하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백성된 도리 아니냐? 내 말이 틀렸어?”

“강수 형님, 누구 말이 맞습니까? 일주일 차이면 반말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꽁태와 황구가 강수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상황이 존댓말하냐 안 하냐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야? 국내 최대 보이스 피싱 조직 복강동이 눈앞에 있는데 싸울 상황이냐고?”

강수가 나직하지만 성질난 목소리로 말했다.

“쏘리합니다, 형님.”

황구가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꽁태는 뚱하게 말했다.

“신고해, 짭새한테. 복강동 콜센터 찾았다고. 아님 올라가서 확 쓸어버리고 조지든가.”

“콜센터에 대가리가 있겠냐?”

“없죠.” 황구가 강수의 말에 재빨리 대답했다.

“잔챙이 치고 대가리 놓치면 헛빵이다. 복강동 총책은 다른 데서 콜센터 번듯하게 오픈할 거니까.”

“그럼 뭐 어쩔 건데? 경찰도 검찰도 못 잡는 복강동 총책을 깡수 니가 뭔 재주로 잡냐고?”

꽁태의 말에, 강수는 복강동 콜센터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 히어로의 역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했습니다. 22.01.17 75 0 -
공지 당분간 연재 시각을 유동적으로 하겠습니다. 21.12.20 373 0 -
51 51화 갱스 오브 부산 (1) 22.05.08 72 2 12쪽
50 50화. 거물들 (3) 22.05.01 63 4 12쪽
49 49화. 거물들 (2) 22.04.24 76 4 12쪽
48 48화. 거물들 (1) 22.04.17 91 4 12쪽
47 47화. 진짜 쓰레기 (4) 22.04.10 95 6 12쪽
46 46화. 진짜 쓰레기 (3) +1 22.04.03 95 5 12쪽
45 45화. 진짜 쓰레기 (2) 22.03.27 124 6 12쪽
44 44화. 진짜 쓰레기 (1) 22.03.20 112 7 12쪽
43 43화. 잔챙이들 (5) +1 22.03.13 122 7 12쪽
42 42화. 잔챙이들 (4) +1 22.03.06 117 6 12쪽
» 41화. 잔챙이들 (3) 22.02.27 122 7 11쪽
40 40화. 잔챙이들 (2) 22.02.20 132 6 12쪽
39 39화. 잔챙이들 (1) +2 22.02.13 145 7 12쪽
38 38화. 닥치고 쓰레기 (4) +2 22.02.06 160 6 11쪽
37 37화. 닥치고 쓰레기 (3) +1 22.01.30 149 7 12쪽
36 36화. 닥치고 쓰레기 (2) +1 22.01.23 174 10 12쪽
35 35화. 닥치고 쓰레기 (1) +4 22.01.18 182 10 11쪽
34 34화. 도망자 (3) +7 22.01.17 167 14 11쪽
33 33화. 도망자 (2) +4 22.01.16 175 14 12쪽
32 32화. 도망자 (1) +7 22.01.15 171 16 12쪽
31 31화. 사냥개 (4) +7 22.01.14 176 17 12쪽
30 30화. 사냥개 (3) +5 22.01.13 179 17 11쪽
29 29화. 사냥개 (2) +2 22.01.12 187 16 12쪽
28 28화. 사냥개 (1) +3 22.01.11 216 20 11쪽
27 27화. 넘버36을 수거하라 (3) +4 22.01.10 218 23 11쪽
26 26화. 넘버36을 수거하라 (2) +4 22.01.09 220 23 11쪽
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1 21 12쪽
24 24화. 대룡병원 (2) +4 22.01.08 235 25 12쪽
23 23화. 대룡병원 (1) +3 22.01.07 252 24 11쪽
22 22화. 동업자의 배신? +3 22.01.06 271 26 12쪽
21 21화. 살모사의 독 (2) +5 22.01.05 290 25 12쪽
20 20화. 살모사의 독 (1) +6 22.01.04 278 25 12쪽
19 19화. 성난 황소 (2) +4 22.01.03 290 24 11쪽
18 18화. 성난 황소 (1) +8 22.01.02 326 28 11쪽
17 17화. 조폭의 왕 (5) +6 22.01.01 332 31 12쪽
16 16화. 조폭의 왕 (4) +7 21.12.31 340 30 12쪽
15 15화. 조폭의 왕 (3) +6 21.12.30 347 28 12쪽
14 14화. 조폭의 왕 (2) +5 21.12.29 370 29 13쪽
13 13화. 조폭의 왕 (1) +5 21.12.28 408 26 12쪽
12 12화. 현상금 사냥꾼 +4 21.12.27 414 28 12쪽
11 11화. 반은 찢고, 반은 밟아서 +7 21.12.26 441 31 12쪽
10 10화. 사기꾼은 모기다 (2) +6 21.12.25 480 27 12쪽
9 9화. 사기꾼은 모기다 (1) +6 21.12.24 508 34 12쪽
8 8화. 동업자 +5 21.12.23 582 36 12쪽
7 7화. 삼육 씨 +5 21.12.23 640 36 11쪽
6 6화. 미녀와 괴물? (2) +6 21.12.22 752 37 12쪽
5 5화. 미녀와 괴물? (1) +7 21.12.22 877 43 12쪽
4 4화. 넘버36의 부활 +11 21.12.21 982 46 12쪽
3 3화. 실험체 넘버36 +14 21.12.20 1,049 60 12쪽
2 2화. 대가리에 총 맞고 +10 21.12.20 1,210 63 12쪽
1 1화. 개 같은 상황 +21 21.12.20 1,754 8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