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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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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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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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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 도망자 (1)

DUMMY

“나, 머리에 총 맞았다. 총 쏜 놈은 새마을 금고 화장실에서 만난 형사였어.”

강수의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했다.

“개꿈이에요.”

봉순은 어떻게든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현상금 사냥할 때도 똑같은 꿈을 꿨는데, 그땐 나도 개꿈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개꿈이 아냐. 꿈이 너무 생생해.”

강수는 일어나서 거울을 보았다. 머리카락에 감추어져 있던 수술 자국이 드러났다.

“봐. 수술 자국이 있잖아. 머리에 총 맞고 수술한 거야.”

봉순은 강수가 마약 유통책이었다는 비밀이 들통 날까 걱정이 몰려왔고, 강수는 꿈속의 상황을 계속해서 말했다.

“태풍이 오던 날 홍대 부근이었어. 인형 같은 게 많았던 사무실이었는데······”

강수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쓰다가 말을 계속했다.

“그래. 여자 한 명,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같이 있었어. 그때 형사들이 들어와서 여자한테 뭔가를 내놓으라고 다그쳤어.”

“뭘 내놓으라고 했는데?”

봉순은 궁금한 눈빛으로 강수를 응시했다.

“그건 모르겠어. 생각이 안 나. 근데 내가 되게 뚱뚱했던 거 같아. 너무 뚱뚱해서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가서 도망친 거 같아.”

“강수 씨가 뭐가 뚱뚱해? 슬림한 근육질에 운동신경이 얼마나 뛰어난데. 겨우 창문으로 도망쳤다구? 강수 씨, 개꿈이야.”

“아냐. 그땐 능력이 없었는 거 같아. 내가 창문 밖으로 도망치는데, 형사가 총을 쐈어. 확실해.”

“그리구요?”

봉순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총을 맞고 건물에서 추락했는데······ 그다음부턴 기억이 없어. 형사들이 왜 나한테 총을 쐈을까? 왜······?”

“그 건물에는 왜 갔었는지 기억이 나요?”

봉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수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집중했다. 급기야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니. 기억이 안 나.”

SF아카데미 사건을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 낸 강수가 마약에 관한 기억은 없다니 다행이다. 봉순이 안도하는데, 강수가 의표를 찔렀다.

“근데 봉순아, 내가 뺑소니 교통사고 당했다고 했지?”

강수의 질문에 봉순은 순간 당황했다.

“아는 형사가 그렇게 말했어요. 형사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요. 강수 씨 꿈, 개꿈이에요. 피곤하니까 자요, 빨리.”

봉순은 강수를 등지고 누웠다. 봉순이 침착하려고 애를 썼지만, 강수의 귀에는 봉순의 심장박동이 들렸다. 봉순이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동이 튼 후, 문밖에서 손사장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차사장, 아직 자?”

봉순이 밖으로 나가니, 빨간색 다마스가 노란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번호판도 바뀌어 있었다.

“어떻노? 칼라가 마음에 드나?”

“고마워요, 사장님. 비용은 얼마······”

“됐다. 서비스다. 우리 아들 등록금 톡 털어서 벌금 냈을 때 차사장이 돈 빌려줘가꼬 휴학 안 했는데, 내가 그거를 우째 잊어뿌겠노. 고마운 거 모르면 사람도 아이다. 그라고 폐차할 차량 번호판이 하나 있어서 갈아놨다. 차사장이 누군가한테 쫓기는 거 같아서. 임시로 달고 다니면 며칠은 괜찮을 꺼다.”

“손사장님······”

봉순의 얼굴에 고마움이 가득했다.

“고마워할 거 하나도 없다. 없는 사람끼리 돕고 살아야제. 차사장이 나쁜 짓 할 사람도 아이고.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 온나.”

손사장이 시선을 돌려 저쪽에서 운동화를 신는 강수를 바라보았다.

“애인이가?”

봉순은 차사장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인상이 서글서글한 게 악의가 없네. 저 사람 좋은 사람이다. 내 나이쯤 되면 사람 마음속이 보인다. 차사장,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람 믿어줘라. 사람이 사람 믿어주는 게 좋은 세상 만드는 거 아이겠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봉순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인사를 한 후 다마스를 몰고 공업사를 빠져나갔다.


***


“차봉순,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이냐?”

봉순으로부터 강수의 지문조회를 의뢰받았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박경위는 반지하방 바닥에 떨어진 봉순의 사진을 보다가 실내를 둘러보았다. 고무탄, 파라벨룸 총알, 섬광탄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탐문을 나갔던 김경사가 출입구로 들어왔다.

“경위님, 어제저녁에 남자 네 명이 여기 살던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하고 싸웠답니다.”

“남자? 여기 남자가 살았어?”

“예. 원래는 여자 혼자 살았는데, 한두 달 전부터 남자하고 동거했답니다.”

“그래? 음······ 김경사, 여기 지문 따서 나한테 제일 먼저 보고해.”

박경위가 지시를 하고 밖으로 나가며 봉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봉순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도착한 박경위는 ‘신의 눈물’ 마약 사건 파일을 문서고에서 꺼냈다. 강수의 수사 파일을 꼼꼼히 검토하니 수사가 부실한 곳이 많았다.

2년 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신의 눈물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10개월 동안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도경정이 마약 유통책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꼬리만 자르고 윗선은 놓쳐버렸다.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도경정은 장강수가 신의 눈물 유통책이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또 지문이 찍혀 있었던 맥주캔의 출고일보다 장강수의 사망 시점이 빠르다. 근데 어떻게 장강수의 지문이 맥주캔에 찍혀 있었을까?

박경위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할 때 김경사가 다가왔다.

“경위님 지문조회 결과 나왔습니다.”

박경위는 김경사가 내민 지문 결과서를 보았다. 하나는 차봉순, 또 하나는 법적으로 사망 처리된 강수의 지문이었다.

“장강수······!”

박경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생각에 잠겼다.

버젓이 살아 있는 새끼가 죽은 척 서류까지 꾸민 것을 보니, 용의주도한 놈이다. 장강수, 이놈이 혹시 봉순을 이용해서 마약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놈만 잘 이용하면 신의 눈물을 유통시키는 마약사범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다.

박경위는 봉순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


***


강수와 봉순이 다마스를 타고 갈 때 봉순의 폰이 벨을 울렸다. 그러나 봉순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 왜 안 받아?”

“안 받아도 되는 전화에요.”

봉순이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르자 벨이 끊어졌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

“경찰서에 가자. 가서 신고하자.”

“안 돼요.” 봉순이 단호하게 말했다.

“왜 안 돼? 우리가 죄지은 것도 없잖아.”

“안 된다니까요!” 봉순이 짜증을 냈다.

“그럼 계속 도망 다니면서 살 거야? 갈 곳도 없잖아. 우리 잡으러 왔던 놈들이 누군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인터내셔널파 뒷배가 보낸 놈들일 거예요. 걔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봐요. 한국에서 총하고 섬광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군인 빼고 누가 있어요? 군인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면 우리는 상대가 안 돼요. 조폭하고는 차원이 틀려요. 그냥 다 잊고 제주도로 가요. 가서 조용히 숨어 있으면 돼요.”

“봉순이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내가 뭘 숨겨? 숨기는 거 없어요. 피곤하니까 그딴 의심 하지 마요.”


***


30살 비계의 소개로 산타와 마주 앉은 양닥터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거만하게 말했다.

“신고는 뭔 신고를 해. 야메로 성형하는 내가 경찰하고 좋은 관계겠어? 우리는 수술비 일시불로 지급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성형해드려요.”

“말하고 행동이 틀리면 알지?”

산타가 사시미를 양닥터 눈앞에 흔들었다.

“같은 범법자끼리 믿으세요. 못 믿으면 간판 걸고 합법적으로 시술하는 병원 찾아가시든가.”

양닥터가 산타 앞에 파일을 펼쳤다.

“원하시는 이목구비 있으면 골라잡아요. 시술 시간은 8시간. 비용은 3천.”

“야멘데 3천?”

“비싸다구? 왜 이러시나? 수배 떨어진 몽타주 성형하는데 3천이면 싼 거지. 오광태 알죠? 8년 전에 탈옥했다가 작년에 검거된 살인범. 걔가 8년 동안 어떻게 도피했겠어요? 나한테 성형 받았거든. 내 실력이 그 정도란 말이야. 완전 판갈이.”

“어쨌든 달렸잖아.”

산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에이, 그건 오광태가 혈육의 정이 그리워 딸 만나러 갔다가 달린 거지. 하여튼 나는 3천에서 1원도 못 빼줘. 빨리 골라잡아. 어떤 타입으로 할래요?”

“형님은 장동건처럼 이목구비가 굵직굵직하니까, 강동원 스타일로 야리야리하게 하면 어떻겠어요?”

30살 비계의 제안에 산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강동원이다.”

“강동원이 여자들한테도 인기 짱 아닙니까, 형님.”

30살 비계의 말에 양닥터가 한숨을 토해내더니 짜증스럽게 말했다.

“놀고 있네, 진짜. 성형에 기본도 모르면서. 성형의 기본은 작은 것을 크게 하는 거예요. 코 작은 걸 코 크게. 눈 작은 걸 눈 크게. 도토리만 한 꼬추를 고구마 크기로. 아시겠어요?”

산타와 30살 비계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양닥터가 계속 말을 했다.

“근데 조폭이 강동원 얼굴로 시술해서 뭐 하시게? 강동원 얼굴로 사시미 들면 칼질이 더 잘 돼요? 마동석 스타일로 해요. 포스 나잖아.”


8시간 후, 산타는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거울을 보았다.

“인제 완전 판갈이 된 거겠지?”

“부기 빠지면 마동석으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글로벌한 배우가 마동석 아닙니까, 형님. 마동석처럼 형님께서 우리 인터내셔널파 글로벌하게 키우실 일만 남았습니다.”

30살 비계가 아부조로 말했다.

“그래. 마동석 되면, 구양길 보스께서 못하신 일을 하자. 우리 인터내셔널파 글로벌하게 재건하고, 장강수 그 새끼한테 복수한다.”


***


한편 다마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안성휴게소에 정차했다.

“화장실 갔다 올게요.”

봉순은 강수를 남겨두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박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경위가 봉순의 번호가 뜨자마자 냉큼 전화를 받아서 쏘아붙였다.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응? 지금 어디야?”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박경위는 김경사에게 발신번호를 추적하라고 수신호를 한 후 봉순에게 말했다.

“어제 뭔 일이야? 응?”

“뭔 일이라뇨?”

“반지하방에서 말이야. 경찰들 갔었잖아.”

“아, 그거 말이에요······ 인터내셔널파 알죠?”

“그래서?”

“걔들하고 문제가 좀 있었어요.”

“무슨 문제?”

“산타 아시죠? 탈옥수. 산타 검거하고 현상금 타 먹었는데, 인터내셔널파 똘마니들이 복수한다고 설친 거예요.”

“그래? 그럼 내가 인터내셔널파 단속 좀 해야겠네.”

“그래 주시면 고맙죠.”

“근데 너 지금 어디야?”

“친구 좀 만나고 있어요. 왜요?”

“밥이나 한 끼 얻어먹을까 싶어서. 내가 너한테 용역 일거리 많이 줬잖아. 같이 밥이나 먹자. 어디냐?”

“지금 강릉인데······ 서울 가면 전화할게요.”

봉순이 전화를 끊자, 박경위가 김경사를 바라보았다.

“발신 위치 잡았어?”

“안성휴게소입니다.”

박경위가 리볼버 탄창에 든 실탄을 확인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차봉순 요거 봐라. 안성휴게소인데, 강릉이라고 구라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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