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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다크 히어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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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썰
작품등록일 :
2021.12.16 12:26
최근연재일 :
2022.05.08 10: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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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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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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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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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조폭의 왕 (4)

DUMMY

봉순이 강수에게 검정 비닐봉지를 건네주고 짜파구리를 끓였다. 비닐봉지 속에는 시장에서 2만 원을 주고 산 싸구려 주황색 체육복이 들어있었다.

“그거 입어요. 맨날 고딩들한테 뺏은 츄리닝만 입을 수 없으니까.”

“내가 츄리닝 뺏은 거 어떻게 알았어?”

“다 봤거든. 춘천에서 고딩들 죽사발 내는 거. 운동화도 뺏은 거잖아.”

“와, 여태까지 내가 존나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겠네.”

강수는 봉순에게 놀아난 느낌이 들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왜 말 안 했어? 응?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딩 애새끼들 옷이나 뺏는 놈인 거 다 알고 있다고 왜 말 안 했는데?”

“말했으면 달라지는 거라도 있어요?”

봉순이 감정 없이 말했다. 그래서 더욱 짜증이 나는 강수는 봉순의 어깨를 잡아서 돌려세우며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적어도 현상금 들어왔다고 시시덕거리면서 너하고 같이 술 먹진 않았잖아.”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별것도 아닌데. 삼육 씨가 고딩들하고 싸울 때 112에 신고한 거 나야. 그렇지만 나는 고딩들이 이유 없이 노숙자를 괴롭힌다고 진술했어. 그게 내가 목격한 진실이니까. 김밥집 아줌마가 고딩 새끼들 편들어주는 바람에 경찰이 삼육 씨 쫓은 거라고.”

“······.”

“그리고 삼육 씨가 고딩 새끼들 츄리닝 뺏은 거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 그 새끼들은 맨날 남의 거 뺏고 때리는 놈들이니까. 그 새끼들도 당해봐야 하는 거 아냐? 난 속이 시원하던데.”

“니 눈엔 내가 노숙자로 보였단 말이야?”

“내 눈에만 노숙자로 보였을까? 맨발에 불에 탄 병원복 입고 있는데. 노숙자 아니라면 더 이상한 거 아냐?”

강수는 성난 눈빛으로 봉순을 보다가 반지하방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요? 짜파구리 먹고 가요.”

봉순은 강수를 붙잡으려다 잡지 않았다.


***


강수는 홀로 밤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문뜩 골프채로 자신의 머리를 때렸던 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화장터에서는 오감이 극도로 발달해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강수는 최씨라는 존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오감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강수는 최씨라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정신없이 달렸기에 최씨가 누구인지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나는 왜 보통 사람들과 달리 무시무시한 괴력과 상상 초월의 오감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태어날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이었을까······?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비정상적이란 것은 어떠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점점 궁금증이 증폭하는 강수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정처 없이 걸었던 발걸음이 어느새 강수를 비둘기 아파트에 오도록 만들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나는 왜 이곳에서 엄마를 찾았을까?

강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비둘기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그때 숙덕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저번 달에 907호 찾아와서 보디빌딩하는 아저씨랑 싸운 사람 아니에요?”

“맞는 거 같네.”

“왜 또 왔을까요?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일 아닌데 뭔 신고. 괜히 엮이면 골치만 아파.”

중년의 부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강수를 보더니 종종 사라졌다.


***


인터내셔널파 보스 구양길이 KD바이오 천백의 뒤치다꺼리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였다. 구양길은 경찰에 달려갔을 때 빼내 줄 든든한 빽이 필요했고, 천백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여줄 겁대가리 상실한 주먹이 필요했다.

천백은 조폭의 왕이 되려는 구양길의 야심을 꿰뚫어 보고, 수원 버스터미널 개발권을 두고 이권 다툼을 하던 구양길의 뒤를 화끈하게 밀어주었다. 구양길은 천백이 내민 사탕을 넙죽 빨아 먹었다. 사탕을 빨 때는 달다. 그러나 그 달콤함이 이빨을 썩게 할 때는 아프다.

구양길은 까딱하면 어금니가 몽땅 썩을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조폭 생활에서 발달한 더듬이로 예측할 수 있었다.


“꿈은 짧고 후회는 길다고 했던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희강이 구양길을 바라보았다.

“희강아.”

“예.”

“직업으로 서열을 매긴다면 깡패가 서열 몇 번째가 될 거 같냐?”

구양길의 질문에 희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왜? 깡패라는 말이 싫냐?”

“예. 브로커라든가, 하다못해 건달이라든가 그런 말을 써도 되지 않습니까. 굳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폭, 깡패라는 말이 좋다. 민간인이 들으면 섬뜩하잖아. 설명할 필요 없이. 우리가 검사 이름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구양길이 시가를 질겅질겅 씹다가 과거를 떠올리는 표정으로 희강을 바라보았다.

“깡패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아냐?”

“모르겠습니다.”

“우리 할배가 1953년에 동대문파 이정재 오야붕 밑에 있을 때 깡패라는 말이 처음 생겼다. 영어로 깽. 우리말로 패거리. 두 개가 합쳐져서 깡패. 멋진 말 아니냐? 응? 그리고 1957년에 우리 할배가 유지광하고 장충단에서 정치 테러할 때 깡패라는 말이 신문에 대서특필됐고, 그래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 거지. 그니까 깡패라는 말은 역사가 있다.”

하지만 희강은 여전히 깡패라는 단어가 싫었다.

“그러니까 희강아, 대통령이 넘버원이고, 노숙자가 맨 밑바닥이라면 조폭은 서열이 몇 번째쯤 되겠냐 이 말이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노숙자 바로 위겠지만, 밤거리에선 왕이 아닐까요?”

“밤거리에선 왕이라······?”

구양길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시가에 불을 붙였다.

“깡패 보스가 되면 부러울 게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어째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조폭의 세계에도 국내산보다 외국산이 득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조선족 연변흑사파와 흑룡강파가 인천과 경기도 공단 지역을 장악한 지도 오래전이다. 야금야금 서울까지 잠식해온 연변흑사파 놈들. 가리봉 잔혹사 이후로 인터내셔널파도 가리봉동에선 어깨에 힘을 주지 못한다.

어디 조선족뿐이랴. 베트남 하노이파는 납치와 인신매매 사업을 장악했고, 방글라데시 군다파는 고리대금업을, 태국 깽야이파는 마약 밀수업을 야금야금 먹어오고 있다.

이런 일이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베트남 조직들이 암흑가를 평정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니까.


“보스, 물건은 어떻게 수급하실 겁니까?” 희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천백이 물건을 공급하라는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납품일 자를 넘긴다면 천백 그놈이 진짜로 무슨 개지랄을 뻗을지 모를 일이다.

“베트남 애들이 인신매매 전공이지?”

“예.”

“거기 오야붕이 누구야?”

“응우옌입니다. 베트남 애들한테 물건 받으실 생각입니까?”

“돈 좀 들어도 숙련공한테 맡겨야 뒤탈이 없다.”

“보스, 그러지 마시고 산타 달았던 연놈들 납품하시죠. 애들한테 숨통 붙여서 데려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구양길이 희강의 제안에 맞장구칠 때 강수와 봉순을 잡으러 갔던 비곗덩어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꼬라지가 왜 그래?”

구양길이 얼굴이 씹창 난 비곗덩어리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비곗덩어리들은 죽을상을 지은 채 대답하지 못했다.

“저······ 산, 산타 형님을 달았던 그 개새끼가 보스께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25살 비계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뭘?”

“산타는 지명수배범이라 검거한 것이다. 더 이상 우릴 쫓으면 구양길이도 끝장내버리고 인터터내셔날파도 몽땅 교도소에 처박아버린다.”

25살 비계가 떨리는 목소리로 강수의 말을 구양길에게 전달했다.

혈압이 200까지 올라간 구양길은 서랍에서 시커먼 곤봉을 꺼냈다. 그 곤봉은 할아버지가 소싸움에서 1등을 한 수컷 황소의 생식기로 만든 쇠좆매이다.

쇠좆매는 조선시대에 죄인을 벌할 때 사용했던 도구로 쇠좆매에 한 번 맞아 본 놈은 그 가혹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야, 이 개새끼야 전달하란다고 그대로 전달해? 니가 그 새끼 대변인이야?”

핏대를 올린 구양길이 25살 비계의 온몸을 쇠좆매로 후려쳤다. 살에 착착 감겨서 피부 속 세포를 파열시키는 쇠좆매의 매서운 맛에 25살 비계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이 새끼들 아주 웃기는 새끼들이네. 이런 것들이 어떻게 우리 인터내셔널파에 존재할 수가 있어? 내가 니들 믿고 천하를 도모한다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 거 아냐.”

구양길이 쇠좆매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산타의 직속 똘마니들을 구타했다. 눈알이 돌면 물불 안 가리는 구양길이다. 희강이 결사적으로 구양길을 말렸다.

“보스, 애들 잡을 때 잡더라도 설명은 들으셔야죠.”

그제야 구양길이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소파에 앉았다.

“너희 여섯이 사시미 들고 두 명한테 당한 게 사실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상세히 보고해 봐.”

희강의 명령에 30살 비계가 강수에게 당했던 일을 비디오 리플레이 하듯 구양길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구양길이 포복절도하더니 명패로 30살 비계의 대가리를 찍어버렸다.

“이게 약 빨았나? 나더러 니 말을 믿으라고? 이 개새끼가 사람을 아주 농간하네. 야, 사시미 줘봐. 이 새끼 아가리 째게.”

바닥에 나자빠진 30살 비계가 신음을 흘리며 말을 계속했다.

“아가리 째셔도 좋은데요, 저희도 당하기 전에는 못 믿었습니다. 산타 형님이 방심하다가 당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새끼 진짜 괴물입니다. 못 믿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이 새끼가 아가리 째지고도 구라 터는지 한번 보자.”

구양길이 30살 비계의 아가리에 사시미를 들이밀자, 비곗덩어리들이 동시에 외쳤다.

“진짭니다, 보스. 진짜 그 새끼 괴물입니다.”

구양길은 한목소리로 외치는 비곗덩어리들의 진심 어린 눈동자를 확인하고 사시미를 내려놓았다.

“우리 깡패는 말이다, 발을 한 뼘만 삐딱해도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인생이다.”

비곗덩어리들이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구양길의 훈계를 들었다.

“깡패는 깡패다워야 롱런한다. 깡패답다는 것이 뭐냐? 사시미 들고 갔으면 사시미 끝에 피를 묻혀와야 하는 게 깡패의 기본적인 태도란 말이다.”

구양길이 시가를 빨아당겨 연기를 허파까지 전달했다가 길게 토해낸 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외과 의사가 메스 들고 벌벌 떨면 신뢰가 가겠어? 대답해 봐.”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깡패가 사시미 들었는데 피 한 방울도 못 묻히면 그거 가오 팍 구겨지는 거다. 알겠냐?”

“예!” 비곗덩어리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희강아.”

“예, 보스.”

“니가 사시미 들어라. 니가 산타 형님이고 산타보다 노련하니까 실수는 없겠지. 물건들은 숨통만 달랑달랑 붙여서 납품할 수 있도록 작업해라.”

구양길은 희강에게 지시하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놈 같은 놈만 내 옆에 있다면 전국 조폭을 통합하는 건 시간문제인데, 아깝다. 그래도 다행이다. 상대파 꼬붕이었으면 좆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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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넘버36을 수거하라 (1) +3 22.01.09 23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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